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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8년 10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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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12쪽 | 568g | 135*200*30mm |
ISBN13 | 9791160505757 |
ISBN10 | 1160505756 |
2024년 04월 17일 ~ 2024년 05월 01일
얼리리더를 위한 5월의 책 : 디즈니 캐릭터 PVC 마그넷 증정
2024년 05월 01일 ~ 2024년 05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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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를 하고 난 뒤 몇십분 정도 짬이 날 때, 나무와 풀밭이 있는 자투리 녹지, 도시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나면, 나른했던 몸이 풀리고 기분이 상쾌해지면서 오후 업무 능률도 오르는 기분이다. 주말에 집에서 TV나 컴퓨터와 함께하기보다 시간을 내서 근교 숲이나 호숫가, 강변 등으로 드라이브를 가서 자연을 즐기고 오면, 주중의 피로가 풀리고 재충전이 되면서 월요일을 맞는 기분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기도 한다. 방학이나 휴가를 맞아 간 여행에서도 도시의 고풍스러운 고궁, 미술관, 박물관 등 건물 내에서 문화예술을 즐기는 여행도 좋지만, 한편으로는 야외에서 파란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해변, 울창하고 새소리가 나는 푸른 잔디밭과 숲, 호수 등과 함께하는 것을 즐기고 행복해하는 사람도 꽤 많다.
이렇게 자연에 대한 인간의 긍정적 감정에 대해서는 익히 알려저 있고, 이를 보지 않더라도 많은 이들이 실천하고 있는 부분이다. 다만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있어서 그리 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자연이 우리에게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과학적으로 밝혀진다면, 우리는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고도 자연을 가까이하는 장소를 추구하지 않을까? 그리고 또 의문이 드는 점은, "모든 사람이 어떤 모습의 자연이라도 최고의 안정감과 만족감을 느낄까?" 였다. 세상의 자연 풍경과 그것을 즐기는 인간의 행동, 감정의 깊이, 반응, 문화적 형태가 다 다른데 말이다. 그럼에도 다양한 자연의 장소와 사람의 관계에서 보편적인 모습도 있을 것이고, 한편으로 여러 국가와 장소의 사람들이 자연을 느끼고 즐기는 배경이 다양하기도 할 거라는 생각도 있었다.
이 책은 이렇게 우리가 자연에 대해 영향을 받고 느끼는 과정이 수많은 국가에서 어떻게 연구되고 있는지를 모은 책이다. 저자는 잡지 편집자로서, 여러 나라에서 있었던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긍정적 영향에 대한 실증적 연구결과를 접하고 취재하면서 전문가 인터뷰, 자연 체험 등의 사례를 소개한다. 일본, 미국, 핀란드, 영국, 싱가폴, 한국(의 사례도 꽤 나온다)까지 꽤 많은 국가에서의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경험하고 살펴보면서, 내가 앞서 언급한 질문의 해답을 풀어준다. 이 책의 잠재적 독자는 도시에 사는 산업화된 국가의 현대인이다. 그래서 주로 여러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본다. 여러 나라에서 도시화로 인해 좁은 공간에 갇혀 사는 사람들이 자연을 갈망하고, 또 자연을 접하는 실천 속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사례를 살핀다. 이를 통해 도시 속 현대인들이 일상적 장소를 재성찰하면서 자연과 가까이하는 장소를 만들기를 제언한다.
