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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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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문보영 | 쌤앤파커스 | 2019년 05월 02일 리뷰 총점9.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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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9년 05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356g | 130*200*20mm
ISBN13 9788965707981
ISBN10 8965707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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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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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시인. 매니큐어가 마를 때까지 잘 기다리지 못하는 인간이다. 1992년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도에선 모자 위에 납작한 돌을 얹고 다녔다. 2016년 [중앙일보]로 등단했다. 2017년 시집 『책기둥』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고 상금으로 친구와 피자를 사먹었다. 일상을 사는 법을 연습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 ‘어느 시인의 브이로그’를 시작했으며, 시와 소설, 일기... 시인. 매니큐어가 마를 때까지 잘 기다리지 못하는 인간이다. 1992년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도에선 모자 위에 납작한 돌을 얹고 다녔다. 2016년 [중앙일보]로 등단했다. 2017년 시집 『책기둥』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고 상금으로 친구와 피자를 사먹었다. 일상을 사는 법을 연습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 ‘어느 시인의 브이로그’를 시작했으며, 시와 소설, 일기를 일반 우편으로 배송하는 1인 문예지 ‘오만가지 문보영’을 발행한다. 시보다 피자를 좋아하고, 피자보다 일기를 좋아하며, 일기보다 친구를 더 사랑한다. 손으로 쓴 일기를 독자에게 우편으로 발송하는 ‘일기 딜리버리’를 운영하고 있다. 시집으로 『책기둥』 『배틀그라운드』, 산문집으로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앤솔러지 『페이지스 6집-언젠가 우리 다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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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좋아하나? 기다리나? 좋아한다! 기다린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즐거운 일기든 아픈 일기든
일기는 나로 하여금 시간을 건너게 한다”


브이로그를 하는 시인, 힙합 댄스를 추는 시인, 1인 문예지 발행인…. 문보영 시인은 다채롭고 독창적인 시 세계만큼이나 일상도 힙하다. 대학에서 문예창작 수업을 듣고 시에 빠진 문보영 시인은 역대 최단 기간인 등단 1년 만에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의 한 사건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문보영 시인의 첫 산문집인 이 책은 작가가 블로그에 올렸다가 비공개로 돌린 20대 이후의 일기들을 모은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일기는 어딘가 수상하다. 문보영 시인에게 일기는 “사실을 기록하는 글쓰기가 아니라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가장 자유로운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그는 일기라는 이름을 빌려 예측할 수 없는,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펼쳐나간다. 이렇게 쓰인 일기들은 나중에 시가 되기도 했다. 이 책은 20대라는 시간을 건너는 동안 시인이 겪은 아픔과 슬픔을 용기 있게, 재기발랄하게 써내려간 성장의 기록이다.

인생의 어떤 구간을 건널 때 누구나 항아리를 받게 된다. 정확한 명칭은 ‘눈물항아리’인데, 각자의 신장에 따라 1리터짜리 항아리를 받기도 하고 3리터짜리나 12리터짜리를 받기도 한다. (중략) 이 책은 12리터짜리 항아리 안에 든 눈물을 비우던 나날의 일기들이다. 흩어져 있던 일기를 책으로 엮으며 찬찬히 읽었다. 항아리 바닥에 남아 있던 눈물은 일기의 햇살을 받고 증발했다. 즐거운 일기든 아픈 일기든, 일기는 나로 하여금 시간을 건너게 한다. _‘책을 내며’ 중에서

누군가의 브이로그를 보며, 또 글을 읽으며 시인이 힘을 얻었듯이, 자기만의 눈물항아리를 안고 인생의 어떤 구간을 건너가는 이들에게 이 산문집이 다정히 말을 건넨다. 때로는 명랑하게, 때로는 가슴 먹먹하게 삶을 같이 견디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왜 사람은 누군가를 안는 구조로 생겨서
타인을 갈망하게 되는 걸까”


1부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에는 시인과 연애했던 여러 명의 애인이 등장한다. 인디언주름이 예쁜 애인, 아픈 애인, 툭하면 선물 공세를 해대는 애인, 호시탐탐 일기장을 훔쳐보려는 애인…. 여러 애인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하며 시인은 마침내 “애인은 있어도 없고, 없어도 없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리고 새 애인을 사귈 때마다 “한 고아원에서 다른 고아원으로 옮겨가는 기분으로 짐을 싼다.” 아픈 연애의 기억이 유쾌할 리 없지만 시인 특유의 재기발랄한 문장이 독자를 사로잡는다.

