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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6년 10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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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96쪽 | 100*150*15mm |
ISBN13 | 9791157830572 |
ISBN10 | 1157830579 |
2024년 04월 17일 ~ 2024년 05월 02일
2024년 02월 27일 ~ 2024년 05월 10일
2024년 04월 18일 ~ 2024년 05월 18일
2024년 04월 12일 ~ 2024년 04월 30일
2024년 04월 04일 ~ 2024년 05월 20일
2024년 03월 20일 ~ 2024년 0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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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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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이 명문장으로 손꼽히는 <설국>, <두 도시 이야기>, <이방인>에 못지 않은 첫문장을 발견했다.
우리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개소리가 너무도 만연하다는 사실이다. 모든 이가 이것을 알고 있다.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개소리를 하고 다니니까.
개소리라는 단어가 자극적인 탓에 다소 가볍게 들리지만 엄연히 이 책은 개소리에 담긴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책이라 하기에도 뭣할 정도로 짧은 분량에 크기는 손바닥 만해서 양장이 아니었다면 거의 브로슈어에 가까운 양이다.
가볍게 들고 다니며 읽기 좋겠다는 생각에 버스에 앉아 읽었다가 난독증이 올 뻔했다. 개소리의, 개소리에 의한, 개소리를 위한 글들을 읽고 있다 보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개소리인지 감도 안 잡히는 지경에 이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목적은 '개소리의 본질은 무엇이고 개소리가 아닌 것과 개소리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제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개소리의 본질을 이해하기 앞서 개소리(Bulls hit)라는 단어를 정의하는 정확한 말을 찾고자 논문이나 연구 결과를 찾아보는 것이 아니라 단어대사전을 참고한다.
먼저 "협잡"이다. 다소 과장이 가미된 허세 섞인 말을 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써 "의도적인 부정확한 진술"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개소리에도 의도적인 부정확한 진술이 포함된 것일까?
개소리가 허세를 부릴 때는 허세 부리기가 개소리의 본질을 구성하기 때문이 아니라 개소리의 동기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본다.
아니었다. 허세 부리기는 개소리의 동기가 되는 요소라고 한다. 그렇다면 개소리의 본질은 무엇인가? 대부분 개소리는 쓸데없는 말,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코웃음을 치게 하는 쓸모 없는 말이라고 여긴다. 배트맨이 조커의 대사에 근엄한 표정으로 "개소리"라고 하거나 "사실 네 친엄마는...나야."라는 말에 "개소리 하지마!"라고 대답하는 이유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이유에서나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는 심리 상태를 반영한 것으로, '말도 안 되는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개소리는 '말도 안 되는 말'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비트겐슈타인이 언급한 롱펠로의 시 중 장인 정신을 가진 건축가들의 이야기에서 개소리의 한면을 발견해낼 수 있다. 바로 장인들은 결코 조잡하고 부주의하게 작품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조잡하고 부주의하게 만들어진 것이 개소리의 요소 중 하나로 볼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한다.
이쯤에서 개소리의 본질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새로운 단어가 등장한다.바로 불 세션(Bull session)이다. 주로 남자들이 모여 별 영양가 없는 대화를 주고 받는 데서 비롯해 현재는 자유 토론, 잡담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단어다. 개소리(Bull shit)와 같은 "Bull"을 쓰고 있다는 점에 근거해 이번에는 Bull이라는 단어의 근간을 찾아보기로 한다. Bull이 쓰인 여러 문서를 뒤져본 끝에 저자는 Bull은'본질에서 벗어난 것', '불필요한 것', '요식 적인 것', 심지어 '사소한 것'이라는 폭넓은 정의를 찾아낸다.
계속해서 개소리는 결국 쓸모 없는 말, 부가적인 말, 없어도 무관한 말 그러나 순전히 악랄한 것은 아닌 말이라는 맥락에서 맴돌고 있다.
그러나 교묘하고 철저한 개소리에 속아 넘어간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의견에 동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누가 들어도 개소리하네 싶을 수준의 조잡한 말도 있지만 언뜻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완전히 속아 넘어가게 하는 물심양면을 다한 정교한 개소리도 존재한다. 따라서 장인 정신이 없는 부주의한 말도 개소리의 본질이라 볼 수 없다.
그래서 대체 뭐가 개소리라는 건데? 슬슬 부아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할 때 저자는 개소리의 본질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요소로 '거짓말'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내 곧 거짓말을 두 가지로 쪼개버린다.
