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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 裸木

박완서 원저/김금숙 글그림 | 한겨레출판 | 2019년 11월 27일 리뷰 총점9.5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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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점
편집/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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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19년 11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316쪽 | 698g | 180*250*22mm
ISBN13 9791160403251
ISBN10 116040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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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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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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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경기도 개풍(현 황해북도 개풍군) 출생으로, 세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서울로 이주했다. 1944년 숙명여자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교사였던 소설가 박노갑에게 영향을 받았으며, 작가 한말숙과 동창이다. 1950년 서울대학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전쟁으로 중퇴하게 되었다. 개성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박완서에게 한국전쟁은 평생 잊을 수 없을 없는 기억이다. 의용군으로 나갔다가 부상을 입고 거의 폐인... 경기도 개풍(현 황해북도 개풍군) 출생으로, 세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서울로 이주했다. 1944년 숙명여자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교사였던 소설가 박노갑에게 영향을 받았으며, 작가 한말숙과 동창이다. 1950년 서울대학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전쟁으로 중퇴하게 되었다. 개성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박완서에게 한국전쟁은 평생 잊을 수 없을 없는 기억이다. 의용군으로 나갔다가 부상을 입고 거의 폐인이 되어 돌아온 `똑똑했던` 오빠가 `이제는 배부른 돼지로 살겠다`던 다짐을 뒤로 하고 여덟 달 만에 죽음을 맞이하고, 그후 그의 가족은 남의 물건에까지 손을 대게 되는 등 심각한 가난을 겪는다.

그후 미8군의 PX 초상화부에 취직하여 일하다가 그곳에서 박수근 화백을 알게 된다. 1953년 직장에서 만난 호영진과 결혼하고 살림에 묻혀 지내다가 훗날 1970년 불혹의 나이가 되던 해에 [여성동아] 여류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裸木)』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그 이후 우리의 일상을 세심하게 관찰하여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까지 뼈아프게 드러내는 소설들을 발표하며 한국 문학의 한 획을 긋고 있다. 박완서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에 적절한 서사적 리듬과 입체적인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다채로우면서도 품격 높은 문학적 결정체를 탄생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작가는 우리 문학사에서 그 유례가 없을 만큼 풍요로운 언어의 보고를 쌓아올리는 원동력이 되어왔다. 그녀는 능란한 이야기꾼이자 뛰어난 풍속화가로서 시대의 거울 역할을 충실히 해왔을 뿐 아니라 삶의 비의를 향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구도자의 길을 꾸준히 걸어왔다.

한국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다룬 데뷔작 『나목』과 『목마른 계절』,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 『아저씨의 훈장』, 『겨울 나들이』,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등을 비롯하여 70년대 당시의 사회적 풍경을 그린 『도둑맞은 가난』, 『도시의 흉년』, 『휘청거리는 오후』까지 저자는 사회적 아픔에 주목하여 글을 썼다. 『살아있는 날의 시작』부터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작가는 행복한 결혼은 어떤 형태인가를 되묻게 하는 소설인 『서 있는 여자』,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등 점점 독특한 시각으로 여성문제를 조명하기 시작한다. 또 장편 『미망』,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등에서는 개인사와 가족사를 치밀하게 조명하여 사회를 재조명하기도 한다.

『배반의 여름』은 1975년 9월에서 1978년 9월까지 발표했던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다. 「조그만 체험기」, 「흑과부黑寡婦」, 「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등에서 볼 수 있듯이 박완서가 그리는 모성의 힘은 실로 놀랍다. 성균관대에서 열린 ‘2006 호암상 수상자(예술상) 초청 강연회’에서 박완서는 이렇게 말했다. “내 문학의 뿌리는 어머니”라고. 박완서 특유의 수다스러움으로 풀어내는 모성의 힘은 힘센 것들만이 권력을 쥐고 판을 치는 현대산업사회에서 뒤로 처진 자들의 아픔을 진정으로 위무해준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에는 1987년 1월에서 1994년 4월까지 발표되었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가족의 죽음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 네 개나 있는데 그중「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은 남편의 죽음을,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아들의 죽음을 담고 있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특이하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체로 되어 있는데 담담하게 이어가는 주인공의 목소리에서 가슴이 메어지는 슬픔을 느낄 수 있다.

『저녁의 해후』에는 1984년 1월부터 1986년 8월까지 발표했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지 알고 내 알고 하늘이 알건만, 「해산바가지」, 「애 보기가 쉽다고?」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여기에서 나타나는 하층민들의 인간애는 가진 자들의 야만성과 대비되어 더욱 빛을 발한다.

