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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1년 04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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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6쪽 | 432g | 145*208*20mm |
ISBN13 | 9788965960065 |
ISBN10 | 8965960061 |
2024년 04월 12일 ~ 2024년 04월 30일
2024년 03월 20일 ~ 2024년 04월 30일
4월의 굿즈 :책가도 독서대/스마트폰 거치대/우양산/북 스토퍼/우드 센서 무드등
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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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사람일수록 더욱 잘 해야 한다고 다들 말을 하지만 그 말을 실천하기란 쉽지가 않다. 바깥에서는 모두에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도 집에만 들어서면 제 아내, 부모, 자녀에게 모진 말을 뱉기 일쑤이다. 돌아서서 후회해도 이미 뱉은 말은 주어 담을 수 없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행위란 오로지 후회하는 것뿐이다. 그래서일까? 누구보다도 깊은 정을 나누어야 할 가족에 대해 애틋한 감정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준 ‘엄마’에 대한 감정은 저마다 그 깊이가 끝이 없어 보인다. 편하다는 이유로, 마치 당신은 이 세상에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누군가의 엄마가 되기 위해 태어난 것마냥 우리는 여기고 또 그렇게 행동한다. 안타깝지만 당신에게도 어여쁜 소녀 시절이 있었을 것이며, 엄마이기 이전에 누군가에게 사랑 받고픈 여성으로서의 삶도 있었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이 세상을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말한다. 엄마와 아직 함께인 부류와 엄마를 잃어버린 부류. 살아 있는 존재에게 영원은 허락되지 아니했는지라 엄마도 언젠가는 떠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신이 모든 순간마다 함께할 수 없기에 내려보낸 것이 엄마라는 말이 있듯 우리는 엄마의 삶이 영원하길 바란다. 아직은 내 곁에 굳건히 살아 있는 엄마 때문인지 조금은 간지럽단 생각을 하며 난 이 책을 읽었다.
엄마 떠난 지 3년. 요즘 하루하루 흐르는 속도가 장난이 아닌지라, 3년이라고 해도 사실 크게 길진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당연히 존재해야만 할 거 같은 그 존재가 없다는 사실이 주는 공허함의 크기는 헤아림이 불가능할 거란 사실은 막연하나마 추측가능해다. 작가에겐 이 책을 저술하는 행위가 일종의 치유였을 것이다. 마땅히 내 것이어야만 하는 무언가를 잃은 자의 비통함은 그리 쉽게 낫지 않는 법이다.
“난 한 번도 좋은 딸인 적 없습니다.”
엄마의 젊음을 먹고 자란, 한때 열달이나 제 어미와 한 몸이었던 자녀는 언제나 엄마를 거역하고 배반하기 마련이다. 나 역시도 당신에게만큼은 모진 말을 수도 없이 내뱉으며 성장해온 못난 딸에 불과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같은 말을 할지라도 나에겐 아직 주어진 기회가 남아 있다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달라진다는 것은 그리 쉽지가 아니한지라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왠지 모를 낯뜨거움을 느꼈다. 쑥쓰러운 것이다. 연인에게는 아무렇잖게 건넬 수 있는 말일지도 모르는 ‘사랑해’가 유독 당신에게만큼은 건네기가 힘든 이유가 뭔지. 표현하지 아니하면 사랑은 사랑일 수 없다고 저자는 강력히 주장하고, 나 역시도 살아 생전 아니면 아무리 가슴을 쥐어 뜯으며 그 말을 내뱉어도 당신이 듣지 못함을 잘 앎에도 그렇다. 요즘 활달한 아이들이라면 좀 이야기가 다를려나?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어버이날을 앞두고 의무적으로 써야만 했던 한 장의 편지가 아닌 다음에야 이런 말을 아무렇잖게 뱉을 용기가 없다. 아마도 후회하겠지? 기회를 놓치고 난다면 영원히…
한 번도 묻지 아니한 것들에 대해서도 이 책은 나에게 일깨워주었다. ‘엄마’라는 단어 말고는 불리워본 적이 없는 듯한 당신에게도 많고 많은 꿈이 존재했던 적이 있었음을, 어쩌면 난 애써 외면하며 지금껏 살아왔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꿈을 찾기 시작하면 나로부터 멀어질 것만 같아서, 그와 같은 욕심이 아름다운 당신의 삶을 초라하게 만드는 데에 일조한 게 아닌가 라는 죄책감이 불쑥 들기 시작했다. 꿈을 이루기엔 늦은 나이가 없다고, 장구를 치며 뒤늦게 공연까지 했다는 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더더욱 난 내가 알지 못하는 당신에 대한 궁금증에 시무룩해졌다.
무슨 이유에선가 컴퓨터가 에러가 나는 바람에 글을 두 차례나 날린 후에 세 번째로 이 글을 쓴다. 글이 사라질 때마다 감정의 깊이가 옅어지는 게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으면서, 한 편으로는 순간 울컥 했다가도 이렇게 쉽게 잦아드는 게 바로 인간인가 싶은 마음도 든다. 언제 불러도 친근감 물씬 느끼게 되는 그 이름, 엄마. 얼마나 더 나는 그 존재에 기대어야만 이 험한 세상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 혹 다 큰 딸의 철없는 의존에 당신의 허리가 매일 더 휘고 있는 것은 아닐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으레 엄마는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을 하며 내 행위를 정당화시켜온 것은 아닐지를 나는 묻는다.
아직 젊고 또 건강할지라도 우리의 시간은 마치 모래시계마냥 하염없이 줄어 들고 있다. 술래잡기 따위의 놀이를 즐기다 외칠 수 있는 ‘타임’ 따위의 규칙도 이 시간 세계에는 존재치 않아서, 우린 그저 성장하고 부모는 계속 늙을 따름이다. 언제까지 주저하고 또 기다릴 것인가.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 ‘사랑해’란 단어를 외칠 수 있는 가장 절호의 시간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 사실을 깨닫는 지금 당신의 부모는 이미 늙었을지도 모른다. 언제나 자녀는 철없이 마련이며, 부모는 그런 자녀를 시간이 허락하는 한 기다릴 따름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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