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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년 09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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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04쪽 | 312g | 120*188*30mm |
ISBN13 | 9791168341326 |
ISBN10 | 11683413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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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육아 문제를 SF 세계를 통해 들여다본 의미 깊은 작품이 우리를 찾아왔다. 그래도 나름 SF 소설 좀 읽었다 하는 편인데 환경 문제를 비롯하여 여러 사회 문제를 SF 세계관에서 풀어내려는 시도는 많았으나, 육아나 양육 문제를 다룬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그렇게 뉴스에서 떠들어대는 세상인데, 그럼에도 현실의 육아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은 허수아비나 다름없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만 하다.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는데 누구도 제대로 도움을 주려는 이는 없고 왜 낳지 않느냐고만 하는 이상한 세상, 그 속에서 자녀를 둔 이들은 어떻게 현실을 버텨내고 있는 걸까. 모성애라는 말로 뭉뚱그릴 것이 아니라 우리는 이 문제를 마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는 굉장히 의미 있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읽고 나서 아이를 둔 사람이든 아니든 이 책을 모두가 읽어보고 함께 고민해 보면 좋을 것이라 느꼈다.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스토리가 마냥 무겁지만은 않다. 힘든 현실을 담고 있으면서도 이 책은 유머를 적절히 섞어 넣어 술술 재미있게 읽히기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이게 첫 책이라니,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을 쪼개 썼다고 들었는데 작가님 천재 아니실 리가.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
사실 이 작품을 전에 읽어본 적이 있다. 나는 SF소설 독서모임을 운영했었고, 그곳에서 <제2회 문윤성 SF 문학상 중단편 수상작품집>을 함께 읽을 책으로 선정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독서모임 멤버들과 ‘왜, 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그땐 이질감? 독특함을 주기 위해서겠지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인터뷰를 읽어보니 역시 작가님의 의도 또한 그랬나 보다. 작가님이 던진 낚싯줄에 우리는 보기 좋게 걸렸던 것이었다. 외국 배우를 잘 알지 못해서 누군지 모르는 채로 작품을 읽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 제멋대로 상상하며 읽고선 다 읽고 난 뒤에서야 검색을 해보았고, 얼굴을 보고선 어? 생각보다 깔끔하게 생겼네 싶었다. 내 머릿속의 알렉산더는 좀 더 수더분한 아저씨였는데 오히려 이런 AI라면 나쁘지 않은걸? 했다. 근데 한밤중에 우리 집 거실 한복판에 떡하니 나타난다면 기절초풍하겠지? 아예 이질적인 존재인 편이 오히려 재미있는 것도 같다.
우리의 삶을 조금이라도 편리하게 하려 우리는 여기저기에 AI를 도입하고 있다. 그런데 이 알렉산더는 사실 별로 하는 것이 없다. 딱히 그렇게 편리한 줄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기능이 부족하다. 그냥 잠깐의 짬이 더 생기는 정도? 그 정도일 뿐이다. 그럼에도 점차 알렉산더는 미주와 가족들의 일상에 스며든다. 어르신 케어용 AI 인형을 배부했더니 예쁘게 꾸며주고 챙겨주더라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인간은 AI가 AI임을 알고 있음에도 애정을 담을 수밖에 없는 존재인 걸까. 나의 선택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견디기는 힘든 육아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위로해줄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한 거겠지. 당황스러워했던 부부도 나중엔 보내는 걸 아쉬워하게 되었으니. 금전 혹은 물질적인 도움도 좋지만, 힘든 시기를 버텨내는 이들에게 진정 필요했던 건 누군가의 온정과 이해였으리라.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이전 근무했던 곳의 워킹맘 동료들이 떠오르는 단편이었다. 우리 지점은 전원 여성이었기도 하여 서로 사정을 봐주면서 일했던지라 그래도 어느 정도 무슨 일이 생겨도 커버가 되는 편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자주 들곤 했다. 다들 어디서 초인적인 힘이 막 솟아나서 버티는 게 아닐 텐데 무슨 잘못을 한 것도 아니거늘 왜 눈치를 보고 힘들어 해야 하는 건지 현실이 참으로 답답하다. 자기 손으로 다 챙겨야 직성에 풀리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고, 결국 조부모님이나 친인척으로 더 이상 해결되는 선을 넘어버리면 그 때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기 마련인데, 이 작품에는 그런 이들을 위한 구세주 같은 도우미가 등장한다.
이야기 도입부에서 민폐라고 자책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너무 현실적으로 슬프고 공감이 가서 시작부터 마음이 찡했다. 예진의 말도 어찌나 구구절절 맞는 말밖에 없는지, 이 작품 정말 하이퍼리얼리즘이다. 코로나 같은 변수가 터지면 이제 그냥 세상 깜깜한 건데 이 작품 속 세계에선 다행히 황새 서비스가 존재한다. 여러 교통수단이 있다고 한들 어린아이를 데리고 먼 길을 가려면 정신이 아득해지는데 편하게 갈 수 있다니 황새 서비스 현실에도 도입이 시급하고요. 뭣 하자면 아이가 없는 사람에게도 필요하지 않나.
결국 황새를 부르면서도 불편함을 느끼는 혜인의 모습과 비싸도 보호자 동반을 택하는 부모들이 많다는 점에서, 아직 AI에 대해 꺼림칙함과 불신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전해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서비스 설명이 또 어찌나 생생한지 비현실이 현실처럼 느껴질 정도다. 황새 속에서 잠시나마 혜인이 따뜻함과 위로를 받을 수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편으로는 황새와 같은 초현실적인 존재라도 불러오지 않으면 육아에서 구원받기 어려운 걸까 싶은 답답한 마음도 있었다. 잠시의 비현실이 끝난 뒤 완벽하게 현실로 돌아온 듯한 마무리를 보며 어쩐지 씁쓸했다. 언제나 항시 대기해주는 서포터가 너무나 절실히 필요한데 어딜 가야 구할 수 있을지. 황새에 이어 펭귄까지 사실 부담스런 비용이지 않은가. 가정 내의 문제로만 내버려 둘 문제가 아닌 걸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란 게 참. 이젠 진짜로 모두가 문제를 마주하고 함께 답을 찾아나가야 하지 않을까.
#래빗홀클럽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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