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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4년 06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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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3.71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17.6만자, 약 5.9만 단어, A4 약 111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88932962924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54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책 한 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해리엇 비처 스토우 부인이 쓴 <톰아저씨네 오두막집(Uncle Tom’s Cabin)>은 노예제를 반대하는 북부와 노예제를 옹호하는 남부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미국 남북 전쟁의 도화선이 된다. 당시 미국은 공업이 발달해 값싼 흑인노동자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북부와 목화, 사탕수수 등 농업의 발달로 막대한 노동력이 필요한 남부가 노예제를 두고 19개의 비노예주와 15개의 노예주로 나뉘어져 있었다. 북부의 지도자였던 링컨이 <톰아저씨네 오두막집>에 감명을 받아 스토우 부인을 초청한 자리에서 생각보다 작고 왜소한 스토우 부인을 보고 “당신이 남북 전쟁을 일으킨 사람이요?”라고 말했다는 얘기는 이미 유명한 일화가 되었다.
<톰아저씨네 오두막집>이 평등사상을 가진 백인에 의해 기술된 소설로 휴머니즘적 가치를 짙게 풍기는 책이라면, <노예12년>은 자유인에서 노예로 살며 겪었던 채찍의 공포를 좀 더 사실적으로 그려내 인간이 만들어낸 비인간적 제도의 참상에 더욱 초점을 두고 있는 대필 자서전이다.
<노예12년>의 주인공인 솔로몬 노섭(흑인)은 노예 자유주인 뉴욕 시민으로 아내와 아들, 딸을 두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평범한 가장이다. 바이올린 연주에도 뛰어난 재주를 지니고 있던 노섭은 어느 날 공연을 미끼로 다가온 두 명의 백인 남자에 의해 납치되어 노예주인 남부에 팔려가 이후 ‘노섭’이라는 이름 대신 ‘플랫’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혹독한 노예생활을 하게 된다. 넓은 영토에 목화밭과 사탕수수를 재배하는 남부의 농장주에게는 당시의 노예 판매금지법이 오히려 자유인을 납치해서라도 노예로 부리게 되는 편법으로 작용하게 되고, 이에 노섭과 같은 희생자가 부지기수로 발생하게 된 것이다. 한순간에 가족과 이름을 잃은 채 처참한 ‘가축인간’으로 살아야했던 노섭은 자신이 본래 자유인이라는 주장이 혹독한 매질과 감금으로 이어짐을 깨닫는 순간부터 입을 닫고는 충실한 노예로 지내며 탈출 기회를 엿보며 살아간다. 제목에서 짐작해볼 수 있듯 12년 간의 억울한 노예 생활을 이겨낸 노섭은 인내와 용기, 신념과 지혜를 발휘해 결국 자유인의 신분을 회복하게 된다.
이 책은 그가 자유인의 신분을 되찾는데 도움을 준 헨리 노섭의 제안으로 이루어졌으며, 실화를 바탕으로 한 대필 자서전 성격이 강한 만큼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이야기는 비록 노섭 본인이 아닐지라도 19세기 노예상인부터 영문도 모른 채 팔려온 흑인노예와 노예주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역사의 한 단면과도 같다.
노섭 자신이 당시 노예들의 생활을 ‘가축인간’으로 표현했을 정도로 대부분의 노예주는 흑인노예를 감금과 폭행, 폭언 등 인간 이하의 대상으로 무자비하게 다루었으며, 노섭 역시 첫 번째 주인인 ‘포드’를 제외하고는 두 번째 주인인 ‘티비츠’와 세 번째 주인인 ‘엡스’에게서 매 순간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불안한 삶을 살게 된다.
노섭과 마찬가지로 자유인 신분에서 노예로 팔려온 일라이자는 그녀의 아들, 딸이 서로 다른 주인에게 팔려가는 바람에 아이들을 그리워하며 시름시름 야위어가다 끝내는 주인들의 눈밖에 나 비참한 죽음을 맞게 된다.
밝은 성격에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흑인 노예 ‘페치’는 바이유 뵈프의 잔인한 주인 ‘엡스’에게 욕정의 대상이요, 그 아내에게는 질투와 증오의 대상이 되었던지라 둘 사이의 희생물로 웃음을 잃어가는 모진 삶을 살아간다.
