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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천의 개

삶과 죽음의 뫼비우스의 띠

후지와라 신야 저/김욱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02월 17일 | 원제 : 黃泉の犬 리뷰 총점8.7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4.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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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천의 개

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09년 02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335쪽 | 359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2492522
ISBN10 899249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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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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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2명)

저 : 후지와라 신야 (Shinya Fujiwara,ふじわら しんや,藤原 新也)
날것의 풍경을 건져 올리는 사진가, 무라카미 하루키, 시오노 나나미보다 더 사랑받는 작가, 시부야 한복판에서 먹물 묻힌 거대한 붓을 거침없이 휘두르는 예술가, 일본 정부가 미워하는 독설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생수와 야채를 가득 싣고 방사능 피폭 현장으로 달려간 사람, 시부야 밤거리를 떠도는 10대들을 만나고 그들의 울분을 알리는 작업을 이어가는 사람, 명상과 요가를 파쇼만큼이나 혐오하지만 붉은색 페라리... 날것의 풍경을 건져 올리는 사진가, 무라카미 하루키, 시오노 나나미보다 더 사랑받는 작가, 시부야 한복판에서 먹물 묻힌 거대한 붓을 거침없이 휘두르는 예술가, 일본 정부가 미워하는 독설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생수와 야채를 가득 싣고 방사능 피폭 현장으로 달려간 사람, 시부야 밤거리를 떠도는 10대들을 만나고 그들의 울분을 알리는 작업을 이어가는 사람, 명상과 요가를 파쇼만큼이나 혐오하지만 붉은색 페라리를 사랑하는 이 유별난 인물. 세계를 여행했고, 사람을 여행했으며, 이제야 비로소 삶을 여행한다고 말하는 행동하는 어른, 후지와라 신야.

1944년 일본 후쿠오카 현 모지 시(현재 기타큐슈 시 모지 구)의 여관을 운영하는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여관이 파산하자 고교 졸업 후 상경해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명문인 도쿄예술대학 미술학부 회화과에 입학하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예술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중퇴, 1969년 스물다섯 살 되던 해에 인도로 떠난다. 이후 서른아홉 살 때까지 인도, 티베트, 중근동, 유럽과 미국 등을 방랑한다.

1972년에 펴낸 처녀작 『인도방랑』은 당시 청년층에게 커다란 호응을 불러일으켰고, 8년의 인도방랑 후 떠난 티베트에서의 여정을 기록한 『티베트방랑』은 라마교 사회의 삼라만상을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하여 독자를 투명한 감상공간으로 이끌어주었으며 『인도방랑』과 더불어 저자의 원점이 되는 대표작으로 사랑받고 있다.

1977년 『소요유기』로 제3회 기무라 이헤에 사진상, 1982년 『동양기행』으로 제23회 마이니치예술상을 받는다. 그 밖의 주요 저서로 『아메리카 기행』『도쿄 표류』 『메멘토 모리』 『침사방황』 『시부야』 『바람의 플루트』 『황천의 개』, 소설 『딩글의 후미』, 자전소설 『기차바퀴』 등이 있고, 사진집으로는 『남명』, 『일본풍경 이세』, 『천년소녀』, 『속계 후지산』, 『발리의 물방울』 등이 있다. 어디에도 소속되길 거부하며 사진과 문장을 무기 삼아 기성세대에 덤벼들었고, 지금까지 40년 동안 청춘의 구루로 자리 잡고 있다.
서울대학교 신문대학원에서 공부한 후 서울신문, 경향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언론계 최일선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다. 어려서부터 꿈꿔온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은퇴 후 집필 활동에 전념하고자 전원생활을 시작했으나 잘못 선 보증으로 전 재산을 날리고 남의 집 묘막살이를 하며 시제(時祭)를 지내주면서 입에 풀칠한 세월도 있다. 벼랑 끝에서 누군가에게 떠밀려 떨어지느니 스스로 뛰어내려 운명을 개척하겠다는 각오로 번역에 ... 서울대학교 신문대학원에서 공부한 후 서울신문, 경향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언론계 최일선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다. 어려서부터 꿈꿔온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은퇴 후 집필 활동에 전념하고자 전원생활을 시작했으나 잘못 선 보증으로 전 재산을 날리고 남의 집 묘막살이를 하며 시제(時祭)를 지내주면서 입에 풀칠한 세월도 있다. 벼랑 끝에서 누군가에게 떠밀려 떨어지느니 스스로 뛰어내려 운명을 개척하겠다는 각오로 번역에 매진하여 묘막살이를 접고 당당한 가장으로 다시 섰다. 인생 후반부에 인문, 사회, 철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을 탐독하며 사유의 폭을 넓히는 삶을 살았다. ‘한국 생산성 본부’ 출판 기획위원 및 현재는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한국 교직원 신문’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그간 200여 권이 넘는 책을 번역했으며 현재는 인문, 사회, 철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을 탐독하며 사유의 폭을 넓히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가슴이 뛰는 한 나이는 없다』, 『희망과 행복의 연금술사』, 『탈무드에서 마크 저커버그까지』, 『성공한 리더십, 실패한 리더십』,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지로 이야기』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인간의 벽』 『약간의 거리를 둔다』 『지적 생활의 즐거움』 『간소한 삶, 아름다운 나이듦』 『니체의 숲으로 가다』 『동양기행』 『노던라이츠』 『지식생산의 기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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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동양기행』,『아메리카기행』의 작가 후지와라 신야의 『인도방랑』 완결편