그녀는 자신이 말하는 바의 진릿값에 관심이 없다. 이것은 그녀가 거짓말을 한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즉, 자신이 하는 말이 진실이냐 거짓이냐에 의도를 두고 있지 않다면 거짓말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가장 유사하고 흔한 사례로는 너 얼마있어?가 될 수 있다. 자판기를 앞에 두고 친구가 "아, 딱 오백원이 모자라네. 너 오백원 있어?"라고 했을 때 주머니를 뒤져보지도 않고 별 생각 없이 늘 없었다는 것에 근거해 "아니, 없어"라고 말한 뒤 나중에 주머니에 든 오백원을 발견했을 때 드는 감정이다.
그 순간에 나는 주머니를 뒤져보지 않고도 참과 거짓을 구별했다. 즉, 그 순간에는 거짓을 말한 게 아닌 셈이지만, 만약 그때 친구가 "아까 니가 주머니에 오백원 넣는 거 봤는데."라고 말하면 나는 거짓말을 한 게 된다. 그럼 어색하고도 쭈뼛한 표정과 어설픈 연기톤으로 "아, 맞다. 아까 꺌랄루한테 돈 빌려준 거 갚고 거슬러 받은 오백원 있었지. 까먹었어."라면서 묻지도 않은 말을 줄줄 꺼내며 오백원을 건네는 것이다.
개소리의 본질은 그것이 거짓이라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그것이 가짜라는 데 있다.
즉, 거짓임을 인지하고 말하는 거짓말과 달리 거짓과 참에 무관심해야 하는 것이 개소리의 요건 중 하나다. 이로 따지면 사실 우리가 뱉는 대다수의 말이 개소리로 이뤄져있다고밖에 할 수 없다. 특히 과장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별 생각 없이 건넨 대부분의 말이 개소리가 될 수 있으니 다소 가혹한 정의가 아닐 수 없다.
재밌었던 건 거짓말을 분류하기 위해 <거짓말>이라는 에세이에서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을 인용한 부분이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과 거짓말쟁이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전자는 마지못해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다. 반면 후자는 거짓말하기를 좋아하며 거짓말하는 즐거움으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다.
즉, 거짓임을 인지하고 말하는 거짓말과 달리 거짓과 참에 무관심해야 하는 것이 개소리의 요건 중 하나다.
사실 사람들은 거짓말보다는 개소리에 대해 좀 더 관용적인 경향이 있다.
여기에 대한 이유를 저자는 우리에게 숙제로 남겼다. 어째서 거짓말에는 분개하면서 개소리에는 약간의 불쾌함이나 의아함만 표출하는 것에서 그치는지.
숙제를 내고는 곧장 뒤에서 정답을 알려준다. 정답을 풀이해서 쉽게 말하면 '일점사'냐 '광역 공격'이냐의 문제다. 즉 범위가 다르다. 거짓말은 일대일의 문제처럼 느껴지지만 개소리는 나에게만 공격력이 몰려 있지 않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뱉는 화자는 무엇이 참인지 명확히 알고 속이려는 목적의식이 뚜렷하다. 따라서 거짓말을 하는 화자는 개소리보다 치밀해야만 한다. 그러나 개소리의 화자는 참과 거짓에는 관심이 없으며 목적의식도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공격력이 집중적이지 않다. 거짓말에 더 분개하는 건 화자가 진실을 명확히 알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도 크다. 이런 관점에서 오히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개소리를 하는 사람보다 명료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거짓말과 개소리를 대하는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도 있지 않을까? 개소리는 화자를 멍청하게 만드는 반면 거짓말은 청자를 모욕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이것이 개소리에는 "뭔 개소리야?"라고 답하고 거짓말에는 "감히 날 속이다니..."라는 반응의 해답이라고 생각한다.
개소리쟁이는 진리의 권위에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 점 때문에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훨씬 더 큰 진리의 적이다.
이쯤까지 왔는데도 여전히 개소리의 본질은 뭐고 개소리는 뭘로 정의해야 하는지 오리무중이다. 슬슬 부아가 치밀어 오를 때 프랭크퍼트는 슬그머니 결론을 내릴 준비를 한다.
개소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 자신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데도 말하기를 요구받는 경우가 그렇다. 따라서 어떤 주제에 대해 말할 기회나 의무들이 화자가 가진 그 주제와 관련된 사실에 대한 지식을 넘어설 때마다 개소리의 생산은 활발해진다.
