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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정 문어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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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33

춘정 문어발

[ 양장 ]
다나베 세이코 저/서혜영 | 작가정신 | 2014년 05월 01일 | 원서 : 春情タコの足 리뷰 총점7.9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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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정 문어발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5월 01일
판형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455g | 125*185*30mm
ISBN13 9788972885412
ISBN10 897288541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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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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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2명)

저 : 다나베 세이코 (Seiko Tanabe,たなべ せいこ,田邊 聖子)
다나바 세이코는 일본 문단을 대표하는 국민 작가이다. 그녀는 단편소설의 대가이자 간사이 사투리를 쓴 연애소설로 유명하며, 일상 속에 존재하는 사랑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데 있어 탁월하다. 세이코의 소설은 사랑을 통해 심리를 이야기하고 그것을 통해 인간을 이야기한다. 1928년 3월 27일 오사카에서 태어나 1947년 쇼인여자전문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오사카를 근거지로 하는 문학 동인에 참가해 습작을 발... 다나바 세이코는 일본 문단을 대표하는 국민 작가이다. 그녀는 단편소설의 대가이자 간사이 사투리를 쓴 연애소설로 유명하며, 일상 속에 존재하는 사랑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데 있어 탁월하다. 세이코의 소설은 사랑을 통해 심리를 이야기하고 그것을 통해 인간을 이야기한다.

1928년 3월 27일 오사카에서 태어나 1947년 쇼인여자전문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오사카를 근거지로 하는 문학 동인에 참가해 습작을 발표했으며 라디오 드라마 작가로도 일했다. 1958년 『꽃사냥(花狩)』을 출간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1964년 「감상 여행(感傷旅行)」으로 제50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고 천재 하이쿠 시인 스기타 히사조의 비극적인 일생을 그린 『꽃 같은 옷 벗으니 휘감기네(花衣ぬぐやまつわる)』로 1987년 여류문학상과 1990년 일본문예대상을, 에도 시대의 전설적인 하이쿠 시인 고바야시 잇사를 주인공으로 한 『비뚤어진 잇사(ひねくれ一茶)』로 1993년 제28회 요시카와에이지상과 1994년 제42회 기쿠치간상을, 센류 시인 기시모토 스이후의 일대기 『도톤보리에 비 내리는 날 헤어진 후(道頓堀の雨に別れて以?なり)』로 1998년 제26회 이즈미교카상과 1999년 제50회 요미우리문학상을 받았다. 일본문학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국가문화공로자에 선정되었고 2008년에는 문화훈장을 받았다. 2019년 지병으로 별세했다.

5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장편/단편소설, 고전문학 편역, 평전, 여행기, 경수필 등 600여 편에 달하는 작품을 썼다. 자신의 고향인 오사카의 역사와 문화, 오사카 지방 사투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다나베 세이코의 작품들은 세대를 이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TV드라마와 영화, 연극으로도 여러 차례 옮겨졌다. 여성의 삶, 여성의 일과 사랑,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즐거움과 고달픔을 경쾌하고 일상적인 언어로 생생하게 그려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야마다 에이미, 에쿠니 가오리, 가와카미 히로미, 오가와 요코, 와타야 리사 같은 후배 작가들로부터 “읽으면서 자라왔다”, “힘들 때마다 다시 읽게 된다”, “아무리 어려운 책을 읽어도 알 수 없었던 것을 그녀의 소설에서 배웠다”라는 강한 지지와 존경을 받고 있다.

