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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소설은 어렵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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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소설은 어렵습니다만

살면서 만난 소설적 순간들

한승혜 | 바틀비 | 2022년 05월 03일 리뷰 총점10.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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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2년 05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308쪽 | 436g | 135*205*18mm
ISBN13 9791191959055
ISBN10 1191959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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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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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이름이 많은 사람. 한국인, 여성, 엄마, 아내, 가사노동자, 마감노동자, 독자, 작가, 모든 것에 해당하는 동시에 무엇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사람.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 중이며, 베스트셀러 서평집인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를 썼다. 오롯이 한 사람으로서 서기 위해 개인주의를 연습하는 중이다. 주로 부엌에서 쓴다. 이름이 많은 사람. 한국인, 여성, 엄마, 아내, 가사노동자, 마감노동자, 독자, 작가, 모든 것에 해당하는 동시에 무엇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사람.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 중이며, 베스트셀러 서평집인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를 썼다.
오롯이 한 사람으로서 서기 위해 개인주의를 연습하는 중이다. 주로 부엌에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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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303

출판사 리뷰

성실하고 용감한 서평가가
인생 소설을 읽는 방법


매년 이백 권 이상의 책을 읽는 다독가이자 문자 중독자, 좋은 책을 발견하면 책이 주는 기쁨과 감동을 꼭꼭 씹고 되새김질하여 아직 읽지 않은 이들에게 전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실한 서평가 한승혜 작가의 신간이 나왔다. 《저도 소설은 어렵습니다만》은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다정한 무관심》에 이은 저자의 세 번째 책이다.

한승혜 작가는 가장 많이 팔리지만, 아무도 그 성분과 함량을 진지하게 비평하지 않던 베스트셀러를 작정하고 읽고서 씩씩하고도 신랄하게 비판적 독해를 시도한 첫 책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로 많은 독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성실하고 용감하고 유니크한’ 서평가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이번에 낸 책도 인생의 굽이굽이에서 저자에게 특별한 감동과 정서를 고양시킨 31편의 소설을 일상, 욕망, 성장, 사람, 사랑이라는 다섯 가지 테마로 나누어 찬찬히 톺아본다는 점에서 외견상으로는 서평집 형식을 띠고 있다. 그런데 이번 책에서 저자가 힘을 쏟는 것은 개별 소설 작품에 대한 평이 아니다. 그보다는 소설을 읽으며 부딪치고 깨지고 발을 동동 구르곤 하던 저자 자신의 모습을 공들여 담아냈다. 즉 이 책은 서평 이전에 한 사람의 독자로서 소설을 읽으며 작품과 함께 아파하고 성찰하고 다독이고 긍정하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변모해온 저자 자신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나는 이 책에서 누가 읽어도 재미있을 만한 소설을 ‘추천’하는 대신, 그간 소설을 읽으며 발견하고, 깨닫고, 느꼈던 과정에 대해 가감 없이 적어보려고 한다. 그편이 소설이 한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는 생각에서다. 그렇기에 여기 실린 글들은 개별 책에 대한 ‘서평’이라기보다는 나의 삶과 해당 작품들이 어떻게 겹치는지, 그러한 작품을 읽은 것이 나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기록에 가깝다. 책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살아온 시간의 궤적 자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본문 14쪽)

훌륭한 작품 수십 편을 추천하는 것도 효용이 있겠지만, 저자는 그보다는 한 사람의 내면에 소설이 어떻게 들어오고 싹을 틔우며 잎사귀를 푸르게 성장시켜 나가는지, 그렇게 마음의 나무 그늘이 우거지면 그 아래서 우리는 어떤 위안을 받거나 쉬어갈 수 있는지 들려주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꼭 맞는 이야기가 있다