살아 있다는 존재감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다!
극한의 땅 인도를 맨몸으로 만나는 리얼리티


“‘죽음’ 또한 이 여행을 통해 내 마음이 용인하게 된 신뢰할 만한 것들 중 하나였다. 내게 있어 죽음은 내세라든가 정령의 이탈 같은 환상적인 신앙의 대상은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죽음에 대한 살아 있는 인간의 환영과 망상을 철저히 배격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만난 죽음은 이 세상의 어떤 것보다도 확실하게 이 세계의 덧없음과 무기적인 물질성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현재 일본에서 수십 년간 ‘특급 작가’로 대접받고 있는 사진가, ‘살아 있다는 감각을 찾기 위해’ 카메라 한 대만 들고 무작정 인도로 떠난 기행가, ‘진정한 여행의 가치를 표현한 작가’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후지와라 신야의 책이 2009년 2월, 다시 한 번 청어람미디어에서 출간되었다. 신간 『황천의 개』는 전작 『동양기행』(전 2권. 2008년 10월 출간)과 『인도방랑』에서 미처 자세히 하지 못했던 저자의 다양한 뒷이야기와 새로운 경험담을 들려준다. 후지와라가 인도로 무작정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 옴진리교 사건에서 세상에 미공개된 비밀을 추적하는 과정, 들개에게 뜯어 먹힐 뻔한 저자의 활극 같은 경험, 환각과 사기로 점철된 1970년대 인도 명상 순례의 비극적 종착 등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후지와라는 사진만큼이나 독특한 그의 경험과 삶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이번 책에 한껏 담아냈다. 『황천의 개』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내용을 담은 기존의 여행 관련 에세이를 훨씬 넘어서는, ‘이것이 진정한 삶이고, 이것이 진정한 여행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탁월한 에세이다.

인간의 언어로 표현된 한 장의 사진, 이것이 진정한 여행이다
전작 『동양기행』이 ‘카메라로 쓴 한 권의 시집’이라고 한다면, 『황천의 개』는 ‘인간의 언어로 표현된 한 장의 사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작처럼 사진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저자의 독특한 체험과 깊이 있는 사색이 담긴 글들이 모여 「삶」이라는 제목의 한 장의 사진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전체 5장(1장 뫼비우스의 바다/2장 황천의 개/3장 어느 성의의 표박/4장 히말라야의 할리우드/5장 지옥 기조음)으로 구성되어 있고, 1995년 7월부터 1996년 5월까지 일본의 《주간 플레이보이》에 연재된 글들이 단행본으로 묶인 것이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의 출간은 10년이 지난 2006년에 이루어졌다. 그 이유는 이 책 첫 번째 장의 주 내용이 되는 옴진리교 교주의 비밀과 관련되어 있다. 연재 당시에도 밝힐 수 없었던 옴진리교 관련 내용은 교주의 친형이 죽고 난 뒤에야 이 책에서 그 전모를 밝힐 수 있었다.
1장에서는 옴진리교의 비밀을 추적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추리소설 같은 긴박한 전개를 느낄 수 있다. 2장에서는 현대 문명 사회의 괴리감을 느끼는 한 청년과의 인터뷰를 통해, 후지와라 자신이 인도로 떠나게 된 이유와 그곳에서 겪은 독특한 삶과 죽음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3장은 인도에서 만난 순례자와의 기이한 인연담을, 4장은 1970년대 인도 명상 순례의 변질과 그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담는다. 마지막 5장에서는 마약에 중독된 명상 순례자를 히말라야에서 추적하고 대치하는 과정, 그리고 그를 다시 현실세계로 이끌어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러한 경험들은 단순히 그 자체로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인 후지와라의 철학적 성찰을 거쳐 비로소 ‘삶의 의미’와 ‘진정한 여행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이 될 수 있었다.

