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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5년 01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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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76쪽 | 150*200mm |
ISBN13 | 9788958627470 |
ISBN10 | 8958627476 |
얼리리더를 위한 5월의 책 : 디즈니 캐릭터 PVC 마그넷 증정
2024년 05월 01일 ~ 2024년 05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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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처럼 빠르게 변하는 시대... 라는 식의 레토릭을 어릴때부터 듣고 살았던 것 같다. 여러 미디어들에서 그렇게 말했고, 또 어른들도 요새는 모든게 너무 빨리 바뀌는 것 같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셨다. 그리고 내또래 그리고 더 젊은 이들도 정말 세월이 어떻게 지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한편으로는 일이 바빠서, 즉 우리사회의 노동시간이 과도해서라 할 수 있겠고, 한편으로는 기술의 발전이 너무 빨라 우리 주변생활이 너무너무 자주 바뀐다고 말한다. 15년전만 해도 이렇게까지 휴대폰이 바뀔지 몰랐다고 말하기도 하고, 3D 프린터같은 기술이 주변에 나타날 줄 몰랐다고 한다. 특히 외국 사람들, 또는 외국에 살고 있는 한국사람들을 가끔 만나면 한국은 정말 다이나믹하게 변하는 사회라는 말을 버릇처럼 한다. 근데 정말 그런걸까?
어느정도는 사실일 것 같다. 하지만 집모양도, 자동차도, 비행기도, 식당도... 외양은 꽤나 많이들 바뀌었지만, 실제는 거의 그대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컴퓨터는... windows95 이후 정말 많이 바뀌었다고 말할 건덕지가... cpu의 속도와 ram, hdd의 용량이 100배 또는 1000배 정도 커졌을 뿐, 그래픽이 좀 좋아졌을 뿐... 물론 인터넷이란 것은 우리 생활에 깊게 스며들었지만, 뭐 대충 그저그런 듯... 즉 혁명적이라기보단 개선/혁신의 문제란 생각이 든다. 가시적으로 그리고 생활패턴의 변화를 준 실질적인 요소로는 스마트폰을 꼽을 수는 있을 듯하다. CD에서 MP3를 거쳐 요새의 음원화일서비스로 변한것도 변화이긴 하지. 틀림없이 어느정도는 사실인게 맞다. 하지만, 이 책에서 언급하듯이 그런 외형적인 그리고 일상의 변화가 정말 6~70년대 보다 빨라졌는가 하는 것이다. 세계대전 이전보다 빨랐냔 말이다. 단지 패션이 그렇듯이, 대중음악의 유행이 그렇듯이 그저 바뀌는 것에 대한 원초적인 부담을 기술의 변화라는 포장지를 씌워 자기보호적으로 '빛의 속도로 변하는 시대'라는 레토릭을 쓰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기술과 발명이 동일시된 것처럼, 과학과 연구도 동일시된다. '과학은 새로운 분야의 개척을 의미한다.'는 20세기의 믿음이 과학 연구를 만들어 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엔지니어가 발명가가 아닌 것처럼, 대부분의 과학자는 연구자가 아니다. 대부분의 과학 역시 연구가 아니다." 저자의 주장에서 '과학은 무언가 전문적인 활동(분야)'을 지칭하는 개념어이고, '연구는 무언가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하는 인식론 차원의 새로운 제시'를 의미하는 개념같다. 공학(엔지니어링)과 발명(새로운 것)의 비유개념처럼 말이다. 어쨌건, 과학이든 연구든.... 우리시대가 빛처럼 빠르다라고 말하는 주장의 근거로 지속적인 R&D의 혁신의 결과라고 말하고, 그것은 매우 근본적인 것으로 우리의 빠른 변화도 근본적인 것이다~라고 주장하려는 언론의 속성이 반영되어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다보니 드는 의심으로는 그러한 언론의 속성을 부추기는 것 역시 과학기술계의 의도적인 선전과 계몽의 효과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환상적인 무엇으로 자리매김시키고, 그 효과를 빠른 변화라고 최면을 걸어 설득하는 전략.