저자는 사람들에게 소설 읽는 재미를 알려주고 소설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추천하는 ‘소설 전도사’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항상 소설을 사랑하고 열심히 읽었던 것은 아니다. 대학 시절 저자는 한동안 소설이 재미없고 시간 낭비이며 실용적이지 않다는 생각에 거들떠보지도 않고 지낸 적이 있다. 그러다가 어느 날 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박완서 작가의 《도시의 흉년》을 집어들었는데, 홀린 듯 사로잡힌 나머지 앉은 자리에 못 박혀 날이 어두워지도록 끝까지 읽어 내려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책이 자신에게 딱 맞는, ‘온전한 나의 이야기’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날, 그야말로 전율에 가까운 감각을 느꼈다. 속물적 욕망과 세상에 대한 혐오를 굳이 감추려 들지 않았던, 세상만사 모든 것에 통달해 있다고 여기던, 타인을 비웃고 우습게 생각하던, 그러다가 큰코다치고 벼랑으로 내몰리는 주인공은 내가 알게 모르게 인지하고 있던, 그러나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나의 모습을 은연중에 비추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당시의 우리 집은 과거에는 꽤나 넉넉하다가 내가 태어나 자라면서부터 가세가 점점 기울고 있었는데, 그런 부분 역시 소설 속 주인공의 상황과 비슷했다. (본문 10쪽)

자신에게 꼭 맞는 이야기를 마주하면 그때부터 소설은 허구로 지어낸 이야기 차원을 넘어선다. 소설이 곧 자신의 인생이 되고, 거꾸로 나 혼자서만 겪었다고 생각한 일을 소설의 창을 통해 객관의 시선으로 비춰보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부제가 살면서 만난 ‘멋진 소설들’이 아니고, 살면서 만난 ‘소설적 순간들’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가 마주한 소설적 순간들을 함께 읽다 보면 독자들은 점차 소설이라는 소소한 이야기, 그러나 인생에서 언젠가 한 번쯤은 마주해야 할, 자신에게 꼭 맞는 이야기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이를테면 저자는 강화길의 단편소설 〈음복〉을 읽으며 속 편하게 ‘무지’한 사람들의 모습을 새삼 떠올린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동안 언제 닥쳐올지 모를 성적 차별과 폭력을 경계하느라 늘 가슴 두근거리던 자신과 달리 상당수의 남성들은 그런 상황을 아예 모른다. 그렇게 무지한 사람들에게 저자가 느끼는 감정은 분노 이전에 질투거나 시기심이었다.

저들은 모르고 있구나. 밤거리를 걷다가 뒤따라오는 발자국 소리에 간담이 서늘해지거나, 선팅이 진하게 된 택시를 타면 왠지 겁이 나서 내릴 때까지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거나, 모르는 남성이 말을 걸면 의심부터 하고 본다거나,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낯선 이가 나를 더듬을 때의 솜털이 곤두서는 그 감각을 절대 알 수도 없고 알려고 들지도 않겠구나, 하는 생각에 질투가 났다. 견딜 수 없을 만큼 시기심이 들었다. (본문 33쪽)

불편을 겪지 않는 사람은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무지하고 무관심하며 또한 태평할 수 있는 것이다. 무지함은 특권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저자는 특권을 지닌 자들의 무지함에 대해 분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스스로의 모순을 깨닫는다.

「음복」을 읽는 동안 많이 공감한 한편 섬뜩함을 느꼈던 까닭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이 소설을 통해 나는 스스로의 모순을 깨달았다. 나를 비롯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능한 한 무지하기를 바라는 나도 모르던 내 마음. 많은 이들에게 무지할 수 있는 것이 특권이라 외치면서도 정작 나와 가까운 이들은 내내 무지하길 바라는, 세상의 쓴맛 따위에 노출되지 않고 계속해서 모르길 바라는, 그럼으로써 행복하기를 바라는, 그런 나의 시시한 마음. (본문 38쪽)

