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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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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신현준, 이기웅 공편 /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기획 | 푸른숲 | 2016년 08월 01일 리뷰 총점8.5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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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6년 08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504쪽 | 828g | 150*220*35mm
ISBN13 9791156756590
ISBN10 1156756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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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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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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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 자 소 개
김지윤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공동연구원. 연세대학교 문화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다문화주의와 도시, 고령화와 도시, 아시아 도시 간 비교 연구가 주요 관심 분야이다. 대표 논문으로 “Cultural entrepreneurs and urban regeneration in Itaewon, Seoul”이 있다. 김필호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동아시아학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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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8인의 연구자가 서울 8동네에서 만난 132명의 사람들, 1,095일의 현장조사 살던, 들어온, 쫓겨난… 사람이 말하는 거대 도시 서울의 변화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승자와 패자, 건물주와 세입자, 들어온 자와 내쫓긴 자 간의 갈등으로 보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상이 되고 삶이 된 사람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본다. 이 책은 문화학자, 사회학자, 인류학자, 지리학자 등 국내 연구진 여덟 명이 젠트리피케이션을 주제로 각각 서촌, 종로3가, 홍대, 가로수길과 사이길, 한남동, 구로공단, 창신동, 해방촌에서 진행한 현장연구를 바탕으로 썼다. 길게는 3년, 짧게는 6개월 동안 진행한 현장연구는 참여관찰과 더불어 동네 토박이, 세입자, 건물주, 구청직원, 자영업자, 노동자, 문화예술인, 건축가, 마을활동가, 부동산 중개업자 등 직업과 출신이 다양하나 모두 젠트리피케이션을 겪는다는 공통점을 지닌 사람과의 심층면접(인터뷰)을 통해 이루어졌다. 지금까지 뉴욕 젠트리피케이션의 현장을 전하는 책이나 서울의 도시 변화를 서술한 책은 소개됐지만, 1970년대 시작된 한국형 도시개발부터 최근 일어난 젠트리피케이션과 도시재생까지, 국가와 자본, 그리고 문화가 도시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한눈에 꿰뚫는 책은 이 책이 유일하다.

장소가 먼저인가, 사람이 먼저인가?
정책이 먼저인가, 자생이 먼저인가?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는 특히 자신의 장소(place)에서 부정(dis-)당하는 사람, 또는 그런 불안을 안고 사는, 지금 서울에 사는 사람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이 책을 관통하는 개념 중 하나는 ‘전치(displacement)'이다. 전치란 기존에 살던 사람이 쫓겨나고 밀려나는 과정을 말한다. 이 책은 자본과 경제의 도구로 이용당한 장소와 ‘삶의 터전’을 빼앗긴 사람을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구로공단은 1960~70년대 정부가 수출 중심의 경제성장을 위해 기존 주민을 강제 이주시키고, 건설한 대규모 공장지대였다. 하지만 도심 제조업이 쇠퇴하자 공장은 헐렸고 유리빌딩이 들어서면서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탈바꿈했다. 옛 이름과 흔적을 모두 없애고 전신성형을 거친 옛 구로공단, 그렇다면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도 모두 사라진 걸까?
종로3가는 낙후, 쇠퇴, 노후의 상징이 된 곳이다.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이곳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인으로 활기가 넘친다. 종로3가와 돈의동은 노인을 비롯한 소수자들의 터전이다. 하지만 이들은 불결의 상징이자 정화의 대상이 되어 점차 다른 곳으로 밀려나고 있다.
창신동은 지역 문화와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주민 활동이 봉제업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동네다. 주민 말을 빌리자면 딱히 ‘재생할 게 없는’ 동네라고 할 정도인데 서울시는 이곳을 도시재생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쯤 되면 창신동 도시재생이 주민을 위한 정책인지 의문이 든다.
해방촌은 실향민, 외국인, 젊은이 등 다양한 층위가 모여 있는 이주자의 동네다. 이곳 젊은이들은 다양한 커뮤니티와 사조직을 만들어 주민과 연계해 지역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해방촌은 동쪽으로부터 밀려오는 상업화 압력, 서쪽으로부터 밀려오는 재개발 압력 사이에 끼어 있는데다 정부는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벌이는 중이다. 과도하고 복잡한 압력 사이에서 도시난민은 이곳에 정착할 수 있을까?

