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의 정체가 과연 무엇인가'하는 문제를 쉽게 풀어쓴 책
남순건(경희대학교 이과대학 물리학과 교수
분명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는 최첨단 물리이론인 끈이론학자도 아닐 것이며, 브라이언 그린과 같은 천재성을 가지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브라이언 그린은 다섯 살 때 이미 30자리 숫자를 곱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사람의 생각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때 마음속 깊은 곳에는 오래가는 감흥이 생기게 된다. 브라이언 그린의 첫 번째 책인 『엘러건트 유니버스』를 읽은 독자는 그러한 감흥을 이미 경험하였기에 두 번째 책인 『우주의 구조』를 읽기 시작할 것이다. 이 두 번째 책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정체가 과연 무엇인가’하는 보다 근본적이면서도 어려운 문제를, 친숙한 예들을 들어 가며 훨씬 더 쉽고 재미있게 풀어 나가고 있다.
“과연 삶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느냐”하는 질문이 “공간이 왜 3차원이냐”하는 질문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던 카뮈와는 달리, 저자(그린)의 삶에 있어서는 후자가 더 중요했다는 것을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잡고 있다. 사실 이 책에서 논하고 있는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은, 21세기를 사는 지성인이라 불릴 자격이 없다고 말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린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간 이해의 역사 (거의) 모든 것을 뉴턴의 정적인 시간과 공간의 개념으로부터 시작해서, 보다 역동적인 아인슈타인의 이론으로 연결하여 2장과 3장에 걸쳐 설명하고 있다.
4장에서는 양자역학적 우주의 실체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장의 내용이 처음부터 편안하게 이해가 되면, 그것은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우주는 양자현상으로 가득 찬 곳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개념과는 너무도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X-파일》이라는 인기 TV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외계인이 주고 간 이상한 상자’라는 설정을 통해 매우 설득력 있고 재미있게 이해시키고 있다.
5~7장에서는 더욱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과연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이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대한 열역학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엔트로피가 무엇인지 열역학이 무엇인지 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물리학자들 간에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는, 양자적 세계에서의 시간의 성질에 대해서도 알게 될 것이다.
8~11장에서는 우주에 대해 다룬다. 특히 “우주의 빅뱅에서 무엇이 터졌는가?”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이를 위해 눈송이의 예를 들어 ‘대칭성’을 설명한다. “진공이 과연 무엇인가”하는 질문을 물리에서 던진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며, “우주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하는 질문도 접할 것이다.
12~13장에서는 앞에서 다뤘던 끈이론이 제시하는 시공간의 개념들, 고차원의 시공간에 떠돌아다니는 낮은 차원의 ‘막-우주’와 이들의 충돌에 의해 시작된 빅뱅의 가능성에 대해 듣게 된다. 빅뱅 이전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도 못했던 20세기와는 달리 21세기 물리학에서는 빅뱅 이전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구나하는 것을 엿보게 될 것이다.
14~15장에서는 어떻게 실험을 통해 시공간의 실체를 규명하는지, 그리고 시공간에서의 여행 특히 타임머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시공간에 구멍을 내는 것부터 시작하여 너무나도 흥미로운 주제인 타임머신의 제작방법이 소개된 부분이다.
이와 같이 인간이기에 던질 수 있는 가장 의미 있고, 심오한 질문들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꾼 브라이언 그린이 쉽게 설명을 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잠시나마, 지구라는 좁은 공간의 제약을 떠나, 먼 우주 끝까지 여행하는 기분이 들게 될 것이다. ‘100년도 안 되는 한 인생’이라는 짧은 시간 여행만을 할 수 있는 우리들이, 우주의 초기 때까지 거슬러 가 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는 우리의 상상력이라는 최고의 도구를 이용하여 미답(未踏)의 세계로 여행을 하는 것이며, 이 여행의 동반자로서 세계 최고의 지성이 함께하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현란한 말솜씨를 뽐내는 브라이언 그린이, 가장 어려운 주제를 가장 쉽게 설명할 때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게 될 뿐이다. 감칠맛 나는 번역을 늘 해오는 박병철 박사가 이번에는 더 심혈을 기울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항상 옆에 두고 참고하고 싶은 도서
김선명 (연세대학교 문리대학 물리학과 조교수)
공상과학 영화나 소설 속의 공상과학보다 더 공상과학처럼 보이는 현대물리학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진리와 물리학자들이 생각하는 진리 사이의 괴리를 더욱 심화시킨다.
‘시간과 공간’은 물체의 운동을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개념이지만 역설적으로 물리학에서 완벽히 정립되지 않은 매우 어려운 개념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우주의 구조’는 Newton과 Einstein의 시대를 거쳐 가장 최근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인 변천과정 속에서 시간과 공간 그리고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근본 원리에 대한 내용들을 수식이 없이 쉽게 풀어 설명하여 일반인들이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따라서 ‘우주의 구조’는 자연의 근본에 관심을 가진 일반인으로부터 해당 분야의 전공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에게 만족을 줄 수 있으며 자연을 움직이는 궁극적인 진리에 대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분모를 제공하려고 노력한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하나의 교양도서 뿐만 아니라 항상 옆에 두고 참고하고 싶은 도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