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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 문학과지성 시인선 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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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 문학과지성 시인선 394

[ EPUB ]
박형준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07월 23일 리뷰 총점8.6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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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 문학과지성 시인선 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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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년 07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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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13.35MB 파일/용량 안내
ISBN13 978893202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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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1966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 『빵냄새를 풍기는 거울』 『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 있다』 『춤』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불탄 집』, 산문집 『저녁의 무늬』 『아름다움에 허기지다』, 평론집 『침묵의 음』 등이 있다. 현대시학작품상, 소월시문학상, 육사시문학상, 유심작품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동국대학... 1966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 『빵냄새를 풍기는 거울』 『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 있다』 『춤』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불탄 집』, 산문집 『저녁의 무늬』 『아름다움에 허기지다』, 평론집 『침묵의 음』 등이 있다. 현대시학작품상, 소월시문학상, 육사시문학상, 유심작품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동국대학교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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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178

출판사 리뷰

부박한 삶 속에 감춰진 결곡한 신비를 노래하듯,
허기진 기억으로 그린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


“한국 서정시의 전통을 가장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는 시인”으로, “이지와 감성의 결합, 언어와 율조의 긴장, 감각과 서정의 균형 등을 통한 시적 성취를 높이 평가”(2009년 제24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심사평)받고 있는 박형준의 다섯번째 시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가장 家具의 힘」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1994년 첫 시집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 하련다』를 펴낸 이후 3~5년 마다 꾸준히 시집을 펴내어 올해로 등단 20년을 맞이했다. 이런 뜻 깊은 해에 출간된 새 시집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는, 2005년에 출간한 전작 『춤』이후 6년 만의 새 시집이라는 점에서 더욱 반갑지 않을 수 없다.
긴 시간 때문이었을까. 2009년 제24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가슴의 환한 고동 외에는」 외 14편의 작품을 비롯, 2009 ‘올해의 좋은 시’를 수상한 「무덤 사이에서」와 2010년 제10회 미당문학상 본심 진출작 「빗소리」 등을 포함하여 시인이 엄선한 작품들을 추려 모았음에도 그 편수가 100편을 꼬박 채우고 있다.

‘제1부 아버지의 죽음에 바치는 노래’는 그 제목에서부터 느낄 수 있듯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로부터 일상으로 이어지는 시간 속에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시편들이 묶였다. 각각의 작품에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박형준 특유의 모든 공간과 사물의 이미지로 표현되고, 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시인은 생과 사의 공존을 그려 보인다.

논과 밭 사이에 있는 우리나라 무덤들은 매혹적이다.
죽음을 격리시키지 않고 삶을 껴안고 있기에,
둥글고 따스하게 노동에 지친 사람들의 영혼을 떠안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 봉분들은 밥그릇을 닮았다.
조상들은 죽어서 산 사람들을 먹여 살릴 밥을 한 상 차려놓은 것인가.
내가 찾아 헤매고 다니는 꽃과 같이 무덤이 있는 들녘,
산 자와 죽은 자가 연결되어 있는
밥공기와 같은 삶의 정신,
푸르고 푸른 무덤이 저 들판에 나 있다.
-「무덤 사이에서」 부분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날까지 동구의 작은 밭을 싸리비로 마당을 쓸듯이 손으로 일구다가 가셨다. 그러니 아버지는 이 세상의 채소를 다 먹고 하늘나라 채소를 맛보러 떠나셨을 것이다. 아버지의 하늘나라 길에는 채소밭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밭을 사랑하여 밭 언덕에 모셔진 아버지,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잇는 그 싸리비질 소리.
-「나는 채소 먹으러 하늘나라 가지」 부분

“손대지 않은 광채가/남아 있습니다/꽃 속에 부리를 파묻고 있는 새처럼/아직 이 세상에 오지 않은/말 속에 손을 집어넣어봅니다”라는 진술이 담긴 「서시(序詩)」로 문을 여는 ‘제2부 책상에 강물을 올려놓고’와 이어지는 ‘제3부 남은 빛’에서는 풍경과 사물이 언어와 만나 어떻게 박형준 식으로 빛을 발하게 되는지를 느낄 수 있다.

사물은 어느새
광대뼈가 툭 튀어나온 어머니
반짝거리는 외투
나를 감싸고 있는 애인
오래 신어 윤기 나는 신발
느지막이 혼자서 먹는 밥상이 됩니다 -「서시(序詩)」 부분

“언어상징을 사용하는, 우리 시단에 흔치 않은 경우”(평론가 유성호)라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게, 박형준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그 안에서 빛나는 이미지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어려서부터 ‘이야기에서 빛을 발하는 이미지’에 호기심을 느꼈다고 고백한 시인은, 자신의 시가 “의도를 가지고 관찰한 결과가 아니라 주변 풍경이 내게 들려주는 것을 하인처럼 충실하게 받아 적은 기록”이라고 말한 바 있다. 풍경이나 사물을 지그시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 속으로 불현듯 이미지가 건너오는 순간, 그것이 한 편의 시가 되는 것이다.
그의 시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기억’이다. “기억으로 기억을 구원하고자 하는 시인”(시인 김행숙)으로 호명된 바 있는 박형준 시인은 시 안에서 과거의 기억을 울림이 큰 한 폭의 그림으로 완성한다.

그날은 서해 바다가 저 멀리 떠오르는 맑은 날이었지요
내려오는 길에는 당신과 남산의 진달래 길을 걸었지요
당신은 저에게 주려고 진달래를 따서 옷자락에 가득 채웠지요
그런 뒤로 저는 당신의 옷에서 향기가 날 때마다
당신이 저를 위해 꽃을 딴 것은 아닌지
당신의 냄새를 맡아보곤 했지요
-「진달래 길」 부분

시인은 “아주 오래전 유년의 어느 한순간, 그 과거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한 적이 있다. 과거에 얽매여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시인은 현재의 자리에서 과거를 생각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과거의 그 순간이 가진 의미와 비밀을 드러내주고, 그것이 생의 진실과 아름다움에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확인하게 해주는 열쇠가 된다. 그리하여 불현듯, 일상의 사물에서 과거 한 순간의 의미가 붕, 떠오르고 그 기억이 온전한 추억이 되면, 거기에 박형준의 시가 남는다.
소멸되어가는, 텅 비어버린, 허기 같은 공허함이 시인의 이미지와 만나 맑은 빛을 입는 결곡한 신비를 독자들은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노인은 먹은 것이 없다고 혼잣말을 하다
고개만 돌린 채 창문을 바라본다.
개밥바라기, 오래전에 빠져버린 어금니처럼 반짝인다.
노인은 시골집에 혼자 버려두고 온 개를 생각한다.
툇마루 밑의 흙을 파내다
배고픔 뉘일 구덩이에 몸을 웅크린 채
앞다리를 모으고 있을 개. 저녁밥 때가 되어도 집은 조용하다
매일 누워 운신을 못하는 노인의 침대는
가운데가 푹 꺼져 있다.
초저녁 창문에 먼 데 낑낑대는 소리,
노인은 툇마루 속 구덩이에서 귀를 쫑긋대며
자신의 발자국 소리를 기다리는
배고픈 개의 밥바라기 별을 올려다본다.
까실한 개의 혓바닥이 금이 간 허리에 느껴진다.
깨진 토기 같은 피부
초저녁 맑은 허기가 핥고 지나간다. -「개밥바라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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