이 말에 따르면 전혀 개소리를 요구하지 않았음에도 제멋대로 아는 척을 하며 끼어든다거나 정치에 대해 떠드는 것들 대부분이 개소리에 해당하는 셈이다. 아마 대다수의 정치인들과 방송인들 역시 해당하는 부분이다. 자신은 모르는 분야임에도 마이크에 대고 아는 척 떠들어야만 한다. 그것이 개소리라고 정의하고 있는 셈이다.
짧은 분량에도 어쩐지 오랜 시간을 들여 하나씩 개소리와 거리가 먼 것들을 제외해 나가다가 불쑥 튀어 나온 결말이 나를 분노케 했다.
우리의 본성은 사실 붙잡기 어려울 정도로 실체가 없다. 다른 사물들에 비해 악명 높을 정도로 덜 안정적이고 덜 본래적이다. 그리고 사실이 이런 한, 진정성 그 자체가 개소리다.
드라마 결론 중 제일 개소리였다고 회자되는 악명 높은 드라마 <파리의 연인>급 개 같은 결말이 아닐 수가 없다. 개소리에 대한 본질을 파헤쳐 보겠다더니 결말은 불완전한 우리의 존재에 진정성을 부여하려는 것 자체가 개소리라는 공허로 끝난다.
논리적으로 접근하다 말고 모든 걸 뭉그러뜨려 사실 우리 존재를 논한다는 것 자체를 개소리라고, 잘 모르면서 지껄이는 것 자체가 개소리라고 매듭지어버리면 이 책 자체가 개소리가 되는 기괴한 결말에 도달한다. 그런 면에서 '개소리에 대하여' 지껄이는 이 책의 내용 자체가 개소리라는 재귀적 개소리라고도 볼 수 있다.
개소리에 대한 언어적 뿌리를 찾아가려던 나는 허무하게 이 책을 덮고 이 책을 발견한 카테고리를 기억해냈다. "철학"이었다.
마치 지혜로운 사람을 찾아 아테네를 누비고 다니며 유명인사들을 빡치게 해 사형에까지 이른 소크라테스와도 같다. 이 책이 정의하는 개소리에 따르면 결국 소크라테스가 찾아 헤매던 것은 '개소리를 하지 않는 사람'인 것이었다. 무의미한 소리, 아는 체 하지 않는 소리, 진릿값에 무게를 두고 있는 소리를 찾아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고작 70여 페이지에 손바닥 만한 크기라 이대로 덮기엔 아쉬워 옮긴이의 글까지 꼼꼼히 읽게 된다. 단순히 앞서 저자의 말을 한번 더 정리하는 식이었지만 앞서 "사람들이 개소리에는 손사래를 치고 넘어가지만 거짓말에는 득달 같이 달려드는 이유를 찾아내시오"라는 숙제에 대한 답을 이렇게 내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개소리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아직까지 효과적인 방법을 찾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개소리와 거짓말을 혼동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즉, 거짓말쟁이에게 하듯이 개소리쟁이에게도 사실여부를 따져가며 들이대봤자 별 소득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거짓말쟁이와 개소리쟁이는 겉보기에 유사한 면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혼란 없이 명료한 개소리로 가득찬, 개소리쟁이가 잔뜩 모인 곳을 보고 싶다면 순위권 top5 안에 드는 게임 아무거나 켜면 만날 수 있다. 2011년에 출시된 이후 약 6년간 불굴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LOL만 시작하면 별 의미도 없는 욕지거리부터 시작해 맥락 없는 부모님 안부, 미드 좀 밀라는 절박한 욕지거리까지 다양한 개소리를 접할 수 있다. 이들에게 니가 우리 엄마 본 적 있냐고 좋으신 분이라고 아무리 따져봐야 혼란만 가중된다는 것이다. 순도 100%의 개소리에 불과하다.
자신의 주장이 참이라는 데 대해서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이는 사람은 오히려 진리의 권위를 승인하는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있으며 그런 사람은 상황에 따라사 개소리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저자의 숙제에 대한 해답을 어리숙하게나마 내고 나면 해제를 쓴 서울대 철학과 교수가 또 한가지 숙제를 낸다.
내가 여기에서 한 이야기들 중에서는 어디까지가 개소리이고 어디까지가 개소리가 아닐까?
아, 철학 그냥 관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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