책에는 ‘플랫’으로 살아야 했던 그가 노예 생활 중 경험한 목화밭과 사탕수수 농장에서의 재배과정을 상세히 기술한 부분이 있는데 비참한 노예제의 실상은 물론이요, 당대의 농업 기술과 생활문화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어 19세기 남부의 목화 재배에 관한 사료로써도 꽤나 유용할 것 같다. 물론 그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등가죽이 벗겨지도록 채찍의 공포에 시달리며 하루 목화수확량을 채워야했던 그들의 비명 소리이겠지만.
날카로운 채찍질 소리와 그보다 더 날카로운 노예의 비명이 울려 퍼지는 남부의 목화밭과 사탕수수 농장은 더 이상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풍요로운 남부 풍경만으로 남지는 않을 것 같다.
책을 읽다보니 독서의 초점이 '자유를 되찾기 위한 노섭의 끈질긴 의지'에서 '노예제의 폐단'으로 이어지더니 최종 종착역은 '제도의 노예로 살고 있는 우리 모두'로 이동해가면서 부분 부분 궁금한 부분이 생겨났다.
그중 노섭이 여러 차례 강조하듯 말한 '생명, 자유, 행복 추구'에 관한 미국의 독립 선언서 내용이 궁금해 찾아보니 핵심은 아래와 같았다.
“우리들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자명한 진리로 받아들인다. 즉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창조주는 몇 개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했으며, 그 권리 중에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있다.”
1776년 7월 4일에 발표된 미국 독립선언문의 내용은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에 대한 이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아이러니한 것은 미국의 건국이념을 만들었던 당시의 이상주의자들은 인도주의적 사상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노예를 소유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노예12년>에서 ‘플랫’의 첫 번째 주인이었던 ‘윌리엄 포드’가 이와 유사한 인물이 아닐까? 인간적이고 신사적이며 신앙심이 깊어 노예를 인격적으로 대해주었던 ‘포드’조차도 노예제라는 뿌리 깊은 관습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모순을 지닌 백인으로서 존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노섭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 노예소유자가 잔인한 것은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니며, 오히려 그가 몸담고 있는 체제의 잘못이다. 그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관습과 사회의 영향을 이겨내지 못한다. 아주 어릴 때부터 보고 들은 모든 것으로부터, 채찍은 노예의 등을 후려치라고 있는 것이라 배우기 때문에, 그는 성장해서도 자신의 견해를 바꾸기가 쉽지 않게 된다.(p200)'라고 말한 점으로 보아 인간이 만든 제도와 체제의 굴레는 당대만이 아닌 후대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고로 참으로 신중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독자로서 이 부분에 특히 방점을 두는 글로 마무리하는 것은 아무리 선하고 훌륭한 인품을 지닌 사람일지라도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오는 관습의 힘과 제도적 환경에 대해서는 무비판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때마침 이 책을 읽고 있을 무렵 사회적으로는 전남 신안염전 현대판 노예가 사회적 공분을 자아내며 한동안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현대판 노예를 다룬 사건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으나 시공간을 초월해 수법의 잔인성과 비인간적 학대, 폐쇄적이고 고입된 환경을 이용한 온 마을의 감시 체계 등은 <노예12>과 크게 다를 바 없이 느껴진다.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비인간적인 제도인 '노예제'는 이미 수 세기에 걸쳐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돼 후세대에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생명과 자유와 평등에 대해 그 부당함과 잔인성을 이성적인 목소리로 들려주었다. 하여 야만보다는 문명에 가까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과거의 노예제는 분명 인류차원에서 부끄러운 행태로 남을 것이 자명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곳곳에서는 여전히 음성적인 노예제가 자행되고 있음을 우리는 종종 목도하게 된다.
현실적인 필요는 관념적인 이상을 쉽게 무너뜨리며, 심리적으로는 거부감이 있을지언정 현실적으로는 소극적 동조자로서의 모습을 취하게 되는 기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플랫'이 노예로 지냈던 남부의 루이지애나는 개인 소유로써의 노예 개념보다는 주 전체가 노예를 감시, 감독, 처분하는 공적 관리체계로 똘똘 뭉친 집단소유로써의 개념을 보임으로써 노예제를 더 공공히 만드는 효과를 가져오게 한다.노예 탈출이 성공할 수 없었던 결정적인 덫은 마을 전체가 노예제를 위해 협력하는 집단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안 염전 노예들의 사례 역시 마을주민은 물론이요, 지역 공무원조차 이들을 탈출을 감시하고 방해하지 않았던가?
진정한 자유와 평등을 모두가 누리기 위해서는 감정적 공분을 넘어 부당한 시스템에 저항하고 함께 바꿔가기 위한 노력이 뒷받침될 때라야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드니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개인의 역할에 더욱 큰 책임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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