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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 한겨레출판 | 2023년 09월 08일 리뷰 총점9.5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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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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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년 09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02g | 128*188*20mm
ISBN13 9791160405408
ISBN10 1160405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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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1980년 출생. 2009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시 「블로우잡Blow Job」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김준성문학상,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글로리홀』, 『입술을 열면』, 『호시절』 등, 산문집으로 『걱정 말고 다녀와』, 『아무튼 스웨터』, 『질문 있습니다』,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 『어른이라는 뜻밖의 일』, 『당신의 자리는 비워 둘게요』 등이 있고, 앤솔러지 소설집 『새벽의 방문자들... 1980년 출생. 2009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시 「블로우잡Blow Job」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김준성문학상,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글로리홀』, 『입술을 열면』, 『호시절』 등, 산문집으로 『걱정 말고 다녀와』, 『아무튼 스웨터』, 『질문 있습니다』,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 『어른이라는 뜻밖의 일』, 『당신의 자리는 비워 둘게요』 등이 있고, 앤솔러지 소설집 『새벽의 방문자들』, 『인생은 언제나 무너지기 일보 직전』 등에 참여했다. 2012년 짧은 영화 [영화적인 삶 1/2]를 연출했다. 2021년 『낮의 해변에서 혼자』 시집을 냈다.

심야 라디오 방송을 즐겨 듣는다. 토요일에는 되도록 낮잠을 자고, 일요일에는 되도록 글을 쓴다. 어제는 목화송이를 가만히 보다가 모시조개탕을 끓이고 마음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눈은 오고요, 다정하여, 족집게로 새치 한 가닥을 뽑았다.

09시까지 출근하고 18시가 되면 퇴근한다. 야근하고 때론 주말에도 일한다. 지난 몇 년간은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한의원을 통해 쌍화탕을 종종 복용하였고, 요즘엔 아침마다 홍삼농축액을 미온수에 타 먹고 있다. 최근 가장 큰 관심사는 언제 쓸까, 하는 것이고 가장 크게 관심이 사라진 것은 사람이다. 그런 이유로 출퇴근 지하철에서 모르는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듣고 그걸 시로 옮겨 적는다. 며칠 전 아침 ‘지옥철’에서는 “아, 씨발, 자빠지겠네.”라는 말을 들었다. 무언가 들킨 기분이 들어서 뒤로 밀리지 않기 위해 앞사람을 힘껏 밀었다. 내 옆에 서 있던 사람은 그 와중에도 태연히 휴대전화로 ‘에코후레쉬세탁조클리너’를 살펴보고 있었다. 인생은 어디까지나 살아 봐야 하는 것.

이런 작가 약력을 보면 누군가는 작가가 신비하지 못하게, 하고 혀를 끌끌 찰 테지만 신비롭게도 이렇게 살고 있음이 작가에게는 가장 신비로운 일이다. 소시집, 시집들과 산문집들을 묶었고, 여러 권의 책에 산문과 소설과 시를 수록했다. 인생 영화를 꼽으라고 하면 항상 이 영화를 할지, 저 영화를 할지 머뭇거리게 된다. 내일 당신과 영화를 봐야 한다면 그 영화들 중에서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을 고르겠다. 감독은 이 영화를 두고 말했다. “관객들이 친구를 만났다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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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245

출판사 리뷰

“그들은 서로를 위해 최대한 살아 있는 티를 냈다”
살아 있음을 견디며 가장 작은 소원에 의지하는 사람들,
말하자면 행복이 불행에게 답하는 소설 11편


사회학자 김현경은 저서 『사람, 장소, 환대』에서 “사회는 산 자들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고 “죽은 자들 역시 사회 안에 자리를 가지고 있”으며, 산 자들의 축제와 애도에는 “죽은 자들도 초대된다”고 말한 바 있다. 김현의 소설에는 어떤 이유로든 죽은 사람의 자리가 엄연히 존재해서, 이미 저승의 문턱을 넘은 엄마가 어느 밤에 딸과 딸의 애인을 불쑥 찾아와 동네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기도(〈수월〉) 하고,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인물이 홀로그램 플레이어로 애인의 눈앞에 나타나 자신의 첫 소설집을 낭독하기도(〈고스트 듀엣〉) 한다.

『고스트 듀엣』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죽은 자와 죽은 자, 죽은 자와 산 자, 산 자와 산 자의 연결과 연대를 산뜻하고 당연하게 여긴다. 이는 SF문학에서 볼 법한 기술적 요소를 활용한 표제작 〈고스트 듀엣〉과 〈가상 투어〉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고스트 듀엣〉이 유령의 존재를 긍정하며 홀로그램 기술로 죽은 애인과 살아 있는 애인의 만남을 가능케 한다면, 〈가상 투어〉에는 가상현실 여행이 보편화된 세계가 나온다. 화자 ‘나’는 가상의 여행에서 국민의 권리와 소수자 인권을 주장하는 죽은 이들의 가두시위 행렬을 맞닥뜨린다.

