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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03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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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160쪽 | 685g | 175*246*20mm |
ISBN13 | 9791158951429 |
ISBN10 | 11589514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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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읽지 못했지만 연필 마니아들에게 1997년에 출간한 헨리 페트로스키의 <연필>은 연필 세계의 바이블이라 한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이라 연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연필의 역사와 제조 방법, 연필의 미래 등 연필에 관한 모든 것을 500여쪽의(절판 됐다가 2020년 재출간한 책은 600쪽이 넘는다) 1권에 집대성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인터넷이나 유튜브 등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기 쉬운 시대라 연필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시간을 투자하면 얻을 수 있지만 나처럼 하는 것 없이 바쁜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원하는만큼 찾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닌데 이번에 읽은 캐롤라인 위버의 <펜슬 퍼펙트>는 연필을 좋아하는 나의 고민을 단숨에 해결할만큼 연필의 역사를 비롯해 연필의 다양한 정보를 한 권에 잘 담아냈다.
책은 일반적인 책들보다 큰 판형에(175*246*20mm) 양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160쪽으로 쪽수는 적으나 글씨 크기가 작고 글자 수가 제법 많아 독서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하지만 좋아하는 연필에 대한 이야기라 읽는동안은 집중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흑연의 발견으로 연필의 역사가 시작되었는데, 흑연의 기원과 관련된 이야기는 문서화되지 않고 구전으로 내려와 전설 같은 이야기가 되었다고 한다. 1560년대 영국의 어느 호수 지역에서 강한 돌풍으로 뿌리째 쓰러진 나무의 자리에서 최초로 흑연을 발견했다는 이야기와 한 양치기가 양을 돌보던 중 흑연을 발견했는데 그 물질이 양떼를 표시하고 추적하는데 유용하다는 것을 발견해서 흑연을 첫 번째로 사용한 사람으로 인정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흑연을 발견한 후 한동안은 흑연을 종이에 싸거나 끈으로 깜싸서 사용하다가 오늘날 연필의 기원이 되는 나무 연필의 시대가 시작되는데 나무 연필의 기원에 대한 논쟁이 있지만 17세기 독일의 뉘른베르크의 슈테들러(금속서랍을 만들던 가구장이의 아들)가 만든 나무 연필을 기원으로 본다고 한다.
연필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며 기억해야할 인물이 18세기 프랑스의 니콜라-자크 콩테다. 당시에는 영국에서 생산되는 연필들이 좋은 품질의 연필이었는데 영국과의 전쟁으로 인해 프랑스가 그 연필을 얻기가 불가능했기에 자체적으로 연필을 개발할 필요가 있었다. 당시 프랑스 정부는 열기구 전문 기술자였던 콩테(열기구 관련 폭발 사고 후 왼쪽 눈을 크게 다쳤다고 한다)에게 연필 개발을 의뢰했는데 콩테는 자연 흑연을 미세하게 갈아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도토(도자기의 원료로 쓰는 진흙)와 적당량의 물을 넣어 반죽하고, 긴 직사각형 틀에 부은 후 높은 온도의 가마에 구우면서 기존의 연필보다 우수한 연필이 탄생하게 된다. 바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연필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연필은 나무, 흑연, 점토, 물로 만드는데 과연 연필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예전에는 관광지의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연필처럼 나무에 드릴로 구멍을 뚫어서 연필심을 채우는지 알았는데 생각보다 연필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다.
연필을 만드는 과정
나무 덩어리가 이 과정에서 시작이다. 보통 적삼나무를 사용한다(1). 슬랫으로 자르고(2) 색깔을 입힌다(3), 슬랫 상단에 긴 홈을 파고(4), 흑연 심을 넣는다(5), 동일한 모양의 슬랫을 위에 덮고(6) 첫 번째 슬랫과 붙인다. 전체를 다듬고(7) 연필을 각각 분리한다(8). 이 아날로드 도구들을 페인트칠하여(9), 완성한다(10). 페럴을 붙이고(11), 마지막으로 지우개를 넣는다(12).
<펜슬 퍼펙트>에서 흥미로운 부분이 연필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먼저 1761년 시작해서 지금도 전 세계에 독일 연필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는 파버-카스텔은 가족들간의 배신, 세대간 분쟁을 하며 각자 연필 사업을 발전해 나갔는데(파버-카스텔, A.W 파버, 에버하르트 파버) 결국은 21세기에 파버-카스텔에 흡수된다. 원형 노란 연필로 유명한 미국의 딕스 타이콘데로는 미국에서 최초로 연필을 대량 생산한 기업으로 유명한데, 조셉 딕슨은 선주였던 아버지의 덕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흑연이 풍부했던 동양의 실론에서 물품을 운반하는 배들은 밸러스트(배의 무게 중심 잡는 물건)로 흑연 덩어리를 사용했는데, 배가 정박하면 필요 없게 되어 바다에 버려지는 흑연 덩어리를 활용할 방법을 찾던 조셉 딕슨이 연구 끝에 연필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2년간 월든 호숫가에서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담은 <월든>으로 유명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도 아버지와 함께 연필 회사를 운영했다고 한다. 나름 소로가 사업을 잘 했지만 당시 연필 시장의 무한 경쟁에서 밀려나는 바람에 사업을 접었는데 오늘날 연필의 경도라 할 수 있는 연필 등급을 숫자로 매겼다고 전해진다. 이 밖에 후발 주자였지만 스위스 품질에 대한 명성을 등에 업고 연필 산업의 중심이 된 스위스의 까렌다쉬, 미국에 값싸게 연필을 납품하다가 현재는 고품질의 연필을 생산하고 있는 일본의 미쓰비시 유니 연필과 톰보 연필 등 브랜드 이야기는 흥미를 더한다.
<펜슬 퍼펙트>에서는 일반 연필, 복사용 연필, 컴퓨터용 연필, 노벨티 연필 등 다양한 연필 이야기뿐만 아니라 연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지우개(처음에는 빵가루로 흑연을 지웠다고 한다), 연필깎이, 연필이 한창 인기 있을 때 연필 회사들의 연필 광고 이야기, 연필 역사 못지 않게 연필 끝 지우개에 부착된 패럴의 역사도 흥미롭게 이야기하는 등 연필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소개해 주고 있다. 저자 캐롤라인 위버는 왼팔에 자신의 입문 연필을 문신할 정도로 연필을 사랑하는 연필 마니아인데, 평소 꿈이었던 연필 가게(CW 펜슬 엔터프라이즈)의 문을 열고 자칭 연필 중독자들에게 미지의 세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면서 이렇게 알찬 연필 저서까지 펴냈다.
앞으로 연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연필을 포함해 아날로그 도구들은 최첨단 기구들 앞에서 필요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에 연필의 미래가 그리 밝지만은 않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각박한 세상에서 연필을 깎을 때 나는 나무 냄새(때로는 숲 내음과 숲 속 산들바람도 느껴진다)와 쓰던 일을 멈추고 뭉뚝해진 연필을 깎으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창조적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도 있다), 무엇보다도 연필을 종이에 쓰며 쌓아가는 기억들(공부할 때 필기를 하면 머리에 더 오래 남는다)과 감성 가득한 소리들은 연필이 앞으로도 우리 곁에 오랫동안 남을 것이라는 이유라 하겠다.
사각 사각 사각, 쓰~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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