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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야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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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2004 제2회 올해의 책 선정도서

미쳐야 미친다

조선 지식인의 내면 읽기

정민 | 푸른역사 | 2004년 04월 03일 리뷰 총점7.6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3.8점
편집/디자인
3.8점
회원리뷰(114건) | 판매지수 4,578 판매지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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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04년 04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478g | 153*224*30mm
ISBN13 9788987787848
ISBN10 8987787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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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01월 10일 ~ 2022년 12월 31일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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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다함이 없는 보물’ 같은 한문학 문헌들에 담긴 전통의 가치와 멋을 현대의 언어로 되살려온 우리 시대 대표 고전학자. 한양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모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선 지성사의 전방위적 분야를 탐사하며 옛글 속에 담긴 깊은 사유와 성찰을 우리 사회에 전하고 있다. 연암 박지원의 산문을 다룬 『비슷한 것은 가짜다』 『오늘 아침, 나는 책을 읽었다』 『고전문장론과 연암 박지원』, 18세기 지식인... ‘다함이 없는 보물’ 같은 한문학 문헌들에 담긴 전통의 가치와 멋을 현대의 언어로 되살려온 우리 시대 대표 고전학자. 한양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모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선 지성사의 전방위적 분야를 탐사하며 옛글 속에 담긴 깊은 사유와 성찰을 우리 사회에 전하고 있다.

연암 박지원의 산문을 다룬 『비슷한 것은 가짜다』 『오늘 아침, 나는 책을 읽었다』 『고전문장론과 연암 박지원』, 18세기 지식인에 관한 『다산과 강진 용혈』 『나는 나다』 『열여덟 살 이덕무』 『잊혀진 실학자 이덕리와 동다기』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과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미쳐야 미친다』 『파란』 등을 썼다. 18세기 조선에 서학 열풍을 일으킨 『칠극』을 번역·해설하여 2021년 제25회 한국가톨릭학술상 번역상을 수상했다.

또 청언소품(淸言小品)에 관심을 가져 『일침』 『조심』 『옛사람이 건넨 네 글자』 『석복』 『습정』을 펴냈다. 이 밖에 조선 후기 차문화사를 집대성한 『한국의 다서』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와 산문집 『체수유병집: 글밭의 이삭줍기』 『사람을 읽고 책과 만나다』, 어린이들을 위한 한시 입문서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등 다수의 책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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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3부 - 일상 속의 깨달음

고수(高手)들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 그들의 눈은 남들이 다 보면서도 보지 못하는 것들을 단번에 읽어낸다. 핵심을 찌른다. 사물의 본질을 투시하는 맑고 깊은 눈, 평범한 곳에서 비범한 일깨움을 이끌어내는 통찰력이 담겨 있다.
[ 연기 속의 깨달음 - 이옥과 박지원의 소품산문]

이옥의 <연경>과 박지원의 <관재기>, 두 글 모두 절집에서 연기를 화두삼아 스님들과의 문답을 적은 글이다. 이옥은 담배를 사랑한 나머지 담배의 역사를 정리할 만큼 담배에 벽이 있었던 인물이다. <연경>에서도 담배를 소재로 법문을 펼치는데, 장난삼아 쓴 것 같지만 불교의 연기설에 대한 비판을 담은 일장 논설이다. 박지원은 관재라 이름붙인 벗의 집을 위해 글을 써주면서, ‘헛것을 보지 말고 제대로 보라’는 일침을 담았다. 두 글 모두 장난투가 배어 있지만 행간에 만만찮은 내공이 느껴진다.

[그림자놀이 -이덕무와 정약용의 산문]

그림자는 삶의 그늘이다. 그림자는 허상일 뿐이지만 실체가 드리우지 않고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덕무와 정약용이 이 그림자를 소재로 글을 남겼다. 슬픈 광경도 있지만, 읽는 이가 함께 환해지는 그림자놀이도 있다. 두 사람은 그림자를 통해 남들이 다 보면서도 보지 못하는 것들을 단번에 읽어낸다. 핵심을 찌르는 통찰력이 빛을 발한다.

[천하의 지극한 문장 - 홍길주의 이상한 기행문]

홍길주는 이렇게 말한다. “문장은 다만 책 읽는 데 있지 않다. 독서는 단지 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상의 자질구레한 일들이 모두 독서다” 그가 두 번의 여행을 소재로, 한편의 훌륭한 문장론을 완성하였다. 아주 같다고 해도 안 되고, 같지 않다고 해도 또한 안 되는 것이야말로 천하의 지극한 문장이라 했다. 여행과 문장 작법은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데 따지고 보니 다를 것이 하나 없었다.

