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예감은 정해진 목적지와 도착 시간이 있다.”

작가의 말에서 ‘언제나 묻고 싶은 질문들이 많았기 때문에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이희원 작가는 <안의 바깥>을 통해 흑과 백, 참과 거짓, 옳고 그름으로 단편적인 답을 할 수 없는 세상의 복잡한 문제들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이희원 작가의 소설 속 인물은 절대적인 선인과 악인의 구분이 없고, 이야기의 전개에는 명확한 권선징악이 없다. 때문에 읽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의견을 가질 수 있는 모호함이 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 또한 그 모호한 문제 속에서 제각각의 답을 찾고 있으며, 그 답이 인물마다 충돌하고 있어 이 소설 속 진짜 주인공은 누구인가에 대한 답마저 독자마다 제각각 일 수 있다.
그러나 소설을 깊이 있게 읽다 보면 그 모호함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한 작가의 흔적이 느껴진다. 때문에 독자는 이 모호한 질문에 대해 내린 작가의 답을 추측할 수 있으나, 작가가 이에 대해 명확히 명시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또한 이 소설 속 많은 주인공들이 그러하듯 자신의 관점의 억측이나 오해일 수 있다.

첫번째 소설인 <가장 완벽한 위로>에서 이희원 작가는 한 개인이 타인에게 건네는 ‘가장 완벽한위로’란 무엇일까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은 요가를 하다가 별안간 수경언니라는 오래도록 잊고 있던 타인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 뜬금없이 떠오른 파편화된 기억을 ‘예정된 위치에 도달한 원자’라고 표현한다. ‘예기치 못한’, ‘별안간’, ‘뜬금없는’ 것들은 우연성의 의미를 내포하나, 가야할 곳에 딱 맞게 도달한 원자는 한치의 오차도 없는 인과관계를 표현해 이질적이다.
갑작스러운 기억에 대한 이러한 독특한 해석은 주인공이 자신의 내면 세계와 의식에 대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주인공은 자신의 예감에 ‘거스를 수 없는 운명과 수경언니를 구원하라는 신의 소명’이라는 절대성까지 부여한다.
모든 사람의 세계는 그의 내면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어떤 철학은 인간 각각을 소우주로 표현하기도 했다. 때문에 인간 내면의 불완전하고 우연적인 기분, 예감에 완전한 질서가 숨어있을 거라는 믿음은 그 자체로 낯설지는 않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 세계에 과도히 의미부여하고 목소리 높여 설명하는 태도에 거부감을 느낀다.
자신의 내면의 절대성과 완전성을 소리 내어 외치는 사람의 인식에는 중요한 한가지가 빠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우주가 내 안의 신이 만든 완전한 섭리로 이루어진 만큼 나와 마주보는 상대의 세계는 또 다른 신이 만든 섭리와 규칙으로 이루어져 완전하다는 사실이다.

주인공은 서울에 사는 미혼의 직장인이지만, 수경언니는 서울 외곽 신도시에 사는 기혼의 유부녀이다. 그 거리감은 ‘아직 눈이 쌓인 계절’과 ‘황량할 정도로 단조로운 풍경’ 외에도 수많은 차이점을 내포한다.
그럼에도 주인공은 자신의 경험을 기준으로만 세상을 바라본다. ‘내 주변의 유산한 사람들은 이러했다는 경험’, ‘과거의 수경언니는 거리낄 것 없이 당당했다는 경험’. 세계를 이미 사라져버린 과거의 경험에 근거해 판단한다.
이처럼 자신의 내면의 철학에 침잠한 나머지 타인의 우주를 인식하지 못한 오류로 인해 주인공의 위로는 수경언니에게 가 닿지 못한다.
‘진실을 외면하면 안된다는 것’, ‘거짓말은 나쁘다는 것’, ‘상처를 마주해야 한다는 것’, 모든 주인공의 말에 틀린 말이 없음에도 그 진리는 수경언니의 우주의 섭리가 되지 못한다.

‘위로’는 ‘공감’을 바탕으로 한다. 그리고 우리는 타자에 대한 인식이 내 안 깊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공감이라고 부른다. 공감이 결여된 주인공은 수경언니의 유산을 예상하면서도 곰 인형을 사오는 잔인함을, 대면하기 어려운 진실을 당장 대면하라고 강요하는 강압적인 태도를 보인다.
주인공의 감정은 다양하게 변화한다. 언니에 대한 ‘죄책감’에서 솔직하게 말해주지 않는 것에 대한 ‘원망’으로,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가슴 속에 커진 ‘연민’이라는 이름의 ‘우월감’으로. 하지만 그 안에 타인의 감정에 대한 공감은 없다.

주인공은 절망에 빠진 언니를 구했다고 믿는다. 수경언니의 우주에서 어땠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주인공의 우주에서는 해피 엔딩이었을까? 주인공이 소설 내내 자신으로 인해 수경언니의 마음이 움직이고, 행동이 변화하지 않음에 괴로워했던 것을 통해 볼 때 아마 아닐 것이다. 주인공은 언젠가는 이 날의 방문이 수경언니의 우주에 가 닿지 못했고, 결국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기 때문에.

작가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정말로 한 사람은 다른 한 사람을 구할 수 있는가?
주인공의 시도는 실패한 듯 보이지만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고, 모든 일에는 다 일어나야만 하는 사정이 있다’면 이 어긋난 수레바퀴를 통해서 변화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이 글을 통해 타자를 그대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진짜 공감과 위로’에 대한 독자의 깨달음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언젠가 서로에게 가장 완벽한 위로를 건넬 수 있을까?
옴- 지혜와 지식을 구하며 수리야 신에게 경배를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