그를 한국에 널리 알린 단편소설집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는 영화로도 더욱 큰 인기를 얻었지만, 얼핏 보면 여성장애인과 일반남성의 사랑을 다룬 소재의 특이함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다나바 세이코는 사랑이라는 남성과 여성의 관계에 더 주목하여 섬세하게 감성으로 다루고 있다. 사랑을 떠나 서로를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이별마저도 한 사람의 주체로서 받아들이는 인물의 이야기를 통하여 독자들은 절절한 인간애를 느끼게 된다. 다나바 세이코가 밝혔듯이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끝없는 흥미의 원천이며, 파란만장한 운명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변해가는, 그런 종류의 드라마가 다나바 세이코의 마음을 유혹한다. 동시에 독자들이 다나바 세이코의 작품에 유혹당하는 이유도 바로 그런 드라마 때문이다. 국내에 소개된 작품으로는 그 외에도 ‘노리코 3부작’ 『노리코, 연애하다』, 『아주 사적인 시간』, 『딸기를 으깨며』 외에 장편소설 『두근두근 우타코 씨』와 소설집 『감상 여행』, 『서른 넘어 함박눈』,『춘정 문어발』 등이 있다.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일어일문학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전문 일한 번역가 및 통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는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굿바이, 헤이세이』, 『반상의 해바라기』, 『펭귄 하이웨이』, 『거울 속 외딴 성』,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레몬일 때』, 『쉬 러브스 유―도쿄밴드왜건』, 『하드보일드 에그』,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 『도쿄밴드왜건』, 『말해도 ...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일어일문학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전문 일한 번역가 및 통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는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굿바이, 헤이세이』, 『반상의 해바라기』, 『펭귄 하이웨이』, 『거울 속 외딴 성』,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레몬일 때』, 『쉬 러브스 유―도쿄밴드왜건』, 『하드보일드 에그』,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 『도쿄밴드왜건』, 『말해도 말해도』, 『작은 인연』, 『보리밟기 쿠체』, 『반딧불이의 무덤』, 『시노다 고코의 요리와 인생 이야기』, 『번역어 성립 사정』, 『그네타기』, 『사라진 이틀』, 『매리지 블루』, 『사이좋은 비둘기파』,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 『명탐정 홈즈걸의 사라진 원고지』, 『지상에서 런치를』, 『수화로 말해요』, 『소리나는 모래 위를 걷는 개』, 『하노이의 탑』, 『가출 기차』,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춘정 문어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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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1. 춘정 문어발

스기노는 십 년의 결혼 세월 동안 이상한 버릇을 갖게 된다. 바로 ‘남자는’ 하고 3인칭 주어를 붙여 자아를 성찰하는 버릇인데, 남자와 여자가 너무도 다른 종족이라는 뼈아픈 통찰에서 비롯된 것이다. 좋게 말하면 솔직하고, 나쁘게 말하면 사려가 부족한 여자인 아내 가즈미는 출산 후엔 냉정할 정도로 부부관계에 담백해졌다. 인간의 ‘물기’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던 스기노는 단골 오뎅 가게에서 어느 날 우연히 동창 에이코를 만나게 된다. 에이코 역시 지나치게 담백한 부부관계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다. 에이코는 스기노에게 “나 사실 원래 너 좋아했었어.”라고 ‘물기’ 어린 고백을 하지만 두루뭉술 연애론자 스기노는 차라리 문어의 ‘물기’에 의지하기는 편이 낫다며 단념한다.

요즘 들어 스기노는 ‘나는’ 대신에 ‘남자는’ 하고 삼인칭 주어를 붙여서 성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마흔에 가까워오자 ‘내가, 내가’ 하는 자아만이 아니라 ‘남자니까 이런 거야’,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남자야’ 하는 객관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_8쪽

문어는 좀 전의 가게처럼 푹 익지는 않았다. 스기노는 푹 익혀 너무 부드러워진 것보다는 이 집의 문어처럼 씹는 맛이 살아 있는, 팽팽한 맛이 좋다. 모두, 지나치게 정성을 들이지 않고 심플하면서 골고루 맛이 스며 있는 점도 좋았다. _17쪽

스기노는 ‘물기가 부족해’라고 비난당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먹을 것에서는 촉촉한 물기를 추구하는 주제에 인간의 물기는 말라비틀어졌다는 건가._38쪽


