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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년 04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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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 EPUB(DRM) | 51.33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12.6만자, 약 3.4만 단어, A4 약 80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91189318437 |
2024년 09월 02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2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16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오늘날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그토록 비참한 처지에 놓였다는 건 놀랄 일이 아니다.
첫번째 직장에 들어갔을 때 나는 꿈을 꾸곤했다. 여기서 열심히 노력만 한다면 돈도 벌고, 내가 이루고 싶은 것도 이루고, 모든 것이 다 해결되어, 행복해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 몸이 피곤하고, 아프지만 당연히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이것쯤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결국 나는 밤에 나도 알 수 없는 몸살로 새벽에 응급실에 가야했고, 이 일을 더이상 할 수 없겠다는 마음이 서서히 들기 시작했다. 일을 할 때는 밝은 내 성격은 역효과로 혼자 있을때 알수 없을 정도로 깊은 우울감으로 변질되었고, 나중에는 가족들에게 히스테리를 부리거나 조울증 증상을 나타내는 등 내 안에 있는 분노를 끄집어 냈다. 그때 나는 대체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일을 하면 할수록 왜 이렇게 힘들기만 하는지 그 원인을 알 수 없어서 결국 퇴사를 하고만다. 내가 일을 쉬고 깨달은 것은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여전히 우리에게 자리잡고 있는 인생의 암묵적 공식은 어쩌면 실체가 없는 허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자리는 점차 좋아질 수도 있겠다는 노력과 달리 이제는 주 69시간 근무 문제를 가지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그냥 노력하면 되겠다는 순수한 노동자들에게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젠 더이상 좋은 일자리, 평생직장, 늘어나는 연봉이나 좋은 복지 따위는 없다"고.
어쩌면 일터에서 저항의 가장 기본적이고 흔한 형태는 '노동자 개인의 정신 안'에서 일어나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일이 우리를 필요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놀랍게도 저자는 우리가 일을 필요하는 것이 훨씬 많고, 반대로 일이 우리를 필요한것은 대체로 적다고 한다. 우리는 근로소득 및 복지수당을 받기위해 빠지는 것도 거의 없이 하루종일 일한다. 아파도 쉴 수가 없다. 그 힘든 몸으로 집안일도 하지만, 집안일은 돈도 안된다. 이런 악순환에 현대인들은 온갖약을 달고 살고, 몸은 아프니 병원만 계속 들낙날락할 뿐이다. 이직률 또한 높아진다. 예전에는 평생직장이 무조건 맞다고 여겨졌다면, 지금은 이 직장이 안다닌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거나 그런것도 없기 때문에 벗어나서 다른 직장을 찾으려는 일들도 많이 일어난다. 저임금이면서 고노동을 견뎌야 하는 일, 직급이 낮을수록 이런 현상은 더 자주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다들 생각할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그 일자리가 나빠서, 소위 MZ세대들이 게으름에서 비롯됫 것이 전혀 아니다. 고임금을 받고 대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조차 여전히 이런 고통을 똑같이 겪고있다. 일은 대체 우리에게 무엇을 주고 있는 것인가? 일을 해야하지만 일을 하기 싫은 인간의 마음이 문제인건가, 아니면 일 자체가 문제인건가. 저자는 얘기한다. '일에서 생기는 문제를 조직화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우리는 그것들을 쉬쉬하고 있다고.
자본주의에서는 우리를 일로 몰아넣기는 강압과 일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통제권의 부족'으로 인해 모은 일이 우리에게 해를 끼친다.