황천의 개-삶과 죽음의 뫼비우스의 띠
이 책의 제목이 왜 ‘황천의 개’인지, 그리고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후지와라는 인도 갠지스 강의 화장터에서 시체를 불태우는 장면을 기억한다. 그리고 화장터 주변을 배회하던 들개들이 불탄 시체를 뜯어 먹는 장면을 목격하고 경악한다. 하지만 인도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진다. 후지와라 자신에게도 우리에게도 금기시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지만 그렇듯 사람의 삶과 죽음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공간이 인도인 것이다. ‘인간은 개에게 먹힐 만큼 자유롭다’라는 저자의 말은 이런 부분에서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삶과 죽음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히 연결되어 있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죽음에 얽매여 스스로의 삶의 자유를 구속할 필요는 없다. 또한 후지와라는 시체를 직접 화장하면서, 그리고 자신을 먹잇감으로 인식하고 달려드는 들개 떼들과 대치하면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장소에서 장작 위에 시체를 올려놓고 아무렇지 쪾게 태워버리는 거야. 일본은 물론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불가능한 일이지. …허연 내장이 흘러나오면 거기에 불이 붙어 불꽃이 튀어 올라. 그러면 떠돌이 개들이 기다렸다는 듯 서로 싸움질을 하면서 그 내장을 물어뜯곤 했지. 인간의 뇌수는 개들 사이에서 꽤 인기가 좋은 편인가 봐. 시체를 태우는 인부들은 다반사로 겪는 일이어서 그런지 개들이 시체에 달려들어도 막지 않았어. 막기는커녕 타고 남은 그을린 다리를 개에게 던져주기도 했지. 그 냄새는 지금도 잊지 못해. 풍향이 바뀌어 내가 앉아 있는 쪽으로 냄새가 몰려올 때도 있었지. 살과 뼈를 태운 냄새가 콧구멍 속으로 밀려드는 거야. 구운 오징어와 비슷한 냄새였어. --- pp.131~132, 「2장 황천의개」 중에서

무의식적으로 땅바닥에 흩어져 있는 재를 손가락으로 집었어. 그리고 살며시 내 혓바닥 위에 올려놓았지.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으면서도 생소한 느낌이었어. 색도 없고 형태도 없었지. 냄새도, 맛도 없었어. 3차원인 이 세상에서 스스로의 ‘무無’를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어. 시체의 재를 혀에 올려놓았을 때 나라는 존재가 희미하게 떠올랐어. ‘무’를 증명하는 불변의 존재가 내 몸의 일부에 닿았을 때 ‘유有’라는 나의 존재가 환영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게 된 거야. 그 보편적인 환영에 불과한 인간의 육체에서 태어났다는 것이 불가사의하기만 했던 거야……. --- p.179, 「2장 황천의 개」 중에서

천천히 뒷걸음질로 시체에서 떨어졌지. 그런데 개들은 거리를 유지하면서 계속 다가오는 것이었어. 개들은 시체가 확보된 후에도 시체를 지나쳐 계속 다가오는 것이었어. 개들이 시체를 무시하고 내게 다가오는 것을 확인하자 소름이 돋더군. 녀석들은 인간이 어떤 맛인지를 알고 있었던 거야. 신선한 물고기가 맛있는 것처럼 당연히 살아 있는 인간이 더 맛있었겠지. 태어나 처음으로 다른 동물의 먹잇감이 된 거야. 기묘하고 한심스러운 기분이었지.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인간은 동물이나 벌레와 다를 게 없다는 걸 깨닫고 혼자 안심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굶주린 아귀 같은 개들에게 한낱 사료에 불과한 존재로까지 전락해버린 거야. --- p.150, 「2장 황천의 개」 중에서

후지와라는 현대 문명에 괴리감과 소외감을 느끼는 어느 청년과의 인터뷰에서 이와 같은 경험담을 이야기해준다. 청년, 즉 젊은 세대를 위해 후지와라가 제시한 현대 문명의 붕괴에 대한 대답은 ‘카타스트로프’였다. 카타스트로프는 ‘예기치 못한 일, 정반대로 뒤집히는 것’을 뜻하며, 후지와라는 ‘재생과 갱생을 위한 파괴’로 이 말을 사용한다. 1960년대 이후 일본은 아시아에서 최고의 경제성장을 이룩했지만 고도성장 시스템은 현대 사회에 여러 가지 병폐를 남겼다. 이에 후지와라는 인간의 삶과 죽음을 응시하기를 원했고, 무작정 일본을 떠나 인도로 향했다. 그곳에서 현대인들이 잃어가고 있는 ‘살아 있다는 존재감’, ‘뜨거운 생명력’을 보았다. 그의 여행도 일종의 ‘자아의 카타스트로프’였다. 카타스트로프를 통해 삶에서 느끼는 괴리감과 소외감을 완충하며, 삶과 죽음, 성과 속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가치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후지와라가 말하는 삶과 죽음의 의미를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여러 번 확인할 수 있다.

