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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3년 12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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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13.29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4.1만자, 약 1.4만 단어, A4 약 26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91163440406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32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모든 갑작스러운 죽음이 다 그렇지만,
김광석의 죽음 또한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군 제대를 얼마 앞둔 내무반에서 뉴스를 통해 소식을 들었었다. 말도 안 돼, 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일어나 다시 한 번 해보는 거야’라고 노래하던 의식 있는 싱어송라이터 광석이 형 아니었던가.
하지만 그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차가운 현실이었다. 이후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온갖 루머들이 쏟아졌다. 그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진 않았다.
김광석의 죽음에 대해선 광석이 형만이 알 뿐, 누가 그의 죽음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단 말인가. 그렇게 20년의 세월이 지났다.
단 한 번도 그의 존재를 잊은 적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죽은 지 20여 년이 지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시간의 흐름이란 이렇게 냉정하구나. <미처 다 하지 못한>은 20여 년 만에 처음 공개되는 김광석의 육필 원고라고 한다. 그러니 도저히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가 남긴 일기, 수첩 메모, 편지, 노랫말 등을 모은 것이고 하니 어쩌면 그의 죽음을 암시하는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책을 펼쳐보니.... 당시 그의 생각들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문득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추억이나 지금이나 미래를
꿈꾸기 싫다는 의미다.
답답하다.
그저 멍청해지고 싶다."
"도저히 기억 속에 남겨두고 싶지 않은 날, 나날들이 지나고
아침 아홉 시부터 새벽 두 시까지 깨어 있다.
곤두선 내 신경의 아픔이 엉뚱한 돌파구로 표출된 나날이
좀 부끄럽다.
녹음은 그저 그렇다. 진행은 잘되어 가지만…….
정말 힘들다.
바쁘고 열심히 사는 것이 돈을 버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욕심의 한계를 정해야 한다.
때론 놓을 줄도 아는 것이 현명한 삶의 방법.
그의 눈을 보면 참 깊다.
욕심, 내 이루어지지 않을 욕망의 끝을 정해야 한다."
물론 그의 노래가 <동물원>과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두 가지 길을 걷고 있듯이, 그의 글이 항상 우울한 내면만을 그리진 않는다.
"마흔이 되면 하고 싶은 게 있다.
오토바이를 하나 사고 싶다. 멋진 할리 데이비슨으로! 돈도 모아놓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를 했더니 걱정을 한다.
“다리가 닿겠니?”
“무슨 소리하는 거야!”
큰소리는 쳐놓았지만 걱정이 되어 충무로에 나가봤다.
구경을 하다가 “저 아저씨, 한번 앉아 봐도 될까요?” 하고 물었다.
“살거유?”
“조만간에요. 한번 앉게 해주세요.”
하니까 앉아 보란다.
다리는 닿고, 팔도 닿는다, 문제는 몸무게다.
어느 정도 몸무게가 나가야 오토바이 무게를 안전하게 이겨낼 수 있단다.
마흔쯤 되면 살이 찌지 않을까.
배만 나와도 가능할 거야.
오토바이를 타고 세계일주 하고 싶다. 타고 가다가 괜찮은 유럽의 아가씨 있으면 뒤에 태우고, 머리 빡빡 밀고, 옷에 금물 들이고, 가죽 바지 입고, 체인 막 감고……."
"몸도 피곤하고 마음도 허하니 어쩔거나, 술 먹기도 싫고…….
불교방송국 17층에서 라디오 방송 녹음을 하다 창가에서 메뚜기 한 마리를 발견하였다.
이놈이 잘 살까 싶어 조심스레 잡아 창문 밖으로 날려주었다. 시골에서도 요즈음 농약 때문에 잘 볼 수 없다는데 공해가 심한 서울 한복판에서 메뚜기를 보다니.
허전해하는 나에게 메뚜기가 감히 일침을 놓았다.
‘너도 살아 있어 움직이지? 나도 살아 있어 움직여. 사치스러운 생각 말고 열심히 살아!’
가을이다."
아, 이렇게 열심히 살고자 다짐했던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하지만 계획된 대로 흐르기만 한다면 어찌 그걸 인생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나는 짜장면 집에 가면 짜장면과 짬뽕을 둘 다 시켜 맛을 보고 나온다. 왜냐하면 짬뽕 시켜서 먹는 날은 반쯤 먹다 보면 아 오늘은 짜장면이었구나, 그렇게 아쉬워하고, 짜장면 시킨 날은 또 한참 먹다 보면 아 오늘은 짬뽕이었구나 하고 자꾸 아쉬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꿈의 현실에서는 둘 다 선택할 수 없다. 뭔가 하나를 선택하면 또 무엇인가는 분명히 포기해야 한다. 붕어는 나가는 것을 선택했고, 나는 그냥 머물러 있는 것을 선택했다.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그런 성향을 지니고 태어나서 쉽게 뛰쳐나가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머물러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것이 좋고 나쁘고 가리기 이전에 그저 스스로 선택한 부분에서 잘 살았으면 하고 바랄 뿐이겠지."
그래, 자살도 결국 그의 선택이었던 거다.
<미처 다 하지 못한>을 읽다보면, 그가 얼마나 마음이 여린 사람이었는지, 5감이 아니라 50감 정도의 감각으로 살았던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딸 아이를 직접 받아낸 그가 느꼈을 생명 탄생의 신비로움, 마음에도 없는 말로 상처를 입히고 난 후 느끼는 죄책감,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았을 때 느꼈을 비루함까지 그의 내면을 읽는 것은 그래서 그의 노래를 듣는 것과는 다른 기분이 든다. 아울러 조금만 더 버틸 수 있었다면, 그때 그 고비만 살짝 버틸 수 있었다면 훨씬 더 행복한 시기를 맞이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건 그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자연히 느끼게 되는 감정일 것이다.
책에는 때로는 당사자 아니고선 도저히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문장들과 <사랑했지만> <이등병의 편지> 등의 그의 노래들을 부르게 된 사연 등도 담겨있다.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정말 오랜만에 묵혀놨던 그의 콘서트 DVD를 보려고 한다. 어쩜, 오늘밤 나, 또 한 번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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