『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은 1979년 3월에서부터 1983년 8월까지 발표한 작품들을 수록했다. 이 책에서는 특히 속물성과 위선이 난무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 두드러진다. 젊은 것들의 무관심과 조롱 속에서 외롭게 늙어가는 노인들의 모습을 담아낸 「황혼」, 「천변풍경泉邊風景」과, 출세한 자들의 허위를 그린 「내가 놓친 화합(和合)」, 「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 등이 그것이다.

『미망』은 조선조 말기에서 6ㆍ25 전쟁 직후까지 그 파란만장했던 시대를 한 개성 상인의 가족사를 통하여 재창조한 대하소설이다. 민족의 수난사와 더불어 고난과 격동의 시대를 험준한 산을 넘듯 숨가쁘게 살아온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박완서 소설 문체가 도달한 궁극적인 경지를 보여 주고 있다.

“아직도 글을 쓸 수 있는 기력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작가는 사람과 자연을 한없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느낀 기쁨과 경탄, 감사와 애정을 담아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펴냈다. 「친절한 책읽기」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연재했던 글도 함께 실어 노작가의 연륜과 성찰이 돋보이는 글을 선보였다. 1993년부터 국제연합아동기금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1994년부터 공연윤리위원회 위원, 1988년부터 제2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그 가을의 사흘 동안』으로 한국문학작가상, 『엄마의 말뚝』으로 제5회 이상문학상, 『미망』으로 대한민국문학과 제3회 이상문학상, 『꿈꾸는 인큐베이터』로 제38회 현대문학상 등을 받았다. 2006년, 문화예술인으로서 처음이자 여성으로서도 처음으로 서울대학교 명예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평소 입버릇처럼 "전쟁의 상처로 작가가 됐다."고 고백해왔던 그녀는 전쟁의 아픔을 온몸으로 겪은 경험으로 글을 써왔다. 여러 편의 장편소설과 수필집, 동화집을 발표하고, 2010년 8월 수필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마지막으로 2011년 1월 22일, 담낭암 투병 중 별세했다. 경기 구리시에는 '박완서 문학마을'이 조성될 예정이다.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대산문학상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호암예술상 등을 수상했고, 2006년 서울대학교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타계 이후 문학적 업적을 기려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그 외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 『그 남자네 집』, 소설집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저문 날의 삽화』, 『너무도 쓸쓸한 당신』, 『친절한 복희씨』,『기나긴 하루』, 산문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한 길 사람 속』,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등이 있다.
글그림 : 김금숙 (Keum Suk Gendry-Kim)
바다와 산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고장 고흥에서 태어나, 세종대학교 회화과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고등장식미술학교를 졸업했다. 주로 굵직한 역사적 주제나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린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세계에 알린 『풀』, 제주 4.3 항쟁의 비극을 그린 『지슬』, 박완서 원작을 만화로 재구성한 『나목』, 발달장애 뮤지션 이야기를 담은 『준이 오빠』, 조선 최초의 볼셰비키 혁명... 바다와 산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고장 고흥에서 태어나, 세종대학교 회화과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고등장식미술학교를 졸업했다. 주로 굵직한 역사적 주제나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린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세계에 알린 『풀』, 제주 4.3 항쟁의 비극을 그린 『지슬』, 박완서 원작을 만화로 재구성한 『나목』, 발달장애 뮤지션 이야기를 담은 『준이 오빠』, 조선 최초의 볼셰비키 혁명가의 삶을 기록한 『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 자전적 만화 『아버지의 노래』와 어린이 만화 『꼬깽이』(전3권)를 쓰고 그렸다. 제주 해녀 이야기인 『애기해녀 옥랑이, 미역 따러 독도 가요!』와 우리나라 원폭 피해자 이야기인 『할아버지와 보낸 하루』 등의 그림책을 쓰고 그렸으며, 『우리 엄마 강금순』 등 여러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렸다. 현재 [한겨레]에 「김금숙의 강화일기」를, [서울신문]에 「김금숙의 만화경」을 연재 중이다.

