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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1년 12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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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 EPUB(DRM) | 108.82MB 파일/용량 안내 |
ISBN13 | 9788958721857 |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01일
상시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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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성 - 아파트 그리고 학교
한국의 국민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한다1)고 한다. 그렇다면 아파트를 한국 주거형태의 대표로 내세워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아파트가 한국의 대표적인 주거형태가 되었을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전통부정과 압축성장이 가장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옛 것은 무조건 낡고 불편하며 버려야 할 것이라는 고정 관념 때문에 우리는 한옥을 근현대 사회의 주거형태에서 배제했다. 그리고, 압축성장으로 인한 도시로의 급격한 사회적 이동은 좁은 공간에 최대한 많은 인구를 집어넣을 수 있는 건축양식을 필요했다.
서울시의 경우에도 1963년 이후 1988년 까지 25년간 700만 명이 급증했다. 1963년 당시 서울의 인구가 300만 명2)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증가라고 할 수 있다.
“매일 밀려오는 이주민을 수용하기 위해 선택한 것은 아파트 공급이었고 지으면 팔린다는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 확립되었다. 지으면 팔리는 것이 아니고 짓기도 전에 팔리는 선분양제가 바로 이 시기의 발명이다. 닭장의 오명도 그 부산물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서울은 이국(異國)의 도시에서 슬럼으로 지칭되는 대상을 찾을 수 없는 예외적인 도시가 되었다.3)”
이런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성냥갑 같은 콘크리트 덩어리, 아파트는 차선(次善)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어쩌면 한국의 아파트는 우리가 획일적인 사고방식을 가지도록 길들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획일성이 좀더 노골적으로 표현된 건축물은 한국의 학교다.
저자는 “(한국의) 학교는 병영(兵營)과 일란성 쌍둥이(라고 말하고 있다.)
연병장, 사열대, 막사. 병영은 이렇게 이루어져 있다. 둘러쳐진 담장은 자발적이지 않은 체류자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군대를 유지하는 도구는 규율, 복종, 감시, 처벌이다. 간판만 바꿔 달면 병영은 학교가 된다. 운동장, 구령대. 교사.
한국의 학교(위)와 미국 캘리포니아의 초등학교(하)
출처 : 서현, <빨간 도시>, p. 37
(비교 사례로 제시된 캘리포니아의 어느 초등학교의 모습을 보면) 교실은 파라솔이 펴진 동그란 마당을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다. 교실 내부에서도 위계와 질서를 가르치려는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건물로서의 학교가 증언하는 것은 교육의 철학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 캘리포니아의 학교 배치는 (훈육과 처벌이 아닌) 작은 사회 체험을 교육 방법으로 선택했음을 증언한다.4)”
그렇기에 “건축이 사람을 담는 그릇이라고 표현되는 것처럼 공간은 단지 바라 보기 위한 대상이 아니다. 구체적인 인간의 모습과 생활 그리고 그 사회의 부대낌, 사회가 바라보는 미래의 모습을 담는 그릇이 된다. 이리하여 건축은 건축가가 공간으로 표현하는 시대정신이 되는 것5)”이라는 저자의 말이 더욱 실감난다.
질문하지 않는 사회 - 대한민국
“외국 관광이 일상화되면서 폐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관광버스 안에서 이국의 풍물을 접한 공무원들이 그 감동을 한국의 도시에 옮겨놓으려 들기 시작한 것이다.6)”
대표적인 것이 바로 스페인의 빌바오 市다. 빌바오 市는 “19~20세기에 탄광 산업과 조선업으로 규모를 키웠다. 1980년대에 이르러 배의 크기가 커지면서 항구는 외해(外海)로 옮겨가야 했고 도시에는 이전 시대의 조선소 컨테이너 야적장, 제철소 등이 남았다.7)”
이들은 도시 재생을 위해, 만장일치에 의해 의사가 결정되는 ‘빌바오리아 2000’이라는 조직을 만들고, 현재 살고 있는 시민들이 즐겁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의 도시를 이루어갔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여기에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빌바오 市를 “석탄을 캐서 연명하던 도시가 (구겐하임 미술관이라는) 건물 하나 화끈하게 지어서 일거에 관광 도시로 거듭났다더라.8)”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 그러니 일확천금을 노리고 삽질을 할 수 밖에.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것은 생각을 하지 않고, 질문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들은 질문을 한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또 다른 질문을 낳는다. 여기에 대답하려면 정답 혹은 나름의 답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지친다. 그러다 보니 아이를 윽박질러 더 이상 질문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질문을 거부당한 아이들은 자라서 사지선다(四枝選多)의 미로 속에서 맞는 길을 찾는 연습을 강요 받게 된다.
이런 과정 속에서 우리는 어느 새 질문하는 법을 잃어버리게 된다.
인문학을 배우는 것은 “인문학이 왜라고 물을 수 있게 해주는 힘이기 때문이다. 모르면 묻지도 못한다. (인문학) 공부를 통해 얻게 되는 가치와 힘이 자유다. 인문학이라고 번역된 단어의 근원은 ‘자유로운 능력(liberal arts)’이다. 그것을 공부한 이들이 지적 자유를 얻게 하는 것, 그것이 인문학의 목표고 이를 위해 갖추게 해야 할 덕목이 왜라고 물을 수 있는 능력이다. 근본에 관한 질문을 던지지 못한다면 그들은 결국 기술자의 수준에서 머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건축가의 물음은 근본적이다. 학교는 무엇인가, 도서관은 무엇인가 혹은 광장은 무엇인가9)”
물론 이런 근본적 질문은 위험하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빨간 알약을 먹고 기존에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포기했던 것처럼. 진실은 불편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편하다고 외면하면 아무것도 변하는 것은 없다.
아마도 그래서 저자는 “이 사회는 정의롭지 않고 완전히 정의로워질 수도 없다. 그러나 좀 더 공정하게 만들려는 구성원의 노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사회의 정의롭지 못한 모습은 물리적으로 표현되어 도시에 깔린다.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자보다 그렇지 않아도 좋을 곳에서 필요 이상의 대접을 받는 도시는 잘못되어 있다. 때로는 뻔뻔스럽게 드러나고 때로는 교활하게 숨어있는 그 모습을 나는 애써 찾아내고 싶다10)”라는 말을 남긴 것 같다.
왜냐하면 건축은 “구체적인 인간의 모습과 생활 그리고 그 사회의 부대낌, 사회가 바라보는 미래의 모습을 담는 그릇11)”이기 때문이다.
1) 서현,
<빨간 도시>, (효형출판, 2014), p.
12
2) 서현,
앞의 책, p. 13
3) 서현,
앞의 책, pp. 16~18
4) 서현,
앞의 책, pp. 33~36
5) 서현,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개정판), (효형출판, 2004), p. 248
6) 서현,
<빨간 도시>, (효형출판, 2014), p.
125
7) 서현,
앞의 책, p. 188
8) 서현,
앞의 책, p. 187
9) 서현,
앞의 책, p. 249
10) 서현, 앞의 책, p. 302
11) 서현,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개정판), (효형출판, 2004), p.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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