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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6년 07월 0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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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768쪽 | 1,120g | 152*224*40mm |
ISBN13 | 9788958623359 |
ISBN10 | 89586233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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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으로 보는 현대사
<협상의 전략>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역사의 20가지 주요 장면을 '협상'이라는 키워드로 묶어 다루고 있다. 저자 김연철 교수는 남북관계 전문가로, 연구소와 정부기관에서 통일문제를 연구했으며 다양한 외교 협상에 참여한 바 있다. 목차를 펼치면 저자의 친절함이 느껴진다. 20가지 협상을 4가지 테마로 5장씩 나누었고, 특정 지역의 역사 중심으로 편향되지 않도록 유라시아는 물론 미국, 아프리카의 협상도 고르게 다루었다. 세계지도에 위치와 연도를 표시해 둔 것도 독자를 위한 배려이다.
낯설 수도 있는 각국의 현대사와 정치 상황을 다루지만 저자의 해설과 통찰 덕분에 어렵지 않게 읽었다. 오히려 각국의 이해득실, 나아가 존망을 다투는 협상을 다루기에 소설이나 르포를 읽는 듯한 재미와 긴장감이 느껴졌다. 빌리 브란트에 대해 더 알고자 읽기 시작했는데, 700여 페이지에 담긴 세계 정세를 아울러 읽다 보니 얻게 되는 지식이 상당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카슈미르를 둘러싼 영토 분쟁, 300여년에 걸친 협상으로 평화롭게 해결된 중-소 우수리강 분쟁, 가장 오랫동안 내전을 겪은 탓에 마약과 범죄로 물들게 된 콜롬비아, 영국에 대한 아일랜드의 원한, 낯선 나라인 예멘이나 미얀마의 민족 분쟁 등 방대한 양의 현대사를 접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소개되는 것은 <뮌헨협상> 이다. 영국이 히틀러의 제2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벌인 협상으로, 체코 수데덴 지역을 히틀러에게 내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전쟁을 막지 못해 실패한 협상으로 불린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오히려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시간을 번 협상으로 재평가 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사고의 전환' 은 협상의 기술 중 한 가지로 뒷부분에서도 자주 언급된다. 더불어 '유연한 시각', '실용적 접근', '자유로운 사고', '신호 보내기', '우연한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 '안달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 '인내', '진심', '양보', '의지' 등이 협상의 키워드로 제시된다.
20가지 협상을 배치한 순서의 의도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3부 양보의 역설> 에서는 주로 실패한 협상이 소개된다. 특히 1965년의 한일 협정이 처음에는 준비가 미흡했던 탓에, 나중에는 너무 서둘렀던 탓에 지금의 독도 영토 분쟁과 위안부 및 징용배상청구권에 관련된 문제를 낳았다는 것, 중동평화협상이 협상 당사자들에게는 노벨평화상을 안겨주었지만 정작 중동은 아직도 화약고라는 점이 대단히 안타까웠다. 마지막 <4부 화해의 기술> 은 다소 분위기가 바뀌어 성공한 회담 중심이다. 과연 신이 존재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잔혹한 분쟁 상황도 있지만 그래도 세계에는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자 해피 엔딩으로 배치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성숙한 지도자, 그리고 과거와의 화해
무엇보다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협상에서 지도자의 중요성이 아니었을까 한다. 다양하게 이어지는 협상 장면 속에서 계속 강조되는 것은 지도자의 모습이다. 협상의 주체는 사람이기에 핵심도 사람이다. 독일 통일의 주역 빌리 브란트, 그리고 넬슨 만델라와 그를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도운 데 클레르크의 일화는 큰 감동과 여운을 준다. 저자가 바라는 지도자상은 곳곳에 드러난다. “국가의 이익을 먼저 추구하는 실용주의자 닉슨(p.583)“, “진솔하고 사려 깊은 행동으로 협상 상대의 신뢰를 이끌어내는 재주(p.610)”가 있는 빌리 브란트, "중동 평화를 자신의 숭고한 사명으로(p.394)" 여겼던 카터, “세상에서 보기 드문 가장 성숙한 인간(p.626)“ 만델라 같은 훌륭한 지도자에 대한 갈망이 느껴진다.
또한 특히 "외교안보정책은 다른 분야에 비해 대통령 개인의 역할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분야(p.287)"이며, "전환기의 지도자는 자신의 지지자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부여한 역사적 책임에 복무할 줄 알아야 한다(p.630)" 고 단언한다. 특히 17장을 마무리하며 “‘가능성의 예술’ 을 보여줄 용기 있는 정치인을 목 놓아 기다린다. 합의를 명분으로 현실과 타협하지 않으면서, 역사적 책임감을 가슴에 새기고,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그런 지도자(p.621)”를 기다린다는 구절에 깊이 공감했다.
더불어 저자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제로 과거사 성찰을 강조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냉전 시대에, 혹은 식민지에서 독립국이 되는 과정에서 한국, 에스파냐, 콜롬비아, 예멘, 미얀마 등 많은 나라들이 친미/친소로 나뉘거나 민족 간에 좌우로 분열되어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과거와의 화해, 용서, 포용 없이 과거사를 무조건 덮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오히려 과거를 잊지 않도록 보존하고,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 있던 세력이 있다면 그들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는 사회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전후처리를 위해 전범국 독일은 부단히 노력하며 진심을 보여 유럽의 미래를 다시 열었지만, “아시아에서는 지금도 과거가 미래의 문을 가로막고 있다. (중략) 매듭짓지 못한 역사는 예기치 않은 시점에 훨씬 악화된 형태로 빠져나가 반드시 복수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p.387)” 고 조언한다. 이는 아시아의 미래를 위해서는 한중일 관계에서 과거사 청산이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역사, 정치, 외교, 인물을 모두 다루기에 다양한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협상의 구체적인 전략이 궁금하다면, 신문의 국제면을 더 잘 이해하고 싶다면, 균형잡힌 시각으로 세계사를 보고 싶다면, 현대사 입문을 원한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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