그의 작품은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영어, 일어 등 12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어 유럽과 남미, 북미, 아시아에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야기를 담은 『풀』은 2019년 미국 뉴욕타임스 최고의 만화, 영국 가디언지 최고의 그래픽노블, 미국도서관협회/미국청소년도서관협회 청소년을 위한 그래픽노블로 선정되고, 2020년 크라우제 에세이상, 빅아더북 그래픽 노블 부문 상, 카투니스트 스튜디오 최우수출판만화상을 수상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단편 만화 「미자 언니」로 2016년 대한민국 창작만화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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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박완서 문학의 시작 《나목》, 만화로 되살아나다
소설가 박완서의 데뷔작 《나목》이 만화가 김금숙의 그래픽노블로 출간되었다. 김금숙 작가는 꼼꼼한 취재와 작품 탐구를 바탕으로 1950년대 서울 명동 거리와 미8군 PX, 계동 골목을 이미지로 재현했으며, 현대적 감각을 입힌 인물 캐릭터를 선보인다. 1970년 발표된 우리 문학의 숨은 걸작 《나목》을 새로운 세대의 독자들에게 환기하고, 전쟁의 이면을 예술가의 시각으로 보고자 하는 기획의도를 인정받아 만화영상진흥원 2019 다양성만화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되었으며, 그 결과물이 책으로 나왔다.
박완서는 1970년 〈여성동아〉 공모전에 장편소설 《나목》이 당선되어 등단한 이후 2011년 작고하기까지 수많은 작품을 통해 다양한 삶의 단면과 인간의 내면을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대중의 사랑을 폭넓게 받았으며, 특히 작가의 작가로 불릴 만큼 많은 후배 작가들의 존경을 받았다. 박완서의 소설은 지금도 미술, 연극, 만화 등 다양한 형식으로 재현되고 있다.
작가가 남다른 애정을 가졌던 작품으로 알려진 《나목》이 다른 장르로 재창작된 것은 첫 시도이다. 《나목》은 1950년대 전쟁으로 황폐한 수도 서울을 배경으로, 과거의 상처를 딛고 희망의 윤곽을 그리려는 젊은 세대의 고뇌를 치밀하게 그린 작품이다. 역사 상황과 개인의 실존이 어떻게 만나는가에 대한 문학적 탐구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는 현재에도 여전히 주효하다. 또한 여성 주체성을 치열하게 탐구한 작가의식은 작품 발표 후 5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되새기고 또 뛰어넘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만화가 김금숙은 소설 《나목》의 등장인물들이 말을 걸어왔다고 전한다. 《나목》에는 오빠가 죽은 것이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고 느끼며 살아가는 주인공, 죽은 두 아들의 환영에 사로잡혀 사는 어머니, 진정한 예술가가 되기를 원하면서도 미군부대에서 초상화를 그리며 살아가는 화가, 미군부대에 기대어 살아가는 다양한 주변인물 등 전쟁이라는 상황이 만들어 낸 인간 군상이 잘 그려져 있다. 특히 삶의 전선에서 외롭게 싸우며 끊임없이 예술가로서의 실존을 증명해 보이려 했던 화가의 고뇌는 만화가 자신에게 큰 영감을 불어넣었고, 작화에 착수한 계기가 되었다.

