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파이썬의 위상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급격히 성장하였다. 요즘 초등학교에서도 배우고 많은 비IT분야에 재직 중인 직장인들도 파이썬을 열정적으로 배울만큼 그 대중성 면에 있어서는 Java 정도는 이미 크게 넘어서지 않았나 싶다. 그런 점에서 IT 출판계는 이미 많은 파이썬 학습서를 우후죽순으로 시장에 내놓았고 지금도 파이썬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참신한 소재로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입문서는 이미 과포화 상태로 경쟁이 치열하여 매우 수준 높은 책들이 나와 프로그래밍을 배우려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서 '파이썬'으로 검색만 해봐도 알 수 있지만 파이썬 입문서 대비 중급서는 그렇게 찾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독자 입장에서는 파이썬 입문서를 공부하고 나서는 크게 두가지 갈래로 나누어지는 듯 싶다.



첫번째로는 파이썬 언어로 다양한 데이터들을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통계 지식과 접목하여 다양한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를 수행해보는 것이다. 실전과 가까운 다양하고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파이썬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라고도 볼 수 있는데 아주 유용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어 있다.

두번째로는 파이썬을 활용한 웹 개발이다. 파이썬 자체도 웹 개발을 위한 매우 훌륭한 프로그래밍 언어이다. 플라스크, 장고 등 매우 유명한 프레임워크가 있어 웹 개발 분야에서도 파이썬이 적재적소에 잘 사용되고 있다. 나 또한 파이썬으로만 만들어진 팀내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입문서와 이런 프로젝트성 도서들 사이의 약간의 간극이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 여기서 대두되는 것이 바로 중급서의 부족이다. 실무의 문제는 입문서와 다양한 프로젝트성 예제에서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매우 많다. 좀 더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는 중급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좋은 중급서의 표본이라고 생각하는 '파이썬 스킬 업'이라는 도서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은 원래 'Supercharged Python'이라는 책을 번역한 것이다. 그대로 번역하자면 '보다 강력한 파이썬'이라고 할 수 있을까. 책의 표지에는 '기초를 넘어서, 파이썬을 파이썬 답게 사용하자!'라는 문구가 인쇄되어 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이제 기초 상태를 벗어난 학습자들을 위해 파이썬을 효율적이고 실무에 투입되더라도 다양한 기술을 구사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데에 그 역할이 있는 듯 하다. 그래서 '파이썬 스킬 업'이라는 한국판 책 제목도 그에 걸맞게 지어졌다.



요즘 출판계에 아주 바람직한 현상으로 베타리더를 많이 활용하는 것이다. 이른바 '집단지성'까지는 아니지만 출판사 외의 제3의 전문가들에게 책을 출간 전부터 검증하도록 하여 책의 오류를 바로 잡아주고 먼저 책을 접한 입장에서 책이 어떠한지 향후 독자들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다. 이 책 또한 여러 명의 전문가들이 붙어서 책의 오류를 점검하였다. 이점에서 책의 퀄리티를 높이는 이들의 역할은 독자들에게도 아주 큰 혜택으로 돌아온다. 나만 하더라도 얼마 전에 어떤 책을 실습하는데 한 부분에서 정말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그것이 단지 철자 하나 때문이었고 그것이 실습을 시작한지 얼마되지도 않아서 가로막혀서 책의 오류를 인지할 기회를 놓쳐버렸다. 이정도만 언급하더라도 베타리더의 역할은 강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역자 역시 파이썬 컨퍼런스인 파이콘에서 연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을 정도로 파이썬에 대한 지식과 열정이 있는 분이다. 이분이 외국인인 한국인들에게는 먹혀들지 않을 조크나 필요하지 않은 내용은 많이 걸러내었다. 또한 원래는 IDLE 기반으로 쓰여진 내용을 실습이 훨씬 쉬운 Jupyter 기반으로 고쳐 옮겼으니 실습자 입장에서도 매우 편리하다. 이것은 역자의 범위를 넘어서는 매우 고되고 어려운 일이니 이 책의 역자에 대한 신뢰는 충분히 가져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에서 내가 이야기하려는 것은 마찬가지로 파이썬 학습자인 나의 입장에서 이 책을 선택하려는 고민을 하는 분들께 드리는 몇가지의 개인적 느낌과 의견이다. 먼저 첫장에서는 바로 무리하게 깊은 내용으로 나아가지 않고 파이썬의 기초적인 내용을 총 정리한 것이 매우 좋았다. 파이썬을 잘 알았지만 현재도 잘 기억나는지 확실치 않다면 한번 쓱- 보고 지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기초 내용을 정리하는 측면에서도 매우 좋은 내용이리라.