젠트리피케이션 안전지대란 있는가?


젠트리피케이션은 한 번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현상이 아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표적 장소로 꼽히는 홍대도 그렇다. 초기에 인디문화를 이끌었던 예술가들은 이제 홍대에서는 밀려났지만, 상수동, 망원동, 성산동, 연남동 등으로 옮겨갔다. 신사동 가로수길의 터줏대감이던 플라워카페는 세로수길로 옮겨갔지만, 결국 신사동에서 아예 철수해 최근 방배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0년 즈음 홍대 앞, 삼청동, 가로수길에서 갑자기 오른 임대료를 견디지 못해 한강진길로 온 젊은 예술가들도 이미 절반은 한강진길을 떠났다. 싼 임대료에 이끌려 온 우사단길에서 청년 공동체를 만들어 활동하던 젊은이들도 3년도 채 되지 않아 50퍼센트 이상 오른 임대료 때문에 갈팡질팡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끝낼 수 있다거나, 막을 수 있다고 단정짓기 어렵다. 그러나 애착을 갖고, 편안함을 느꼈던 장소에서 때로는 폭행까지 당하며 내쫓긴다면 누구나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 책의 저자들이 젠트리피케이션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도 모두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안정감의 상실, 두려움과 혼란, 불안, 무력감, 허무주의 등 감정적 괴로움을 호소했다. 이 책은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거대한 도시 변화 현상을 통해 장소가 먼저인지, 사람이 먼저인지, 그리고 정책적 개입이 먼저인지, 주민의 자생적 노력이 먼저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에 이어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가 기획한 《아시아,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가제)》가 출간될 예정이다. 아시아 편에서는 여덟 명의 국내외 학자가 도쿄, 베이징, 타이베이, 하노이, 자카르타 등 아시아 도시의 공간 변화를 집중 연구했다.

내용 소개
이 책은 서장과 3부로 구성되었으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서장 ‘서을의 젠트리피케이션, 그리고 개발주의 이후의 도시’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이론적 계보와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다룬 기존 연구, 그리고 이 책의 연구방향을 개괄한다. 영국 도시사회학자 루스 글래스가 런던 도심 변화를 논하며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던 1960년대부터, 이후 1세대 연구자들이 젠트리피케이션 이론을 어떻게 창시?발전시켰는지 서양, 주로 영미권 대도시를 예로 설명한다. 이어 2000년대 이후의 2세대 연구자들이 지구적 규모로 발생한 젠트리피케이션의 다양하고 복잡한 양상을 연구하기 위해 내놓은 아젠다를 소개한다. 이 책은 국가와 자본이 개입한 도시개발과 도시미화를 대상으로 했던 기존의 서울 젠트리피케이션 연구를 뛰어넘어 구체적 시공간에 놓인 사람들이 젠트리피케이션을 어떻게 겪어왔는지 주목한다.

1부 ‘오래된 서울의 새로운 변화’에서는 서촌과 종로3가를 중심으로 서울 구도심의 역사와 최근 이 장소에서 일어난 변화를 다룬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오랜 역사를 품은 서울 구도심의 두 장소는 ‘핫 플레이스’와 ‘낙후된 곳’을 각각 대표한다.

