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여는 글 _ '안의 시선'으로 써 나가던 여느 하루에 적다<br/><br/><b>셀 수 없이 많은 이별을 했고 수없이 많은 멀어짐을 당했다</b><br/>017 욺<br/>018 셀 수 없이 많은 이별을 했고 수없이 많은 멀어짐을 당했다<br/>023 친누나처럼 사랑하고 따랐던 누나와 싸우고 나서<br/>026 우울과 지겨움<br/>028 습관으로 인한 공허함<br/>030 살다 보면 … ….<br/>033 미정(未定)<br/>037 내 인생이 다큐멘터리이기는 해도 ‘인간극장’은 아닌 줄 알았는데 ….<br/>040 흔한 생각<br/>043 울음기<br/>045 나는 많은 사람을 잘랐다<br/>048 울적하거나 공허할 때면 나타나는<br/>051 인맥이니 인프라니 하는 와닿지 않는 말들과 강박<br/>054 어느 때에, 인사를 못 남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써 둡니다<br/><br/><b>안녕이라 말하며 안녕을 바라다</b><br/>059 외톨이<br/>060 거리감에 대하여<br/>061 미련<br/>063 그 사람이 힘내길 바라며 <br/>065 비와 그대<br/>066 일방성에 대하여<br/>067 마주하기 힘든 감정<br/>068 우선순위<br/>069 기약<br/>070 시간이 약...?<br/>072 상처는 마음을 쏟는 만큼 깊어 간다<br/>074 반복되는 유형<br/>076 입대 19일 차<br/>077 상처(傷處)<br/>078 어긋난 시선<br/>079 미움의 한 종류<br/>081 감정의 획일화<br/>082 설익은 설움<br/>083 불청객<br/>085 흰<br/>0860 5:39 A.M.<br/>088 안녕이라 말하며 안녕을 바라다<br/>090 밤 산책<br/>092 헤어지자는 말<br/>094 가 버린 대도, 떠나간 대도<br/>096 우울이란 우물은 점점 깊어 가고<br/><br/><b>한 사람의 음악을 듣고 그 예술가를 알아 간다는 것은</b><br/>103 아직 진행 중인 얘기<br/>105 넌<br/>107 나를 짓밟으면서 자존감을 채웠던 사람<br/>110 지상에서 지하로, 옛일이 돼 버린 영광<br/>113 외발, 자전거<br/>115 관계의 균형<br/>117 네가 다녀가도 나는 괜찮을 수 있다<br/>121 낯선 환경에 던져지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이사한 날<br/>125 우울한 군대 (부제: 동원 예비군)<br/>130 부딪히고 싶지 않은 사람들:<br/>137 네가 내뱉은 연기는 내 폐에 쌓여 간다<br/>140 자본주의만세, 자본주의만만세<br/>143 한 사람의 음악을 듣고 그 예술가를 알아 간다는 것은<br/><br/><b>몽록[夢錄]: 꿈을 꾸다</b><br/>151 배우 배두나<br/>153 습격자<br/>156 모든 게 새까맣고 어두웠던 시간<br/>159 이사<br/>162 아내가 사라졌다<br/>164 시간과 공간에 갇히다<br/><br/>166 닫는 글 _ "어쩌면 지수 씨는 우울을 자양분 삼아 글도 쓰고 살아가는지도 몰라요."

자기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글을 쓰는 일은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다. 그것도 온전히! 조금도 숨김없이 온전히 자신을 드러낼 때, 그렇게 쓰인 글은 가치가 있고 누군가에게 울림이 있는 글이 된다. 그런데 이 세상 모두에게는 결코 다른 이에게는 보여주고 싶지 않은 녹슨 삶의 조각들이 묻어있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그것조차 부끄러워하지 않고 온전히 이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 정녕 힘들기에 많은 이들이 글 쓰는 일을 어려워한다.
《안의 시선》은 안지수라고 하는 젊은이가 자신의 삶을 담담히 얘기해 주고 있다. 이제 겨우 20대 후반의 삶을 살아가는 이 젊은이는 일반적인 또래의 삶에 견주어 보면 아주 이상스러운 모습으로 이 세상을 마주하고 있다. 또래들이 즐겨 하는 스포츠, 연예오락, TV 등에는 도통 관심이 없고 연애도 안 한다.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연상의 여가수 한 사람에게 온통 정신을 빼앗기고 사는 것은 참 별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아주 특이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는 글을 쓴다. 아니 써 왔다. 오랫동안 그는 자기가 잠자면서 꾸게 된 꿈의 내용을 정리하고, 영화를 본 뒤 감상을 적고, 영수증을 보면서 그가 구매한 물품들과의 인연을 적어나가고, ‘이게 글로 써야 할 것들인가?’ 또는 ‘이런 것도 써도 되나?’라고 생각하는 일반의 관념을 여지없이 무너트린다. 그에게 글을 쓰는 영역은 따로 없다. 무엇이든 그의 삶에서 만나게 되고, 뇌리를 스치는 것들은 소재가 되고 느낌대로 적어나가면 글이 된다.
그의 글들은 탈장르의 문법을 보여준다. 기존의 격식으로는 도저히 재단할 수 없는, 오직 그만의 서술 방식과 수사적 기교를 보여준다. 그의 글은 수필인가 하면 시와 같고, 시인가 하면 소설적이다. 기교와 수법이 무시되는 이러한 글쓰기는 때로는 틀에 박힌 장르 구분에 익숙한 이들을 당황하게 한다. 그러나 그가 보여주는 이러한 모습은 파괴적이면서도 내적 질서를 가지고 있다. 그 속에 관통하는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따뜻하다. 그리고 자유롭다. 나아가 미세하다. 삶에서 만나는 아주 작은 것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는 섬세한 몸부림이 느껴진다.
안지수 군은 자기의 생각을 다른 이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글을 읽으면 평화롭다. 자칫 글줄이나 쓴다는 사람들이 드러내는 현학의 가시가 없다. 때로는 거칠지만 그러나 담담하게 자신의 소망을 얘기한다. 그리고 이제 그가 세상을 만난다.
안지수 군이 그동안 써 내려온 수많은 글들을 정리하여 이제 한 권의 책으로 묶어 세상에 내보인다. 자신의 글이 세상에 보일 만큼이 아니라는 부끄러움으로 망설이는 그의 등을 떠밀어 보낸다. 오랜 시간 그가 글 쓰는 모습을 보아온 필자는 이제 그의 삶에 한 매듭을 지을 때가 되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그는 더 넓게 세상을 보면서 또 다른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에 그에게 격려와 용기를 보낸다.
- 정경일 (건양대학교 디지털콘텐츠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