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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것도 부른다면

박보나 미술 에세이

박보나 | 한겨레출판 | 2021년 12월 08일 리뷰 총점9.7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4.9점
편집/디자인
4.8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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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1년 12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208g | 120*205*7mm
ISBN13 9791160406917
ISBN10 116040691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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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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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박보나는 영상이나 사운드, 퍼포먼스와 텍스트를 결합해 예술과 노동, 역사와 개인의 서사에 대한 상황을 만드는 현대미술작가다. 2019년 아시아 태평양 트리엔날레, 2016년 광주 비엔날레 등 국내외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으며, 2019년에 예술에 대한 에세이집 『태도가 작품이 될 때』를 출간했다. 박보나는 영상이나 사운드, 퍼포먼스와 텍스트를 결합해 예술과 노동, 역사와 개인의 서사에 대한 상황을 만드는 현대미술작가다. 2019년 아시아 태평양 트리엔날레, 2016년 광주 비엔날레 등 국내외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으며, 2019년에 예술에 대한 에세이집 『태도가 작품이 될 때』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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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171

출판사 리뷰

조은지, 정서영, 지미 더럼, 피에르 위그, 크리스틴 선 킴 등 …
부수고, 자르고, 던지고, 칠하며 ‘없는 이름’을 부르기 위한 작가들의 노력


이상을 한낱 판타지가 아닌 실재로 그려가기 위한 움직임은 미술계에서는 꾸준했다. 부수고, 자르고, 칠하고, 그리고. 책에 등장하는 미술작가들 또한 필요하다면 빈병과 흙을 주물럭거리고 던지며, 자신들의 이야기로 또 다른 존재와의 연결고리를 찾아 나선다. 저자는 미술이 가진 편협한 꼬리표(어렵고, 추상적인, 저항적인) 대신 미술의 세계에서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이해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자 한다. 더불어 독자들이 ‘미술 같은 것’을 찾기보다 미술 그 너머에서 작품을 바라보고 느끼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다. 먼지 하나 없는 미술관, 그곳의 흰 벽에 걸린 작품이 미술이라고 누구도 규정한 적은 없다. 그것이 미술이 아니라고 한 적도 없다. 저자는 미술 같은 것이 있다고 믿는 허구의 세계에서, 작가들의 행위의 목적이 과연 미술 같은 것을 미술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품기를 바란다. 그 의문을 사이에 두고 ‘이 땅의 모든 존재를 향해 미술이 뻗어나가는 상상력’에 집중한다면, 보다 선명한 실제 세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는 총 14명의 작가가 등장한다.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 조은지, 정서영 그리고 저자(박보나)를 비롯해 혼프, 주마나 에밀 아부드, 지미 더럼, 피에르 위그, 크리스틴 선 킴 등 다소 생소한 국외 작가들의 작품도 한데 모았다. 14인의 작품 속에서 하나의 키워드를 뽑아내고 이를 다음 장의 주제와 연결시키며 생명의 연결성과 존재의 자주성을 은유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나무에서 새로, 새에서 호랑이로 이어지는 유기적인 체계 내에서 독자들은 작가들의 상상력을 비롯해 저자가 말하는 ‘옆으로 나누는 대화’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인도네시아 창작 집단인 혼프가 예술의 가치를 공존과 도움의 영역으로 옮기며 작업하는 모습이 꼭 나무와 풀 같다. 그 이야기를 이어받아 에콰도르 출신 미술작가 오스카 산틸란이 나무와 풀이 자라는 공간이 파괴되며 자리를 잃은 새들의 소리를 찾아 나서는 식이다. 그다음엔? 새들의 소리를 찾아 떠난 미국에서 우리는 순종과 혼종에 대한 구분을 부수고자 하는 홍 류, 지미 더럼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피에르 위그는 원숭이(동물)의 시선에서 인간을 살피는 것에 대한 서늘한 감각을, 저자(박보나)는 이미지에 뒤에 감춰진 탐욕스러운 거짓말을 영상과 사운드를 이용한 퍼포먼스로 고발한다. 저자는 들리고 보인다고 믿었던 모든 것들의 각도를 조금만 비틀어도 진실을 발견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거기에 또 다른 현실이 있음을.

마지막 장〈좀 더 천천히, 좀 더 가깝게〉에서 미술가 케이티 패티슨은 노르웨이 숲에 천 그루의 나무를 심는 퍼포먼스를 펼친다. 그 나무가 다 자라면 종이로 가공해 책을 만든다고 한다. 그때는 작가도 우리도 이미 세상을 떠난 뒤다. 패티슨은 미래의 세대에게 무엇을 남기고 싶은 걸까? 한편 패티슨은〈모든 죽은 별〉이라는 작품을 통해 죽은 별들이 남기고 간 원소들이 또 다른 생명의 시초가 되어 우리 몸속에 새겨져 있음을 알린다. 우리의 피가 수억 년 전에 죽은 별의 원소에서 비롯되었다면 믿어지는가. 책은 인도네시아 창작 집단 혼프의 나무 이야기로 시작해 스코틀랜드의 작가 케이티 패터슨의 나무와 별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으며, 이미 수억 년 전 별의 탄생과 죽음에서부터 인연이 이어져 왔음을, 저자─그리고 케이티 패터슨─은 말하고 싶었다. “우리는 이 초록의 행성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사이였다.”(171쪽)


미술이 잡은 모든 손(생명)…
그들과 위아래가 아닌 ‘옆으로 나누는 대화’


《이름 없는 것도 부른다면》은 ‘미술이 잡은 모든 손(존재)’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니 이 땅 위의 존재에 경계를 짓고 이름을 맘대로 부르려는 모든 행동을 부수고 깨트리는 일에 미술가들은 겁을 내지 않는다. 순혈(純血)에 대한 허황된 믿음 앞에 돌을 집어 던지고, 인간과 동물을 가르는 무지 앞에서 무엇이 자연이고 무엇이 미술인지 모르겠는 혼란스러운 작품 세계를 선사한다. 경계를 짓는 것이 얼마나 미련한 짓인지를 알려준다.

저자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몇 단어를 지우자는 편집자의 말에 꿈쩍하지 않았다. 지우지 않은 그 단어들이 곳곳에 숨어서 작은 존재들의 권리를 더 크게 알리고 있다. 그들의 맹렬한 기운을 살린 건 그 단어들이다. 저자를 포함해 수많은 미술가의 퍼포먼스는 움직이고 만들고 행동하는 진짜 ‘리얼리티’다. 꿈꾸기보다 행동하는 이들의 이야기만이, ‘현실’일 것이다. 미술가들과 그들이 이루어낸 퍼포먼스는 진짜로 움직여본 적 없는 자의 방만한 생각이 얼마나 무지한지 일러준다. 이들과 나누는 ‘옆으로의 대화’가 다시 한 번 현대미술작품과 독자들의 거리를 좁혀줄 것이다.

“이 세상에 남아돌거나 소외되어도 괜찮은 존재는 하나도 없다”는 레오나르도 보프 신부의 다정한 말을 곱씹으며 이 책을 썼다. 우리가 함부로 밀어낸 다양한 존재들을 하나하나 부르는 미술작가들의 작업을 넓게 읽고 사회와 유연하게 연결시킴으로써, 더 늦기 전에 이 땅 위의 생존 문제를 같이 얘기해보고자 했다. 이름을 빼앗긴 자들과 이름이 없는 존재들까지 부르는 작가들의 손짓, 그것을 읽는 나의 목소리가 당신과 내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함께 숨 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_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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