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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나 | 한겨레출판 | 2022년 09월 20일 리뷰 총점9.8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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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2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346g | 128*188*30mm
ISBN13 9791160408461
ISBN10 1160408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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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다. 청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장편소설 『제리』로 제34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소설집 『청귤』, 중편소설 『그랑 주떼』, 장편소설 『정크』,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차문디 언덕에서 우리는』이 있다. 제4회 수림문학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 요가 지도자 과정을 이수한 뒤 인도 마이소르에서 아쉬탕가 요가를 수련하고 요가 철학을 공부했다.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다. 청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장편소설 『제리』로 제34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소설집 『청귤』, 중편소설 『그랑 주떼』, 장편소설 『정크』,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차문디 언덕에서 우리는』이 있다. 제4회 수림문학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 요가 지도자 과정을 이수한 뒤 인도 마이소르에서 아쉬탕가 요가를 수련하고 요가 철학을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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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306

출판사 리뷰

“우리는 어떻게, 어디로 도망칠 수 있다는 말인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만남과 안개에 휩싸인 듯 요원한 꿈


〈레드벨벳〉의 주인공 ‘나’는 영어 강사 해럴드와 우연히 찻집에서 대화를 나누며 그와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해럴드에게 아내가 있다는 이유로 두 번째 만남을 단칼에 거절당한다. 자신의 연락을 시종일관 무시하면서도 손수 작성한 영어 교재와 영시 필사본을 선물하는 그의 처신에 의문과 불편을 느끼지만, ‘나’가 의구심을 해소할 방법은 없다. 〈코너스툴〉에서 소설가 이오진은 책방 주인인 박호산에게 따뜻한 동질감을 느껴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주고받길 원한다. 그러나 무슨 영문인지 호산은 더 이상의 소통을 거부하고, 호산의 아내가 오진을 책방으로 불러 남의 남편을 건드리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두 소설 모두 주인공이 애타게 가닿고 싶어 하는 인물과 모종의 이유로 만날 수 없게 된 상황을 그린다. 여자와 남자 사이에 친구 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믿는 사회에서, 그들의 만남은 그저 불륜의 전 단계일 뿐이다. ‘이성애’로 포착하기 어려운 관계의 복잡성과 풍부함은 쉽게 삭제되고 만다.

〈오지 않은 미래〉의 동화작가 여경은 전통주 빚기 취미반에 다닌 것을 계기로 이성 커플인 민서, 진수와 어울리게 된다. 그는 셋이서 보내는 시간이 즐거워 그들과 헤어지는 장면을 애써 떠올리지 않는 한편, 저의를 알기 어려운 민서의 말(“진수가 여경 선생님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말하는지 몰라요. 정말로 온종일 선생님 이야기만 해요”)과 진수의 의뭉스러운 태도로 아찔한 불안에 빠진다. 여경은 그들과의 만남이 도대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하기 힘들어서, 평화롭게 유지해온 관계를 밑바닥까지 망쳐버릴까 두려워서 집으로 가는 열차에 재빨리 몸을 싣는다.

〈레드벨벳〉의 ‘나’가 무명작가로서 문학평론가인 애인 훈과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꿈을 꾼다면, 〈비터스윗〉의 진아는 남편과 아들이 있는 진 언니와 단둘이 지방에서 요가원을 만들어 사람들을 가르치는 미래를 상상한다. 그들의 소망은 거창하지도 실현 불가능하지도 않은데, 어쩐지 숨 막히게 갑갑한 세상은 그들이 원하는 바를 쉽게 이루어줄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나’와 진아는 안개처럼 불투명한 “환멸의 순간”을 “회피하지 않”고 “정직하게 온몸으로” 겪어낸다. ‘나’는 레드벨벳 케이크의 단맛과 신맛을, 진아는 초콜릿의 딱딱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달콤함과 씁쓸함을 담담히 자기 “안으로 함께 받아”들인다. 끊어지거나 변하지 않는 진정한 인간관계,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진짜 삶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불안은 만남과 꿈의 기본적인 속성이며, 우리는 단지 긍정도 부정도 없이 “결코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살기 위해, 모두에게서 등진 채로 떠나면, 우리가 꿈꾸던 진실한 삶이 그곳에 있을 것 같아? 그럴 수도 있겠지. 그곳에 진짜 내가, 진짜 내 삶이 존재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런데, 그러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꿈을 이루면 영원한 행복에 이르러 두 번 다시 불행과 불안을 느끼지 않으며 살 수 있을까? 너는 정말로 그렇게 믿어? _본문에서