사람들은 자연환경에서 지낸 경험이 부족해서 자연의 치유력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인간이 자연에서 더 건강해지고 더 창조적이 되고 더 공감할 수 있으며 세계와 서로에게 더 잘 적응한다는 사실이 과학 연구로 밝혀졌다는 사실도 모른다. 아닌게 아니라 자연은 문명에 유익하다. <자연이 마음을 살린다>는 시인과 철학자들이 오래전부터 알았던 사실, 즉 우리가 머무는 장소가 중요하다는 사실에 관한 과학을 탐색한다. (p.14~15)
전체적으로 이 책은 모두가 자연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일상, 삶, 공동체를 더 바람직하게 구성할 방법을 소개한다. (...) 내가 도시로 이사온 사건은 전 세계적인 인구통계학적, 지리적 변화의 한 단면일 뿐이다. 호모사피엔스는 2008년 어느 시점부터 공식적으로 도시 종(種)이 됐다. 그해에 세계보건기구는 세계 인구가 최초로 시골보다 도시에 더 많이 산다고 발표했다. (...) 하지만 인간이 활동 무대를 도시로 옮기는 사이 인간의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도시공간을 만들기 위한 계획과 자원과 기반시설은 늘어나지 않았다. (p.25~26)
저자는 자연이 인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가설을 확인하고자 한다. 그래서 이를 논증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사례가 책에 많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여러 국가 간에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이 지리적으로 조금씩 다양한 것이 흥미로웠다. 숲을 신성시하고 가까이하는 문화적, 사회적 배경을 가진 일본 사람들의 모습을 미국인인 저자가 흥미로워 하는 상황이 인상깊었다. 우리는 그래도 일본의 울창한 숲, <모노노케 히메>와 같은 영화를 봐서 그런지 익숙한데... 산림욕이란 말도 일본에서 만든 말이라고 한다. 그리고 핀란드도 자연, 친환경 하면 떠오르는 국가이다. 저자는 핀란드 사람들이 도시에 살아도 자연과 매우 가까이 살아가는 모습을 주목한다. 이를 핀란드의 사회적 배경과 연관짓는 모습도 흥미로운 분석이었다. 책에는 우리나라의 사례도 꽤 실려 있다. 우리도 산을 좋아하고 신성시하는 문화가 있는데, 이를 산신령이라는 용어로 증명하는 것도 새삼스러우면서도 재밌었다. 산림치유학과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개설한 나라가 우리나라 충북대의 신원섭 교수라는 내용도 있었다. 확인해보니 대학원 과정에 있어서 놀라웠다. 또 서울 청계천, 장성 편백숲, 우리나라 산림 연구자의 인터뷰 등도 실려 있었다. 우리가 산림욕, 도시공원에 대해 당연히 생각하던 부분을 외국 저자의 눈으로 접하니 재미있었다. 어떤 곳에서는 난개발로 녹지가 파괴되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저자는 학자는 아니다보니 긍정적인 부분에 더 주목하는 것이고, 또 우리도 그런 저자의 시각에 포착될 만큼 긍정적 자연관과 자연 연구가 있다고 평가할 만 하겠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산림치유프로그램에 대해 '실용적'인 한국인으로 좋게 평가했지만, 상업화와 환경 훼손이 오히려 걱정되긴 한다...
"일본인들은 왜 그렇게 자연을 많이 생각하죠?"(...)
"미국인들은 자연을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가 물었다.
나는 잠시 생각했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죠." (...)