한국전쟁 70주년, 새롭게 주목해야 할 역사와 문학
만화 《나목》은 모두 9화로 구성되어 있으며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덧붙여져 있다. 그중 프롤로그는 소설가 박완서가 박수근 화백 유작전 소식을 듣고 과거를 회상하는 에피소드이다. 소설 《나목》의 탄생을 보여주는 장면이자, 원작자에게 보내는 만화가의 ‘헌사’와도 같은 부분이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원작에 묘사된 대로 1951년 서울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1.4후퇴로 밀려났던 유엔군이 3.8선을 회복한 그해, 서울에는 전투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고 사람들은 공포와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틴다.
피난 대열에 끼지 않고 엄마와 함께 남은 스무 살 경아는 학업을 중단한 채 미군 PX에서 일하고 있다. PX에는 미군을 상대로 여러 가지 물품을 팔고 관계를 맺으며 생계를 이어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경아가 일하는 초상화 상점의 주인 최 사장은 미군에게 그림을 주문받아 파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가난한 화가들을 먹여 살린다는 자부심으로 가득 찬 장사꾼이다. 다이애나김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미군에게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잡화점 매니저이며, 황태수는 사다리도 제대로 못 올라타는 겁 많은 전기공이다. 모두는 전쟁 중에도 식구들을 먹이고 입히며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경아는 그곳에서 최 사장이 데려온 화가 옥희도와 만난다. 다른 화가들처럼 간판장이도 칠쟁이도 아닌, ‘그냥 화가’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옥희도에게 경아는 강한 끌림을 느낀다. 비록 남루한 현실에 찌들어 있지만 예술가로서 자신의 실존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화가 옥희도의 등장은 경아의 삶에 조용히 파동을 일으킨다.
경아의 마음속에 일어난 작은 불씨와 예술가로서의 자기 존재를 증명하고픈 옥희도의 욕망을 확인한 어느 날, 두 사람은 비로소 둘 사이에 놓인 간극을 바라본다. 옥희도가 화가의 자리로 떠나버리고 난 뒤 경아의 헛헛한 마음을 파고든 것은 미군 맥스의 농간이었다. 경아는 답답한 현실을 벗고 스스로 시험대에 오르기 위해 맥스가 기다리는 호텔로 찾아가는데, 맥스와의 정사는 뜻밖에도 경아의 기억 저편 사라져 있던 두 오빠의 죽음을 불러낸다.
경아의 기억은 전쟁이 터진 1년 전 여름으로 달음질쳐간다. 인민군이 서울을 점령하기 직전 많은 사람들이 피난 대열에 합류한다. 소풍가듯 떠났던 두 오빠는 한강철교 폭파로 발이 묶여 되돌아오고, 인민군의 감시를 피해 ‘없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안채 다락방에 숨어 지내다가, 더 안전한 곳으로 여겨진 행랑채 벽장으로 옮긴 두 오빠는 그러나 폭격으로 처참한 죽음을 맞이한다. 하루아침에 두 아들을 잃은 엄마는 그때부터 죽지 못해 사는 회색빛 삶을 살고 있다. 오빠들을 더 ‘안전한’ 곳으로 옮긴 죄책감은 경아가 평생 짊어져야 할 가혹한 짐이 된다.
만화의 마지막 9화에 오면, 《나목》의 화자 경아와 소설가 박완서의 경계는 허물어진다. 프롤로그에 이어 박수근 화백 유작전에 간 박완서는 오래 전 박수근의 작업실에서 보았던 작품 〈나무와 두 연인〉을 마주한다. 작가 박완서에 다름 아닌 소설의 화자 경아는 그림 속 벌거벗은 나무가 죽은 나무, 고목古木이 아닌 몸서리치며 봄을 기다리는 나목裸木이었음을 깨닫는다.
만화의 에필로그는 원작에 없는 에피소드로, 다이애나의 미군 애인에게 보내진 옥희도의 그림이 70여 년 뒤 시애틀의 한 시골 헛간에서 발견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상 어딘가에 남겨져 또 다른 영감을 창조해 내는 예술가의 흔적을 만화가의 상상력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만화적 상상력으로 재발견한 두 예술가의 삶과 만남
만화 《나목》은 김금숙 작가 특유의 회화적인 화풍을 그대로 이어간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의 삶을 다룬 《풀》, 제주 4.3의 단면을 그린 《지슬》 등 전작의 맥을 이어 역사와 현실에 내몰린 인간의 내면이 흑백의 명징한 대비와 거침없는 붓질로 묘사된다. 최근 출판 만화에서 보기 드문 강렬한 그림체로, 작가의 독보적인 작품성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한편 김금숙 작가는 한국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박수근 화백의 보석 같은 작품을 만화 속에 재현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원작소설 《나목》의 영감이 된 〈나무와 두 여인〉을 비롯, 〈노상의 여인들〉 〈모자母子〉 〈귀로歸路〉 〈아기 업은 소녀〉 등 대표작의 부분 혹은 전체를 모작하여 만화 속 ‘박수근 갤러리’로 되살렸다. 박완서와 박수근 두 예술가의 만남이라는 현대사의 흥미로운 소재를 단순한 가십으로 다루지 않고 두 인물의 삶과 예술 세계에 보다 깊이 있게 접근한 의도가 돋보인다.
이 책에는 박완서 작가의 맏딸 호원숙 작가의 서문이 실려 있다. 어머니가 소설 《나목》을 집필, 발표하며 늦깎이 작가로 데뷔하던 과정을 회상하며 작품에 대한 원작자의 남다른 애정을 묘사한 그는 “만화가가 원작자의 영혼 속에 들어갔다 오기라도 한 듯 작품 의도를 잘 살리면서도,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장면을 만들어냈다”고 평했다.
유럽, 남북미, 중동 등 전 세계 만화 시장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김금숙 작가는 이번 작품 《나목》도 프랑스 출판사와 판권 계약을 마쳤다. 이는 국내 만화의 해외 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최근 출판 동향에 보다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한국 문학을 해외에 소개하고 대형 작가 박완서를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나목裸木은 통렬한 아픔을 온몸으로 느끼며 내일을 향해 발돋움하는 청춘의 상징이며, 불우한 시대를 고독하게 건너간 예술가의 초상이다. 또한 태엽 감긴 장난감처럼 현실에 조종되는 삶을 살지라도 인간의 존엄한 실존을 놓지 않으려 사력을 다하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 한국전쟁 70주년에 새롭게 주목해야 할 역사와 문학, 그리고 예술이 만화 《나목》에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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