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성경』에 도전한 사나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A에서 Z까지 읽고 책을 냈던 제이콥스가 이번에는 새로운 실험을 감행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에 심대한 영향을 준 ‘성경’에 도전한 것이다. 그는 성경 말씀을 고스란히 실천하면서 성경의 위대함과 영원함, 아울러 구시대적인 면까지 발견해 논픽션을 쓰기로 작정했다. 이 실험을 통해 서 발칙하게도 하나님의 존재를 믿지 않아온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사랑하는 아들이 진정 소중한 것을 느끼지 못한 채 사는 것을 원치 않았다. 아울러 제멋대로 성경 말씀을 취사선택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성경 말씀을 재탐색하고 싶었다. 마침내 실험을 시작한 지 381일 후, 제이콥스는 자신의 그릇된 삶을 반성하고 하나님의 위대하심과 기도의 신성함까지 깨닫게 된다.
성경 말씀을 고스란히 살기로 결심한 계기
‘종교에 대한 무지’가 자식에게 대물림되는 것이 싫었던 제이콥스는 악당들이 세상을 판치는 것이 ‘하나님께서 존재하지 않으심의 증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종교가 서서히 몰락할 거라 전망했다. 헌데 오랜 시간이 흘러도 모든 종교, 특히 성경의 영향력은 오히려 일취월장하지 않는가. 그래서 잘못된 것은 자신인지도 모른다고 결론 내리고, 그것이 아들에게까지 대물림되지 못하도록 대책을 마련했다. 즉, 그가 직접 성경 말씀을 고스란히 실천한 뒤 그 교훈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럼으로써 바위처럼 견고하고 절대적인 도덕관을 심어주리라 결심했다.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를 이을 새로운 지적 탐험서를 만들고 싶었던 그는 고급 지식과 상식에 대한 자신의 무지함을 통감하여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A에서 Z까지 읽고 책을 내 성공했다. 그 뒤를 이을 실험서로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심대한 영향을 준 성경에 대한 편견과 무지를 깨뜨리면서 이를 기록하기로 결심했다. 즉, 성경 말씀을 고스란히 실천함으로써 성경의 위대함과 영원함, 아울러 구시대적인 면까지 동시에 발견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자신의 내부에 있을지도 모를 신비로운 면을 발견하고 싶었던 그는 실험을 시작하면서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하나님 자리’를 찾아서 그것을 노출하고 싶었다. 즉, 영적 세계로 향하는 통행증을 얻는 것도 제이콥스가 실험을 시작하게 된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다.
실험 직전에 일어난 회의감 극복기
제이콥스의 실험 이야기를 들은 주변 유대·기독교인들은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신실한 유대교도인 그의 이모는 그를 ‘메슈가’(meshuga, 히브리어로 ‘실성한 자’)라고까지 했다. 유대·기독교에 대해 문외한인 그가 성경 말씀을 엉뚱하게 해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게다가 성경이 ‘책 중의 책’이라는 점도 그의 결심에 부담을 줬다. 백과사전을 함부로 번역했다는 이유로 처형당한 이는 없다. 백과사전에 손을 얹고 맹세하는 이도 없다. 반면에 성경은 그 안에 담긴 내용을 믿는 수천, 수만의 단체를 양산했다. 사람들의 행동, 가치관, 죽음, 사랑, 전쟁, 패션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이 정도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책을 대상으로 실험하면서 사전 준비도 부족한데다가 자신이 성경에 대해 무지하다는 생각 때문에 회의감에 빠졌다. 하지만 자문위원들 중 엘튼 리처즈 목사와 앤디 바크맨 랍비에게서 조언을 듣고 난 그는 실험을 결심했다. 리처즈 목사는 그에게 “성경의 가르침에 대한 허기와 목마름에 시달리고 있다면 눈치 보지 말고 먹고 마시라”고 했고, 바크맨 랍비는 ‘낫손이라는 히브리인이 저벅저벅 바다 속으로 들어가자 그의 콧구멍까지 물이 차 올라오던 순간에 바다가 갈라졌다’는 전설을 들려줬다. 그래서 제이콥스는 그들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발칙한 글쟁이 제이콥스의 실험 준비
가능한 모든 종류의 성경을 모았다. 옛날 여자친구에게서 얻은 개역 개정판 성경(Holly Bible)을 시작으로, 구어체 성경부터 장중한 문체의 성경, 10대 소녀용 잡지 같은 성경, ‘바보·멍청이를 위한 성경’, ‘대홍수 때도 읽을 수 있도록 방수처리 된 성경’이나 ‘힙합마니아를 위한 성경’ 등 각계 친구들이 보내준 성경들과 함께 성경 주해서 대여섯 권까지 쌓으면 허리에 찰 정도로 많은 성경을 모은 제이콥스는 성경에 적힌 계율, 지침, 조언, 금언 하나하나를 파워북에 기입했다. 이를 모조리 실천하기 위해서!
