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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체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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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체류기

백승주 | 은행나무 | 2019년 08월 16일 리뷰 총점8.9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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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체류기

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9년 08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52쪽 | 372g | 135*200*17mm
ISBN13 9791189982379
ISBN10 1189982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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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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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상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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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1976년 한국의 변방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제주의 작은 방에서 보르헤스와 로맹 가리, 롤랑 바르트, 고종석이라는 이름을 가진 선생들을 만나 세상에 대해 읽고 쓰는 법을 배웠다. 섬을 탈출해 육지로 건너와서는 서강대학교 한국어교육원에서 10년 동안 외국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이 시간 동안 한국과 한국어를 타자의 눈으로 보는 법을 익혔다. 지금은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한국어교육학과 사회언어학을 연구... 1976년 한국의 변방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제주의 작은 방에서 보르헤스와 로맹 가리, 롤랑 바르트, 고종석이라는 이름을 가진 선생들을 만나 세상에 대해 읽고 쓰는 법을 배웠다. 섬을 탈출해 육지로 건너와서는 서강대학교 한국어교육원에서 10년 동안 외국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이 시간 동안 한국과 한국어를 타자의 눈으로 보는 법을 익혔다. 지금은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한국어교육학과 사회언어학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다. 2017년 9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약 1년간 중국 상하이 푸단대학교에 교환교수로 파견되어, 그곳에서 중국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조금 긴 호흡의 글이지만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에 작은 균열을 내는 돌멩이 같은 글을 쓰려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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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217

출판사 리뷰

지금, 당신 눈에는 무엇이 보이는가
순도 100퍼센트 외국인이 된다는 건
매일매일 새로운 디폴트 값을 찾는 것!

첫 번째 글 「변신, 또는 외국인 되기」는 상하이 푸둥공항에 도착한 순간을 회상하며 시작한다. 아메리카노라는 흔한 단어가 스타벅스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저자는 한 영장류학자의 원숭이 실험을 떠올린다. 낯선 공간에서 낯선 원숭이를 만난 붉은원숭이는 어색함을 무마하고 공격 의사가 없다는 유대감을 표시하기 위해 이빨을 드러내며 모자란 웃음을 짓는데, 낯선 나라에서 외국인이 된 순간 우리 모두는 결국 자신이 털 없는 영장류임을 확인하게 된다는 것.

재치 있는 비유로 외국인이 된 순간을 묘사한 저자는, 새로운 세상의 문법을 익히기 위해 제일 먼저 할 일은 ‘눈을 뜨는 것’이라고 말한다. 눈을 뜨라니, 무슨 말일까? 똑같은 출퇴근길, 언제나 비슷한 주말, 모든 것이 변하고 새롭지만 일상에 길들여진 우리 눈은 ‘바라보는 것’을 거부한다. 그러나 외국인이 된 순간은 다르다. 외국인은 봐야만 한다. 봐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언어를 잃어버린 외국인은 제대로 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외국인이 된다는 건 몸을 바꾸는 일, 즉 변신을 하는 일이다.

“외국의 공항에 내리는 순간은 일상의 자동 조종 장치가 꺼지는 순간이다. ‘눈 감고도 갈 수 있는 길’은 이제 없다. 대신 다른 리듬과 호흡으로 이루어진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 해독할 수 없는 문자와 언어 속으로 걸어가는 순간, 나는 내 눈앞에 벌어진 광경을 결코 외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적어도 상하이에 있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게 될 1년 동안은. 나는 여기에 관광객으로 온 것이 아니다. 나의 동공은 끊임없이 확대된다.”-본문 13쪽

저자는 매일매일 익숙하게 작동되던 디폴트 값 대신 새로운 디폴트 값을 찾아내고, 낯선 리듬에 몸을 맞춰간다. 「가리키기는 일종의 초능력」「물 좀 주소」「인간의 입이란 보잘것없습니다」「마오의 나라에서 햄버거를 먹다」까지, 각 에피소드를 통해 독자 역시 자신을 둘러싼 디폴트 값을 확인하며 세상에 고정된 절대 값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당연하게 여기던 통념으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이는 곧, 굳이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자신을 조정해왔던 디폴트 값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 기본 값에서 벗어날 때 갑갑했던 일상에 틈이 생기고, 진짜 여행자의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으로 나아간다.

