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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05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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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4쪽 | 356g | 130*200*20mm |
ISBN13 | 9788965707981 |
ISBN10 | 89657079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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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에게 선물했던 첫번째 선물은 일기장이었다. 3년 동안 쓴 일기를 담은 세 권의 일기장. 무언가 의미 있고 소중하고 유일한 무언가, 나만 줄 수 있는, 나에게 그 사람이 특별하다는 걸 알릴 수 있는 그런 걸 선물하고 싶어 고민고민하다 고른 게 일기장이었다. 그당시엔 그게 내가 줄 수 있는 최대치의 마음이었다.
여기 한 권의 책이 있다. 누군가의 20대를 오롯이 담은, 20대에 쓴 일기를 모은 책. 이 책 앞에서 나는 이전의 나를 제일 먼저 떠올렸다. 시인이 줄 수 있던 최대치의 마음, 시인이 나누고픈 자기 자신이 이 책 속에 담긴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문보영 시인은 은행나무에서 출간된 젊은작가 엔솔러지시집 『좋아하는 것을 함부로 말하고 싶을 때』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그 이전에도 그녀의 이름과 그녀의 첫 시집의 존재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능동적으로 찾아볼 생각은 못 하다가 이 책에 실린 두 편의 시에 마음이 붙들렸다. 「혹」과 「야망 없는 청소」. 이 두 편의 시들을 여러 번 읽었다. 눈으로도 읽고 소리내어서도 읽었다. 그리고 이 시인이 몹시 궁금해졌다. 명료하고 또렷하게 어떤 사람이다 알 수는 없었지만 묘하게 마음이 갔다. 뭐랄까. 어떻게 보면 우리가 흔히 (여러 매체를 통해, 혹은 직접적으로) 만나게 되는 ‘20대’의 보편적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고 할까. 세상을 향한 분노나 원망도 없이 고요하게 개인의 삶을 사는 사람 같다고 할까. 어쩌면 그래서 신경이 쓰였던 것도 같다.
보통의 경우 사람들은 큰 칼 하나씩을 들고 다닌다. 그 칼을 타인을 향해 휘두르는 사람들이 있고 그 칼을 자기 자신에게 꽂는 사람도 있다. 내가 사랑했던 몇몇 사람처럼 시인도 그 칼을 자기 자신을 향해 꽂는 사람인가 싶어져 마음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래서 시인이 궁금해졌고 시인에 대해 좀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문보영 시인은 뭐랄까. 겉보기엔 참 해맑은 사람이다. ‘종국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은 사람이랄까. 어떤 상황에서라도 그쪽을 선택하는 사람. 그것은 본인의 지향과는 조금 다른 것인데, 어쩌면 타고난 성품이 그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 같은 뭐 그런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가 내가 두 편의 시들을 통해 문보영 시인에 대해 가졌던 첫 인상이고, 시인에 대한 호기심에 그녀의 첫 시집 『책기둥』도 구입해 읽었었다. 그리고 이렇게 첫 산문집까지 나왔다. 첫 산문집의 제목도 특이하다.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책기둥』이 시라는 정제된 형식을 통해 좀더 공식적으로 표현된 시인이라면, 이 산문집은 좀더 사적인, 그래서 시인의 정체성이 좀더 잘 드러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개인적으로는 이 산문집을 읽고 나서 비로서 『책기둥』이 잘 읽혔다.
가령 이런 거다.
고구마는 아무것도 떠올리게 하지 않아서 좋다. 태어날 때부터 온몸이 멍색이다. 온몸이 멍이면 멍 위에 멍을 얹어도 티가 나지 않으니 좋다. 다치고 또 다쳐도 한 번만 맞은 것 같은 모습이 나와 닮았다. (pp.33-34)
몹시도 가슴 아픈 고백이다. 고구마는 온몸이 멍색이라 멍이 티가 나지 않아 좋은데 그 모습이 마치 자기 자신 같단다. 그러니깐 시인은 자기 자신을 멍든 사람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셈인데, 이 ‘멍’은 그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어휘 가운데 하나다.
멍의 가장자리를 가위로 오리며/ 층계참에서 우리는//끝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면서/ 끝처럼 서 있잖아
(중략) 기어코 웃고야 마는 네 속에는 끝이 많구나/ 알약을 털어 넣는 순간 뒤로 꺾이는 목의 각도로/ 끝과 끝이 서 있는 곳에서
문보영의 「끝」이라는 시의 일부이다. 이 시에서 시인은 끝이라는 단어를 발음하면 치이즈처럼 웃는 표정이 된다고 기술한다. 그런데 그러한 기술에 뒤이어 이렇게 고백한 것이다. 이별이든 끝이든, 그것이 처음이든 그렇지 않든 모든 끝은 늘 생경하기에 멍이 든다.
또 다른 시 한 편을 살펴보자.
「못」이란 제목의 이 시에서도 ‘멍’은 시를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컨셉이다. 기실 명랑해보이기까지 했던 시인의 본모습, 내면을 본 것 같다. 가끔 죽음의 충동을 느끼고 잠 못드는 불면의 밤을 보내는 날이 많다는 시인의 고백까지 이 위에 겹쳐보면, ‘멍’이 무척 아프게 다가온다.
이 산문집을 읽고 가장 새롭게 다가왔던 시는 「정체성」이다. (「정체성」전문을 보고 싶다면 여기를 클릭 문보영, 「정체성」 )
시인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다. 사서는 매일 똑같은 옷을 입어서 엊그제와 어제, 오늘과 내일모레가 구분되지 않는다. 나는 책 한권을 읽는다. 나와 등지고 앉아 있는 사내의 한숨소리가 어쩐지 신경에 거스른다. 대충 이런 내용이다. ‘도서관’과 ‘책’은 산문집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시인을 둘러싼 일상, 시인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들 중 하나다. 그래서 ‘정체성’이란 제목을 붙여 시까지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 부분이 의미심장하다.
