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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2년 01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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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35.06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13.2만자, 약 4.4만 단어, A4 약 83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91189571658 |
2024년 03월 21일 ~ 2024년 12월 31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36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1966년 일본 Q현의 유서 깊은 니레 가문 저택에서 일가족 독살사건이 벌어집니다. 유력한 단서에 의해 범인으로 지목받은 남자는 살인범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범행을 인정하고 결국 무기징역을 선고받습니다. 그로부터 42년이 지난 2008년, 7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가석방으로 세상에 나온 남자는 니레 가문의 유일한 생존자이며 당시 사건현장에 있었던 한 여자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살인범이 아니었지만 범행을 자백했던 이유를 설명하며 뒤늦게나마 진범을 알아내고 싶다는 말과 함께 추리소설 마니아인 여자의 도움을 요청합니다. 남자가 범인이 아니라고 믿어왔던 여자는 기꺼이 그 요청을 받아들이고, 이후 두 사람은 편지를 통해 가설을 공유하고 진범을 추리하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추리가 달아오를수록 두 사람의 가설은 충격적인 내용들로 채워진다는 점, 또 예상치 못한 인물들이 진범 후보로 떠오른다는 점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본격 미스터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었던 작품입니다. ‘등장인물 소개’와 ‘사건이 벌어진 현장의 조감도’가 맨 앞에 실린 것을 발견하곤 지레 올드한 본격이 아닐까, 선입견을 가졌던 게 사실인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래, 이게 진짜 본격의 맛이지!”라는 감탄이 여러 차례 튀어나올 정도로 흥미진진했기 때문입니다.
2010년 신인상 수상 당시 시마다 소지로부터 들은 격찬 덕분에 ‘추리의 정밀기계’라는 별명을 얻었고 이후 열두 편의 작품을 발표했다는 이력을 보면 미키 아키코가 이제야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건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을 특별한 별명에 걸맞게 그녀는 한 치의 빈틈도 없는 정교한 설계도 위에 각종 트릭과 거듭되는 반전의 향연을 펼쳐나갑니다. 그것도 두 남녀가 주고받는 편지라는 독특한 형식을 통해서 말입니다.
인터넷서점에 소개된 ‘목차’를 보면 편지를 주고받는 남녀가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지만, 살인사건을 묘사한 첫 챕터의 재미 때문에라도 그들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이 부적절해서 줄거리 속에 그저 ‘남자’, ‘여자’라고만 언급했습니다. (출판사 소개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편지의 내용이라든가 그 이후의 전개 역시 거의 모든 것이 스포일러라 서평 쓰기가 무척 난감한 것 역시 사실인데, 뒤집어 얘기하자면 그만큼 트릭과 반전이 복잡하면서도 정교하고 물샐 틈 없이 설정돼있다는 뜻입니다.
근대와 현대의 경계선인 1960년대, 가부장적이고 독재적인 선대 당주에 의해 장기판 말처럼 휘둘려 애정 하나 없이 가족이 된 인물들이 서로를 증오하고 질투하게 된 건 당연한 일이었고, 결국 그 일그러진 관계는 일가족 독살사건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범인이 아님에도 스스로 무기징역수가 된 남자는 42년이 지난 후 진실을 알아내고 복수를 하겠다는 일념 하에 수없이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진범을 쫓는 집념을 불태우는 것입니다. 남자와 편지를 주고받는 여자 역시 단순한 추리 파트너가 아니라 40여 년 동안 심중에 지독한 애증을 품어온 인물로 남자에게 복잡다단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미스터리한 캐릭터입니다.
두 남녀의 편지가 다섯 차례 오간 후 이야기는 급격한 흐름을 탑니다. 42년 전 사건의 여파는 또다시 끔찍한 비극을 일으켰고, 경찰 수사는 그럴 듯하지만 어딘가 허술해 보이는 결론을 내며 종결됩니다. 그러나 그 결론은 거듭된 반전을 통해 뒤집히고 또 뒤집히기를 반복합니다. “이게 진짜 본격의 맛이지!”라는 감탄이 저절로 튀어나온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제야 이 작품의 제목에 들어간 ‘기만’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게 됩니다.
‘기만의 살의’는 인물이나 사건 모두 굉장히 아날로그적이지만, 빼어난 트릭과 반전의 힘은 올드한 설정 따위는 조금도 생각나지 않게 할 만큼 매력적이고 현대적입니다. 속도감 역시 대단해서 단번에 마지막 장까지 달리게 만드는데, 문제는 이 속도감에 도취되면 작가가 숨겨놓은 힌트와 단서를 죄다 놓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독자를 안달복달 하게 만드는 아이러니한 미덕이라고 할까요
자극적이지만 허술함 또는 불편함이 더 많이 느껴질 정도로 ‘변형된 형태의 본격’을 추구하는 작품들이 적잖은 요즘, 미키 아키코라는 작가를 발견한 건 꽤 행운이란 생각입니다. 60세(2007년)에 집필을 시작하여 63세에 데뷔작을 내놓았으니 그 자체도 대단한 일이지만 이후 12편의 작품을 출간한 저력은 일본 미스터리의 탄탄한 토대를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만드는 사실입니다. ‘기만의 살의’가 호응을 얻는다면 그녀의 작품들을 연이어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머잖아 그 기대가 꼭 실현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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