저자는 대학 시절 언어 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만난 재일교포가 한국에 대한 우월감과 일본에 대한 열등감을 번갈아 내비치던 모습이 혼란스러웠는데, 모순과 경계 안에서 살아가야 했던 그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이민진의 《파친코》를 읽고 난 뒤에야 알게 되기도 한다. 에이모 토울스의 《모스크바의 신사》를 읽으면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하여 어린이집에 가지 못한다고 울먹이던 어린 딸과 나눴던 대화를 환기해본다. 코로나 상황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아이를 달랬지만, “어떻게 익숙해져?”라는 딸의 질문에 머리를 얻어맞은 듯했던 것이다. 유서 깊은 가문 출신이지만 혁명의 와중에 한순간에 청산 대상으로 분류되어 종신 연금형에 처해진 로스토프 백작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에서 저자는 불안과 절망에 익숙해지는 방법이란 없음을, ‘익숙해져야 한다’고 딸에게 해준 조언이 방향을 잘못 잡은 것임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럴 때 우리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역시나 그 순간 할 수 있는 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과 웃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 그러다 보면 끝내 절망과 불안에는 익숙해지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에 맞설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마치 《모스크바의 신사》의 로스토프 백작처럼 말이다. (본문 66쪽)

저자는 이처럼 자신의 삶과 맞닿아 있는 소설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소설을 읽으며 느리더라도 조금씩 나아간 저자는 다음과 같은 소설에 대한 상찬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결국 이 책은 소설에 대한 한승혜 작가의 내밀한 사랑 고백이기도 하다.

이렇게 소심하고 비겁하며 여러모로 부족한 내가 드물게 용감해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건 바로 좋은 소설을 읽었을 때다. 훌륭한 소설을 읽고 난 다음에는 왠지 모르게 나를 드러낼 용기가 생긴다. 나의 뾰족함, 나의 무지함, 나의 나약함을 마주 볼 수 있게 되고, 왠지 그걸 타인에게 보여주어도, 그래서 설사 미움받을지라도 괜찮다는 마음이 생겨난다. 감추고 숨기기에만 급급했던 나에 대해 조금 더 말하고 싶어진다. 잠시 잠깐이나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상처를 감수하더라도 사랑하고 싶어진다. (본문 304쪽)

내게 꼭 맞는 이야기를 찾아내는 방법

그런데 별처럼 많은 소설 가운데 어떤 작품이 내게 꼭 맞는지 어떻게 가려낼 수 있을까? 자신과 잘 맞는 소울메이트를 만나려면 많은 사람을 만나고 겪어보아야 하듯, 소설 역시 마찬가지다. 나에게 맞는 소설을 찾으려면 많은 소설을 읽어보고 겪어보면서 소설을 고르는 안목을 키우고 자신만의 취향을 발견해야 한다. 인생에도 독서에도 ‘단축 키’란 없는 법 아닌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부터 다섯 수레 분량의 소설을 쌓아놓고 읽을 필요는 없다. 《저도 소설은 어렵습니다만》에서 다루는 31편의 소설은 작가도 주제도 스토리 전개 방식도 매우 다양하다. 소설을 시시한 이야기라고 치부하거나, 문학청년 시절의 열정이 식은 지 오랜 독자라면, 먼저 여기에 실린 작품을 찾아서 읽어보는 것이 꽤 괜찮은 출발이 될 수 있다. 그 가운데 몇몇 작품은 필히 나의 취향에 눈을 뜨게 해줄 공산이 크다. 저자가 펼쳐놓은 또 하나의 인생 스토리를 소설과 함께 읽음으로써 같은 작품을 놓고 나의 감상과는 어떤 지점이 같고 또 다른지를 비교해본다면 독자의 흥미는 한층 높아질 것이다. 부디 독자들도 자신에게 꼭 맞는 이야기와 조우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추천평

소설은 언제나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었다. 더디더라도 나아가게 만들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깨달았다.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지만 바로 나의 이야기다. 소설은 나를 떠나지 않으면서 나에게 자유를 준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책은 다양한 맛과 모양으로 가득한 초콜릿 상자처럼 느껴질 것이다.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이 책은 소설의 독자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에 대한 충분한 답을 줄 것이다.
- 최진영 (『구의 증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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