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시험에 대하여
조선 영조 임금 때 정성왕후 서씨가 죽자 대궐에서는 새 왕비를 뽑고자 간택령을 내렸다. 유명한 집안의 딸들이 모여들었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열 명 정도의 처녀들이 남게 되었다. 그 가운데 임금의 질문에 가장 현명하고 지혜로운 답을 한 자는 별 이름 없는 가난한 선비의 딸이었다. 다른 처녀들과 생각의 깊이와 마음 씀씀이가 달랐던 것이다. 이렇게 시험을 거쳐 중전이 된 처녀는 바로 김한구의 딸 정순왕후이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소질에 대하여
산골 서당에서는 글 읽는 소리가 높고 총명한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훈장님 마음은 흡족하기만 하다. 어느 날 훈장님은 아이들의 장래가 궁금해 세 제자에게 엽전 두 냥씩을 주며 방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것을 사 오도록 한다. 한 아이는 솜뭉치를 사 와 불을 붙여서 그 연기로 방을 가득 채웠고, 한 아이는 향을 사 와 향기로운 냄새로 방을 가득 채웠다. 마지막 아이는 초를 사 와 빛으로 방을 가득 채웠다. 훈장님은 그 모습을 보고 아이들의 장래를 예견하였고, 삼십 년이 흐른 후 그 예견은 한 치도 어긋나지 않았다.
「천하태평 무수옹」-근심 걱정에 대하여
조선 영조 임금은 대신들의 당파 싸움으로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하여 나라에서 가장 마음 편한 사람을 찾아오도록 했다. 별명조차 무수옹(근심을 모르는 늙은이)인 한 노인이 영조 앞에 대령했고, 영조는 노인에게 벼슬과 상을 주며 노인의 마음가짐을 배우려 했다. 그리고 영롱한 구슬로 무수옹을 시험하기에 이르는데…… 임금의 시험에도 굴하지 않고 마음의 평정을 유지한 노인에게 영조는 예전보다 더 큰상을 내렸다.
「그건 절대로 못 준다」-복에 대하여
죽어서 저승으로 가게 된 세 선비에게 옥황상제가 소원 한 가지씩을 들어 주기로 한다. 명예에 대한 욕심이 많은 선비는 과거에 급제하고 이름을 후세에 길이 남기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빌었고, 가난하게 살던 선비는 천 석이 넘게 곡식을 거두는 부잣집에 태어나길 바랐다. 옥황상제는 두 선비의 소원을 흔쾌히 들어 주었다. 그런데 마지막 남은 선비는 아무 욕심 없이 한 평생 살다가 다시 하늘의 부름을 받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하지만 옥황상제는 그것은 청복(淸福)으로, 하늘에서도 매우 귀한 것이라며 이렇게 고함을 질렀다. “그건 절대로 못 준다.”
「천하제일 도둑」-공부에 대하여
도둑질에 도가 튼 도둑놈이 은퇴를 하기에 앞서 아들에게도 도둑질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부전자전일까? 아들 역시 도둑질에 뛰어난 소질을 보였다. 아들은 속으로 은근히 아버지를 무시했고, 아버지는 그런 아들에게 한 수 가르치기 위해 묘안을 짜낸다. 같이 도둑질을 하러 갔다가 아들을 곤경에 빠뜨린 것이다. 아들은 지혜와 순발력으로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바로 아버지가 가르쳐 주고자 했던 ‘자득(自得)의 묘(妙)’를 스스로 깨닫게 된 것이다.
「삼발이 솥 뚜껑 열기」-지혜에 대하여
늙은 쥐는 어디든 제집처럼 드나들며 뭐든지 꺼내 먹었다. 젊은 쥐들은 늙은 쥐가 부러워 안달이 날 지경이었다. 세월이 더 흘러 예전 같지 않게 된 늙은 쥐는 젊은 쥐들에게 기술을 가르쳐 주는 대신 자신에게 맛있는 걸 가장 먼저 갖다 바치라고 이른다. 하지만 젊은 쥐들은 곧 늙은 쥐를 귀찮아했고 결국 자기들의 배만 불렸다. 그러다 흉년이 들자 사람들은 곡식을 삼발이 솥에 감추었고 젊은 쥐들은 도저히 솥을 열 수가 없어 늙은 쥐에게 머리를 조아리게 된다. 늙은 쥐의 지혜로 곡식을 얻게 되자 젊은 쥐들은 늙은 쥐를 임금처럼 따랐다.
「호랑이는 얼마나 추울까?」-한 마디 말에 대하여
워낙 밤에 쉬를 많이 해서 별명이 ‘밤쉬’에서 ‘밤쇠’가 된 아이는 밤마다 두세 번씩 일어나서 부엌에다 쉬를 했다. 참다못한 조왕신(부엌 신령)은 호랑이에게 밤쇠를 물어 가도록 부탁했지만 호랑이는 밤쇠가 무심코 던진 ‘아, 오늘 같은 날 집도 없는 호랑이는 얼마나 추울까?’이 말 한 마디에 밤쇠를 물고 가기는커녕 예쁜 색시를 선물로 주기까지 했다.
「하루에 쌀 닷 되씩」-분수에 대하여
나라의 곡식 창고인 태창(太倉)에서 날마다 쌀 닷 되씩을 훔쳐 와 가족을 먹이며 부족함 없이 살았던 오돌이는 죽음을 눈앞에 두게 되자 아들 오만이에게 어떻게 쌀을 마련하는지 알려 주고는 하루에 반드시 쌀 닷 되씩만 가져오라고 신신당부를 해 두었다. 처음엔 아버지의 말대로 따르던 오만이는 감질이 나서 하루에 열 되씩 꺼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두 말, 세 말, 다섯 말씩 꺼내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창고지기 포졸에게 잡혀 오만이는 목이 뎅강 달아나고 가족들은 노비가 되고 말았다.