성경적 모험의 멘토인 ‘영적 자문위원단’을 모집했다. 제이콥스는 몇 주의 준비기간 동안 목사, 신부, 랍비 등 유대?기독교와 관련한 종교인들을 모두 섭외했다. 성경 주해서에 이름이 오른 사람부터 한마디만 더하면 곧바로 파문될 위기에 처한 과격주의자까지 모집해 성경 말씀과 그 해석에 관한 조언과 설명을 구했다. 이들을 통해 성경 계율과 가르침의 원래 ‘의도’에 대한 조언과 지식, 지혜를 모았다. 하지만 이들은 결정적인 순간엔 한발 물러서는 자세를 취했다. 이는 목적지에 에둘러 가는 한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성경의 진실을 제이콥스 스스로 밝혀내게끔 하기 위해서였다.
성경에 언급된 행위를 모두 실천했다. 물론 성경을 문자 그대로 실천하려면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3세기에 존재했던 신학자 오리게네스는 “천국을 위해 스스로 고자가 된 이도 있도다”(마태복음 19:12)라는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여 스스로 거세했다고 한다. 예수가 “사람이 거듭나지 않으면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없다”고 말하자 유대 최고 의회 의원인 니고데모는 “사람이 늙었는데 어떻게 다시 날 수 있습니까? 두 번째 모태에 들어갔다가 날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가 예수의 책망을 받았다(요한복음 3:3~11). 비유를 비유로서 받아들이지 않고 문자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문헌정보를 찾고, 영적 자문위원단에 문의해 성경 말씀을 실천했다. 제이콥스는 구약과 신약에 나온 말씀 모두를 최대한 실천했다. 심지어 성경이 작성된 시대의 사람들처럼 수염을 기르고 흰옷을 입었다. 제이콥스는 모든 거짓말을 금하고, 자신의 1년 소득의 10퍼센트(십일조)를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불경한 자에게 돌을 던지라는 말씀에 따라 ‘돌멩이와 불경한 자’를 찾았고, 이스라엘 현지에 가서 목자도 돼보았다. 안식일을 너무 열심히 지키느라 아내에게 미움도 받았고, 성경이 허락하는 음식만 찾다보니 냉장고는 고대 지중해 지역 사람들이 먹던 음식으로 가득 찼다. 성경에서 언급된 귀뚜라미도 먹었다. 매월 1일에 새달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나팔도 불었다. 이렇듯 제이콥스는 최선을 다해 성경에 언급된 모든 말씀을 문자 그대로 따랐다.
기도하는 법을 배우다: ACTS
영적 자문위원 엘튼 리처즈 목사는 제이콥스에게 기도하는 방법을 가르쳐줬다.
머리글자를 따서 ACTS라고 부르는 기도는 다음과 같다.
A : 찬미(adoration), “하나님을 찬양하라.”
C : 고백(confession), “하나님께 네 죄를 고백하라.”
T : 감사(thanksgiving), “네가 가진 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하라.”
S : 기원(supplication), “하나님께 도움을 구하라.”
이 가르침 중에 제이콥스는 ‘감사(T)’를 가장 열심히 실천하기로 했다. ‘찬미(A)’는 쑥스럽고, ‘고백(C)’은 강요가 느껴져서다. ‘기원(S)’은 늘 하는 것이니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는 자신이 먹고 마시는 것을 만드는 이들을 위해서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덕분에 먹고 마시는 것을 음미하며 스스로 행복한 사람임을 깨달으니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마음에서 벗어났다. 제이콥스는 어느덧 전반적인 일상에 대해서 하나님께 감사하는 사람이 됐다. 그가 직장에서 돌아왔을 때 집안이 평온한 것에도 감사했다. 일상의 모든 사소한 것들이 무탈한 것에도 끊임없이 감사했다. 심지어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지 않고 집까지 무사히 올라와 준 것에도 감사했다. 이제 제이콥스는 그 전에는 자각하지 못했던 평범한 일상에서 보람을 느끼게 됐다.
