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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년 07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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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
파일/용량 | EPUB(DRM) | 50.79MB 파일/용량 안내 |
ISBN13 | 9788932041704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3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승희' 라는 이름만 읽고는, 내가 좋아하는 김승희 작가님이 살구주까지 잘 담그시는구나...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다시 읽게된 순간 보고 말았다..김승희작가님이 아닌 최승희교수님이란 사실..그러나 덕분에 도서관길에서, 선유도 공원산책길에 유독 살구나무에게 시선이 가는 즐거움을 얻었다는 건 고맙다고 해야겠다.(오독이 꼭 나쁜 결과로만 이어지는 않는다는 것도 즐겁고^^) 시인의 눈을 통해 세상의 풍경을 새롭게 보게 되는 건 언제나 짜릿하다.^^
(...)어느 날 천주교정의구현 무슨 사제들 얘기와/불교 쪽 얘기가 나온 김에/섬기려면 살구나무 같은 걸 섬기는 게/그래도 그중 나은 거라/매년 가을 떨어진 나뭇잎을 모아/그 나무 밑을 파고 묻어/거름이 되게 한다고 하니 말인데/아침저녁으로/그 살구나무에 절을 하는 게 좋겠다/경배할 만한 건 필경/ 나무 정도가 아닐까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살구나무에 대한 경배' 부분 산책을 하면서 늘어난 습관 중 하나는 나무를 오랫동안, 다양하게 보게 되었다는 건데..살구나무에 대한 경배를 읽으며..또 하나 배운다. 아니, 바라보아야 할 대상이 추가되었다. 이런 마음의 훈련은 다음시에서 다시 증명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신기했다. '녹아들다' '녹아들지 않으면/그럴듯하지 않고/즐겁지도 않다/마음은 특히 그렇다/(지금의 세계는 마음이 만드는 세계가 아니거니와)/녹아들지 않으면/마음은 필경/삶의 전부인 저/진실의 순간을 만나지 못한다/그런 순간이 없으면/삶은 깡그리 허탕이다/녹는 일에는/물과 기름과 바람이 있고/살과 피와 무슨 그런 게 있지만/그러나/마음이 녹아들지 않으면/(지금의 세계는 마음이 만드는 세계가 아니거니와)/ 세계는 잿더미요/ 삶은 쓰레기 더미이다// 녹아드는 삶을 때때로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 건, 세뇌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그런데 잘 녹아드는 건 또 필요하다. 그래야 살구나무를 보면서 경배하는 마음을 가질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반대로 세뇌를 조장하는 언론을 경계해야 함을 시인역시 말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는 오래전부터 정신병원이었다고/한 독일 철학자는 말했지만/저 제정신 아닌 행태들 속에서/그래도 한껏 '제정신'을 갖고 움직이려는/기관들이 있어/ 나라들과 인류 사회의 피를/끊임없이/맑게 한다면 또한 얼마나 좋으냐//신문들은/그런 기관이어야 하리/우리 사는 데가 살 만한 곳이 되기를 바라/생각과 느낌이 지극한/간곡한 마음들이 모이는/자리어야 하리/아침놀이어야 하리//' 아침놀' 부분
산책을 한다/그 시간은 이 세상의 시간이 아니고/그 공간은 고해를 벗어나 있다/세계는 푸른 하늘까지/숨결은 대기 속에-/그렇게 가없는 몸이여// 이 단순한 활동은 얼마나 풍부한가/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 듯한 시간이라니!/사물사물하는 보석/이 시간이 없으면 어떻게 살까/세상의 시간이 아닌 때를/고해가 아닌 데를 걸어가는니// '산책' 시집에 수록된 시들 전부가 흡족하기는 쉽지 않은데..제목이 주는 무게감을 잊을 만한 시들이 많아 좋았다. 묵직함은 묵직함 대로, 경쾌함은 또 경쾌함 자체로..해서 가장 좋았던 건 '산책' 과 '놀다' 였다.사실 이렇게 꼽을 필요 없이 모두 좋았다. 살구도 그렇고, 산책, 그리고 놀다 라는 시에 유독 애정이 간건 시와 닮은 풍경을 만난 덕분일지 모른다.산책하는 동안의 시간, 그리고 내 눈에 마음대로 그려지는 풍경들..그래서 사물사물하는 보석에 나는 물개박수를 치게 되었다는 사실^^
괴로움을 견디느라 괴로움과 놀고/슬픔을 견디느라 슬픔과 놀고/그러다가/노는 것도 싫어지면/싫증하고 놀고.......// 놀다 '놀다'를 읽으면서는 웃음이 저절로 났다. 사진에..등장한 사람들 지우기를 하면서 놀기에 싫증이 있을까 생각했기 때문에...또, 반대로, 사람들때문에 사진 찍기에 불편함을 이제는 불편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싫증하고 노는 방법을 이렇게 연결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건 시인이 보여준 세상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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