2부 ‘세 개의 핫 플레이스, 서로 다른 궤적’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표 장소로 꼽히는 홍대, 가로수길과 사이길, 한남동을 주목한다. 초기 홍대 대안문화를 꽃피운 문화유민들은 홍대에서는 밀려났지만, 인근에 머물며 대안경제를 실험한다. 대자본의 유입으로 초기 젠트리파이어마저 밀려난 가로수길 이야기, 지자체와 젠트리파이어, 주민이 적극적으로 힘을 합쳐 상권개발을 공동으로 도모하는 사이길 사례는 강남에서도 대안적 도시화가 이루어질지 그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막강한 경제자본이 벌이는 문화적 기획과 풍부한 문화자본을 가진 경제적 기획에 대해서는 한남동의 한강진길과 우사단길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3부 ‘정책 없는 재생에서 재생 없는 정책으로?’에서는 구로공단 뒷골목에서 여전히 미싱을 돌리고 있는 봉제업 종사자들의 삶을 다룬다. 주민의 자발적 문화 발전 활동과 정부가 주도하는 도시재생이 동시에 일어나는 창신동과 해방촌에서는 같은 공간을 대하는 서로 다른 입장과 태도를 관찰할 수 있다.

서장: 서울의 젠트리피케이션, 그리고 개발주의 이후의 도시

2013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에게 낯설었던 젠트리피케이션은 2014년을 거치면서 주류 언론에 여러 차례 소개될 정도로 익숙해졌다. 1960년대 중반 영국에서 처음 등장한 이 용어는 주로 영미 대도시의 오래된 도심에서 일어난 공간적 변화를 설명하는 데 쓰였다. 이 개념어는 경제적 요인뿐 아니라 문화적 요인이 작동하여 공간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점도 내포한다. 젠트리피케이션 개념을 서울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서울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_26쪽

2000년대 이후 젠트리피케이션을 “글로벌 도회전략”, “새로운 도회 식민주의”, “글로벌 서식” 등으로 부르는 현상은 젠트리피케이션이 서양 대도시의 오래된 도심에서 발생하는 산발적이며 예외적인 변화를 뜻하는 것이 아닌 지구적 규모로 발생하는 공간변화를 설명하기 위한 개념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준다._45쪽

적어도 2000년대까지 한국에서 뉴타운 재개발을 겪은 당사자들은 이를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감각하거나 경험하지 않았다. 젠트리피케이션은 특정한 시공간에서 특정한 행위자에 의해 감각되고, 경험되기 시작했다. 그때는 2000년대 말 이후 서울 도심, 또는 도심에서 가까운 장소에 자리를 잡고 살거나 사업을 하던 예술가 및 예술 관계자들이 임대료 문제, 넓게 보아 부동산 문제로 고통을 겪기 시작한 때였다._52쪽

젠트리피케이션은 이들이 서울이라는 메트로폴리스에서 개인적 또는 집단적으로 수행하는 공간적 실천과 밀접히 관련된다. 이들은 젠트리피케이션과 관련해서 양가적이고 모순적인 지위에 있다. 자신들이 가진 창의적 감각으로 어떤 장소의 가치를 끌어 올리지만, 그렇게 가치가 상승한 뒤에는 내쫓기기에 바쁘다._57쪽

1부 오래된 서울의 새로운 변화: 서촌, 종로3가

1장 서촌: 도심에 남은 오래된 동네의 고민

첫째는 젠트리피케이션의 ‘겪기’라는 개념이다. 도시지리학자 브라이언 두세가 제시한 이 개념은 “젠트리피케이션 과정이 종종 승자와 패자가 있는 것처럼 비춰지고, 그 논쟁은 젠트리파이어와 피전치자에 집중되어 있다”라는 진단에 근거한다. 두세의 주장은 젠트리피케이션 과정에는 두 행위자뿐 아니라 더 많은 행위자가 존재하며, 젠트리피케이션이 이들 사이의 복합적 상호작용을 통해 작동한다는 사실을 전제한다. 따라서 젠트리피케이션과 그에 따른 전치라는 객관적 사실을 확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 행위자들이 젠트리피케이션을 겪어나가는 주관적 경험 또한 검토해야 한다._68쪽

서촌은 물리적 장소를 넘어 도시에 남은 진정한 동네라는 이상을 표방한다. 서촌의 행위자들은 서촌의 젠트리피케이션을 서로 다르게 인식하고 경험하고 느끼고 있었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행위자들이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그 이상이 점차 침식되어가고 있다는 공통의 불안감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 서촌이 ‘뜨거운’ 이유는 다양한 행위자들이 서울 구도심의 거의 마지막으로 남은 동네에서 각자 다른 방법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장소를 복합적으로 (다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_102쪽