한국의 일자리는 점차적으로 양극화 될뿐만 아니라 노동조건도 또한 각박하다.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일까? 이 책을 읽다보니 영국이라는 나라도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에 계속된 스태그네이션과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으로도 고도화된 현상이다. 나 또한 이런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긱경제 그러니까 정규직보다 필요에 따라 임시직과 계약직을 쓰는 경향이 큰 경제에서 가짜 자영업의 등장을 예로 들 수 있다. 나 또한 이것과 비슷한 가짜 자영업의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건 법적으로 직원으로 간주되며 직원에 준하는 권리와 혜택을 누리지만, 사측에서는 자영업으로 등록하도록 권유하는 직업이다. 아마존 창고를 예로 들면, 이곳은 인력교체가 쉽고 직원들을 결속시키는 노동조합이 아주 작게 쪼개져있다. 그러다보니 일 때문에 부상을 당한 직원들에 대한 방임이 높고, 그만큼 업무 강도 높이는 일에 대해서는 뻔뻔스럽게도 대범하다. 반면에 코워킹 스페이스를 거처로 삼고 즐기며 일하는 스타트업 직원 또한 소수에게만 해당되는 특전을 누린다. 반면에 그들이 재미있는 일을 도모하는 동안 그들의 공간을 청소하고 간식을 채워넣어 주어야 한다. 게다가 요즘에는 워케이션이라고 해서 숙소 패키지 상품을 만들어서 거의 일과 삶이 분리가 안되는 시대가 다가온다고 한다. 일을 쉬지도 못한채 늘 과부하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잔잔하게 한번씩 찾아오는 번아웃 상태 또한 받아들인다.
일을 단지 보호하는 것을 넘어 '민주화'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가치 있고 친환경적인 생산의 원칙을 도입해보자.
그렇다면 우리가 계속 느끼는 이 끊없는 무력감과 분노는 계속 되어야 하는게 맞는가? 직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분노는 우리가 일하고 싶지 않을 때에도 일해야하고, 일을 하고 싶어도 조건이 우리와 맞지 않을 때 일어난다. 즉, 노동자는 일하는 조건을 스스로 통제할 수가 없다. 오직 고용주들만이 우리 다음의 스케줄을 알 수 있으며, 우리가 써야만 하는 노동의 기술을 알고있을 뿐이다. 그래서 때로는 노동자들은 합법적인 농땡이를 피우면서 일에 저항한다. 업무시간에 인터넷 쇼핑하기, 흡연을 핑계로 나가기, 심지어 다른 일자리 찾기까지. 하지만 이러한 소소한 업무 방해 행위가 실질적으로 뭔가를 바꾸지는 못한다. 작가는 다시 한번 더 강조한다. 일터에서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불합리성을 개선하고 싶으면 이를 '정치화'하는 것이 무조건 먼저라고. 다시한번 노동자들이 힘을 합쳐야한다. 일에서 생기는 부당한 일들, 급여 미지급, 성희롱같은 문제들을 마주칠 때 노동자 개인이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현재 노동자들은 힘을 합쳐야 한다. 유급 병가, 유급 육아휴직, 부당해고, 계약위반에 대한 싸움, 주말까지 쉴 권리까지 모두 노동조합이 앞다투어 만들어 낸 성취다. 분명 우리가 해야할 일이 있다. 우리는 아래로부터 힘을 다시 모아야 할것이다. 일의 상실감에서 벗어나 일에 대한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을 다시 한번 도전해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일을 위해서. 자신의 노동을 가치있게 하기 위해서.
노동의 상실
Lost in Work
일에 대한 고찰, 노동에 대한 고찰, 일로 인해 잃는 것들 '노동의 상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용주 혹은 노동자의 한 측면에 서있다. 고용주는 노동자들의 노동을 통해 이윤을 창출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동자로 일생을 살아간다. 일을 통해 돈을 벌고 자신의 시간과 가치를 담보로 하여 돈을 받고 삶을 이어나간다. 일에 대한 고찰, 노동에 대한 고찰은 노동자에게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어쩌면 필수적이다.
현실에 안주하고 만족하며 살아갈 것인가, 노동으로 인해 상실되는 것들을 이해하고 돌파하는 노력을 할 것인가는 노동자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당장 뚜렷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지만 작은 변화는 언젠가 커다란 폭풍의 씨앗이 될지도 모른다.
'노동의 상실'이란 제목보다 영어 원문의 표현인 'Lost In Work'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보여준다. 책에서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일로 인해 잃는 것들'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이라 볼 수 있다.
자본 주의의 이해, 자유인가 비자유인가
자본주의는 생산수단으로부터 분리되어 고용계약에 들어오는 노동자에게 의존한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착각에 지나지 않는 '자유'노동만큼이나 자유롭지 않은 노동에도 의존한다. 자본주의 체제의 일은 가치사슬 전반에 존재하는 강압된 비자유노동에 의존한다.