2부 「나는 서른 전에 이혼하고 싶다」는 도발적인 제목으로 사랑과 결혼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결혼이 마치 사랑의 결말인 듯 말하는 세상에 반발한다. 사랑한 것이 운명이지, 결혼한 사람들만이 사랑에 성공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서른 전에 이혼해도 이상할 게 없는 사회를 바라며, 이혼은 비정상적이라고 낙인찍는 사회에선 결혼이고 뭣이고 안 하고 싶다고 선언한다.

“새로운 가족 형태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는 공동체만이 정상으로 여겨지는 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사회 말이다. (중략) 평생 사랑하자고, 우리 사랑 변치 말자는 호러에서 해방된 사회. 나는 나대로 살고 싶다. 내 속도대로, 내키는 대로. 침대와 벽 사이 아늑한 공간에서 여생을 보내는 나의 널브러진 브라자처럼.” _p.74

“나에게 시는 너무 솔직해지지 않는 연습”

3부 「삶에 성의를 갖기가 어려워요」는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정신과를 드나든 날들에 대한 기록이다. 갓 등단했던 신인 시절, 시인은 문단에서 경험한 폭력으로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앓는다. 처음에는 우울증인지 모르고 ‘극복일기’를 쓰다가 필력만 늘었다고 자조한다. 시인은 또 가만히 있으면 죽을 것 같아서 여러 가지 ‘딴짓을 시전한다’. 문학에 대한 혐오와 우울증이 겹친 시기에 일기의 확장판으로 브이로그를 시작하고, 손으로 쓴 일기를 독자들에게 일반 우편으로 배달하는 것 등이다. 삶에 성의를 갖기가 어려워 정신과 약을 먹고, 행복은 과분하니 무난하게라도 살기를 바라는 시인의 간절함이 마음을 울린다.

4부 「애인이 쓰던 칫솔은 쓰레빠 밑창을 닦을 때 쓴다」에서는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이야기한다. 도서관을 다니고, 인생이 너무 심각해질까 봐 춤을 추고, 낭독회에서 독자를 만나고, 고시원에서 지낸 날들에 관한 이야기다. 시와 문학에 관한 생각도 엿볼 수 있다. 시인은 말한다. 문학이란 무언가를 깊이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인데, 자신이 무언가를 깊이 이해할수록 우물 밖의 세상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말았다고. 문보영 시인에게 시는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이자 “너무 솔직해지지 않는 연습”이다.

왜 사람들이 웃을 때 나는 웃지 못할까? 생각해보면, 세상이 웃는 방식으로 내가 웃었다면, 애초에 시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이 미소 짓지 않는 방식으로 내가 미소 지었으므로 시를 쓰게 되었기 때문이다. 슬픈 이야기다. _p.173

5부 「사랑하는 것을 너무 미워하지 않으며」도 작가 특유의 위트가 반짝인다. 망설임을 연습하기 위해 아침에 전화영어를 하는 등의 소소한 일상과 사이공으로 떠난 ‘막간 여행’에 관해 들려준다. 친구와 단둘이 떠나는 사이공 여행은 출발부터 엉뚱하고 불안하다. 연이은 해프닝을 겪으며 시인은 초긴장하지만 독자는 흥미진진한 모험담에 빠져든다. 이 여행의 끝에서 시인은 꿈을 묻는 독자의 편지를 받고 이렇게 답한다.