신사는 입구부터 기둥으로 만든 칸막이가 세워진 폐색 공간이야. 세월과 함께 그곳의 공기도 부패해져. 섬나라 일본의 모형 같은 곳이야. 이세신궁은 그런 일본과 일본인의 마음을 본뜬 모형이야. 과거에는 이슬람교도의 메카처럼 일본인의 일상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어. 마음의 규범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일정한 주기마다 파괴된다는 것은 20년에 한 번씩 마음의 카타스트로프가 일어나는 것과 같은 의미였을 거야. 그리고 다시 재생되는 거지. 이건 무척 재미있는 발상이야. 이런 행위는 섬나라라는 폐색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정체되어 있는 공기를 정화시키는 목욕재계 같은 기능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돼. --- p.109, 「2장 황천의 개」 중에서

인도-맨몸으로 처절하게 삶에 부딪치다!
후지와라는 청년 시절을 회고하면서 ‘존재하고 있다는 기본적인 감각을 찾기 위해’, ‘리얼리티를 회복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고, 그곳은 인도라고 말한다. 저자가 여행의 목적지로 다른 곳도 아닌 인도를 택한 이유는 『황천의 개』 책 곳곳에 담겨 있고, 인도에서 겪은 각각의 모든 경험들은 후지와라만의 독특한 철학적 사색을 통해 유의미하게 다가온다.
1970년대는 1960년대와 달리 인도 여행자 수가 급증했지만 그들의 여행은 신비 지향형, 현실도피형으로 정형화되어가고 있었다. 근대사회의 서구인들이 신봉해온 합리주의 사상의 폐단이 드러나면서 유색인종 사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관심이 도에 지나쳐서 과잉된 기대로 변질되고, ‘명상 바이러스’라 일컬을 만큼 명상과 순례는 유행처럼 번지며 자본주의 법칙에 길들여지게 된다. 마약의 환각 작용을 이용해 공중 부유로 사람들을 현혹시킨 사기꾼 프랑스 청년, 명상 직행형 인도 여행자의 전형이자 시초인 비틀즈, 파마머리를 하고 린스와 머스터드 오일로 머릿결을 관리하는 사이비 성자, 마약에 중독되어 자아를 상실해버린 일본인 명상 순례자 Y의 이야기 등은 후지와라가 당시에 겪은 ‘속된’ 인도의 모습이었다. 반면, 자신의 승복을 건네주고 진정한 가르침을 전해준 순례자와의 만남, 미쳐버린 명상 순례자 Y를 히말라야에서 추적하여 그를 다시 현실세계로 이끄는 화해 과정 등은 후지와라가 인도에서 발견한 ‘성스러운’ 모습일 것이다.
이처럼 『황천의 개』에는 후지와라의 다채로운 경험들, 삶과 죽음, 성과 속의 모든 면면들이 담겨 있고, 그 안에서 자아, 인간, 삶, 죽음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순례 성소에 몰래 잠입하여 순례자의 속옷을 빨고 청소부 행세를 하면서 그들을 지켜보는 후지와라의 모습, 인도의 축제에서 인도 청년들과 싸움을 한 경험 등, 기존의 후지와라의 진지한 면모를 뒤집는 에피소드들도 소개되어 재미를 더하고 있다.