내가 가장 추천하고 싶은 부분은 '제4장 지름길, 커맨드라인, 그리고 패키지'라는 부분이다. 여기서는 파이썬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개발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22가지의 '지름길'이라고 부르는 프로그래밍 기법을 담고 있다. 사실 이 장 하나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이러한 프로그래밍 기법 중의 몇가지는 대입연산자 조합, 필요 없는 루프는 미사용, 단일행 for 루프 사용 등 아마도 입문서에서 다루지 않았을 매우 유용한 기법들이다. 리스트에 0 값을 초기화시킬 때 '곱하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이전에 전혀 몰랐던 내용이다. 이 부분은 학습자들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다음으로는 정규표현식을 2장에 걸쳐서 다루고 있는 것이다. 나는 Perl이라는 정규표현식에 있어서는 아주 강력한 도구를 매일 사용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 파이썬을 사용하고 싶다고 바라고 있었다. 이 2개의 장을 통해 내가 주로 필요한 부분을 파이썬으로 대체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아주 큰 가능성을 봤다. 그만큼 파이썬의 정규표현식 문법도 강력하다는 뜻이 된다. Perl과는 달리 객체라는 매개체를 사용한다는 점이 달랐지만 문자열 탐색 방법도 자세하고 설명도 직관적이고 쉽도록 되어있어 학습에 있어서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또 이 책에는 다른 책이 담지 못한 아주 고급 내용이 담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숫자형에 대해 다루는 부분이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부동소수점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금융, 수학 과학 분야에서는 아주 큰 문제가 된다!! 내가 받아야 하거나 내야할 돈이 부당하게 프로그래밍 언어의 오류에 의해 지속적으로 잘못된 결과가 누적된다면 정말 억울하지 않겠는가. 소숫점이라든지, 아주 값이 큰 수라든지의 내용을 다루는 방법을 많은 범위에 걸쳐 설명하고 있다. 정교한 계산이 필요한 작업이라면 이 내용을 반드시 숙지하여야 하며 이 책은 개발자가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구글이라는 망망대해를 오래 표류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이외에도 위와 같은 정교한 수학 계산을 도와주는 Numpy 패키지를 여러 파트에 걸쳐서 소개한 점 또한 유용했다. numpy는 파이썬 패키지 중에서도 굉장히 빈번하게 사용이 되는 것인 만큼 이 책에서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느꼈다. 책 마지막 즈음에서는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 이어졌는데 바로 금융 데이터를 수집하여 주식 차트를 그려보는 것이었다. 내가 투자와 금융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기도 했는데 이 부분은 앞서 언급했던 다양한 실무 프로젝트를 설명한 책들에서 충족할 수 있는 내용 또한 담았다는 점에서 정말 유용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의 차트를 동시에 그리는 예시가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하면 투자에도 참고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분량은 730페이지에 달하는 매우 방대한 내용이다. 그래서 잠시 훑어보고 지나갈 책이 아니라 언제라도 곁에 두고 궁금한 점이 있을 때 찾아보는 책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 특히 한번 익히고 기억해두었다가 실제 비슷한 상황을 해결해야할 때가 오면 그 일을 해결하는데에 좋은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나중에 이 책을 배우고 싶은 분들을 위해 이 책을 배우기 이 전에 공부하면 좋을 책 한권을 소개한다. 동 출판사에서 출간된 '파이썬 코딩 도장'이라는 책이다. 내가 예전에 리뷰한 기억도 있고 파이썬 기초를 배우는 데에 아주 많은 도움이 되었던 책이다.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