2_ 모정 기쓰네 우동
뼛속까지 우동을 좋아하는 남자 우라이는 점심은 언제나 회사 근처의 ‘심천’이라는 우동집에서 해결한다. 전처 사키코와 이혼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이어져온 습관이다. 어느 날 우라이는 심천이 임시 휴업을 하는 바람에 ‘미요시’라는 우동집으로 갈아탄다. 이곳에서 우라이는 검소하고 청순해 보이는 외모를 한 여인을 알게 되는데, 우연히 합석한 자리에서 함께 기쓰노 우동을 먹으며 기쓰네우동애호회라도 결성한 듯한 뜨거운 동지애를 느낀다. 우동을 사랑하고, 미각의 취향마저 일치하는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마침내 혼인신고를 하고 함께하기로 한 두 사람. 그러나 가미에의 근검절약 정신은 무사태평한 성격의 전처 사키코와는 반대로 도가 지나치다. 게다가 손버릇도 나빠서 반대의 기미라도 보일라치면 철썩, 하고 우라이를 때리기 일쑤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우라이가 그토록 좋아하는 기쓰네 우동도 못 먹게 한다는 것이다. 우라이는 전처와 이혼한 후에도 종종 그녀가 일하는 바에 가곤 했는데, 사키코와 결혼한 후 그녀 앞에 나타난 그의 낯빛은 어둡기만 하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그의 유일한 낙은 그토록 환멸을 느꼈던 전처 사키코의 가게에 들러 한잔하는 것이다.

우라이는 미각이 일치하는 부부라는, 남녀에게 있어 버릴 수 없는 꿈을 갖고 있었다.
뭐니 뭐니 해도 남녀가 둘이서,
‘이거 맛있어요, 그렇죠, 여보?’
‘응, 맛있군.’
하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인 거다. _63쪽

우라이에게 우동 국물은 신성한 것이었다. 우라이는 ‘돈 문제가 아니야’ 하고 생각했다. 그 넘실거리는 황금색 또는 등색의 감칠맛 나는 국물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마시는 것이 우라이가 점심때마다 행하는 신성한 행사였다. 우라이는 그 덕에 일하고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_49쪽

“은퇴는 자기가 결정하는 게 아니잖아?”
하고 말했다. 사키코는 담배연기를 내뿜고,
“그렇다면 누가 결정하는 거지?”“그건 다른 사람이 정하는 거야. 세상이 결정하는 거라고.”_78쪽


3_인정 스키야키 이야기
오사카 사람인 쓰루지는 결혼한 지 2년이 지났는데도 도쿄 사람인 아내 레이코의 ‘아나타’라는 호칭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오사카에서는 남편을 부를 때 ‘안타’라고 하기 때문. ‘끓인다’는 말도 어색하다. 오사카에서는 밥도 반찬도 모두 ‘짓는다’라고 표현한다. 집안의 장남이었던 그는 무사태평하고 흐릿한 성격의 소유자로 배우자의 집안이나 궁합을 따지는 부모님 탓에 동생들이 장가를 갈 때까지도 혼자 남아 노총각 신세였다. 한때는 유리에라는 여자와 연애를 하고 아이까지 가졌지만, 어머니의 반대에 부딪쳐 유산하기로 합의한 뒤 헤어졌다. 그때에도 쓰루지는 “안 되겠어, 어떡하지……” 하며 흐리멍덩한 태도를 보였었다. 이후 쓰루지는 수없이 많은 선을 보았고, 그중 한 살 아래의 ‘플라워 어레인지먼트’라는 직업을 가진 레이코를 만나 결혼했지만 극복 불가능한 문제에 부딪치고 만다. 이질감을 주는 그녀의 도쿄 말씨처럼 미각의 취향이 달랐던 것. 음식은 너무 짰고, 계란 부침에는 설탕을 넣는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스키야키의 맛이 완전 다르다는 것. 그러던 어느 날 유리에가 회사로 전화를 걸어왔고, 그는 그녀와 함께 전골 식당에서 스키야키 요리를 먹는다. 놀랍게도 전골 식당에서 유리에가 만들어준 스키야키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해준 맛과 똑같다. 그 후 쓰루지는 아내의 요리에 부족함을 느낄 때마다 유리에를 불러내 스키야키를 먹으러 간다.