2장 종로3가: 섬이 되어버린 서울 미드타운

이 글은 ‘서울의 중심인 이곳이 재생정책의 대상이 될 정도로 낙후?쇠퇴?노후했다고 인식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이 질문은 낙후, 쇠퇴, 노후 등과 같은 단어는 때로 개발논리에 사용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전제한다. 이 글은 ‘노후한 장소는 과연 문제인가, 해법인가’라는 또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_115쪽

서울시와 종로구는 이런저런 재생사업을 구상 중이거나 실행 중이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이곳에 터를 잡고 일하던 상인들이 쫓겨나고, 노인을 포함하여 전치의 대상마저 되지 못하는 방문자들이 권리를 뺏길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업은 ‘정화’라는 명목 아래 공간을 나누고, 공간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그 틀에 맞게 변화하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제 정화사업은 주변 환경을 아름답게 가꾸거나 거리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을 뛰어넘어 사람들마저 정화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노인들 또한 예외는 아니다. _146쪽

역사적으로 돈의동과 익선동 모두 거주지와 유흥가가 뒤섞여 있던 지역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변화를 거치면서 돈의동에는 노인, 성 소수자 등이 들어온 반면, 익선동에는 문화자본을 갖춘 창의적 소생산자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노년과 청년이라는 세대차이가 공간배치와 구성의 차이를 낳으면서, 돈의동에는 하층계급 늙은 남성이 주요 행위자인 문화가, 익선동에는 중간계급 젊은 여성이 주요 행위자인 문화가 발전하고 있다._148쪽

2부 세 개의 핫 플레이스, 서로 다른 궤적: 홍대, 신사동 가로수길과 방배동 사이길, 한남동

3장 홍대: 떠나지 못하는 문화유민

홍대는 재개발과 구별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이야기하는 데 가장 적합한 지역 중 하나다. 홍대 지역의 발전은 예술가와 문화기업가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땀으로 이루어졌다. 전형적인 국가주도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이나 합동재개발 방식과는 다르다. 이처럼 문화와 예술이 주도한 발전역사는 현재까지도 홍대가 인디문화의 중심지로서 그 지위를 지킬 수 있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홍대는 망했다”는 담론이 꾸준히 생산?확산되었다. 여기서 “망했다”라는 표현은 물론 홍대의 상업화와 젠트리피케이션을 뜻한다._179쪽

부동산 투자가 아닌 삶의 관점이나 장소만들기의 관점에서 한 지역에 접근할 때 장소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장소는 물질적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사람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아무리 상수동과 연남동을 홍대처럼 만들려고 해도 각각의 지역이 지닌 독특한 사회적?지리적?경제적 성격으로 인해 홍대화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신의 뜻에 따라 특정한 장소를 만들려는 인간의 노력은 언제나 장소가 지닌 특성에 맞춰져 이루어져야 한다._183쪽

한마디로 전치를 경험한 행위자들은 젠트리피케이션을 늘 의식하고 경계하게 되며 이를 통해 과거에 의도치 않게 젠트리피케이션을 초래한 자신들의 행동을 반복하지 않도록 새로운 실천을 도모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는 형태와 양상은 끊임없이 굴곡되고 바뀐다. 과거 홍대를 대안문화의 성지로 꽃피웠던 이들 문화유민들은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이제 홍대 주변 지역에서 대안경제의 실천을 통해 새로운 장소만들기에 몰두하고 있다._207쪽