내가 바라는 게 무얼까요? 기대 없이 살기인 것 같습니다. 열망은 나를 지치게 하니까요.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기, 눈 감고 넘어가기. 피자를 바라면 피자가 늦게 오듯, 나 자신을 희망에서 구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략) 내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 것이에요. 사랑하는 것을 너무 미워하지는 않으면서 사는 것이에요. _p.237~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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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도서관, 정체성, 멍, 풍선, 그리고 소공녀: 감사합니다. 아프지 말아요.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책*****우 | 2019-06-28

 

 

 

첫사랑에게 선물했던 첫번째 선물은 일기장이었다. 3년 동안 쓴 일기를 담은 세 권의 일기장. 무언가 의미 있고 소중하고 유일한 무언가, 나만 줄 수 있는, 나에게 그 사람이 특별하다는 걸 알릴 수 있는 그런 걸 선물하고 싶어 고민고민하다 고른 게 일기장이었다. 그당시엔 그게 내가 줄 수 있는 최대치의 마음이었다.

 

여기 한 권의 책이 있다. 누군가의 20대를 오롯이 담은, 20대에 쓴 일기를 모은 책. 이 책 앞에서 나는 이전의 나를 제일 먼저 떠올렸다. 시인이 줄 수 있던 최대치의 마음, 시인이 나누고픈 자기 자신이 이 책 속에 담긴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문보영 시인은 은행나무에서 출간된 젊은작가 엔솔러지시집 『좋아하는 것을 함부로 말하고 싶을 때』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그 이전에도 그녀의 이름과 그녀의 첫 시집의 존재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능동적으로 찾아볼 생각은 못 하다가 이 책에 실린 두 편의 시에 마음이 붙들렸다. 「혹」과 「야망 없는 청소」. 이 두 편의 시들을 여러 번 읽었다. 눈으로도 읽고 소리내어서도 읽었다. 그리고 이 시인이 몹시 궁금해졌다. 명료하고 또렷하게 어떤 사람이다 알 수는 없었지만 묘하게 마음이 갔다. 뭐랄까. 어떻게 보면 우리가 흔히 (여러 매체를 통해, 혹은 직접적으로) 만나게 되는 ‘20의 보편적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고 할까. 세상을 향한 분노나 원망도 없이 고요하게 개인의 삶을 사는 사람 같다고 할까. 어쩌면 그래서 신경이 쓰였던 것도 같다.

 

보통의 경우 사람들은 큰 칼 하나씩을 들고 다닌다. 그 칼을 타인을 향해 휘두르는 사람들이 있고 그 칼을 자기 자신에게 꽂는 사람도 있다. 내가 사랑했던 몇몇 사람처럼 시인도 그 칼을 자기 자신을 향해 꽂는 사람인가 싶어져 마음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래서 시인이 궁금해졌고 시인에 대해 좀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문보영 시인은 뭐랄까. 겉보기엔 참 해맑은 사람이다. ‘종국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밝은 사람이랄까. 어떤 상황에서라도 그쪽을 선택하는 사람. 그것은 본인의 지향과는 조금 다른 것인데, 어쩌면 타고난 성품이 그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 같은 뭐 그런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가 내가 두 편의 시들을 통해 문보영 시인에 대해 가졌던 첫 인상이고, 시인에 대한 호기심에 그녀의 첫 시집 『책기둥』도 구입해 읽었었다. 그리고 이렇게 첫 산문집까지 나왔다. 첫 산문집의 제목도 특이하다.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책기둥』이 시라는 정제된 형식을 통해 좀더 공식적으로 표현된 시인이라면, 이 산문집은 좀더 사적인, 그래서 시인의 정체성이 좀더 잘 드러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개인적으로는 이 산문집을 읽고 나서 비로서 『책기둥』이 잘 읽혔다.

 

가령 이런 거다.

