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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년 11월 1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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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안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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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75.28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3.1만자, 약 1.1만 단어, A4 약 20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88960908482 |
2024년 04월 01일 ~ 2024년 04월 30일
2024년 03월 21일 ~ 2024년 08월 31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19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인생은 터널과도 같아서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을지라도 언젠간 막바지에 이른다. 이 땅에서 일군 것 제 아무리 많아도 그 지점에선 하나같이 놓아버려야만 하고, 심지어 내 작은 몸 하나도 내게서 떨쳐내고 떠나야만 한다. 그렇게 세상을 등진 이들이 요근래 참으로 많았다. 이름만 들어도 벌써부터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이들. 특별한 관계를 형성하지 않은 나도 이럴 진데 그들과 동고동락해온 자라면 아마 멎지 않는 눈물과 힘겨운 사투를 벌여야만 했을 것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법정 스님을 추모하는 글 중에 유독 눈에 띤 것이 있었으니 바로 이해인 수념의 글이었다. 종교가 다름에도 글이라는 도구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던, 두 사람의 교류를 통해 우리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배웠었다. 끝까지도 무소유를 실천하며 떠난 법정 스님의 큰 빈자리에 익숙해지기 전에 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암으로 투병 중이신 수녀님, 더 늦기 전에 찾아뵈어야만겠다는 다짐의 발로였다.
그것이 문학의 역할일지도 모르겠으나, 수녀님의 글은 마치 어린 아이가 써 내려간 것처럼 맑고 영롱했다. 일주일 내내 세상 풍파에 시달린 현대인들에게 의도적인 정화의 순간이 필요하다면 이 책과 함께 하길 권하고 싶을 정도로, 꼭 딴 세상에 두 발을 내디딘 듯 난 조심스레 책장을 넘겼다. 누군가는 죽음을 서러워하고 두려워한다. 어찌 그녀라 하여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마는, 약한 듯해 보이는 꽃의 가지가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끝까지 뿌리를 붙잡고 있듯 그녀 역시 여린 가운데 강한 심성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세상에 더 이상 존재치 않아 그리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는 어머니, 단 하나뿐인 그 존재를 그리며 성큼성큼, 그녀는 희망을 발견코자 노력했다. 아픈 사람들이 가득 들어찬 병실에서, 몸은 좀 어떠냐는 사람들의 관심을 조금은 어색해하면서도 그렇게, 보통 사람이라면 발견하기 쉽지 않았을 살아있음의 기쁨을 그녀는 느꼈다.
아픔을 억지로 숨기려 들지 않았으나 꿋꿋이 제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자 노력하는 모습으로부터 난 어린 아이의 모습을 느꼈다. 의도적으로 작아지려 드는 게 아니라 나를 작게 만드는 시간을 타고 자연스레 작아짐으로써 스스로를 세상에 녹이고 있는, 이야 말로 언젠간 소멸할 육체를 가지고도 영원히 살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진정한 스승이 무엇인지 진실로 보여주고 떠나신 장영희 님, 하늘 부끄럽지 않도록 제 삶의 모두를 태운 김수환 추기경 님 그리고 특유의 호방한 미소로 모든 이들을 유쾌하게 만들었던 화가 김점선 님. 먼저 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이 많음을 잘 알면서도, 이왕이면 이 세상에 조금 더 그녀를 잡아 두고픈 욕심이 든다. 아직 내겐, 우리에겐 배워야만 하는 희망이 너무 많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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