4장 신사동 가로수길과 방배동 사이길: 강남의 역류성 젠트리피케이션

강남 개발은 두 가지 점에서 신축 젠트리피케이션의 모델에 가깝다. 첫째는 국가개입을 통한 개발이라는 점, 둘째는 도심이 아닌 외곽에 새로운 주거공간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사회적 기능 면에서 강남 개발은 젠트리피케이션에 앞서 일어난 서구, 특히 미국의 교외화에 더 가깝다. 왜냐하면 강남 개발은 강북 구도심 쇠퇴와 인구유실을 직접적으로 초래했을 뿐 아니라, 새로 개발된 지구가 원래 인구밀도가 낮은 농경지와 그린벨트 지역이어서 구주민들이 대규모로 전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_228쪽

대기업이 세입자들을 모두 내보내고 기존 건물을 통째로 임대 혹은 매입한 뒤 원래 저층이었던 것을 5~6층으로 용적률을 올려 새로 짓는 방식은 불과 몇 년 만에 거리경관을 크게 바꿔놓았다. 임대료를 올리는 고전적인 수법을 쓰던 개인 건물주들도 점차 재건축을 빌미로 임차인들을 한꺼번에 내보내려 하면서 상당한 갈등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_249쪽

가로수길과 달리 젠트라피아어와 지자체가 힘을 합쳐 매우 계획적으로 추진하는 사이길 상권개발은 동네주민과 친밀함을 유지하려는 시도와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사회적 기업가 L4와 몇몇 갤러리 운영자들은 기존 핫스팟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교훈으로 삼은 듯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가 오를 조짐이 보이기도 전에 일치감치 건물을 매입했다. 그가 서초구청의 전폭적 후원을 받으며 이끌어온 ‘방배 사이길 예술거리 조성회’는 월 2회 벼룩시장과 봄과 가을, 연 2회 축제를 주관하는 과정에서 주민과 상인 사이의 친목을 도모하려고 노력했다._262쪽

무엇보다도 강남 개발이 가져온 한국형 교외화와 도시팽창의 획일적인 풍경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가 강남 안에서도 나타났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는 대안적 도시화를 바라는 열망이 중간계급 이상의 기성문화 엘리트에게도 그만큼 호소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대안을 현실화할 실천적?정책적 조건이 한국의 부동산 투기 1번지인 강남에서 무르익을 수 있는가 하는 데 있다._270쪽

5장 한남동: 낯선 사람들의 공동체

여기서 한남동을 둘러싼 삼성의 부동산 투자전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1996년 〈동아일보〉가 삼성의 한남동 부동산 매입을 밝혀낸 보도에 따르면, 삼성은 1970년부터 20여 년에 걸쳐 한남동 739번지부터 743번지 일대 6천 평을 꾸준하고 집요하게 사들였다. 또 한 가지 특징은 삼성이 이 토지들을 문화와 이으려 했다는 점이다.(…) 이런 구상은 1997년 말에 IMF 경제위기라는 곡절을 겪은 뒤 1998년 제일기획이 이전하고, 2004년 미술관 리움이 개관하면서 실현되었다. 부촌이든 빈촌이든 조용한 주택가였던 한남동은 2000년대를 거치면서 서서히 상권으로 변하기 시작했다._288~289쪽

싸이가 한남동에 건물을 매입한 것은 재벌 대기업뿐만 아니라 유명 연예인의 최근 두드러진 부동산 투자추세의 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주로 강남 지역에 집중되었던 연예인의 부동산 투자가 한남대교를 타고 북상하는 현상은 특기할 만하다. 싸이의 가족내력을 보면 그 경로는 더 인상적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싸이 가족은 처담동과 신사동에서 카페와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특유의 감각으로 “가로수길을 제일 먼저 움직인 사람들”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었다. 싸이 가족은 한남대교를 사이에 둔 두 장소를 이어가며 나름의 지도를 그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_296쪽

싸이 대 테이크아웃드로잉 사건은 두 당사자 간의 대립을 뛰어넘어 더 폭넓은 의미를 지닌다. 공식적으로 이태원로라고 불리는 길 한편에는 대로변뿐 아니라 그 안쪽까지 막강한 경제자본과 거대한 건물을 소유한 세력이 문화적 기획을 벌이고 있다. 반면 이 길의 다른 한편에서는 풍부한 문화자본을 가진 세력이 길 안쪽 작은 건물을 빌려 경제적 기획을 진행하고 잇다. 이 길은 이른바 창의적 계급투쟁의 최전선인 셈이다. 꼼데가르송길은 대로를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는 반면, 한강진길은 골목으로 들어가야 나타난다. 이는 세력관계의 균형이 어디로 기울고 있는가를 보여준다._302쪽

