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답함」<br/>「비하인드 스토리」<br/>「윤혜영은 죽지 않았다」<br/>「번뇌무량」<br/>「짜장면이 맞다」<br/>「유령」<br/>「서쪽으로 더 서쪽으로」<br/>해설―이소연, 「미궁에서 길 찾기」<br/>

가. 7편의 단편소설로 구성<br/><br/>나.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답함」―한국사회와 문학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점유해 온 위상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개인과 사회의 관계 방식을 재질문하고 있는 소설.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작가는 실제로 2013년 하와이대학에서 있었던 하루키 낭독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br/>다. 「비하인드 스토리」―신문 신춘문예 낙선자의 행방을 찾는 심사위원의 이야기를 통하여 생존경쟁, 우승열패의 현대적 운영 원리에 대한 성찰을 시도한 소설. <br/><br/>라. 「윤혜영은 죽지 않았다」―남북작가회담에 기자로 참석하여 윤혜영이라는 북한 가수의 사연을 취재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통하여 북한의 인권 현실을 비판적으로 다루면서 이와 함께 한국사회의 어두운 면을 함께 묘사하고 있는 소설. <br/><br/>마. 「번뇌무량」―살아남기 위해 짓밟고 배신해야 하는 한국사회의 욕망의 메커니즘을 비판하고 있는 소설. 무량사를 배경으로 김시습의 『금오신화』의 이야기를 끌어들이고 있다. 무량사는 김시습이 노년을 보낸 곳으로 그의 초상화가 있는 절이다. 『금오신화』의 이야기 가운데 하나인 「남염부주지」의 내용을 소설 속에 삽입. <br/><br/>바. 「짜장면이 맞다」―2011년 8월 21일 국립 국어원의 표준어 규정 개정으로 표준어 대열에 들어선 “짜장면”이라는 어휘를 중심으로 표준어와 사투리의 위계 문제를 매개로 삼아 권위주의에 대한 재질문과 재비판을 보여주는 소설. 이 작품에 각기 다른 볼드체로 표시된 어휘들이 이 날 새로 편입된 표준어와 구 표준어들이다. 작가는 이날 함께 개정된 어휘들을 모두 사용하여 소설을 썼다. <br/><br/>사. 「유령」―결코 긍정적이지 않은 교수 주인공의 사생활을 들추어내는 형식으로 우리 사회의 지식인의 의미와 보이지 않는 정치적 억압이라는 문제를 함께 보여주고 있는 소설. 우크라이나 작가 고골의 그로테스크한 단편소설들을 떠올리게 하는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 <br/><br/> 아. 「서쪽으로 더 서쪽으로」―데이트 폭력에 시달리는 여대생이 진도 팽목항을 찾는 스토리를 중심으로 세월호 참사의 진실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동시에 지상의 비극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유체계의 가능성을 엿보는 소설.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직접 팽목항을 답사했다.<br/><br/>3. 이 소설집의 특이성<br/><br/>① 이 시대 한국 사회의 중층적 문제들을 다각도로,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소설집. <br/>② 사회와 개인, 개인과 개인 등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힘들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우승열패의 경쟁 원리는 여전히 타당한가에 대한 고전적 질문.<br/>③ 작가가 직접 하루키 낭독회에 참석하고 팽목항을 답사하는 등 취재에 의해 뒷받침된 소설집. <br/>④ 이야기의 흥미와 재미를 더해주는 미스터리 기법. <br/>⑤ 방민호의 최근 작업들 <br/> 장편소설 『연인 심청』(2015년 1월) 발간<br/> 세월호 추모 공동소설집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2015년 4월) 발<br/> 의 및 출품<br/> 세월호 추모 시집 『내 고통은 바닷속 한 방울의 공기도 되지 못했네』<br/> (2015년 4월) 발간<br/> 소설 창작집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답함』 발간<br/><br/>

“방민호의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답함』은 일단 읽기 시작하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을 만큼 재미있다. 그러면서도 그의 작품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의 복합적인 삶을 다각도로 성찰하는 중후한 주제들고 가득 차 있다. 목가적 꿈과 인간성의 상실, 보이지 않는 정치적 억압, 돌아온 과거의 악몽,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떠나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과 이상한 매력을 우화적으로 묘사하는 방민호의 작가적 역량은 가히 압권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답함』의 출간은 한국문단의 경사이자, 한국문학의 큰 수확이다.”
-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

“좋은 소설은 문장 스스로 서사를 이끌어가고 서사가 주제를 만들어간다. 현실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현실과는 또 다른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역설적으로 다시 현실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꼭 10년 전 방민호의 산문집 『명주』를 읽었을 때 나는 앞으로 방민호가 『명주』에서 보여주었던 우리 삶의 처연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 위에 앉은 햇살처럼 따뜻하기도 한 내면의 속 깊은 이야기를 소설로 보여주지 않을까 늘 기대하고 있었다.
오늘 우리가 읽는 그의 첫 소설집『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답함』은 명주 위에 내려앉은 햇살처럼 작품마다 서로 다른 빛깔로,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 있는 이야기로 우리가 지나온 시간의 상처 같은 추억들과 그 상처 위에 다채로운 현실의 욕망을 보여준다. 하루키가 답을 듣는 게 아니라 우리가 답을 듣는다.“
- 이순원 (작가)

“떠돌이가 뿌리 내리지 못하는 것은 습벽이라기보다 본능이다. 그는 하와이의 베트남에서부터 평양과 부여까지 허영허영 헤매며 혜인과 현소임과 윤혜영과 연지, 가칠하고 쓸쓸한 살갗을 가진 여자들을 좇는다. 어떤 순수 혹은 잃어버린 순수를 기억하는 존재로서의 여자. 하지만 그녀들은 아무리 찾아 헤매도 만날 수 없고 만나봤자 잡지 못할 환영에 불과하다. 떠돌이는 끊임없이 떠나면서도 떠나지 못하고 어느 곳에 도착해도 무언가에 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소설은 지극히 내밀한 질문에 대한 뻔뻔하고도 의뭉한 대답이다. 그리하여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답함』은 평론을 쓰면서도 다시 창작의 구원을 갈구할 수밖에 없는, 불안하고 우울한 2010년대 지식인의 내면 풍경을 톺아보기에 더 없이 흥미로운, 어쩌면 최고의 텍스트라 할 만하다.“

김별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