쓰루지는 이미 마흔한 살의 남자였다. 인생의 취향이 완성되어 있다._82쪽

쓰루지는 아내의 요리에 좀 부족함을 느끼면 유리에를 불러내 스키야키를 먹으러 간다. 그때마다 콕콕 찌르듯이 빈정거리며 옛날이야기를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 빈정거림도 계속 듣다 보니 이제는 스키야키에 맛을 더하는 향신료같이 느껴진다._116쪽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계속해서 그저 짠 음식 밖에 못 만들 가능성이 크다. 요리는 상상력이 있어야 맛있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_116쪽


4. 오코노미야키 무정
가족들은 요시자와가 좋아하는 오코노미야키를 무시한다. 심지어 장모는 그건 사람이 먹을 음식이 못되는 형편없는 음식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에 반해 요시자와는 음식은 천한 쪽이 더 맛있다는 주의다. 하지만 요시자와는 여전히 자신의 입맛에 딱 맞는 오코노미야키를 찾지 못했다. 여직원들과 함께 레스토랑에서 먹은 ‘삼중탑’의 거대한 오코노미야키는 논외로 하더라도, 자주 들르는 ‘야요이’와 ‘오치요’의 것도 그에겐 ‘맛있긴 하지만 어딘가 다른’ 듯한 아쉬움을 남긴다. 어느 날 우연히 들어간 ‘도요’라는 가게에서 요시자와는 꿈에 그리던 이상적인 맛의 오코노미야키를 먹게 된다. 여주인은 남편과 사별한 뒤 홀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요시자와가 가게에 들르는 날이 늘어갈수록 여주인의 얼굴도 마치 사랑에 빠진 여자처럼 점점 예뻐진다. 그러나 요시자와가 인생의 즐거움이 늘어나고 있다고 기뻐하던 것도 잠시, 여주인은 단골손님과 재혼하면서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린다. 새로운 젊은 여주인은 천한 가운데 고상한 맛을 지닌 오코노미야키가 아닌 천한 것 중의 천한 맛을 지닌 오코노미야키를 만들 뿐이다.

마흔이 넘은 요시자와는 ‘오코노미야키’가 여자들의 기호품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어서, 오코노미야키를 먹을 땐 한쪽 벽에 붙어 앉아 떳떳하지 못하게 먹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래서 더 맛있는 거야.’ _120쪽

‘남들이 하지 않는 건 나도 못해, 하는 게 샐러리맨의 숙명일지도 몰라. 샐러리맨은 원래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지 못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 그런 측면에서 내가 오코노미야키에 정신없이 빠져드는 건 좀 남다른 거야.’ _139쪽

오코노미야키는 다소 천한 부분이 있어야 한다. 돼지고기 기름이 골고루 스며들어 있는 저속함. 그 농후함을 파의 맛으로 눙치고 적생강으로 자극하는 데에서 살며시 느껴지는 어떤 미심쩍음이 오코노미야키의 매력이다. _146쪽


5. 박정 고래
마흔다섯 살의 샐러리맨인 기즈는 요즘 아내 하루요에게 잔소리가 심하다는 핀잔을 듣는다. 기즈는 최근 주5일제가 정착되면서 휴일이 많아진 탓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역사 소설을 읽거나 야구 게임을 티브이로 시청하는 것 외에 딱히 취미랄 게 없는 그는 집에 있다 보니 잔소리가 늘어났다. 나이 탓인지, 시대 탓인지 기즈보다 여덟 살이나 어린 아내 하루요에게서는 당최 검약 정신이라곤 찾을 수 없다. 남은 음식을 그냥 버리는 습관도 새삼스레 눈엣가시처럼 거슬린다. 또 기즈는 여유 시간이 많아지면서 옛날 고래 맛을 떠올리며 그리워한다. 버릴 데가 하나도 없는 고래. 겨울이면 어머니는 빨간 고래 고기에 미즈나를 넣어 스키야키를 해줬다. 고래 스키야키는 미즈나의 아작아작 씹히는 맛과 잘 어울려 아작아작 냄비라고 불렸다. 당시 어머니는 고래만 나오면 오토매틱으로 고래 고기를 즐기던 아버지를 ‘박정한 인간’이라고 흉봤다. 아버지는 전쟁 중에 모자가 시골에 피난 가 있을 당시 다른 여자와 도망갔기 때문이다. 어느 날 기즈는 교토의 건어물상에서 고래 고기를 발견하고 아작아작 냄비를 먹을 기대에 부풀지만, 도저히 요리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며칠 후 노인요양원 요리사 세가와 마유미라는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기즈를 찾아오는데, 그는 그녀를 통해 자식을 향한 아버지의 애달픔을 깨닫게 된다. 기즈는 마음속이 따뜻해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그녀와 함께 고래 스키야키를 먹겠다고 다짐한다.