다행스럽게 부정적인 사례가 아닌, 부정적인 사례를 부정하려고 했던 시도의 실퍠사례에서 이러한 선전과 계몽의 단면을 보게된다. 아우슈비츠를 부정하려던 시도... 그렇게 제한된 공간에 그와 같은 막대한, 수백만이라는 인명의 학살이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있었단다. 그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인물로는 사형을 위한 기술을 설계하던 전문가들이고... 그러나 저자는 아주 단순무식하고 명백한 사례를 든다. "끔찍하지만 단순한 계산이 분명하게 보여 준 바에 따르면, 1년에 200만 명을 죽이는 일이 상상을 초월하는 어마어마한 일로 보임에도 이 일은 꽤 낡은 살육 기술의 능력 안에서 충분히 이뤄질 수 있는 일이었다. 영토가 좁은 우루과이에 있는 네 곳의 거대한 도축장에서는 자루 도끼보다 나은 어떠한 도구 없이도 1년에 100만 마리의 소를 처치할 수 있었다. 시카고 최대의 도축장에서는 이미 제1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그렇게 하고 있었다. ... 대규모 살육은 홀로코스트에 대한 기술적인 생각이 제안했던 것만큼 새롭지도 어렵지도 않았다."
사례가 너무 극단적이긴 하다. 그래 우리의 외형은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기술의 변화/진보는 분명 있었지만... 우리의 심리와 정서, 정신... 그리고 누구때문에 유명해진 혼이 시대에 따라 극단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 누구를 감싸안으려는 말도 안되는 다양한 데마고그와 프로퍼간다들이 난무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수십년 최류탄을 피해 복면과 수건을 가리고 시위를 해왔던 수천만을 IS테러리스트라고 단칼에 치부하고, 그런 농담같지도 않은 언설을 합리화시키려는 언론들을 보면 이해가 된다. 거의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려는 것과 뭐가 다른가? 그때 그 희생자들은 도축장의 소들만도 못한 존재들이었을 뿐인데... 세상이 변해서 말이다.
단편적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우리 사회 기술인프라의 기본적이지만 몰랐던 사실들... "유지 관리는 사회에서 중시하는 공식적인 항목에는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흐릿한 개념이다. 예를 들어 유지 관리 항목은 경제 및 생산 통계에 나타나지 않는다. 표준적인 경제 서술에서 투자나 자본재의 사용은 등장하지만, 유지 관리나 수리는 일부가 잡비로 그려지는 것을 제외하면 등장하지 않는다. .... 하지만 캐나다에는 유지 관리에 대한 통계가 분명히 있다. ... 1961년부터 1993년 사이 그 비용은 GDP의 6퍼센트 가량이었다...." 사실 예산을 편성하다보면 유지보수라는 부분에 대한 예산은 산술적으로 설명이 된다. 이게 세상이 바뀌어서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거론된 '잡비'개념으로 뭔가 큰 물건이 들어왔으니, 이를 운영하기 위해 당연히 포함되어야지... 라는 개념이다. 그것이 실제 체계를 이루고 있다는 개념은 없다. 적은 비용이 아님에도, 의식의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치부정도로 생각되는게 사실인데... 슈퍼컴퓨터, 항공기, 자동차, 인공위성, 선박, 네트워크, 전력그리드 등등등... 건축물이 아니더라도 유지보수, 그리고 그를 위한 고학력 전문인력들은 점점더 필요해지고 있다. 과학자 공학자, 연구와 발명에서 거리를 두는 그런 인물들. 부수적이지 않은 주류에 포함되는 유지보수의 개념의 정립이 좀 필요하겠단 생각이다. 다행이 지금 몸담고 있는 조직은 초기부터 이 부분을 무겁게 생각하고 있지만 말이다... 관측자료의 품질관리와 같은 각론적인 부분도 여기 포함될 수 있겠다.
또 한가지 역사적인 에피소드 하나..."... V2는 '그 무기로 죽은 사람보다 무기를 만들다 죽은 사람들이 더 많았다'는 점에서 '독특한 무기'였다. 최소 1만 명의 강제 노동자가 생산 과정에서 사망했고, 5,000명이 그 무기로 인해 죽었다. 6,000기 가까운 V2가 만들어졌으므로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V2 한 기를 만드는데 두 명이 죽고, V2 각각은 한 명씩 죽인 셈이다. 독일은 V2 대신 전투기 2만 4000대를 만들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말 어느정도가 사실일까? 히틀러의 잘못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터무니없지 않는 사실이라면... 가장 슬픈 역사적 코미디라고 하겠다. 어쩜 2차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이 독일의 로켓엔지니어를 데리고 가려 했던 이유중 하나는, 50년대 수준의 로켓기술(지금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은)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희생을 줄이기 위한 최적의 방법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거참... 실제를 무시하고 너무 빨리 변하려 하고, 또 그 변화를 누리려하면 이렇게 피보는 법이라 하겠다.
정말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어떻게 변하는지 가능한 정확히 알려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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