성경 말씀대로 살면서 구한 영성
미국 기독교계에서 생긴 ‘구내식당 기독교’(Cafeteria Christian)라는 말이 있다. 이는 자비나 배려 등 편한 것만 골라서 적절히 이용할 뿐, 다른 신들의 이름을 부르는 것(우상 숭배)을 금지하는 계율은 무시한다는 의미다. 유대인들 또한 온건파 유대인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유대교 경전 『토라』에 나온 계율 전부를 실천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제이콥스는 1년 동안 성경 말씀을 고스란히 따라 생활하면서 모든 이가 ‘구내식당 종교’ 신앙인이라는 걸 깨달았다. 현실적인 실천 가능성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말씀을 골라서 지켜도 문제될 것은 없다’고 받아들였다. 마치 구내식당에서 자기 입맛에 맞는 영양가 많은 음식(배려)이나 건강한 음식(네 이웃을 사랑하라)을 골라서 먹듯이 말이다. 그리하여 성경에서 언급한 ‘올바르게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한 깨달음과 일상에 대한 감사, 평온과 안식과 행복을 얻었다. 실험이 끝난 뒤에도 제이콥스는 지속적으로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진지하게 살기로 결심했다.
제이콥스가 실험 중에 접한 사람과 사건들
제1일째 - 눈뜨자마자 성경의 계율을 하나라도 어기게 될까봐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도 머릿속으로 성경 계율을 훑어봐야 했다. ‘두 가지 실로 짠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레위기 19:19)는 말씀에 따라 폴리에스테르와 면 혼방 티셔츠도 멀리했다. ‘십계명’을 복사해서 온 집안에 붙일 생각에 문방구에 갔다가 예의 없는 다른 손님 때문에 분노했지만, ‘슬기로운 사람은 노하기를 더디 한다’(잠언 19:11)는 말씀에 따라 분노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제62일째 - 가장 지키기 곤혹스러운 계율인 ‘돌을 던지는 사형’(레위기 20:27)을 실행에 옮겼다. 일단 아주 작은 돌멩이를 찾은 다음 ‘안식일을 지키지 않고, 주말에도 일하는 직장인에게 돌을 던졌다. 하지만 이내 사과하여 역사상 가장 정중한 돌 던지기가 돼버렸다. 곧이어 비뚤어진 성격의 노인과 시비가 붙어 본격적인 돌 던지기를 하고 말았다. 이후 제이콥스는 성경이 왜 이런 행위를 지시했을까 생각하던 중 영적 자문위원인 요씨에게 자문을 구했다. 요씨는 돌 던지기가 실은 ‘절벽에서 떨어뜨리기’를 의미하며, 그것을 행했던 고대에는 죄수가 고통을 느낄 수 없도록 술까지 먹였다고 말해줬다. 오늘날에는 성경을 법전으로 하는 신권정치체제가 존재하지 않으니 지금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제97일째 - 일중독 때문에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던 안식일 지키기에 성공했다. 손잡이 고장으로 화장실에 갇힌 덕분에 아내가 돌아와 문을 열어줄 때까지 화장실에서 안식일을 보낸 셈이다.
제198일째 - 성경의 고향 이스라엘을 방문하던 중, 예루살렘 근처에서 베두인족 목자를 만났다. ‘예수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라는 표현이 있고, 다윗, 모세, 야곱을 비롯한 고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끈 인물들이 대부분 양을 치는 목자였음이 생각났다. 그래서 베두인족 목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직접 양을 몰아봤다. 이 체험을 통해 제이콥스는 ‘자신감’을 확립했다. 목자에게서 잠깐 배운 최소한의 기술로도 수백 마리의 양을 몰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었던 선지자들의 첫 직업이 왜 목자였는지도 깨달았다.
제202일째 - 아주 오래 전에 멸족했다고 믿었던 사마리아인들을 만났다. 고대에는 유대인들과 적대관계에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700명으로’ 줄어든 종족과 문화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착한 사마리아인’에 대한 예수의 일화에 의지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정치적으로 엮이지 않고 우호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제229일째 - 성경 말씀에 따라 유월절 만찬을 아주 전통적으로 치렀다. 제이콥스는「출애굽기」에 나온 대로 하얀색 로브를 입고, 중간에 허리띠를 둘렀다. 인터넷쇼핑으로 산 지팡이도 들었다. 고대 이스라엘인들이 떠돌아다닐 때 먹었던 무교병(발효하지 않은 빵)도 만들었다. 빵 반죽을 구울 시간이 없어 등에 붙이고 태양열로 굳혔다는 이야기에 따라 그렇게 만들었다. 결국 만찬에 참석한 이들 중, 제이콥스 외에는 아무도 그 빵을 먹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아버지가 읽어주신 할머니의 어린 시절 유월절 추억담을 통해 자신의 이스라엘인 조상들의 오리지널 유월절을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