사람과 사회라는 풍경을 읽어내기 위하여
언어-사회-사람의 고리를 잇는 유쾌하고 단단한 사유

언어학자인 만큼 책에는 언어-사회-사람의 고리를 잇는 신선하고도 유쾌한 시선이 곳곳에 드러난다.「버스가 가진 수많은 풍경들」에서 저자는 타야 할 버스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굴리는 긴박한 사건으로부터 ‘버스’라는 단어의 기원 ‘옴니버스’를 도출해내고, 끼니로 때울 달걀을 삶으면서 인간의 입에 대한 명상으로 확대되는 「인간의 입이란 보잘것없습니다」에서는 먹는 행위에 말이 어떻게 개입되는지를 티라노사우루스와 마녀, 셰프, 사냥이라는 흥미진진한 소재와 줄줄이 엮어 고찰한다.

“인간은 ‘말’과 ‘음식’으로 자신이 사는 세계를 분류하고 질서를 부여하려 한다.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 어떤 것을 먹으려는 사람과 먹는 것을 막으려는 사람, 어떤 것을 먹이려는 사람들과 그것을 먹지 않으려는 사람들. 먹을 수 있는 공간과 먹을 수 없는 공간, 나와 같이 음식을 나누는 자와 나와 같이 나누지 않는 자. 같이 음식을 먹고 싶은 자와 먹기 싫은 자 등등. 이런 분류와 명명은 모두 언어로 이루어진다.”-본문 93쪽

그가 책 전면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어떤 단어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라는 큰 풍경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 한 사람의 정체성과 한 사회의 정체성은 언어를 비롯한 여러 상징으로 연결되고 조직되며, ‘문화’라는 것도 기실 다양한 디폴트 값들의 묶음이라는 것이다.

“어떤 길을 걸을 때 사람들은 그들이 살아온 시간과 공간, 그리고 기억과 생각들을 같이 끌고 온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자신만의 우주를 끌고 와서 길 위에 그것들을 포개놓는다. 그렇게 그 길은 각자에게 모두 다른 길이 된다.”-본문 174쪽

구곡교에서는 좀비를, 상하이박물관에서는 바우어새를
절묘한 비유, 지적인 유머로 메시지를 드러내는 신박한 글쓰기

특히 저자는 이 모든 이야기들을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게 절묘한 비유와 지적인 유머로 참신하고 진진하게 풀어낸다. 「슈퍼 리치의 악몽」에서 명나라 세도가 반윤단이 만든 아름다운 건축물 ‘구곡교’를 반윤단의 악몽과 연결시켜 강시와 좀비로 마감하는 저자의 능청스러운 글재주는 새삼 감탄을 자아내고, 라오창팡이라는 상하이 최대 도살장에서 그 유명한 그리스로마신화 ‘크레타의 미궁’을 떠올리고 과거와 현재, 중국과 한국을 넘나들며 근현대사를 뭉근하게 녹여낸 「미로와 미궁의 세계사」는 저자만의 독창적인 사유가 가장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끔찍하기는 하지만 악몽에도 좋은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공평함이다. 세금과 달리 악몽은 공평하다. 악몽은 나이나 지위, 빈부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찾아가기 때문이다. 막상 이렇게 써놓고 보니 악몽이 그렇게 공평하지는 않은 것 같다. 나는 세상의 악한들과 학살자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를 괴롭히는 인간들에게 악몽의 누진제가 적용되었으면 좋겠다. 아무튼, 국세청은 속일 수 있지만 악몽은 따돌릴 수 없다.”-본문 77쪽

책의 마지막 에피소드인「소리로 지은 박물관」에서는 ‘쉬거우’라는 가상의 예술가를 창조해 세계 유수 박물관의 본질과 예술, 지금은 자취를 감춘 소리들을 좇는다. 암컷을 유인하기 위해 온갖 장식품으로 둥지 진입로를 꾸미고 둥지가 커보이게끔 착시현상까지 일으키는 바우어새를 국가와 박물관에 빗댄 부분도 새롭다. 여행과 외국인 되기를 끊임없이 갈망하는 요즘, 그리하여 세계 유수의 박물관을 관람하는 일이 더 이상 특별한 경험이 아닌 시대에 박물관의 기능과 예술의 의미를 반문하는 마지막 에피소드는 더없이 귀중하다.

“이제부터 비밀을 하나 이야기하겠다. 부디 어디 가서 얘기하고 다니지 말기를. 박물관, 특히 국가가 만든 박물관의 기능 중 하나는 관람객들을 지쳐 나가떨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그 이유는? 박물관의 거대함을 알리는 데에는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박물관의 거대함은 단순히 박물관의 규모만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 박물관을 지은 상상의 공동체(국가)의 거대함과 위대함을 보여준다. 이 원리는 중국의 상하이박물관이든,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이든,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이든 다 똑같다.”-본문 2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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