[신선의 꿈과 깨달음의 길 -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에 관한 허균의 생각]

허균은 <홍길동전>의 작가로 유명하다. <호민론> 같은 글도 그의 개혁사상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허균은 마음공부와 관련된 글도 많이 남겼다. 또 도사 남궁두의 수련과정을 적은 소설 <남궁선생전>은 오늘날 단학 수련하는 사람들이 교과서로 삼을 만큼 정심한 연단이론을 섭렵하고 있다.

[세검정 구경하는 법 - 정약용의 유기 세 편]

정약용이 30대 초반 서울 명례방에 살 무렵에 지은, 벗들과의 노님을 적은 글 세편을 모았다. 강진 유배시절의 글들과 달리 젊은 날 그의 글에는 생동하는 삶의 활기가 느껴진다. 친구들과 수종사에 올라 술잔을 나뉘며 노니는 그의 가슴에는 청운의 꿈이 가득했을 것이다. 또 마른번개가 우르릉거릴 때 동무들을 부추겨 세검정에 나서는 그의 모습에서,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물의 핵심을 꿰뚤어 보는 뛰어난 안목이 느껴진다.
2부 - 맛난 만남

만남은 맛남이다. 누구든 일생에 잊을 수 없는 몇 번의 맛난 만남을 갖는다. 이 몇 번의 만남이 인생을 바꾸고 사람을 변화시킨다. 그 만남 이후로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나일 수가 없다.

[이런 집을 그려주게 - 허균과 화가 이정]

허균은 화가 이정에게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을 그려달라고 했다. 그러나 이정은 허균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 채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의 사망 소식을 들은 허균은 “이제 누구와 더불어 세상 밖에서 노닌단 말인가? 그가 죽어 풍류가 문득 다하고 말았다며” 애통해하였다. 의리가 아니면 지푸라기 하나라도 취하지 않고 마음에 맞지 않으면 아무리 권력이 높은 자라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이정은, 평양 기생에게 얹혀 술에 절은 청춘을 탕진하다 숨을 거두었다. 참 이런 것은 불공평하다. 재능있는 자가 진흙탕 속에서 뒹굴 수밖에 없는 세상에 대해 허균은 할 말이 많았을 것이다.

[산자고새의 노래 - 허균과 기생 계랑의 우정]

남녀 사이에도 우정이 있을까? 그것은 어떤 모습일까? 더구나 상대가 기녀였다면? “이화우 흩뿌릴제 울며잡고 이별한 님”으로 유명한 기생 계랑과 허균은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허균은 그 때문에 곤경에 빠지기도 했으나 진정으로 그녀의 재주와 인간을 아꼈다.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며 허균은 “오래 사귀었으나 몸을 나누지는 않았다. 그녀는 음란함을 즐기지 않았고 나는 난잡함에 미치지 않아 오래오래 우정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하였다.

[어떤 사제간 - 권필과 송희갑의 강화도 생활]

서정 깊은 시심으로 당대 독자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던 뛰어난 시인 권필,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던 그가 임진왜란 이후 세상에 뜻을 접고 강화도에 은거할 당시, 송희갑이란 자가 천리 먼 길을 마다않고 찾아와 제자 되기를 청했다. 세상에서 잊혀진 사람이 된 권필을 송희갑은 지극정성으로 모셨다. 시를 배우고자 하는 송희갑에게 권필은 불법으로 월경을 해서라도 중국으로 가 배움을 넓히라고 독려하였고, 스승의 말씀을 받든 제자는 바다에서 수영을 배우다 짠물에 기혈이 삭아 결국 병들어 죽고 말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단순히 사제간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끈끈한 무엇이 있다.

[삶을 바꾼 만남 - 정약용과 강진시절 제자 황상]

열다섯 나이에 정약용을 처음 만난 황상. 그는 당시 천주학쟁이로 몰려 강진에 귀양와 있던 정약용에게 제자되기를 청하였다. 머리가 나쁘다며 주눅든 제자에게 정약용은 스스로 총명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욱 큰 병통이라며, 꾸준히 노력한다면 눈부신 성과를 이룰 수 있다고 격려한다. 제자는 이 가르침을 평생을 두고 잊지 않았다. 훗날 예순을 눈앞에 둔 나이에 꼬박 18일을 걸어와 스승의 묘 앞에 선 제자의 손에는 스승이 예전에 주었던 부채가 들려 있었다. 그 옛날 더벅머리 소년에게 던져준, 오로지 부지런하면 된다던 스승의 따스한 가르침이 한 사람의 인생을 근본적으로 뒤바꾸어놓은 것이다.