 

고구마는 아무것도 떠올리게 하지 않아서 좋다. 태어날 때부터 온몸이 멍색이다. 온몸이 멍이면 멍 위에 멍을 얹어도 티가 나지 않으니 좋다. 다치고 또 다쳐도 한 번만 맞은 것 같은 모습이 나와 닮았다. (pp.33-34)

 

몹시도 가슴 아픈 고백이다. 고구마는 온몸이 멍색이라 멍이 티가 나지 않아 좋은데 그 모습이 마치 자기 자신 같단다. 그러니깐 시인은 자기 자신을 멍든 사람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셈인데, 은 그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어휘 가운데 하나다.

 

멍의 가장자리를 가위로 오리며/ 층계참에서 우리는//끝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면서/ 끝처럼 서 있잖아

(중략) 기어코 웃고야 마는 네 속에는 끝이 많구나/ 알약을 털어 넣는 순간 뒤로 꺾이는 목의 각도로/ 끝과 끝이 서 있는 곳에서

문보영의 「끝」이라는 시의 일부이다. 이 시에서 시인은 끝이라는 단어를 발음하면 치이즈처럼 웃는 표정이 된다고 기술한다. 그런데 그러한 기술에 뒤이어 이렇게 고백한 것이다. 이별이든 끝이든, 그것이 처음이든 그렇지 않든 모든 끝은 늘 생경하기에 멍이 든다.

또 다른 시 한 편을 살펴보자.

「못」이란 제목의 이 시에서도 ’은 시를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컨셉이다. 기실 명랑해보이기까지 했던 시인의 본모습, 내면을 본 것 같다. 가끔 죽음의 충동을 느끼고 잠 못드는 불면의 밤을 보내는 날이 많다는 시인의 고백까지 이 위에 겹쳐보면, ‘이 무척 아프게 다가온다.

 

 

 

 

 

이 산문집을 읽고 가장 새롭게 다가왔던 시는 「정체성」이다. (「정체성」전문을 보고 싶다면 여기를 클릭 문보영, 「정체성」 )

 

시인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다. 사서는 매일 똑같은 옷을 입어서 엊그제와 어제, 오늘과 내일모레가 구분되지 않는다. 나는 책 한권을 읽는다. 나와 등지고 앉아 있는 사내의 한숨소리가 어쩐지 신경에 거스른다. 대충 이런 내용이다. ‘도서관은 산문집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시인을 둘러싼 일상, 시인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들 중 하나다. 그래서 정체성이란 제목을 붙여 시까지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 부분이 의미심장하다.

 

가진 것이 멍색 고무풍선뿐인 어린이는 할 일이 없어 풍선을 분다 터지기 직전까지만 불고 천천히 바람을 빼고 있다 그 바람을 모아 내가 한숨을 내쉰다 풍선이 터져 버리면 아이는 가지고 놀 장난감이 없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구분되지 않아서 풍선은 멍색을 유지한다

 

풍선은 어릴 적 나에게나 지금의 나에게나 유일한 유희의 대상이다. 그런데 시인은 풍선을 터지기 직전까지만 분다. 왜냐하면 풍선이 터지면 가지고 놀 장난감이 없어지기 때문에. 그래서 풍선은 멍색이라는 것이다.

여기서도 이 등장한다. 어떤 측면에서 시인은 매우 명랑하고 재기발랄해 보인다. 아마 그런 부분들이 풍선을 부는 행위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풍선조차 멍색이라고 말한다.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그 어떤 행위도 임시방편이 될 수밖에 없고, 결국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시인은 풍선을 부는 행위를 관조할까. 자조할까. 그렇다면 시인이 풍선을 부는 행위는 무가치한 것일까.

이 지점에서 나는 소공녀 세라가 떠올랐다. 세라에게 있어서 상상은 누추한 현실을 이기고 자가자신의 고귀함을 지키는 방법이었다. 세라가 끝까지 세라일 수 있었던 건 그녀가 상상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보통의 사람들처럼 시인도 멍든 사람이지만, 시인이 남과 다를 수 있었던 건 비록 멍든 풍선일 망정 그 풍선을 부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싫어하거나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걸 단박에 좋게 만들어주는 사람들을 사랑한다.

