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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2년 12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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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94.45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15.7만자, 약 5.1만 단어, A4 약 99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88954689403 |
2024년 04월 01일 ~ 2024년 04월 30일
2024년 03월 21일 ~ 2024년 08월 31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8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이 소설의 화자는 바로 죽음의 신이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이 2차 세계대전이니 죽음의 신이야말로 가장 적절한 등장이다. 무수하게 많은 죽음들이 산재해 있고, 그 죽음들을 가장 근거리에서 살펴야 하는 죽음의 신이야말로 바로 그 시대를 가장 적절하게 증언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이 죽음의 신은 군데군데 자신의 입을 빌어 그 시대를 증언한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오랫동안 많은 젊은이들이 다른 젊은이들을 향하여 달려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나를 향해 달려왔다.”
그리고 여기에 어느 날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뮌헨에 있는 후버만 부부에게 맡겨지는 리젤 메밍거라는 소녀가 있다. 뮌헨에 이르는 동안 어린 동생의 죽음을 몸소 겪어야 했던 리젤이지만 다행히도 입에서 욕이 떠나지 않지만 마음만은 선량한 새로운 엄마 로자 후버만과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칠장이인 새로운 아빠 한스 후버만을 만나게 되면서 새로운 안식처에 도달하게 된다.
“리젤은 여러 번 아빠한테 아코디언을 가르쳐달라고 조르고 싶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늘 말이 안 나왔다. 어쩌면 직관적으로 자신은 결코 한스 후버만처럼 연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물론 이 점에서는 세상에서 아코디언을 가장 잘 연주하는 사람이라 해도 그와 비교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전쟁이 한창인 곳으로부터 떨어져 평화롭게 여겨질 법도 한 그곳이라고 해서 평온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1차 세계대전 때의 인연으로 후버만의 집에 숨어 들었던 유대인 막스, 그리고 그러한 막스와 인간적인 깊은 유대관계를 맺었던 소녀는 이제,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유대인 수용소를 향하여 거리를 행진하는 그들을 무심하게 바라볼 수 없게 된다.
“... 여윈 얼굴은 고통 때문에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굶주림이 그들을 먹어 가는데도 그들은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몇 사람은 도로가에 선 사람들의 눈길을 피하려고 땅만 바라보았다. 몇 사람은 자신들의 수모, 죽음의 서곡을 지켜보러 나온 사람들을 호소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소설에서 전쟁이 주된 이야기가 되고 있지는 않다. 전쟁보다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바로 책도둑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는 소녀에게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 동생을 무덤에 묻는 순간 그곳에서 일을 하던 소년의 『무덤 파는 사람을 위한 안내서』라는 책을 훔치는 것으로 시작된 리젤의 책도둑 여정이야말로 소설의 또다른 핵심이다.
이후 선물을 받거나 훔친 책들 그리고 지하실에 숨어 있던 유대인 막스가 작성한 책들에 대한 이야기들야말로 독자들을 깊은 상념에 잠기게 만든다. 도대체 우리에게 책이란 무엇이고 책을 이루는 말들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해야 하는지를 넌지시 짐작토록 만드는 이 부분들이야말로 우리들을 짓누른다. 그러니 이제 리젤이 직접 작성한 책인 『책도둑』의 마지막 문장은 우리를 숙연하게 만든다.
“나는 말을 미워했고 나는 말을 사랑했다. 어쨌든 나는 내가 말을 올바르게 만들었기를 바란다.”
인류를 파멸로 이끌기도 하지만 그러한 인류를 다시 구원할 수도 있는 것이 바로 말이요, 책이라는 작가의 올바른 태도는 꽤 긴 분량의 이 소설을 통하여 오롯이 전달된다. 지옥과도 같았던 그곳에서 선연하게 자신만의 색을, 자신만의 아우라를 뿜어냈던 소녀의 자태는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은 다음에도 한동안 사라지지 않는다. 독특하고 훌륭한 소설이다. 죽음의 신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을만큼...
“나는 책도둑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아름다움과 잔혹에 관하여.. 나는 내가 늘 인류를 과대평가하는 동시에 과소평가해왔다고 설명하고 싶었다... 나는 어떻게 똑같은 일이 그렇게 추한 동시에 그렇게 찬란할 수 있냐고, 말이라는 것이 어떻게 그렇게 저주스러우면서도 반짝일 수 있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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