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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2년 02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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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16쪽 | 376g | 133*205*30mm |
ISBN13 | 9788932039909 |
ISBN10 | 8932039909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뉴욕타임즈 21세기 최고의 책 100대 도서 『파친코』, 『채식주의자』 선정
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1월 08일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Romance, the Romance부터
여성 서사에 이르기까지,
이론과 감상, 영감을 동시에 선물하는 귀한 책.
로맨스는 끝났을까? 절.대. 끝나지 않았다. 더 깊고, 더 넓게, 사랑, 결혼, 썸, 자아실현 등과 뒤섞여, 로맨스는 계속되고 있다. 콘텐츠 시장에서도 그렇다. TV와 OTT의 예능과 드라마부터 웹툰, 웹소설, 유튜브, 오디오 드라마까지. 로맨스 콘텐츠는 타 장르물들 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소비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랫동안 로맨스 이론서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로맨스가 무엇인지, 로맨스 장르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 그리하여 현재는 로맨스 장르의 원형이 어떻게 활용되고, 변주되고 있는지를 제대로 진단하는 책을 원했다. <로맨스라는 환상>을 만난 지금, 더 이상 기다리지 않기로 한다. 이 책 한권이면 된다.
책의 저자인 숙명여대 이정옥 교수는 대중서사학회를 이끌었고, 로맨스 콘텐츠에 관한 비평과 논문도 많이 썼다. 매체의 경계를 뛰어넘어 대중서사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저자가 그간의 논의들을 어떻게 집대성하였을지 기대가 컸는데, 기대 이상으로 책을 읽고 뭉클함까지 밀려왔다. 저자가 로맨스에 대해 얼마나 많이 연구했고 고민했는지, 독자에게 로맨스를 명확하게 전하고자 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오롯이 느껴져서 어쭙잖은 리뷰가 책의 가치를 제대로 전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될 정도다. 그럼에도 짧게나마 리뷰를 쓰는 이유는, 로맨스를 향유하는 사람들, 연구하는 사람들, 나아가 창작하는 사람들, 여성서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 모두가 이 책을 꼭 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핑크빛 장미의 유혹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의 표지와 <로맨스라는 환상>이라는 제목은 책의 방향성을 생각하게 해준다. 저자는 아래의 질문을 던지면서, 로맨스 담론이 활성화 되는 데에 이 책이 그 시냇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힌다.
22P. 그러나 썸이 주는 경고를 떠올리면 환상으로서의 로맨스는 과연 보편적이고 영원불변한 것인지, 누구를 위한 환상인지, 오랫동안 왕성한 생명력을 유지해온 비법은 무엇인지, 사랑과 결혼보다 자아실현을 우선시하는 오늘날의 로맨스는 어떤 함의를 갖는지, 다영한 성 정체성이 가시화되는 시대에 이성애 중심적인 로맨스를 어떻게 읽어야하는지, K-로맨스라 불릴 만큼 엄청난 영향력을 과시하는 웹-로맨스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등등 수많은 질문이 떠오른다. 뿐만 아니라 최근 혁신의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는 로맨스 공화국에서 로맨스가 어떤 모습으로 변모해 갈 것인지 자못 궁금해진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있다. <1부 로맨스의 발생, 궁정풍 사랑과 낭만적 사랑>, <2부 여성화된 로맨스, 여성 욕망의 투사물>, <3부 현대적 사랑, 로맨스에서 친밀성으로>의 상세 목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로맨스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흐름을 역사적 배경과 어떤 쟁점이 있어왔는지, 무엇에 주목해야하는지, 작품 분석을 함께하며 깊이 있게 짚어준다. 오랜 세월 거쳐 온 사랑의 변화를 탐구하는 여정에 니클라스 루만, 베티 프리던, 앤서니 기든스, 에바 일루즈, 이언 와트, 재니스 A. 래드웨이, 조지프 캠벨, 지그문트 바우만, 질리언 비어, 타니아 모들스키 등의 저술들을 근거로 제시해 저자의 통찰이 더욱 깊고 신뢰롭다.
또한 저자가 책머리를 빨강머리 앤을 좋아했던 어린 시절을 보낸 감성과 의문으로 시작한 것처럼, 부분부분 저자의 빛나는 표현이 마음을 흔든다.
74P. 현기증이 날 정도로 거대하고 메마른 시스템 속에서 소모품으로 마모되어가는 현대인들에게, 낭만적 사랑의 풍만함으로 스스로를 고양시킨 낭만주의자들의 용기와 도전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고향과도 같은 원망(願望)으로 소환되고 있다.
많은 작품들이 책속에서 다루어지는데, 랜슬롯과 귀네비어의 사랑이야기부터 여성 서사의 관점에서 바라본 「에놀라 홈즈」(2020)까지 주요 로맨스 작품들을 최근 작품까지 깊고 넓게 분석한다. 책속의 작품들을 잘 모르더라도 감상하듯 이해하기 쉽고, 책속의 작품들을 잘 안다면 저자가 던지는 화두에 더 많은 내적 대화가 생성되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라라랜드」(2016)를 ‘낭만적 사랑의 불편한 진실에 마주한 신세대 연인들의 실리적 선택’으로 분석한 저자의 관점은 작품을 새롭게 느끼게 한다.
254P. 영화의 서두와 엔딩은 대칭구조를 이룬다..... 서두와 엔딩은 모두 낭만적 사랑의 암울한 미로에서 탈주한 후 새롭게 열리는 꿈의 세상을 함축한다. 쓸쓸해서 더 아름다운 사랑은 뮤지컬의 정동효과를 통해 극대화 된다.
책을 읽고 떠올리는 영감은 독자마다 다를 테지만, 이 책은 로맨스의 원형과 모티프를 짚어주기 때문에 독자 마다 알고 있는 여러 작품들과 장면들을 떠올리게 자극하고 영감을 줄 거라고 생각된다. 창작을 하고 있다면 그에 맞는 반짝임을 얻게 될 것 같다. 책에서 말하는 트리스탄과 이졸데 신화에서의 ‘사랑의 묘약’과, 아벨라르와 엘로이즈 이야기에서의 ‘편지’ 모티프는 대대손손 반복되어온 로맨스 소재 중 하나다. 특히 ‘편지’는 편지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1774)을 거쳐 이 책 후반부에 분석되는 「윤희에게」(2019)로까지 생각이 이어진다. 책에 언급되지 않았더라도 로맨스에 편지가 활용된 무수한 작품들이 뇌리를 스쳐가고 작품에서 편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분석하고 비교하는 기쁨은 덤이었다.
<로맨스라는 환상>은 로맨스에 빠져들게 하는 보석 같은 책이었다. 저자의 사유를 함께 따라가며 즐기고, 로맨스에 대해 근원부터 이해하고, 현재의 로맨스를 여러모로 살피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더불어 로맨스와 사회, 로맨스와 여성서사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안고 콘텐츠를 바라보는 안목이 길러진 것 같다. 여러 사람과 이 책을 공유하고 함께 대화하고 싶다. 저자의 다음 저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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