미래의 한남동은 창의성이 신자유주의적 창조경제와 어떤 관계를 맺어 나아가는지를 관찰할 수 있는 중요한 현장이 될 것이다. 한강진길과 우사단길의 창의적 소생산자들이 거대 자본이 기획하는 경제의 문화화에 포섭되는 점진적 과정을 밟을지, 자신들이 기획하는 문화의 경제화를 성취할지가 핵심인데, 거꾸로 말해 삼성으로 대표되는 거대 자본이 이들 창의적 소생산자들을 활용할지, 배제할지, 이들과 공존할지 가늠하는 문제이기도 하다._312쪽

3부 ‘정책 없는 재생’에서 ‘재생 없는 정책’으로: 구로공단, 창신동, 해방촌

6장 구로공단: 전신성형, 그리고 유리빌딩의 환청
언제나 그렇듯 이러한 비극을 지속적으로 조장해온 것은 번영의 시나리오에 충실하고자 하는 국가의 제도적 지원이다. 정부는 1990년대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구로공단을 첨단 지식산업의 메카로 전환하겠다는 야심을 품고, 등록세와 취득세 등의 세금감면을 통해 아파트형 공장 건설 붐을 부채질하기 시작했다. 세금감면으로 분양단가를 낮출 수 있었던 건설주들은 분양수익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8층 이상 고층 건물에 단위 분양면적을 소형화했다. 따라서 입주자들은 주로 낮은 분양가와 월세에 이끌린 소규모 영세사업체라고 볼 수 있다. 산업단지 구조 고도화 정책은 토지이용의 고도화, 즉 부동산 이익을 높이는 방식으로 전개되었을 뿐 노동시장 고도화에는 실패했다._343쪽

생산이 삶의 방식이었던 그 많던 제조업 노동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공장이 헐리고 유리빌딩이 지어지듯 개인 노동자의 삶이, 그 삶의 공간이 그렇게 쉽게 탈바꿈되거나 사라질 수 있는 걸까? 사실 이 질문들에는 많은 젠트리피케이션 연구들이 전치상황을 서로 다른 사회계급의 공간이동, 즉 ‘물리적 땅따먹기’로 해석하는 모습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다시 말해 기존 젠트리피케이션 연구에서 다루는 전치는 땅을 누가, 어떻게 차지하느냐에 집중할 뿐, 그 땅을 둘러싼 삶의 경험을 주목하지 않는다._344쪽

수천 명이 같은 라인에 낮아 미싱을 밟던 대규모 공장은 사라졌지만 그곳에서 젊음을 다 바친 숙련공들은 옛 구로공단의 주변부에서 새로운 일터를 만들어냈다. 그 일터는 그들의 작업장을 밀어내고 들어선 현란한 패션단지의 쇼윈도에 걸릴 옷들을 만들어내는 생산배후지 역할을 하고 있다. 공간적 이동이 일어나긴 했지만 노동자라는 정체성과 그들의 삶의 방식까지 전치된 것은 아니다._351쪽

현재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누가, 어떤 조건으로 일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승자와 패자로 나뉘는 계급 간 갈등을 핵심으로 하는 전치개념의 한계가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단지에 입주해 일하는 지식노동자들, 즉 전치의 행위자 또는 승자로 비춰지는 이들 가운데 52.9퍼센트가 평균임금 162만원을 반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_361쪽

