마음은 언제나 삼십대 중반 같은데 어느새 내 나이도 오십줄이 들어서고야 말았다.

내 나이의 숫자를 생각하면 아직도 낯설고 실감이 안나는 나이가 되었지만 이전에는 몰랐던 눈이 침침해진다는 것, 모니터 글자를 읽는 게 갈수록 힘들어진다는 점.. 한 가지에 몰입해서 뭔가를 집중적으로 하는데 점점 한계가 느껴지는 나이가 되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래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문득 문득, 현재 내가 하는 이 일들을 얼마나 더 지속할 수 있을까 혼자 되뇌어 보는 일이 생긴다.

특히 요즘 같은 새해가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신년 초의 경우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10년, 길면 15년?? 그 뒤의 삶을 나는 어떻게 준비를 해야 될까?

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은퇴를 앞둔 나이에 선 사람으로서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무슨 일을 하면서 은퇴 준비를 할 것인가? 나도 모르게 자꾸만 이런 생각들이 수시로 든다는 건 오십 줄에 들어선 내 나이를 더 이상 부정하면 안된다는 것을 각성하게 하는 듯 하다. 은퇴할 준비를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본격적으로 해야 될 시기가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자..

<은퇴하고 사는 법> 이라는 책 제목이 <은퇴>를 무의식적으로 떠 올리는 나에게 관심있게 읽히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 아닐까 싶다. 책 표지에 손바닥을 맞대 보았다. 딱 책 표지의 크기가 내 손바닥 길이 만큼이다. 한 손으로 가볍게 들고 읽기에 딱 좋은 부피를 갖고 있다.

책 표지 사진 등을 몇 장 올려본다. 책 표지 앞면

그럼 택 표지 뒷면은 어떨까?

책 표지 뒷면이다. 두께는 174 페이지 분량이라 두껍지 않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분량이라 책을 읽는데 대한 부담이 없다. 책을 들고 한번 읽기 시작하면 금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웃으면서 읽다보면 몇 장이 남아있지 않은 걸 발견하게 된다.

책 본문 내용을 한 장 찍어보았다. 작은 제목의 글이 하나씩 끝나는 곳마다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그림이 곁들여져 있다..

책을 읽다보면 어떤 책이든간지 책을 읽는 동안 글을 쓴 저자의 마음이 느껴지게 마련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글을 써 내려가는 동안 저자의 마음 상태가 어떤지 느껴진다. 시골 생활에 대한 즐거움과 만족함. 매일 매일 새로운 일들을 접하면서 겪는 생생한 감동과 기쁨이 글을 읽는 내내 내 마음에도 전달이 된다. 그러니 그 마음이 전해지는 탓인지 책을 읽는 동안 내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지지를 않는다.

저자는 서울에서 태어나서 서울에서 자라고 서울에서 대학교육을 받고, 벤처 기업을 설립해서 사업가로서 왕성하게 활동했던 사람이다. 생애의 대부분을 서울, 그 중에서도 강남을 주된 삶의 근거지로 삼고 그 안에서 살아왔던 분이다. 말하자면 전형적인 도시 생활의 생활패턴과 문화에 푹 절어서 한 평생을 살아왔던 사람이다. 그런데 홀로 충청남도 금산의 한 시골 오지 마을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책 속에 소상히 기술하고 았다. 도시 생활과 시골 생활에는 근본적인 존재 양식에 대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무엇일까?

나를 포함해서 은퇴하고 나면 공기 좋은 시골에 내려가서 전원 주택을 지어놓고 몸도 마음도 편안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막연한 동경을 품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도시 생활에 젖어있는 생활습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생활공간만 도시에서 시골로 옮겨놓는 형태의 시골 생활이 즐겁고 신나고 재미가 넘치는 삶이 될 수 있겠는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 차이에 대해서 저자는 도시 생활과 시골 생활의 차이를 <사서 먹는 존재>와 <얻어먹는 존재>라는 것으로 극명히 대조시켜 설명을 한다. 도시 생활이란 따지고 보면 아주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모두 사서 생활해야 되는 삶의 양식이다. 그러니 도시인의 삶은 <사서 먹는 존재> 양식을 갖고 있음이 분명히다. 그런데 시골생활이 <얻어먹는 존재?> 이는 또 무슨 말인가?  얻어먹는다는 말에서 반사적으로 "거지, 동냥" 같은 단어가 떠 올릴 사람이 많을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얻어먹는다>는 의미는 자연의 품에 뛰어들면 자연에서 제공해주는 풍성한 먹을 거리를 그냥 얻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자연의 품 안에서 철마다 자연이 베풀어주는 풍성하고 다채로운 먹을 거리는 받아 누리는 삶에는 그 안에 <사서 먹어야 하는> 경제적인 거래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이 베풀어주는 것을 댓가 없이 받아 누리는 삶이기 때문이다. 같은 마을 사람들끼리도 넘치는 것이 있으면 서로 나누어 먹는다. 나에게 넘치는 것을 이웃에 나누어주고, 이웃에서 넘치는 건 서로 나누어 먹는 <베품과 나눔의 존재양식>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산에서 취나물, 도라지, 달래를 필요한 만큼만 채집해서 먹고 살고, 오디, 산딸기 같은 과일도 따서 먹고, 마을에 일손이 필요하면 일을 거들어주고, 품삯을 받기도 하고, 농사지은 채소, 곡물을 나누어 먹기도 하는 것이 산골 오지 시골의 삶의 양식이다. 도시에 살던 사람이 도시 사람들의 생활 습성을 다 버리고, 시골에 묻혀서 시골 사람의 생활 습성에 동화되어, 자연에 내 모든 것으 내맡기고, 살아가는 삶. 삶의 존재양식에 대한 패러다이의 전환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면서 열심히 일하고, 악착같이 돈을 벌고 모아도 갈수록 살아가기 힘든 것이 도시 서민의 생활이다. 죽을 때까지 일하더라도 먹고살 걱정, 몸을 편히 누이고 살 집 한칸 마련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도시 서민의 삶이 아닌가. 저자가 말하는 것은 돈 벌 걱정, 먹고 살 음식 장만 걱정, 집 걱정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근심, 걱정, 염려가 없는 새로운 존재양식에 대해서 말을 하고 있다는 점이 책을 읽는 동안 흥미진진하게 책을 읽어나가게 만드는 매력이다.

누가복음 12장에 보면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는 말씀을 하시는 내용이 나온다. 목숨을 위한 염려와 근심, 걱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수의 안타까운 마음이 전해오는 내용이다. 소유에 대한 집착, 목숨에 대한 근심과 불안 이것을 넘어서지 않고서는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는 말씀이다. 그 말씀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하나님은 너의 목숨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 알고 계시고, 너의 필요함을 채워주시는 분인데 너는 그것을 믿느냐 라는 물음이다.

저자의 책을 읽으면서 소유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자연과 하나님이 필요한 것을 채워주시는 것을 마음껏 향유하는 자의 비결을 터득한 사람만이 고백할 수 있는 그 진솔한 기록을 이 책을 통해서 접했다.

나는 저자와 같이 시골 오지에 내려가서 세상살이에 대한 염려와 근심을 내려놓고 자급자족하는 삶에 만족하며 기쁘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