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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2년 04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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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 EPUB(DRM) | 36.77MB 파일/용량 안내 |
ISBN13 | 9791170521457 |
2024년 04월 01일 ~ 2024년 04월 30일
2024년 03월 21일 ~ 2024년 08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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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2월 28일 ~ 2024년 04월 30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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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살아있는 존재라면 어떨까? 규칙적으로 땅을 울리는 지하철 소음은 심장박동이 되고, 화려한 도시의 번화가부터 후미진 달동네까지 구석구석 이어진 도로는 혈관이 되고, 공장 굴뚝과 자동차 배기관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 날숨이 된다면. 마치 듀나 작가의 [죽은 고래에서 온 사람들]처럼 사실 인간은 살아 숨 쉬는 고래의 광활한 등 위에 도시를 짓고 살아가고 있는 거라면.
[우리는 도시가 된다]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도시에 대한 이야기이다. 뉴욕을 호시탐탐 노리는 적으로부터 살아있는 도시를 지키는 초능력 히어로들의 멋진 모험 이야기이다. 언뜻 보면 여느 영화에서 흔히 볼 법한 스토리 같겠지만, 집필한 소설마다 휴고 상과 네뷸러 상을 번갈아 수상하고, 미국의 판타지/SF 상인 로커스 상과 영국 SF 협회상을 수상한 N. K. 제미신의 소설이라고 한다면 슬쩍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가?
1. 뉴욕을 지키는 화신들
도시는 태어난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건물을 세우고 길을 닦고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만들어 공유하다가, 그 생소함과 특이점이 블랙홀처럼 거대해져서 차원의 한계점에 다다르면, 도시는 태어날 준비를 한다. 그 탄생을 도와주는 신파. 즉, '도시의 화신'은 도시 그 자체이며 도시로부터 힘을 얻고 도시를 수호하는 존재이다.
"도시는 세상을 짓누르는 중력이 되고 잘 짜여 있는 현실의 구조에 구멍을 낸다." p. 20
그렇다면 태어나지 못한 도시들은 어떻게 되는가? 브라질 상파울루의 화신 '파울루'는 뉴욕의 갓난 후배 화신들에게 '폼페이', '테노치티틀란', 그리고 '아틀란티스'를 예로 든다. 역사적으로는 자연재해나 전쟁으로 멸망해버린 도시이나, 모든 것의 배후에 매번 갓 태어난 도시를 노리는 그들의 적이 있었으며, 최악의 결과로 실재한다는 사실조차 지워졌다는 것이다.
뉴욕은 다섯 개의 자치구가 있다. 맨해튼, 브루클린, 브롱크스, 퀸즈, 스태튼 아일랜드는 지역별로 그 특징과 문화가 다르다. 같은 뉴욕의 화신임에도 다섯 명의 성별, 인종, 직업, 성격이 천차만별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과거의 기억을 잊어버린 아이비리그 출신 청년 맨해튼, 젊은 시절 래퍼 MC 프리로 이름을 날렸으나 지금은 시의원으로 활동하는 흑인 여성 브루클린, 자신만의 굳건한 사명감으로 아트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나이 든 여성 예술가 브롱크스, 미국의 비이민 전문직 취업 비자를 걱정하는 대학원생 퀸즈, 권위적인 아버지 밑에서 보이지 않는 폭력을 견디며 살아온 여성 스태튼 아일랜드가 있다.
주목할 점은, 이들 모두 도시의 '주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은 소수자이며, 주변인이며, 차별의 대상으로 살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도시의 희비를 명백히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후미진 골목의 어두운 반지하라도 도시의 일부이듯이, 그들은 도시에 존재하고 도시를 대표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적은 도시가 갓 태어나 가장 약한 시기를 노린다. 적은 인종차별주의자, 성차별주의자, 동성애 혐오자, 성폭행범, 자본주의의 추악한 면모를 앞세워 화신들을 공격한다. 공격은 날카롭고 예측불가이며 화신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다. 그럼에도 그 혐오와 차별에 맞서는 화신들의 힘의 원천은 그들의 도시로부터 온다. 인류가 긴 세기 동안 공을 들여 일구어온 순수한 도시의 에너지, 그 땅을 애정 하는 사람들의 마음, 무엇보다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므로. 그 힘은 무엇보다 강력하다.
2. 색다른 도시 히어로물의 등장
거대한 뉴욕시에 흉측한 몬스터가 나타나고, 마법 같은 초능력이 난무하는 다소 낯설고 황당한 서사임에도 [우리는 도시가 된다]의 흡입력 있는 필력과 생동감 있는 묘사가 완벽한 몰입을 보장한다. 뉴욕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았음에도 뉴욕의 어둡고 축축한 밤 골목과 거대한 FDR 드라이브에서 펼쳐지는 전투 장면이 마치 눈앞에 영화를 틀어놓은 듯 생생하다. 여느 액션 초능력 물과는 다른 이 소설만의 장점을 고르자면, 현란하고 긴박한 전투의 배경이 우리에게 익숙한 대도시 뉴욕 한복판이라는 점도 있지만, 그 뉴욕을 비현지인도 마치 현지인이 된 것처럼 생생하게 느끼도록 그려놓았으며, 모든 사건의 배경과 인과관계를 독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숨이 긴 장편소설임에도 단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탄력적인 서사 또한 장점이다. 이 긴장감이 독자들을 소설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끌고 가기 때문에 소설의 엔딩에서 느껴지는 쾌감과 황홀감이 남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N. K. 제미신의 '위대한 도시들' 시리즈의 제1편 소설이라, 마치 드라마 시청자의 궁금증을 마구마구 불러일으키는 의미심장한 엔딩마저 이 책을 끝까지 빛나게 해준다
3. 도시에 존재하는 것들을 위해
"우리가 이렇게 살아 있기에 우리를 위해 희생된 다른 모든 세계들에 감사해야 해. 그들 모두에게 빚을 지고 있기에, 우리 세계 사람들은 물론 다른 세계를 위해서라도 아등바등 싸워서 살아남아야 하는 거야." p. 426
갈등과 싸움 또한 도시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자본주의 경제구조에 의해 파생된 빈부격차와 직업의 귀천. 찬란한 도시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희생된 것들. 과열된 경쟁 속 자라나는 이기심. 결국 매일 밤 수많은 범죄가 일어나며 그중엔 단연 죽음도 있다. '흰옷의 여자'가 뉴욕에 흩뿌린 기생충은 결코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지 않았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명백히 존재하는 있는 아주 작은 차별과 혐오를 극대화한 것이다. 도시가 겪어야만 하는 비극적인 숙명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비극으로부터 도시를 보호하고 지켜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결국 도시에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집과 가족, 꿈과 야망, 목표를 향해 부지런히 나아가는 사람들, 그럼에도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 다양한 존재가 머물다 가며 시간처럼 차곡차곡 쌓인 보물 같은 것들이 있다.
비록 우리에게 화려한 빛의 장막을 만들어내거나 찰나에 적을 제압할 수학공식을 세우는 능력은 없으나, 부대끼며 살아가는 도시 삶 속에서 서로의 사랑하는 것을 존중하며 살아간다면, 아마 우리나라의 도시 중 하나는 조금 더 안전하게 태어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이 모든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몫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이 오래오래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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