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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1년 02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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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68쪽 | 814g | 153*224*35mm |
ISBN13 | 9788957691182 |
ISBN10 | 8957691189 |
2024년 02월 27일 ~ 2024년 05월 10일
2024년 04월 18일 ~ 2024년 05월 18일
2024년 04월 12일 ~ 2024년 04월 30일
2024년 04월 04일 ~ 2024년 05월 20일
2024년 03월 20일 ~ 2024년 04월 30일
4월의 굿즈 :책가도 독서대/스마트폰 거치대/우양산/북 스토퍼/우드 센서 무드등
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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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전사 아쿠메츠>란 만화가 있다. 사회악을 퇴치하고 자신도 같이 목숨을 끊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주인공이 죽으면 얘기가 진행되지 않으므로 주인공이 여럿 복제인간이라는 설정을 사용한다. 이렇게 말하면 그렇지만, 죽을 만한 놈이 죽는 것 같아 속이 시원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많이 심한가? 만화를 보면 동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일본을 배경으로 한 이 만화에서는 고이즈미 전 총리를 연상시키는 일본 수상도 나오는데, 대표적인 사회악이 도로 건설에만 열을 올리는 국회의원과, 도로공사, 그리고 지방 토호이다. 소위 '토건족'들이다. 그들 토건족은 아쿠메츠에 의해 그들이 그렇게 사랑해 마지 않는 바로 그 도로 아래에 파뭍힌다. 그 꼴을 봐도 동정심이라고는 전혀 생기지 않는다. 본서 <디버블링>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현재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토건족과, 그와 결합된 신자유주의에 의한 미래 한국의 디스토피아를 잔인하게 그려내고 있다.
본서 <디버블링>의 저자 우석훈이 베스트셀러였던 <88만원 세대>의 저자라는 것도 책날개에 쓰여진 저자 소개를 보고서야 알았다. 남들 다 보는 책은 왠지 안 보게 되거나 뒤늦게 읽는 습관이랄까 하는 것이 있어서 그랬다. 어쨌든 본서 <디버블링>을 손에 들게 된 것은 '디버블링'이라는 단어 자체로부터 누구나 연상할 수 있듯이, 현재 한국사회의 거대담론 중 하나인 '버블의 소멸'이 언제, 어떻게 우리에게 다가올 것인가에 대한 궁금점이었을 것이다. 김광수경제연구소나 이정환 블로그 등에서 주류신문과 다른 의견을 읽을 수 있지만, 아무래도 독자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이슈에 집중하는 면에서나 기사분량 면에서 더 확대된 논의를 다루는 매체나 결과물이 필요했다.
'디버블링'의 발생시점과 전개양상에 대한 논의가 펼쳐질 것이라 예상과 달리, 본서는 '생태경제학'이라는 생소한 분야에 그 근간을 두고서, 현재 그리고 근미래의 한국사회가 맞이할 생태 재생산의 위기, 출산율 1이 무너져 그 이하로 내려가는 것이 초읽기에 몰린 생식 재생산의 위기, 다시 말해서 경제적 주체 재생산에 대한 근본적인 위기감으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이것은 신자유주의의 기치 아래, 과학도, 기술도, 심지어는 예술마저도 경제의 영역에 포획된 경제환원주의에 의한 것이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생태학에서 지금의 한국 경제와 가장 유사한 비유를 찾자면, 아마도 <총, 균, 쇠>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에 나오는 바로 그 '붕괴(collapse)' 모델이 아닐까 싶다. 경제적 위기가 생태적인 위기를 만들고, 이것이 사회의 위기를 만들고, 그것이 다시 정치의 위기를 만들고, 그렇게 악회된 정치적 위기가 다시 경제의 위기를 만드는 것, 이러한 일련의 붕괴의 과정에 이미 국민경제로서의 한국 경제가 봉착한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월급제를 당연시하고 있지만, 저자에 따르면 이미 지금의 20대는 '대졸 초임 삭감'에 이어서 최초의 정규직 '주급제'의 수혜자가 될 가능성도 높고, 게다가 비정규직 내에서도 월급을 받는 곳과 주급을 받는 곳에 따라서 새로운 차별이 생겨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전술론에 나오는 "분할하여 통치하라(Divide and Conquer)'를 연상시키는 것이랄까, 기득권층은 일자리 분담이니, 고통 분담이니 하면서 실제로는 20대와 50대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월급여 수령자와 주급여 수령자를 차별함으로써 비기득권층의 저항력을 분산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대목이다.