미야자키는 진지하게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글쎄요. 우리 문화에서 자연은 마음과 몸과 철학의 일부입니다. 모든 것은 다른 뭔가와 연결돼 있어요. 반면에 서양의 사고에서는 모든 것이 그 자체로 절대적이죠."(p.43)
스파와 코스메틱 문화가 성행하는 동시에 과거 한국의 신령한 산과 깊은 숲에 대한 갈망이 점차 커지고 있다. 4세기 한반도에 유입된 불교는 만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고대의 물활론적 무속신앙을 적절히 포용했다. 한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네 신령 중 하나가 '산신령'이다. 게다가 한국인들은 고대부터 나무와 사람들과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섬겼다. 하지만 14세기에는 중국에서 들어온 유교가 국가발전을 꾀하는 데 편리한 정치철학으로 자리잡았다. 유교는 엄격한 신분, 사회적 책무, 확고한 직업윤리를 중시한다. 그리하여 현대 한국에는 두 가지 상반된 사상이 불안정하고 불평등하게 동거한다. 기술을 앞세우고 경쟁적이고 위계질서가 확고한 세계와 자연을 가까이하고 만물에 영혼이 깃들어있다고 믿는 세계가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p.106)
대지에서 벗어난 지 이제 고작 두 세대라면, 게다가 이민자가 거의 없다면 거의 모든 국민에게 아직 농장이나 숲에 사는 조부모가 있을 것이다. 조부모들은 여전히 시골집에 살거나 도시로 이주했어도 계절마다 찾아가는 소박한 시골집을 갖고 있다. 인구 500만의 핀란드에는 '케사모키', 곧 '여름 오두막'이 200만 채 있다. 거의 모든 집이 시골의 자연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산다는 뜻이다. 핀란드는 세계적으로 행복 점수가 높은 나라다. 많은 사람이 소득 격차가 크지 않은 데서 그 원인을 찾는다. 하지만 어쩌면 모든 국민이 행복해지는 방법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가령 주변에 호수와 숲과 해변이 있고 긴 국정 공휴일이 있고 한밤중에도 해가 떠 있는 나라여서일 수 도 있다.(p.202)
저자가 찾은 여러 사례들은 단순히 자연->인간 심리의 일방향이 아니다. 우리가 자연을 느끼는 과정에서 시각은 물론 새소리와 같은 청각, 피톤치드 향과 같은 후각도 중요하다는 사례를 언급한다. 또 '한 달에 다섯 시간'과 같은 핀란드의 사례처럼 구체적으로 얼마나 어떻게 자연을 접해야 하는지 방법을 말하기도 한다. 자연을 통해 집중력이 높아지고 안정감이 생기며 사회성이 높아지는 뇌과학적 연구결과도 흥미로웠다. 또 자연을 즐기는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산책'을 권장하기도 한다. 더 적극적인 방법은 더 큰 효과를 주기도 하는데, 깊은 강의 계곡을 트래킹하고 래프팅하면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던 군인들이 회복하는 놀라운 치유 효과도 있고, ADHD 아이들이 숲에서 놀면서 치유되기도 한다. 수많은 흥미로운 사례들을 통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놀라운 효과를 책을 통해서나마 실감하게 되었다.
한편 이 책의 내용과 유사한 관점의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2016년에 번역된 책인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 : 마음을 지배하는 공간의 비밀>에서 사람들이 도시 속에서 자연 경관을 보며 안정감을 느끼는 것을 '심리지리학(phychogeography)'의 관점에서 연구한 것이 있었다. 또 정신과 의사 문요한이 쓴 책인 <여행하는 인간 Homo Viator : 정신과의사 문요한이 전하는 여행의 심리학>에서도 현대인들이 도시 속에서 갇혀 지내는 답답함 때문에 드넓고 거대하고 경외로운 자연 속으로의 여행을 갈망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현대 도시민인 우리에게 여행이란 어떤 심리적 의미를 줄까? - <여행하는 인간> - 리뷰
공간과 심리학을 연결하면 사람이 보인다. -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 - 리뷰
이 책은 앞선 책에서 언급한 내용보다 더 폭넓고 다양한 사례를 수집했다. 그래서 두 책에서 관심을 가지면서더 더 알고 싶었던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이 책을 통해 더 잘 알게 되었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은 콘크리트 건물에 갇혀서, 주위를 둘러봐도 자연적 요소 하나 없는 네모난 칸막이 안에 있을 것이다. 여유가 있을때가 아니라, 여유를 내어서라도 자연을 보고 즐겨야 하겠다. 그래야 기분과 삶의 능률이 오르는 것은 물론,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한 목적도 포함해서 말이다. 당장 나도 귀찮다는 이유로 잠시의 산책을 소홀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지 않아야 하겠다. 그리고 학생들에게도 자연의 심리적 효과에 대해서 말해주어야 하겠다. 많은 현대인들이 공감하면서 읽을 만한 책이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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