여행을 선택한 이유 같은 것은 없었다. 만약 젊은 날의 충동적인 행위에 스스로 이유를 붙일 수 있거나, 객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청년이란 사리나 이치가 아닌 동물적 감성으로 세계를 헤아리고, 온몸으로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려고 한다. 사리나 이치는 육체적 열광이 식어버린 후에 찾아오는 변명에 불과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도쿄에서의 내 존재는 막연했었다. 그리고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또는 신체감각이 점점 옅어지면서 ‘이대로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져 있었다. 머잖아 도래할 정보화사회가 이유였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이 추상화된 환경 속에서 자신의 신체감각마저 가상현실처럼 취급해야 하는 훗날의 시대에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일본을 떠나 인도로 눈을 돌린 이유는 그 가혹한 원시의 자연 속에서 내가 살아 있다는, 지금 이곳에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가장 기본적인 감각을 되찾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나 자신은 의식하지 못했으나 이 여행은 신체와 연관이 깊은 여행이었다. --- pp.18~19「1장 뫼비우스의 바다」 중에서

이 원초적 대지에서 시계의 초침은 뭔가에 쫓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당황한 모습으로 작은 원주 속을 미친 듯이 맴돌고 있었다. 그 모습이 보면 볼수록 기묘했다. 초침은 분명 도망치고 있었는데, 이 도주는 끝없는 원운동에 불과했다.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리고 또 도망친다. 이 광대한 벌판 속에서.
이 끝없는 레이스. 대체 이런 레이스를, 그리고 시계라는 물체를 누가 고안해낸 걸까. 시계는 인간이라는 이해 불가능한 동물의 진화에 대한 환상 또는 강박관념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 pp.279~280, 「5장 지옥 기조음」 중에서

Y와 나는 동일한 것을 찾아 이 땅을 찾았다. 그런데 대체 어디쯤에서 길이 어긋나게 된 걸까. 나는 오직 리얼을 위해 예술을 버리고 가시밭길 같은 현실에 몸을 던졌다. 반대로 Y는 현실에 등을 돌리고 명상 속에서 그가 리얼이라고 믿었던 진아를 구했다. 우리가 지나온 길과 이곳은 무엇이 다른가. 만일 같은 것이라면 진아에 이르는 과정에서 나도, Y도 어떤 잘못을 범하고 있었던 것일까. --- pp.316~317「5장 지옥 기조음」 중에서

젊은이들은 간혹 이런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물질을 과신하는 것이지요. 물질은 마야일 뿐입니다. 그것을 깨달아야 해요. 정신이 있기에 그 물질이 느껴지는 겁니다. …마음과 물질의 등질성이 간혹 어긋나는 때가 있습니다. 마음속의 실재를 마야(물질)로 환원시키겠다는 생각에서 번뇌가 싹트기 시작합니다. 요술처럼 손에서 물질을 만들어 내거나, 공중을 떠다니고 싶은 욕망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예부터 정신의 물질화는 비속으로 떨어지고, 권력을 가져오고, 그리고 권력에 이용되었습니다. 깨달음을 얻은 수행승이 이 마경에 유혹되는 모습을 나는 자주 봐왔습니다. --- p.318, 「5장 지옥 기조음」 중에서

정신의 물질화는 그것을 생각하는 순간에만 사악해지는 것이 아니다. 그 물질로 인해 너의 거짓 없는 마음이 봉해진다는 게 문제다. 절대로 서둘러서는 안 된다. 물질을 과신하는 것도, 마음을 과신하는 것도, 물질을 가벼이 여기는 것도, 마음을 가벼이 여기는 것도 안 된다. 이 세계는 정신과 물질의 균형 위에서 존재한다. 인간은 그 둘 사이에서 중용을 지켜야 하고, 그 중용을 통해 각성해야 하고, 깨달아야 하는 법이다. --- p.319, 「5장 지옥 기조음」 중에서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잡지를 선택한 까닭은 옴진리교의 젊은 신도들이 그랬던 것처럼 오늘날 젊은이들의 여행이 점차 나약해지고, 쉽사리 신앙 등에 빠지는 위험성을 지적하기 위해서였다. 단순히 논거를 나열하슴 것이 아니라 내가 여행했던 과거로 돌아가 지금과 별반 다를 것이 없던 그 시절의 청년들이 인도에서 어떤 삶을 보냈는지 확인시켜줌으로써 단락적인 신앙의 심적 경향에는 자기 상실의 위험성이 깃들어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 p.327, 「후기」 중에서

희망을 잃어가고 소외감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1960년대의 후지와라처럼 막연하게, 무작정 인도로 떠나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후지와라와 인터뷰를 끝마친 젊은 청년이 인도로 바로 떠날 계획을 세웠을 정도로 느꼈던 그 무언가를, 이 책을 통해 2009년 현재를 살고 있는 독자들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희망을 갖고 삶을 살아가라’라고 말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처절하게 삶에 부딪쳐보라고 말하고 있다. 누구나 여행은 쉽게 떠나지만 거기서 ‘살아 있다는 감각을 느낄 만큼’의 가치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대신 이 책을 읽고 조금이나마 자아를 발견하고 삶을 직시할 수 있는 진정한 여행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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