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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06년 05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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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01쪽 | 694g | 153*224*30mm |
ISBN13 | 9788984311893 |
ISBN10 | 8984311898 |
얼리리더를 위한 5월의 책 : 디즈니 캐릭터 PVC 마그넷 증정
2024년 05월 01일 ~ 2024년 05월 31일
상시
42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자전거로 자신이 페달을 밟아 하루에 갈 수 있는 양이 정해진 그 일정(80일).
페달을 얼마를 밟아야 대서양을 떠나 태평양에 도달할 수 있는지...
약간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그 횡단 과정이 상세히 그려져 있다. 마치 내가 저자와 동일하게 자전거 페달을 밟고 지쳐가는 눈으로 시간을 체크하고 체인이 고장 난 자전거를 고치고 서서히 몰입하는 상황 가운데 트럭의 크락션 소리에 내가 놀라기도 하고 그들의 횡포에 나도 모르게 손가락 욕을 하기도 하고 텐트에서 잠을 자고 라이더들과의 만남 속에 책에 없는 질문을 찾기도 하면서 마침내 록키산맥을 넘을 때는 내 숨이 차올랐다.
저자의 맛깔스러운 글솜씨 때문일까? 아님 끝없이 펼진 도로 위의 긴 시간과 육체의 고통. 이런 것에 감동한 걸까? 뭐 두 가지 다 있겠지만 나는 저자가 자전거를 바라보는 자세의 매료된 것이 아닐까 한다. 대서양에 뒷바퀴를 담그고 태평양에 앞바퀴를 담구는 생각을 하는 사람의 섬세함과 진지함은 자전거를 바라보고 그 자전거 위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진지함이며 페달을 밟는 인내과 용기가 다른 사람의 것이 아닌 내 속에 있는 세상에 대한 애정과 진지함이 내 손끝에 내 눈길에 닿아 나와 동일시하게 되는 것이다.
“자전거는 다리의 연장일 뿐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이다. 안장 위에서 보는 세상은 차 안에서 보는 네모 속 세상과 다르다. 미국을 횡단하는 동반자로 자전거를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전거가 지향하는 가치로 미국을, 그리고 내 자신을 보고자 했다. 자전거를 타고 미국을 횡단하는 것은 우주에서 티끌 같은 존재인 인간의 조건에 대한 은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기와 속도에 압도돼 좌절하기보다는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면서 한 바퀴마다 위미를 두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했다. 자전거 타기는 자신이 페달로 밟는 몇 미터의 거리에도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삶의 한 방법이다.”
“그래도 나는 페달을 밟는다. 이 일이 위대해서가 아니라 그게 현재를 사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벌기 위해서도 아니고 많은 거리를 가기 위해서도 아니다. 바퀴를 돌리면서 현재에 더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살고 있다는 것을 더 진하게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에 빠져 오하이오강변에서 이틀이나 머물렀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게 아니라 세상 안에 펼쳐지고 있다."는 홍은택의 말에서 나는 힘찬 위로를 받았다.
나는, 왜 직장을 다니고 이 직장을 다니기 위해 공부를 했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사실, 나는 그냥, 책 읽고 공부하고 싶었다. 꼭 교수가 되겠다 뭐 그런 건 아니었다. 단지, 공부하고 공상하고 수다떨고 싶었다. 그나마, 타협점을 찾은 일이 국어교사인데, 글쎄, 타율로 치면 2할 6푼 정도.
내가 진정 원하는 일이 무엇인가, 묻는다면,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하는 것인데, 이 말을 엄밀히 말하면 끊임없이 노는 것이다. 특히, 내가 잘 노는 방식으로 노는 것이다.
이 책의 작가 홍은택은 그렇게 즐기고 있다. 자전거 여행이라는 놀이를 통해 자신과 자전거와 세계가 하나가 되는 체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감상을 뭐라 해야 하나? 그냥, 부럽다, 라는 표현으로는 정리가 안 된다.
끊임없이 공상하고 말하는 것 자체가 실천이라고 생각하는 게으름뱅이인 나는, 이 책을 읽으면 어떻게 해서든 몸을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전거를 이십년 넘게 탔는데도, 이 자전거를 여행의 수단으로 쓰겠다는 생각을 못했으니 참 우습다. 너무 닫고 살아서 그런가?
이 책의 백미는 저자가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무작정 떠난다. 근데, 신기한게, 이들이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스스로 소유 가능한 것들을 버릴 용기가 있는 사람들이다. 뭔가 초인적인 의지를 가지고 실천을 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순간을 즐긴다.
여행이 무엇인가에 대한 깨달음에 앞서 삶이 무엇인가 다시 한 번 뒤돌아 보게 한다. 더 게으르고 더 놀 궁리를 해야겠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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