고래는 버릴 데가 없어서 고기도 가죽도 남김없이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얼마나 고마운 바다의 음식인가. _157쪽

기즈는 고로가 쇠고기보다 맛있다고 생각한다. 고로의 쫀득쫀득한 맛 사이사이에 미즈나의 아작아작하고 담백한 맛이 섞여 결국, “배 터지겠다.” 할 정도로 먹어버린다. _179쪽

6. 다코야키 다정
서른아홉 살에 미혼인 나카야는 지금까지 서른 번 정도 선을 봤지만 모두 실패다.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외아들이라는 악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때때로 시어머니와 같이 살겠다는 쪽도 있지만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태도로 보여 별로다. 나카야는 ‘얌전하고 기특한’류의 아가씨들도 질색이다. 그런 여자들이야말로 진정한 악녀라고 생각한다. 어머니는 슬슬 머리가 벗어지기 시작하는 나카야와 이대로 백년해로하게 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카야는 포장마차에서 다코야키를 먹다가 우연히 한 아가씨를 만난다. 다코야키에 관한 한 최상의 궁합을 자랑하던 둘은 어느새 연인 사이가 된다. 그런데 이 여자도 좀 수상쩍다. 다코야키를 먹다가 갑자기 자기는 처녀라고 하질 않나, 자세히 보니 생각보다 나이도 좀 들어 보이고 중년의 말투가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알고 보니 그녀는 사십 대에 유부녀였고, 도리어 나카야더러 애 둘은 딸린 유부남인 줄 알았다면서 놀란다. 이제 나카야는 악녀는 미인도, 얌전한 아가씨도 아닌 바로 데루코 같은 여자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 된 영문인지 ‘악녀 다코야키 메이트’는 너무 중독성 있다.


다코야키는 역시 포장마차에서 아저씨나 아줌마가 용기에 담아준 다코야키를 들고 걸어가면서 뜨거울 때 이쑤시개로 하나씩 찍어서 빠끔빠끔 입에 물고 오독거리는 문어를 혀로 살살 굴려가며 먹는 게 제맛이다. _201쪽

사십 대가 되기 전에는 이것도 알고 저것도 안다고 생각하기 쉬운 법이다. 그러나 나카야는 이 가게 맨 안쪽 걸상에 걸터앉아 먹는 술도 그렇고, 다코야키도 그렇고, 아니 더욱이 비 오는 밤의 풍정도 그렇고, 맘에 든 오타후쿠 얼굴의 여자도 그렇고, 역시 인생에는 아직 자신이 몰랐던 게 많구나, 하고 생각한다. _223쪽


7. 당대 복지리 사정
전직 라디오 제작부 프로듀서이자 지금은 음식점 사장인 된 스즈키는 오랜만에 전처 신코를 만나 복 요리집에 왔다. 신코는 장수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pd 시절에 스즈키는 풍채가 좋고 배가 나왔다고 해서 ‘스즈키 어르신’으로 통했다. 보이시한 외모와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의 신코는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매력적이다. 사실 스즈키는 자신의 실수로 신코와 이혼하게 되었다는 후회와 아쉬움을 갖고 있었다. 오랜만에 해후한 두 사람은 복어 회와 복어 찌개를 맛있게 먹으면서, 그들이 헤어지게 된 이유를 떠올리면서 울고 웃는다. 그리고 스즈키는 마지막에 먹는 복지리 죽이 식기 전에 신코를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이리는 복어의 정소인데 새하얗고 둥글다. 소금을 휙 뿌려 살짝 태우기 때문에 바깥쪽은 껍질이 빳빳하다. 그 녀석을 입에 물고 살살 돌리면 입안에서 얇은 껍질이 부서지며 뜨거운 내용물이 흘러나와 혀를 태운다. 신코처럼, “아, 뜨거워… ….” 하고 싶지만, 그래가지고서야 혀에 갈쭉하니 흐르는 이리의 그 감칠맛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그건 정말로 튀는 데 없이 천성이 곧은, 최상의 풍취를 느끼게 해주는 맛이다. 자국눈처럼 부드러운 두부가 혀에 희미한 달콤함과 짠맛을 남기고 사라지는 것 같다. 향기로운 포타주 한 방울 같기도 하다. _247쪽