가령, 나는 샐러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심장에 좋다니 먹기는 해야겠는데 도무지 그 특유의 냄새를 극복할 수 없었다. 샐러드에 샐러드를 넣을 때마다 울상이 되었다. 한 번은 사람들끼리 모였을 때 그 이야기를 꺼냈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말간 얼굴로 ? 나는 샐러리 정말 맛있던데. 정말 못 먹겠다 싶으면 마요네즈를 찍어서 먹어봐. 하지만 난 샐러리의 그 향이 참 좋더라. 기분 좋은 향이야.”

믿기지 않겠지만 그 뒤로 난 샐러리를 잘 먹게 되었다. 그것도 아주 잘 먹는 사람이 되었다.

이런 식이다. 이런 걸 가능하게 해주는 사람, 혹은 상황이라는 게 있다.

 

내가 그녀의 시를 읽고 신기하게 그녀에게 끌렸던 건 아마도 그녀 안에서 소공녀의 기운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현실은 이 가득한 소녀가 풍선을 분다. 그녀가 처한 현실을 초라하고 비참한 것이지만, 적어도 풍선을 불고 있을 때의 그녀는 조금은 달라 보인다. 풍선을 분다고 무엇이 달라지나? 자위마저도 안 되는 행동 아닌가. 어쩌면 스스로도 거듭거듭 의심하고 회의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돌아보니 그런 행동들이 그녀를 살게 했다. 그리고 지금의 그녀를 있게 했다.

 

브이로그를 하고 1인문예지를 만들고이러한 그녀만의 행보들이 사실은 풍선을 부는 행동들이 아니었을까. 닫힌 세상을 보며 자포자기하거나, 못난 세상을 욕하거나 원망하는 대신 그녀가 선택한 삶의 방편. 어떤 식으로든 자기만의 길을 만들려던 시도들. 지금까지는 멍색을 유지하고 있는 그녀의 풍선들. 나는 거기에 동참하고 싶다. 그녀가 외롭다고 느끼지 않게 공명해주고 싶다. 왜냐하면 나도 그런 20대를 살아온 사람이니깐. 하긴, 지금의 내 모습도 거기에 흡사하고.

 

새로운 애인을 사귈 때마다 한 고아원에서 다른 고아원으로 옮겨가는 기분으로 짐을 싼다. (p.31)

 

20대의 문보영이 스스로를 고아처럼 여겼다면(여기서도 얼핏 소공녀 세라의 이미지가 겹친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인간은 이미 고아이거나  고아가 되어가고 있다는 측면에서 우리 모두는 고아다.), 시인이 된 시인 문보영은 조금 덜 외로우면 좋겠다. 그녀에게 공명해주는 사람들을 통해. 그리고 말고 새로운 정체성을 찾게 되면 좋겠다.

참 재미있는 게 사람은 결국 자기와 닮은 사람에게 마음이 가기 마련인 듯하다. 이렇게도 애틋한 마음이 생기는 걸 보면 말이다.

 

앞으로 나는 문보영을 핏자를 더 이상 싫어하지 않게 만들어준 사람으로 기억할 것 같다. 물론그렇다고 내가 핏자를 좋아하거나 핏자를 시켜 먹게 될 것 같진 않지만, 적어도 핏자에 대한 거부감은 보류할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세상엔 문보영이란 시인이 있는데, 그녀는 조각조각이 모여 하나의 마음을 이루는 세상의 모든 피자에게 행운을 빌만큼 핏자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말인 즉슨 나는 문보영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는 이야기다.

 

아프지 말아요.”

시인이 말한다. 나는 이 말이 그녀의 진심임을 안다.

그래서 나도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당신의 마음이 느껴져서 뭉클하기까지 했답니다!”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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