[실내악이 있는 풍경 - 홍대용과 그의 벗들]

마음 맞는 벗들이 한자리에 모여 허물없이 흉금을 털어놓는 광경은 참 아름답다. 이익을 따지고 출세만 꿈꾸는 사람들 사이에서 보이는 무한경쟁의 피비린내가 아니라, 바라보기만 해도 기쁘고 오가는 눈빛만으로도 즐거움이 넘친다. 음악에 탁월한 재능을 지녔던 홍대용이 주동이 된 실내음악회에는 김억, 이덕무, 박지원, 홍경성, 이한진, 김용겸, 홍원섭 등의 인물이 함께 했다. 신분 낮은 악공에서 학문 높은 선비까지 신분의 간격도 나이 차도 까맣게 잊고 한자리에 앉아, 각자의 악기에 몰두하며 조화를 즐거워한다. 꿈결같이 아련하고 그리운 풍경들이다.

[돈 좀 꿔주게 - 박지원의 짧은 편지]

척독, 엽서쯤에 해당하는 짤막한 편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척독은 시간이 없어 짧게 쓴 것이 아니다. 절제된 비유와 간결한 표현 여백의 미를 추구한다. 척독은 두 사람만이 아는 암호를 감춰 마음을 주고받는 널찍한 통로였다. 특히 박지원의 척독에서는 특유의 톡쏘는 풍자와 촌철살인의 해학이 빛을 발한다. 당시 지식인들의 삶의 속살이 훤히 들여다뵌다. 박지원은 돈을 꿔달라는 편지를 보내면서도 돈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할 말은 다 하고 피차 구김살이 없다. 깊은 정과 든든한 신뢰가 깔려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노을치마에 써준 글 - 가족을 그린 정약용의 편지]

정약용이 강진 유배시절 가족과 주고받은 사연을 보면 부모 노릇도 제대로 못하는 아비의 못난 자의식이 뚝뚝 묻어난다. 아내가 시집올 때 입었던 치마를 잘라 아들 딸에게 아버지의 당부를 적어 보냈다. 가족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과 함께 자식들이 행여 그릇될세라, 학문을 게을리할세라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읽힌다. 또 세살 어린나이에 마마에 걸려 숨진 막내 농아를 위해 쓴 글에서는 아비 노릇 한 번 못한 참담한 심정이 드러난다. 마마로 죽은 아들이 못내 가슴 아팠던 아버지는 뒤에 천연두를 치료하는 방법을 정리한 <마과회통>을 지어 안타까움을 달랬다. 절망을 극복하는 다산다운 방법이었다.
1부 - 벽에 들린 사람들

처참한 가난과 신분의 질곡 속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았던 맹목적인 자기 확신, 추호의 의심없이 제 생의 전 질량을 바쳐 주인 되는 삶을 살았던 옛사람들의 내면 풍경이 그립다.

[미쳐야 미친다 - 벽에 들린 사람들]

꽃에 미친 김군, 표구에 미친, 방효량, 벼루에 미친 정철조, 국화에 미친 심씨, 비둘기 사육에 관심이 있었던 유득공, 아버지에게 매를 맞으면서도 눈물을 찍어 그림을 그렸던 이징, 우연히 왕희지와 비슷하게 써진 글씨에 제가 취해 과거 답안지를 제출하지 못한 최흥효, 한 시대 정신사와 예술사의 발흥 뒤에는 이처럼 한 분야에 이유없이 미치는 마니아의 존재가 있었다.

[굶어죽은 천재를 아시오? -독보적인 천문학자 김영]

홍길주의 수학선생이자, 관상감 관원으로서 역상산수에 있어서만큼은 독보적인 경지에 올랐던 김영, 그러나 농부의 아들이라는 미천한 신분 때문에 멸시를 당하고, 처절한 가난 속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였다. 저자는 능력 있는 자가 손가락질당하고, 모자란 것들이 작당을 지어 주먹질을 해대는 사회, 남의 것을 훔쳐다 제 것인 양 속이는 세상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독서광 이야기 - 김득신의 독수기와 고음벽]

김득신은 자못 엽기적인 노력가다. <백이전>은 무려 11만3천 번이나 읽었고, 만 번 이상 읽은 것만도 36편에 달했다. 그 이하는 아예 꼽지도 않았다. 너무 노둔하여 주변 사람들을 웃겼던 김득신을 사람들은 자주 화제에 올렸지만, 그 안에는 비아냥거림이 아니라 그의 노력에 대한 외경이 담겨 있었다.

