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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5년 08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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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508쪽 | 618g | 128*188*35mm |
ISBN13 | 9788959139491 |
ISBN10 | 89591394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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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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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0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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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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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52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타이완에 5년간 유학 갔다온 남편의 불알친구가 있다. 그러기에 나하고도 허물없고 친하게 지내는데 이 친구는 언제나 느긋하고, 시간 약속이란 개념이 없는 친구이다.
"저녁 먹게 7시에 **에서 보자."
그럼, 그 친구는 어김없이 9시, 10시, 아니 내키는 대로 온다고 해야할까.
친구의 약속쯤은 아무렇지도 않은걸까. 아니면 시간 개념이란것이 없는걸까. 궁금했었는데, 남편 말로는 대만 갔다오더니 애가 저리됐단다.
딱히 손해를 끼치는건 아니었기에 그런가보다, 저 친구는 이렇게 시간 약속을 하면 두 세 시간 후에 만나는 걸로 알면 되겠네라며 넘기길 몇번이던가.
이 친구만 유독 더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딱, 그랬다.
그 타이완이다. 그 친구를 변화시켰던.
과연 이 작품에서는 어떻게 그려 나갈까 궁금했다.
일본 작가를 많이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작가를 꼽는다면 요시다 슈이치이다.
<퍼레이드>를 읽고 참 글 잘쓴다, 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 후 읽은 게 <동경만경>.
이 작품은 드라마로 제작된거 같은데.
이번에 세번째로 읽게 된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 <타이베이의 연인들>.
제목에도 알 수 있듯이, 주 무대는 타이완.
그리고 타이완에 들어선 최초의 고속철 '신칸센'이 완공되기까지의 7년간의 시간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4쌍의 인물들을 서로 유기적으로 그려간다.
처음 이 책을 받게 되었을 때에는 그야말로 연인들의 이야기이지 않을까라고 얼핏 생각했는데, 그것만은 절대 아니었다.
타이베이에서 단 하루, 여행 안내를 도움 받은 하루카가 그 남자, 에릭을 잊지 못해 신칸센 프로젝트에 투입되고 그와 조우하게 되는 이야기 하나.
하루카와 같은 팀으로 아내와 불화를 겪고 있고 또한 일본과는 체질적으로 다른 타이완의 환경에 힘들어 하는 안자이와, 그를 웃게 만드는 유키 이야기 하나.
만사 여유롭고 유쾌하나 인생을 목적도 없이 나태하게 지내는 첸웨이즈는 소꿉친구인 메이친으로 인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 하나.
마지막으로, 일본인으로 타이완에서 태어났지만 고등학교 시절, 지금의 아내를 놓칠까봐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잃어버렸던 소중한 죽마고우와 재회하는 일본인 토목공 가쓰이치로 이야기까지.
그 근간에는 신칸센이 있다.
타이완에 들어설 고속철이 신칸센에 수주되고 개통되어 달리기까지 7년안에 담겨진 타이완에서 그들의 삶과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이 책을 읽노라면 내가 현재 있는곳이 타이베이가 아닐까, 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남국의 습한 기운과 스콜로 인한 정취들...... 구야바와 야자수 밭 등이 눈앞에 그려진다.
하루카가 에릭을 9년만에 만나기 바로 전 스콜로 인해 잠시 기다리는 모습을 통해, 하루카가 온전히 타이베이 속에 동화되어 버렸고 동시에 우리도 타이베이가 주는 매력에 어느덧 젖어들게 되어 버린다.
그리고 어느새, 스쿠터를 타고 다양한 먹거리들을 구경하고, 논 밭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죽 늘여진 미사여구가 아님에도 사뭇 생생한 감각적인 글들은 요시다 슈이치이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요시다 슈이치는 이들의 삶을 억지로 끼어 맞추지 않는다. 그저 '삶'이란 단 한마디 말로 충분하다고 이해시킨다.
10년 전 에릭을 처음 만났을 때, 그때는 분명 사랑이었고, 잊지 못했고, 지진으로 인해 에릭을 찾을 정도였으나.
에릭도 고베대지진 때 하루카를 찾아 일본으로 건너왔을 정도로 한 때의 감정을 넘어 '사랑'이었으나.
현실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연인 시케유키가 있고, 그 사케유키가 있음으로 해서 하루카는 타이베이에서 신칸센 프로젝트를 열심히 수행할 수 있었다는, 안타깝지만 담담한 고백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들린다.
타이완은 하루 일과 중 낮잠자는 시간이 있다며 불평하던 안자이도 유키를 만나고 이제는 신칸센 개통 일정을 흘러가는 대로 두자며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며 오히려 타이완 사람들과 동화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첸웨이즈는 미혼모 메이친과 결혼 후 그녀의 아들이 나이답게 말썽꾸러기로써 충실한 행동을 하는 첸첸과 스쿠터를 같이 타며, 가쓰이치로는 부인과 사별 후 고향과도 같은 타이완에서 60년만에 만난 친구 나카노에게 비로소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말'을 꺼낼 수 있었다.
그래.
우리는 만나고 헤어진다.
너를 만남으로 내 삶이 이렇게 달라진 것이다.
그렇다고 달라진 삶을 억지로 이어 붙일 수는 없다.
너를 만나 스쿠터를 타고 보았던 풍경은, 10년이 지나버렸지만 여전히 그대로야.
그래도 삶은 앞을 향해 가는거지.
신칸센이 기존 노선의 1/3에 해당되는 90분만에 타이베이와 가오슝을 연결하는 빠른 교통수단이지만, 결국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 움직이는 것이고 그 속에는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잊지 못한 지난 사랑을 찾기도 하고, 새로운 사랑도 시작하고, 과거와 화해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
그 이야기들은 신칸센이 달리듯이 새롭게 생겨나기도 하면서 성장하하고 꾸준히 달릴 것이다.
이 여름, 여전히 스콜이 시시때때로 길을 가로 막아도 느긋하고 여유로운 그들의 삶이 궁금하며, 타이완의 향취에 젖어들고 싶다면 당장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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