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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4년 09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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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00쪽 | 632g | 140*210*23mm |
ISBN13 | 9788994353555 |
ISBN10 | 89943535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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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고등학교 시절 국어 공부를 위해 "염상섭"이라는 이름과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안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좀 더 성의가 있다면 읽어봤을 것이지만 대부분은 들어만 봤을, 하지만 내용은 전혀 몰라도 그 이름과 제목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외웠던 작가와 문학 작품이다. 나 또한 <삼대>를 자못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에 비하면 단편이지만 <표본실의 청개구리>는 내용이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 표본실의 청개구리가 모든 내장을 내놓고도 펄떡펄떡 근육 경련을 일으키더라는 장면 밖에는....
몇달 전 김동인의 <감자> 수업을 하다가 염상섭 이야기를 했었다. <발가락이 닮았다> 이야기를 하며 김동인과 염상섭과의 관계를 통해 조금 더 확정 독서를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는데, 마침 얼마전 학교에서 염상섭의 <두 파산>이 시험범위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 또한 오랫만에 염상섭의 책을 들었다.
애플북스의 <<두 파산>>은 염상섭의 작품들 중 그의 데뷔 작품인 <표본실의 청개구리>부터 <만세전> 등의 1910년부터 20년대의 이야기, 해방 전후의 이야기를 담은 <양과 지갑>, <두 파산>에 이르기까지 그의 생애에 걸친 다양한 작품들 중 그의 작품 속 성격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로 엮여 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책을 펼쳐 처음 접하는 작품이 염상섭의 그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임정진 작가의 <낯선 아버지의 일기를 읽다>는 <만세전>을 읽고 이 작품을 추억하며 쓴 소설이라고 한다. 왜, 이 작품이 책의 맨 앞을 차지하고 있을까. <만세전>을 먼저 읽고 이 작품을 읽었다면 <만세전>의 제 뜻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을까 싶다. 독자가 <만세전>을 읽으며 그 의미를 미처 찾아내기 전에 갖게 되는 이인화에 대한 반감을 <낯선 아버지의 일기를 읽다> 속 중기를 통해 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는 <만세전> 속 이인화에 한숨을 쉬지 않고(아마도 이 한숨은 여자로서 느끼는 감정이 아닐지!) 그가 한 여행을 통해 만나는 군상들, 겪게 되는 절망 등을 온전히 느끼게 된다.
<만세전>의 원 제목이 <묘지>였다고 하는데 오히려 그 제목이 <만세전>을 이해하는데 더 좋은 제목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도쿄에 있을 때는 잘 느끼지 못하던 일제의 압박과 학대를 부인의 죽음을 앞두고 조선으로 향하는 길 내내에선 그가 조선사람임을, 조선사람들이 사는 삶이 얼마나 절망적인지를, 죽음에 이르는 이인화의 부인의 모습이 마치 조선의 모습인 것인 양 생각하게끔 한다. 어떤 약을 써도 듣지 않고, 약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이 사람, 저 사람 말대로 쓴 약에 점점 쇠약해지고 급기야 눈물을 흘리며 아들 걱정만 하는 부인은, 일제의 압박과 학대에 스러져가는 조선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생활이라는 것인가? 모두 뒈져버려라!"
...(중략)
"무덥이다! 구더기가 끓는 무덤이다!"...132p
이러한 분노와 절규들이 쌓여 그 다음해, 드디어 "만세"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만세전>, <표본실의 청개구리> 등은 이렇게 문제 의식을 드러내고 있으면서도 주인공들의 어떠한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인화는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도쿄로 돌아가버리고, X 또한 기대했던 김창억에게 실망한 채 그저 누워있을 뿐이다. 1920년대 작품의 특징으로 볼 수도 있을까. 일제강점기 하에서 어떻든 새로운 희망을 느껴보려 했을 독자들에겐 많이 안타까운 점이 아닐지.
해방 이후의 작품들은 훨씬 읽기가 수월하다. <표본실의 청개구리>처럼 주인공의 의식, 내면화를 따라가는 수법이 줄고 사건, 인물들 간의 감정, 갈등이 표면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론 그 표면 속에는 인물들의 갈등을 통해 그 시대를 대변하고 있다. 특히 <두 파산>은 이미 물질만능주의가 된 한국에서 고리대금으로 먹고 사는 이들의 억척같은 발버둥이, "성격 파산"으로 대변되며 그 시대를 무척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염상섭의 <<두 파산>>은 역사와 함께 읽는다. 우리 역사를 모르고서는 이 작품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또한 이 작품들을 통해 우리 역사 속으로 들어가 마치 그 주인공인 양 살아볼 수 있다. 그저 시험 범위로서 접하고 의미까지 달달 외워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현재의 우리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 푹 빠져 읽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때는 같은 시대, 다른 작가의 여러 작품을 함께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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