[지리산의 물고기 - 책에 미친 바보]

이덕무는 스스로를 간서치, 즉 책만 읽는 멍청이라고 했다. 동상에 걸려 손가락이 부어 피가 터지는 지경에도 책을 빌려달라는 편지를 써보내던 그였다. 가난하여 책 살 돈이 없어 늘 빌려보았는데, 한 권 책을 읽으면 너무 기뻐 읽고, 중요한 부분을 베껴 놓았다. 이렇게 읽은 책이 수만권, 베낀 책만 수백 권이었다. 처참한 가난과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그가 남긴 방대한 저술은 사람을 압도한다. 독서가 지적 편식이나 편집적 욕망에 머물지 않고 천하를 읽는 경륜으로 이어지던 그의 지적 토대는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송곳으로 귀를 찌르다 - 박제가와 서문장]

꿈결처럼 아름다운 서사와 문장을 보여주는 박제가의 <묘향산소기>, 묘향산 기행을 떠난 박제가는 신새벽 등불을 켜고 <서문장전>을 읽는다. 서문장은 어떤 사람인가? 중국회화사에서 새로운 화풍을 개척한 기린아로 추앙받는 그는,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한 불우를 곱씹다 결국에는 송곳으로 귀를 찌르고 도끼를 제 머리를 내리치는 극심한 분열증에 시달린다. 살아서 뜻을 얻지 못한 채 분을 품고 세상을 떠난 서문장과 문장공부를 버리고 경국제세 공부에 몰두하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써먹을 데도 없었던 박제가. 그럼에도 박제가는 껍데기의 삶은 살지 않겠다. 뼈가 썩은 뒤에도 길이 남을 정신으로 살겠다고 하였다.

[그가 죽자 조선은 한 사람을 잃었다 - 노긍의 슬픈 상상]

노긍은 과시에 있어서 당대에 겨룰 사람이 없다고 할 만큼 뛰어났던 인물인데, 과거시험장에서 글을 팔다 선비의 기풍을 무너뜨렸다는 죄목으로 귀양살이를 했다. 고작 이런 인간이 죽었는데, 이가환은 조선이 한 사람을 잃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왜일까? 노긍의 행동에서는 높은 식견과 포부를 품었으되, 그 뜻을 펼 수 없는 세상에 대한 싸늘한 냉소, 영락에 영락을 거듭한 집안과 스스로의 기막힌 처지에 대한 자기연민이 진하게 느껴진다.

출판사 리뷰

이 책은 조선시대 지식인의 내면을 사로잡았던 열정과 광기를 탐색한 글이다. 허균, 권필, 홍대용,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정약용, 김득신, 노긍, 김영 등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대부분 그 시대의 메이저리거들이 아니라 주변 또는 경계를 아슬하게 비껴 갔던 안티 혹은 마이너들이었다.

“지난 10년 가까이 나는 이들과 만나 울고 또 웃었다. 현실의 중압이 버거워 달아나고 싶다가도 이들 앞에 서면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태와 안일에 젖었을 때 뒤통수를 후려치는 죽비소리를 들었다. 현실 앞에 부서지면서도 결코 외면하거나 회피하지 않았던 슬프고 칼날 같고 고마운 기록들이 여기에 있다.”-<서문> 중에서

남이 손가락질을 하든 말든, 출세에 보탬이 되든 말든 혼자 뚜벅뚜벅 걸어가는 정신, 이리 재고 저리 재지 않고 절망 속에서도 성실과 노력으로 일관한 삶의 태도, 신분과 나이와 성별을 잊고 이름 밖에서 그 사람과 만나고자 했던 진실한 사귐, 사물의 본질을 투시하고 평범한 곳에서 비범한 일깨움을 이끌어내는 통찰력. 그러나 이들은 세상의 인정을 받기보다는 죄인으로, 역적으로, 서얼로, 혹은 천대받고 멸시받는 기생과 화가로 한세상을 고달프게 건너갔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진 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거나 심지어 굶어죽기까지 했다.
저자는 다만 “이 책에서 기록의 행간에 숨어 잘 보이지 않던 이들의 이야기를 먼지 털어 전달하는 사람의 소임만을 다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렇게 되살린 이들의 삶은, 본받을 만한 사표(師表)도, 뚜렷한 지향도 없어 모호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될 것이다.