『고스트 듀엣』은 또한 단순히 삶과 죽음을 겹쳐 보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죽음의 사회적·역사적 원인을 짚으며 갖은 불행에도 작디작은 행복과 소원을 모아 앞으로 나아가자고 말한다. 이를테면, 〈수영〉 속 수영은 메타버스 플랫폼 ‘와일드’에 접속해 ‘스위밍’이라는 색다른 정체성을 만들며 “혼자 살아남은 수영의 삶”이 아니라 진짜 “수영의 삶”이라는 서사를 새로이 써 내려간다. 〈천사는 좋은 날씨와 함께 온다〉의 철희는 동아리 친구를 모델로 삼은 10대들이 푸른 안개를 몰고 나타난 괴생명체와 맞서는 소설을 쓰는데, 처음에는 모두 죽는 결말을 쓰려다 결국 모두 살아남는 결말을 쓰기로 마음먹는다. 김현은 비록 미약할지라도 여기저기 요동치는 희망의 물결을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해 바로 그곳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감지하며, 재난 이후 우연히 살아남은 사람들로서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소설적 상상력을 통해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그 소설에는 사루비아가 핀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술을 마시는 홀로그램 인간들이 등장하고, 그들은 무너지지 않았기에 서로의 이름을 자주 부른다. 마음이 여린 네 사람이 서로를 애써 지탱하는 형우의 이야기에 답하는 상민의 이야기인 셈이다. 말하자면 행복이 불행에게. _〈고스트 듀엣〉, 88쪽

“그의 곁에 오랫동안 머물고 싶다기보다는 머물러주고 싶었다”
절절하고 애틋해서 달콤한 연애담, 큰 사랑의 서사로의 초대


『고스트 듀엣』은 세대와 계급, 성별과 성적 지향을 아우르는 연애담 모음집이기도 하다. 중년 레즈비언 커플, 가난한 청년 게이 커플 등이 보다 자유로운 세상을 원하는 집회 현장에서, 정담과 진담이 오가는 술집과 밥집에서, 소설 창작 수업에서 인연을 만나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헤어진다. 〈견본 세대〉에서 9년째 연애 중인 승남과 영수는 임대주택 견본을 보기 위해 한겨울에 오르막길을 올라간다. 지난 몇 달간 정보를 찾고 서류를 작성해 제출하느라 고생한 승남과, 임대주택이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는 영수의 마음이 어긋나기 시작하는데, 그들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집 마련의 고민과 말다툼은 결코 낯설지 않다. 〈천사들은 좋은 날씨와 함께 온다〉는 청소년의 풋풋한 사랑을 다룬 소설이며, 사회적 재난의 그림자가 퀴어 연애에 어떤 식으로 스며드는지 날카롭게 포착한다. 낯간지러운 사랑 표현을 꺼리는 ‘철희’와 ‘수호’ 커플도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는 실질적인 두려움 앞에서는 1주년 기념 선물을 기꺼이 상대방에게 내밀어 마음을 고백하고야 만다. 퀴어 커플의 연애란 너무나 보편적이면서 너무나 죽음에 가까워 특별하기 마련인데, 『고스트 듀엣』 역시 이 점을 명징하게 보여주며 사랑의 힘을 역설한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아직 사랑이 남아 있다는 메시지를 가냘프지만 강인한 목소리로 전한다”라는 조해진 작가의 표현처럼, 우리는 사랑이 있어서 아직 살아 있고, 사랑이 있어서 인간일 수 있다.

주미라면 어땠을까. 입고 싶으면 당장 입고, 먹고 싶으면 당장 먹고, 자고 싶으면 당장 자고, 사랑하고 싶으면 당장 고백하라고, 나중은 없다, 지금 당장! 기쁨과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고 말하던 주미라면, 별일 아니라고 했을 텐데, 인생이 다 그런 식이라고 했을 텐데. 그렇게 말하는 주미의 얼굴을 그려보자니 별일이다 싶었다. 인생이 다 그런 건 아니어야 할 텐데 생각했다. _〈고스트 듀엣〉, 68쪽

추천평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세상이라는 열차는 혐오와 차별, 폭력의 시대에 정차해 있었다. 나는 자주 의아하고 슬펐다. 퀴어여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집단에서의 위계가 낮기에 혐오할 수 있고 차별과 폭력도 가능하다고 합리화하는 이 황량한 역에 왜 우리가 버려졌는지 알 수 없어서. 김현은 이번엔 시나 산문이 아니라 소설을 통해 혐오와 차별, 폭력이 난무한 시대와 이 시대의 적자適者들을 메마르도록 사실적으로 점묘하는 동시에, 우리가 저마다 감당하고 있는 ‘무너지기 직전의 인생’을 위로한다. 우리는 퀴어이거나 여성이지만, 때로는 위계가 낮고 가난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아직 사랑이 남아 있다는 메시지를 김현의 소설은 가냘프지만 강인한 목소리로 전한다. 그 사랑은 크다. 크지 않을 수 없다. 사랑이 있어서 우리는 살아 있으니까. 인간일 수 있으니까. 김현이 펼쳐 보이는 큰 사랑의 서사로 당신을 초대하고 싶다. 끝내 살아내라는 초대의 말을 고요히 덧쓰면서.
- 조해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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