“내가 찾아야 할 존재는 오직 나 자신뿐이라는 진실.”
결말까지 다다르려는 욕망과 내면에서 해답을 찾아내는 여성들


〈아버지가 없는 나라〉의 정한아는 한인 해외 입양인인 아진과 알랭이 한국에서 친부모를 찾는 여정에 함께한다. 유년 시절을 미국에서 보낸 그는, 당시에 바쁜 엄마 대신 자신을 정성스레 보살펴주었던 모니카를 그리워한다. 두 사람이 입양기관의 기록과 친부와 친모의 흔적을 더듬어나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한아는 자신의 근원인 모니카를 찾을지 말지 고민에 빠진다. 〈모니카〉의 주인공이자 한아의 엄마인 정지은은 어학연수를 마치고도 뉴욕에 눌러앉을 만큼 일본계 미국인인 모니카를 깊이 사랑했지만, 끔찍한 사고를 겪으며 모니카를 버린 채 어린 한아를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여전히 모니카를 사랑하는 인물로, 20여 년 만에 뉴욕을 다시 방문하면서 혹시 모니카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모니카가 자신에게 복수할지도 몰라 두려운데 비극이 닥칠지라도 결말을 보고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한아와 지은 모두 과거에 잃어버린 퍼즐을 되찾아 자아를 완성하고자 하지만, 수련과 명상을 통해 결국 자신이 “어느 누구에게서 발생한 게 아니고, 어느 누구에게 속해 있지도 않았”으며 홀로 온전히 존재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어린 나의 전부였던 사람, 누구보다 나를 이해해주고 사랑해주었던 사람이 지금은 옆에 없지만, 그는 자기 방식대로 계속 살아갈 것이고 나는 내 삶을 일구어나가면 된다고 믿는다.

나는 그만 메시지를 삭제하고 모니카의 계정을 차단했다. 모니카는 이 세계에 내내 존재했고, 존재하며,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나 또한 그녀와 같이 이곳에 존재하며, 나의 존재를 이 세계에 내보낸 어떤 사람들도 나와 함께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_본문에서

“우리는 오래, 아주 오래 그곳에서 흐르고 있었다.”
태양이 빛나고 바람이 불고 구름이 흘러가듯
물결에 가만히 몸을 내맡길 때 비로소 찾아오는 평화


〈가만히 바라보면〉의 ‘나’는 요가 강사로 축제를 준비하다 요추에 부상을 입어 수련과 강습을 할 수 없게 되자 태국으로 훌쩍 떠나온다. 무덥고 습한 파타야에서 무기력증에 시달리던 그는, 티파니 쇼의 무대를 따내려는 잠(Jam)에게 요가를 가르쳐주면서 활력을 얻는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요가에 힘쓰며 흘린 땀방울과 매트 위에서 얻는 부상이 무색하게도,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고통스러워한다. 한편, 잠은 티파니 쇼의 슈퍼스타인 린과 한때 피를 나눈 듯 친밀했지만, 어느새 사이가 멀어져 지금은 그를 증오하고 헐뜯으며 살아간다. 린처럼 스타가 되기 위해 요가의 기본을 무시한 채 눈에 띄는 동작만 빨리 습득하려 한다. 누구보다 요가를 열심히 수련해온 ‘나’도, 마사지 가게에서 자신의 손길로 손님을 편안하게 해주었던 잠도 휘몰아치는 고뇌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데 ‘나’가 복통으로 쓰러지고 잠의 공연 계획이 망가지면서, 그들은 자신의 내면을 점검할 기회를 맞이한다. 그동안 무엇을 위해 이토록 열심히 살았는지 모르겠다는 허무와, 사랑하는 친구를 향한 끝없는 미움이 따뜻하고 맑은 바다의 물결 앞에서 모래성처럼 산산이 부서진다.

『깊은숨』의 여성들은 “고독하고 의연한 수련자”처럼 자신의 삶을 또렷이 응시하는 힘이 있다. 내면의 현상을 ‘가만히 바라보기’는 무능이나 방관과 전혀 다르다. 그것은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며 끝내 도망치지 않고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에 꿋꿋이 앉아 있는 행위이자, 어차피 내 삶에 도망칠 구석 따위 없다는 대범한 인정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늘도 깊은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치열하게 살아 있음을 감각할 것이다. 때로는 답을 알지 못해 깜깜한 어둠 속을 헤맬지라도.

추천평

김혜나의 소설에는 바깥을 떠도는 여성들이 나온다. 그 바깥은 낯선 나라의 작은 방 한 칸이기도 하고, 외국어로 진행되는 원전 읽기 수업의 강의실이기도 하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살고 싶어서 그들은 떠나왔다. 그런데 밖에 선 인물들이 이렇게 중얼거릴 때 소설은 돌연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우리는 어떻게 어디로 도망칠 수 있다는 말인가.’ 이 탄식 혹은 의문의 순간이 김혜나 소설의 핵심인지도 모른다. 밖의 세계가, 떠나온 안쪽 세계와 다르지 않다는 것, 어디 있어도 곧 비슷한 모양의 숙명적 환멸이 생을 덮칠 것 같다는 것. 그런 예감 앞에서 우리는 숨거나 외면하는 것 말고 무엇을 할 수 있나? 그러나 김혜나의 여성들은 다르다. 그들은 회피하지 않는다. 도망치지 않는다. 정직하게 온몸으로 환멸의 순간을 겪어낸다. 고독하고 의연한 수련자처럼. 그들이 수련하는 것은 삶 그 자체다. 그 수련의 길이 앞으로 어떤 방향을 향할지, 더 깊은 안쪽일지 더 먼 바깥쪽일지 궁금해진다. 내가 아는 것은 그들이 결코 멈추지 않고 영원히 앞으로 나아가리라는 것이다.
- 정이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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