● 책의 특징

옛글 속에서 길어올린 지식인의 내면 풍경

이 책의 저자 정민은 스스로 먼지 쌓인 한적 속에서 ‘오래된 미래’를 찾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고전도 코드만 바꾸면 얼마든지 힘 있는 말씀이 될 수 있다 한다. 그렇다. 같은 글도 누가,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다른 울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책에서 저자가 붙잡은 화두는 ‘미쳐야 미친다(不狂不及)’이다. 이를 조선 지식인의 내면을 읽는 화두로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

18세기 지식인을 읽는 새로운 코드, 벽(癖)
“사람이 벽이 없으면 쓸모없는 사람일 뿐이다. 대저 벽이란 글자는 질((疾)에서 나온 것이니, 병 중에서도 편벽된 것이다. 하지만 독창적인 정신을 갖추고 전문 기예를 익히는 것은 왕왕 벽이 있는 사람만이 능히 할 수 있다.” - 박제가, 《백화보서》

꽃에 미친 김덕형, 장황에 고질이 든 방효량, 돌만 보면 벼루를 깎았던 석치(石癡) 정철조, 담배를 너무 좋아해 아예 담배에 관한 기록들을 모아 책을 엮은 이옥, <백이전>을 1억1만3천 번을 읽은 독서광 김득신, 스스로를 간서치(책에 미친 바보)라 했던 이덕무……, 18세기 조선 지식인들의 글에서는 무언가에 온전히 미친 마니아들의 존재가 부쩍 눈에 띈다. 지켜보는 이에게 광기로 비칠 만큼 미친 듯이 한 가지 일에 몰두한 이들의 존재는 이 시기 변모한 지적 토대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광기 넘치는 마니아의 시대

18세기 지식인들은 이처럼 벽에 들린 사람들, 즉 마니아적 성향에 자못 열광했다. 너도나도 무언가에 미쳐보려는 것이 시대의 한 추세였다. 이전 시기에는 결코 만나볼 수 없던 현상이다. 이전까지 지식인들은 수기치인 곧 자기를 닦는 공부에 몰두했다. 사물에 몰두하면 뜻을 잃게 된다고 하여 오히려 금기시했다. 격물치지 공부를 강조하기는 했어도 어디까지나 사물이 아니라 앎이, 바깥이 아니라 내면이 최종 목적지였다. 이런 흐름이 18세기에 오면 속수무책으로 허물어진다. 세상은 바뀌고 지식의 패러다임에도 본질적인 변화가 왔다. 조선의 르네상스라 불리는 이때 쏟아져 나온 그 방대한 저작들, 정약전의 《현산어보》 김려의 《우해이어보》, 정약용의 그 엄청난 저작들은 모두 벽의 추구가 낳은 새로운 지적 패러다임의 산물이었다.

나태와 안일을 꾸짖는 서늘한 죽비소리

그러나 저자는 이들이 이룬 성취에만 주목하지는 않는다. 한낱 기생과 깊은 우정을 나누고 보잘것 없는 화공의 죽음에 크게 낙담했던 허균, 나이와 신분을 잊고 음악을 통해 진심을 나누었던 홍대용과 그의 벗들, 자신의 둔함을 탓하는 제자에게 용기를 북돋우는 스승 권필과 그런 스승을 정성으로 모시는 제자 송희갑 등, 이들이 보여주는 삶의 태도는 그 자체로서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 서늘한 죽비소리이다. 날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주체를 세우지 못한 채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이들에게, 그렇게 해서야 도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묻고 있는 것이다.

작은 영웅들의 삶을 복원 - “세상은 재주 있는 자를 사랑하지 않는다”

한 가지에 몰두하는 힘으로 우뚝한 보람을 남긴 이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들은 하나같이 고달프고 신산한 삶을 이어갔다. 천대와 멸시 속에,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데 대한 좌절과 분노 속에, 그렇게 잊혀져갔다. 굶어죽고 만 천재 천문학자 김영, 과거시험 대필업자라는 조롱 속에 세상을 냉소하였던 노긍, 불온한 문체를 쓴다는 이유로 견책을 입고 군역을 갔던 이옥, 저자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그렇게 잊혀져 간 이들의 삶을 정성스레 복원해내고 있다. 이들이 자신에게 자꾸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고 한다. 김영의 죽음에 홍길주는 “세상은 재주 있는 자를 사랑하지 않는다”라며 안타까워했고, 이가환 역시 “노긍을 알아줄 환담(한나라때 양웅의 대단한 학문을 알아보았던 사람)은 없다”며 자신이 그 역할을 맡겠노라 했다. 이들의 기록이 있었기에 그나마 이들의 삶이 이렇게 전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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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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