「장님이 된 천하장사」-힘자랑에 대하여
서로 힘자랑을 하며 팔씨름을 하던 선비들 사이에서 짚신을 삼던 소경은 팔씨름 한 번으로 열 명 남짓한 젊은 선비들을 거뜬히 이기고 자신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래를 들고 논밭에 나갔다가 자신의 모습을 본 사람이 지레 겁을 먹고 있는 것을 다 내주고 줄행랑을 쳤는데 그 후로 일은 안 하고 사람들은 위협하고 살다가, 보기에도 가냘픈 선비에게 돈을 뜯으려다 뒤통수를 얻어맞고 눈알이 빠져 장님이 된 후로는 힘자랑 하지 않고 조용히 짚신을 삼고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개미 왕국 이사하는 날」-마음에 대하여
과거만 봤다 하면 떨어지는 박 선비는 마지막으로 굳은 결심을 하고 과거를 보기 위해 서울로 향한다. 같은 주막에 든 늙은 중이 벼슬에는 인연이 없으니 다른 길을 찾아보라고 권하지만 박 선비는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려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다. 밤새 내린 비로 개미들이 집을 옮기고 있는 모습을 본 박 선비는 행여 한 마리라도 밟을까 봐 개미를 피해 길을 돌아갔는데, 그 일에 하늘도 감동하여 박 선비의 운명을 바꾸어 주었다. 그가 바로 병조 판서까지 오르게 되는 호랑이 암행어사 박문수이다.
「만고에 이름을 남기고 천추에 피를 머금네」-운명에 대하여
매죽헌 성삼문이 아직 벼슬에 나가지 않았을 때 명문가에 시집 갈 누이의 혼수를 장만하기 위해 풀어 준 종을 찾아가던 중 학식이 높은 노인을 만나 글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노인의 배려로 누이의 혼수도 장만하게 된 삼문은 훗날 수양대군이 조카인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르자 단종을 다시 임금으로 모시려는 일을 도모한다. 그러는 중에 노인을 떠올리고 노인께 도움을 구했으나 노인은 온데간데없고 마당의 비석에 쓰여 있는 시 한 편을 보고 삼문은 두 임금을 모실 수 없다며 세조를 몰아내려 한다. 하지만 사전에 탄로가 나서 성삼문을 비롯한 여섯 신하는 죽임을 당하게 된다. 그들이 바로 사육신이다.
「칠월 칠석날 아름다운 인연이 있으리라」-인연에 대하여
조선 숙종 때 영의정 허적 대감의 청지기 염시도는 은덩이를 줍게 되어 주인을 찾아 준다. 병조 판서 김석주의 종이 말을 판 돈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불같은 성격의 대감은 당장 종을 벌하려 했지만 염시도의 배려로 위기를 모면하게 되고, 그 종의 딸 방울이는 염시도에게 은혜를 갚겠다고 맹세한다. 훗날 허적 대감이 역적으로 몰려 염시도 혼자 정처없이 떠돌다가 한때 자신이 은혜를 베풀었던 방울이를 만나 백년해로를 하게 된다.
「콩죽 할머니의 신령한 귀」-분별력에 대하여
젊은이가 짐을 지고 가느라 영의정 대감의 행차 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이유로 어느 집 기둥에 묶여 있는 벌을 받게 되었다. 젊은이는 나중에 치도곤을 받게 될 것도 두려웠지만 짐을 제때 가져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인에게 혼날 것도 두려웠다. 콩죽을 쑤어 팔던 할머니는 걱정 말라며 젊은이를 풀어 준다. 잠시 후 포졸이 와서 죄인 어디 갔냐고 묻자 할머니는 한 그릇에 서 푼이라며 동문서답만 늘어놓는다. 젊은이는 좋은 일을 할 때는 잘 들리고, 궂은 일 앞에서는 꽉 막히는 할머니의 신령한 귀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진정한 고수」-겸손에 대하여
바둑에 관한 한 나라에서 으뜸인 서천령에게 어느 날 늙은 포졸이 와서 대국을 청한다. 그가 데리고 온 훌륭한 말이 탐났던 서천령은 말을 걸고 내기를 받아 준다. 어렵게 이 대 일로 이긴 서천령은 의기양양해서는 말을 돌려받고 싶으면 언제든 도전하라고 한다. 세월이 흘러 늙은 포졸은 다시 찾아와 대국을 청하고 내리 세 판을 이겼다. 서울로 당번을 서러 오게 된 포졸은 말을 먹일 길이 없어서 잠시 서천령 집에 맡겨 두었던 것이다. 그 후 서천령은 다시는 바둑 자랑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영원히 사는 법」-목숨에 대하여
한 젊은이가 가르침을 받고자 산 속의 도인을 찾아갔지만 도인은 도통 가르침은 주지 않고 그저 바람 부는 대로 떠돌 뿐이었다. 삼천 리 금수강산을 두루 다니다 생각이 나면 스승은 질문을 던지는 게 고작이었다. 젊은이가 공부하고자 했던 것은 큰 깨달음을 얻어 영원히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스승은 사람의 목숨이 어느 순간에 있는지 묻기 시작했고 젊은이는 스승이 원하는 대답을 좀처럼 얻지 못했다. 그러다 오랜 시간이 흘러 사람이 목숨이 호흡지간, 즉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사이에 있다는 깊은 깨달음을 스스로 얻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