자본주의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자본주의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사업을 시작해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가 혹은 고용주가 되어야 함을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그저 하루 하루를 노동자로 살아간다. 자신의 시간을 노동에 사용하고 대가를 받는다. 사업을 시작하는 자체가 힘들고 기회를 찾는 문턱들이 많다는 다양한 핑계가 먼저 튀어 나온다.
고용주가 되는 것은 차치하고 노동자로 살아가면서 우리가 무엇을 착취 당하고 있는가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자본 주의이기에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우리는 노동자이기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족쇄를 스스로 깰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다. 자본주의의 폭력 속에 우리를 가두지 말아야 한다.
좋은 일, 강압과 통제, 불평등 / 좋은 일은 존재하는가
좋은 일자리를 갖는 것이 일을 하지 않는 것보다 건강에 좋다. '좋은 일자리'란 좋은 근무시간과 근무조건, 협력적인 경영진이 있고 훈련 및 개발을 위한 기회가 주어지는 안전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로 규정된다.
p100
좋은 일이 무엇인가란 생각을 해본다. 많은 일자리 중에서 분명 좋은 일자리는 존재한다. 개인적 의견을 살짝 적어보자면, 어려서부터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자신의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 다른 일을 하고 싶을 때 과감히 건너갈 수 있는 그 힘은 어쩌면 열심히 공부해 온 자신감에서 비롯될지도 모른다.
"자본주의에서는 우리를 일로 몰아넣는 강압과 일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통제권의 부족으로 인해 모든 일이 우리에게 해를 끼친다.(p109)" 강압과 통제라는 단어가 주는 압박이 상당하다. 일을 하는 동안 법적인 50분 노동 10분 휴식 이외의 잠깐의 쉬는 시간도 허락되지 않는다고 할 때 매우 스스로의 통제권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다.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또한 감정적으로 스스로가 소모되는 업무를 하고 그 또한 업무라고 생각한다면 일이 우리에게 극심한 요구를 한다고 볼 수 있다. 감정과 인격을 고용주의 이윤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현실은 과연 정당한 것인가에 의문이 남는다.
내가 좋은 일자리에 있는가 아닌가 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누군가 좋은 일자리에 있다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좋지 않은 일자리에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기준이 높아져야 한다. 바닥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 탈자연화
'직업 보장, 노동자의 공장 소유, 노동자의 공장 운영, 보편 기본소득, 보편 기본서비스, 완전 자동화, 일의 논리나 일의 윤리에서 일상을 해방시키려는 시도까지. 특정한 처방을 내리거나 하나의 선명하고 진정한 길이 있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일의 유해성의 중심에는 고용주와 직원의 권력관계가 있으므로 내가 가장 동조하고 싶은 건 소유권의 변혁에서 비롯되는 변혁이다. (중략 ) 단순히 권력이나 요구사항을 쟁취하는 게 아니라 일을 탈자연화하는 것이다.
p204
'탈자연화'라는 단어가 기억에 남는다. 그저 자본주의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본주의가 기본적으로 가진 습성 때문이다. 노동자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통제권을 갖지 못하도록 설계된 자본주의의 기본 설계와 구조를 바꿀 수는 없다. 계약 관계에서 통제권이 발생하고 급여를 받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계약이다.
그렇기에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고용주는 이윤 창출을 위해 노동자의 고혈을 짜내고 있다. 노동자의 자유와 즐거움을 싸워 쟁취 해야만 한다. '소유권의 변혁'이란 표현도 기억에 남는데, 한 가지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동조하지만 과연 이것이 정답일까 라는 부분엔 좀 더 고찰이 필요해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현재 진행형인 사안들이 많다. 대한민국도 역시나 주69시간 근무제가 뜨거운 감자다. 정부가 제시한 방향에 대해 노동자들이 이제는 그저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사실이 매우 긍정적으로 비춰진다. 그저 자연스러운 변화라 여기지 않고 의문을 품고 반대 의견을 내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사실만으로도 사회적 성숙의 척도가 높아졌음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쉽지 않다.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그 해답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모두의 자유와 즐거움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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