하지만 이미 여러 매체들을 통해서 많이 나왔듯이 그렇지 않아도 성장 감소세에 있던 한국 인구 증가율은 소득 양극화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았고, 미래에 생식을 통한 경제주체를 생산해야 할 20대는 결혼을 포기하고, 출산을 포기하고, 더 나아가 섹스를 포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까지 '폭탄 돌리기' 게임에 참가해왔던 참가자들은 더 이상 그들의 폭탄을 전해줄 다음 세대를 잃어버리게 되고, 그 결과 경착륙, 또는 버블의 소멸이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지금의 윗세대가 토건으로 직접 혜택을 보았든 아니든 대체적으로 토건에 대해서 우호적이고, 자신의 상식은 물론 문화와 개인의 철학마저도 토건 쪽으로 향해 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지금의 20대는,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토건과는 거의 상관없는 삶을 살고 있고 또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20대는 토건 경제의 피해를 대규모로 받게 되는 첫 세대이자 '토건질'과는 무관한 첫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토건족은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다. 집값 올리는 데 방해가 되면 군대도 비키고 군사공항도 비키라고 하는 족속들이 바로 토건족들이다. 저자에 의하면 이러한 토건질에는 한나라당과 지방 토호들이 가장 앞장서고 있지만 노무현 전대통령과 민주당도 이에 대해 할 말이 없다. 새만금, 세종시는 물론 지금 가장 뜨거운 이슈 중의 하나인 지방공항 문제도 사실상 경제성이 없음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원안대로 밀어붙였고 또 반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특히 국토 균형 개발과 지역 균형 발전을 참여정보의 핵심 모토로 했었던 노무현 전대통령조차 토건경제로 가속화시킨 주범이 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와 민주당이 추진한 기업도시법과 뉴타운 특별법은 지방으로까지 토건화를 확대시키고, 강남 TK 세력이 성공적인 투기로 벌어들인 자금을 다시 강남에 투자하게 만듬으로써 종국적으로는 서울 비대화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인 이야기> 등에서 자주 인용한 "아무리 나쁜 결과로 끝난 일이라도, 그것이 시작된 당초의 동기는 훌륭한 것이다."라는 문구가 아프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특히나, 저자의 예견이랄까 하는 것이 들어맞는 부분이 나오는 것이 꽤 놀랍다. 본서가 출간된 것이 2011년 2월인데, 그 이후 발생한 일본 지진에 의한 원전사고, 한국 고리원전의 가동 중지, 시드니 주택시장 디버블링 기사 등이 나온 것을 보면 마치 저자가 작두라도 타고 있는 것이 아닌지 하는 섬뜻함마저 느끼게 된다. 지금으로써는 그저 기도할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아마도 한반도의 역사에서 '수탈'로 유명했던 조선총독부 시절의 일본인 총독들을 제치고 역대 최악의 반 생태적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의 재임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사태에 대한 시나리오는 체르노빌 규모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벌어지지 않은 원전 사고일 것이다.
지금 정부에서 말하는 '녹색'은 '삽질'이라는 단어로 치환을 하면 거의 정확하게 이해가 된다. 여기에 '저탄소'를 '원자력'으로 바꾸면 거의 100퍼센트 해독 가능한 개념으로 바뀐다. 녹색 성장은 '삽질 성장'의 의미를 가지고 있고, '저탄소 녹색 성장'은 '원자력 삽질 성장'으로 이해하면 정확하다. 삽질 정권에 원자력 정권, 이게 우리가 살았던 지난 10년 동안의 실체인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외부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것에 있다. 저자에 의하면,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신자유주의와 더 많은 재정정책 지출을 동반하는 정부의 적극적 개입, 두 가지가 같이 발생하는 경우가 현재까지는 전세계에서 한국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모든 금융 정책과 재정 정책을 동원해도 실문은 꼼짝도 하지 않는 한국식 복합 공황을 보게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부동산과 관련된 물가는 디플레이션 현상을 보이고, 그렇지 않은 생필품들은 인플레이션을 보이는 가격의 이중화 현상은 이미 지금도 그 전조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저자가 제기하는 해결책은 토건 경제로 흘러가는 비용을 복지 비용으로 돌리고, '자발적 가난'이라고 하는 테제에 걸맞는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을 다시 찾는 것이다. 자기 가처분소득 수준을 넘지 않는 소비와 차임 관리, 기본적 삶을 지탱해주는 복지 정책, 그리고 결국은 자신의 주변에서 지역 경제를 만들어낼 수 있는 '코뮌(공동체)'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적 경제의 복원, 이런 것들만이 한국이 "우리 저기에서 태어나지 말자"라고 태아의 영혼들이 합의하는 땅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향으로 걸어가는 가운데 우리 너무 심각해 지지 말고 저자가 즐겨 말하는 '명랑'이라는 가치를 유지하자고 하며 저자는 본서를 마무리 하고 있다.
4대강 살린다고 할 필요 없고, 녹색으로 성장한다고 할 필요 없다. 어린이를 잘 챙기고, 여성들이 힘들지 않게 여러 가지 정책들을 만들고, 청년과 노인들을 살뜰히 보살피면 거의 대부분의 생태 문제는 저절로 풀린다. 인구수 준다고 아이들 낳으라고 여성들에게 윽박지를 일 없다.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서 사회 그 자체가 믿을 수 있는 경제적 후원자라는 믿음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섹스도 늘게 되고, 혈연이든 혈연이 아니든 가족의 형태로 살아가는 사람도 늘게 된다.
나는 우리 모두가 명랑이라는 가치를 잊지 않고, 동물처럼 살아왔던 지난 10년을 뛰어넘어 인간미를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면 문화와 창의성과 같은 것들이 회복될 것이고, 어느 순간 한국 경제가 생태적 전환을 이뤘다는 것을 알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토건과 생태, 이 싸움에서만큼은 지고 싶지 않다.
쓰다 보니 리뷰가 생각보다 길어져서 박근혜에 대한 예상, 사교육 문제, 후분양 제도의 확대와 전세 제도의 소멸 등에 대한 주제까지는 적지 못했다. 분량이나 내용 면에서도 술술 읽어내려갈 만한 책은 아니었지만 최근의 개인 여건 상으로도 분주한 마음 때문에 더더군다나 어렵게 읽은 책이었다. 그런 면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에세이에서 대충 살아도 그럭저럭 살만한 세상이 좋은 세상이다라고 한 것이나 본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더욱 절감하게 되는 독서 시간이었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개인적으로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싶고, 또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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