스즈키도 드디어 사랑을 알게 된 것이다. 좋아하는 여자와 결혼하는 것이 인생에서 얼마만큼 기쁜 일인가를 알았다. 신코는 말투도 거칠고 보이시했지만 그건 신코가 선택한 미의식의 표현이라는 식으로 너그러이 받아들여졌다. 상대에 대한 배려가 지나치게 세심한 것을 숨기기 위해 저러는 거다, 신코의 부드러움은 그래도 억누를 수 없이 피어난다, 하는 식이었다. _260쪽


8. 된장과 동정
나카가키는 대학 졸업 후 줄곧 다니던 회사가 도산하는 바람에, 섬유 회사와 화장품 회사를 전전하며 아내보다 낮은 월급을 받고 있다. 반면 무역 회사에 다니는 아내 구미코는 도시적이고 세련된 여성으로, 무엇보다도 ‘영어를 잘한다’. 그녀는 서양 요리를 좋아해서 어떤 요리든지 크림을 뿌리거나 곁들이는데, 나카가키는 그게 못마땅하다. 뭐든지 적당히 맞춰주는 성격을 가진 그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먹는 것만큼은 싫고 좋음이 분명해졌다. ‘크림’은 질색이고, 오사카식 ‘보통 반찬’은 좋아 죽는다. 나카가키는 제철 음식이나 ‘보통 반찬’이 먹고 싶어지면 ‘오쓰네’에 간다. ‘오쓰네’는 가정에서 먹은 보통 음식들을 파는 일식집으로 제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오쓰네 식당은 오사카에서 태어나 오사카에서 자란 나카가키에게 옛날부터 전해오는 지역 특유의 맛을 그대로 맛보게 해준다. 가게의 여주인인 쓰네코는 ‘마마’로 불리는데, 미인은 아니지만 차분하고 깊이 있는 눈빛을 가진 성실한 여자다. 사실 두 사람은 무역회사에 근무하는 아내 구미코의 부부동반 파티에서 처음 만났다. 영어를 못하는 나카가키는 누가 말을 걸까 봐 눈치를 살피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남편을 따라 온 쓰네코를 만난 것이다. 둘 다 ‘영어 사용 못함’의 부류이긴 했지만 쓰네코는 이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한다. 쓰네코의 남편 스가는 구미코처럼 도시적이고 세련된 남자로 ‘영어 사용’의 부류다. 이후 스가는 스무 살이나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나고 쓰네코와 이혼해버린다. 쓰네코는 혼자 오사카 반찬을 주로 파는 식당을 차리게 되었고, 가게 경영과 관련해 나카가키와 의논하면서 지금까지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남녀 사이의 연애 감정은 아니다. ‘영어 사용 못함’의 연대감을 지닌 그들은 초봄에 흰 된장 떡국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정을 지닌 사이다.

이 나이가 되면 싫어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많아져서 곤란하다. 곤란해도 어쩔 수 없다. 회사에서도 싫은 놈이 자꾸만 늘어난다. 물론 나카가키는 그런 사람들과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상식적이고 무탈한 교제를 나누며 적당히 지낸다. 간단한 요리를 하는 가게에서 ‘뭐로 하시겠어요?’ 라는 질문에 ‘그냥 알아서 주세요’라고 답하면, ‘적당히 골라드릴까요?’ 하는 말을 듣는다. 마찬가지로 나카가키의 인간관계의 요체도 ‘적당히’였다. _274쪽

국물을 들이켜보았다. 감칠맛과 중후한 맛이 혀에서 목까지 동시에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흰 된장에 적된장이 아주 조금 들어가 있는 게 분명했다. 걸쭉한 된장 국물이었다. 크림 수프의 음란함도 없었고 밀가루로 차지게 만든 수상쩍음도 없었다. 육수는 쇠고기를 끓여 거품을 걷어내고 거기에 미리 익혀놓은 채소를 넣어 끓인 것이다. 쇠고기의 진득한 맛과 매끄러운 흰 된장이 잘 녹아들어 농후하면서도 친근한, 왠지 그리운 맛이 되어 있었다. 색색의 어묵이 한 조각 두 조각, 칠기 그릇 안에서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하는 것도 보기 좋았다. _3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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