가진 것이 멍색 고무풍선뿐인 어린이는 할 일이 없어 풍선을 분다 터지기 직전까지만 불고 천천히 바람을 빼고 있다 그 바람을 모아 내가 한숨을 내쉰다 풍선이 터져 버리면 아이는 가지고 놀 장난감이 없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구분되지 않아서 풍선은 멍색을 유지한다
‘풍선’은 어릴 적 나에게나 지금의 나에게나 유일한 유희의 대상이다. 그런데 시인은 풍선을 터지기 직전까지만 분다. 왜냐하면 풍선이 터지면 가지고 놀 장난감이 없어지기 때문에. 그래서 풍선은 멍색이라는 것이다.
여기서도 ‘멍’이 등장한다. 어떤 측면에서 시인은 매우 명랑하고 재기발랄해 보인다. 아마 그런 부분들이 ‘풍선을 부는 행위’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풍선조차 멍색이라고 말한다.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그 어떤 행위도 임시방편이 될 수밖에 없고, 결국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시인은 풍선을 부는 행위를 관조할까. 자조할까. 그렇다면 시인이 풍선을 부는 행위는 무가치한 것일까.
이 지점에서 나는 소공녀 세라가 떠올랐다. 세라에게 있어서 상상은 누추한 현실을 이기고 자가자신의 고귀함을 지키는 방법이었다. 세라가 끝까지 세라일 수 있었던 건 그녀가 상상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보통의 사람들처럼 시인도 멍든 사람이지만, 시인이 남과 다를 수 있었던 건 비록 멍든 풍선일 망정 그 풍선을 부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싫어하거나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걸 단박에 좋게 만들어주는 사람들을 사랑한다.
가령, 나는 샐러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심장에 좋다니 먹기는 해야겠는데 도무지 그 특유의 냄새를 극복할 수 없었다. 샐러드에 샐러드를 넣을 때마다 울상이 되었다. 한 번은 사람들끼리 모였을 때 그 이야기를 꺼냈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말간 얼굴로 “왜? 나는 샐러리 정말 맛있던데. 정말 못 먹겠다 싶으면 마요네즈를 찍어서 먹어봐. 하지만 난 샐러리의 그 향이 참 좋더라. 기분 좋은 향이야.”
믿기지 않겠지만 그 뒤로 난 샐러리를 잘 먹게 되었다. 그것도 아주 잘 먹는 사람이 되었다.
이런 식이다. 이런 걸 가능하게 해주는 사람, 혹은 상황이라는 게 있다.
내가 그녀의 시를 읽고 신기하게 그녀에게 끌렸던 건 아마도 그녀 안에서 ‘소공녀’의 기운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현실은 ‘멍’이 가득한 소녀가 풍선을 분다. 그녀가 처한 현실을 초라하고 비참한 것이지만, 적어도 풍선을 불고 있을 때의 그녀는 조금은 달라 보인다. 풍선을 분다고 무엇이 달라지나? 자위마저도 안 되는 행동 아닌가. 어쩌면 스스로도 거듭거듭 의심하고 회의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돌아보니 그런 행동들이 그녀를 살게 했다. 그리고 지금의 그녀를 있게 했다.
브이로그를 하고 1인문예지를 만들고… 이러한 그녀만의 행보들이 사실은 풍선을 부는 행동들이 아니었을까. 닫힌 세상을 보며 자포자기하거나, 못난 세상을 욕하거나 원망하는 대신 그녀가 선택한 삶의 방편. 어떤 식으로든 자기만의 길을 만들려던 시도들. 지금까지는 멍색을 유지하고 있는 그녀의 풍선들. 나는 거기에 동참하고 싶다. 그녀가 외롭다고 느끼지 않게 공명해주고 싶다. 왜냐하면 나도 그런 20대를 살아온 사람이니깐. 하긴, 지금의 내 모습도 거기에 흡사하고.
새로운 애인을 사귈 때마다 한 고아원에서 다른 고아원으로 옮겨가는 기분으로 짐을 싼다. (p.31)
20대의 문보영이 스스로를 고아처럼 여겼다면(여기서도 얼핏 소공녀 세라의 이미지가 겹친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인간은 이미 고아이거나 고아가 되어가고 있다는 측면에서 우리 모두는 고아다.), 시인이 된 ‘시인 문보영’은 조금 덜 외로우면 좋겠다. 그녀에게 공명해주는 사람들을 통해. 그리고 ‘멍’ 말고 새로운 정체성을 찾게 되면 좋겠다.
참 재미있는 게 사람은 결국 자기와 닮은 사람에게 마음이 가기 마련인 듯하다. 이렇게도 애틋한 마음이 생기는 걸 보면 말이다.
앞으로 나는 문보영을 ‘핏자를 더 이상 싫어하지 않게 만들어준 사람’으로 기억할 것 같다. 물론그렇다고 내가 핏자를 좋아하거나 핏자를 시켜 먹게 될 것 같진 않지만, 적어도 핏자에 대한 거부감은 보류할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세상엔 문보영이란 시인이 있는데, 그녀는 “조각조각이 모여 하나의 마음을 이루는 세상의 모든 피자에게 행운을 빌” 만큼 핏자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말인 즉슨 나는 문보영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는 이야기다.
“아프지 말아요.”
시인이 말한다. 나는 이 말이 그녀의 진심임을 안다.
그래서 나도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당신의 마음이 느껴져서 뭉클하기까지 했답니다!”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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