7장 창신동: 글로벌 도시만들기와 도시재생 사이

이처럼 창신동은 21세기 글로벌 도시 서울과 어울리지 않을 법한, 1970~80년대의 시간성을 지닌 공간으로 그려져왔다. 즉 동대문 패션시장을 위한 생산지이면서도 고층 빌딩을 중심으로 하는 화려한 소비공간과 대비되는 곳, 서울의 저소득층이 밀집한 장소, 30~40년 경력의 봉제인들이 여전히 작은 봉제공장에서 재봉틀을 돌리는 곳, 이제는 거의 사라진 서울 달동네의 근대적 풍경이 남아 있는 곳으로 주로 재현된다._368쪽

정부의 정책경합과 더불어 다양한 개인이나 그룹의 문화예술 활동과 실험이 동대문과 창신동을 가로질러 일어나고 있다. 지역 공동체 문화나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지역 및 주민 밀착형 활동에서부터 개인적인 예술활동이나 사회적 기업에 이르기까지 활동의 내용과 형태도 다양하다. 정부는 물론 다양한 개인이나 그룹이 동대문과 창신동에 거점을 두고 움직이는 이유는 패션과 봉제라는, 이 지역이 가진 사회경제적 특성 때문이다._378쪽

창신?숭인 지역 도시재생 프로그램에서 갈등이 첨예한 지점은 무엇보다 주민이 봉제산업에 얼마나 관련되어 있는가에 따른 시각 차이에 있다. 이 지역 도시재생 프로그램의 일정 부분이 봉제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이곳이 ‘봉제마을’로 알려지다보니, 봉제산업과 관련이 없는 주민은 도시재생 프로그램의 내용과 예산이 봉제산업에 편중되어 있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_400쪽

8장 해방촌: 도시난민의 실험실 또는 정착지

지금의 용산구는 용산동을 중심으로 서쪽과 동쪽으로 나눌 수 있고, 각각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도시개발과 변화의 차별적 양상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촌동과 삼각지 일대인 용산구 쪽에서는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주도하는 대규모 주상복합 단지 재개발이 이른바 신축 젠트리피케이션 형태로 이루어져왔다. 또한 이태원과 한남동 일대인 용산구 동쪽에서는 기업형 다문화주의를 상징하는 상업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고 있다. 용산이 서울의 물리적 중심이라는 이유로 서로 다른 형태의 개발압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용산동에서 거의 유일한 거주지인 해방촌은 이 압력 사이에 끼어 마치 샌드위치처럼 보인다._426쪽

경리단길은 연남동, 서촌과 더불어 2010년대 중반 서울에서 일어난 젠트리피케이션을 대표하는 이른바 ‘핫 쓰리’인데 다른 두 곳에 비해서도 그 속도가 무섭게 빨라서 젠트리피케이션의 여러 단계를 단시간에 뛰어넘은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경리단길이 속수무책으로 난개발을 당한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이곳에 어떤 단체도, 커뮤니티도 없었다는 점이다._432쪽

이곳에서 바를 운영하는 영국인이 해방촌을 “두 번째 고향”이라고까지 말하면서 강한 애착을 표현한 것은 그동안 이어진 다양한 활동의 결과라 하겠다. 그는 “비서양 출신을 포함해 동네의 모든 외국계 주민이 서로를 가족 또는 공동체 구성원처럼 느낀다”라고 말한데 이어 “경리단길에는 미군과 관련된 사람이 많이 사는 반면, 해방촌에는 영어강사들이 많이 산다”라고 두 장소를 차별화했다._447쪽

현장연구 마지막 날인 2015년 12월 26일 밤, 신흥시장 가운데에 마을공동체인 해방촌4평학교, 공사를 막 끝낸 힙스터 카페, 용산구에서 파견한 도시재생 지원센터가 어깨를 맞대고 있었다. 자발적 재생, 상업 젠트리피케이션, 관이 주도하는 재생을 각각 상징하는 세 곳이 연대의 공간을 만들어갈지, 다툼의 공간을 창출할지 미리 판단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단, 서울시 의지대로 신흥시장이 아트마켓이 된다면 그 옆에 점포를 주거용으로 개조한 쪽방의 가난한 세입자들이 가장 먼저 쫓겨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_4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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