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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 추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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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 추는 남자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허태연 | 다산책방 | 2021년 09월 17일 리뷰 총점8.9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4.4점
편집/디자인
4.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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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1년 09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322g | 130*194*20mm
ISBN13 9791130641225
ISBN10 113064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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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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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 서울에서 태어나 해남, 제주, 홍천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쓴 장편소설 『플라멩코 추는 남자』로 제11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했다. 정 많고 강인한 제주 사람들, 아름답고 따뜻한 제주의 여름을 회상하며 장편소설 『하쿠다 사진관』을 썼다.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 서울에서 태어나 해남, 제주, 홍천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쓴 장편소설 『플라멩코 추는 남자』로 제11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했다. 정 많고 강인한 제주 사람들, 아름답고 따뜻한 제주의 여름을 회상하며 장편소설 『하쿠다 사진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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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적 풍경에서
가장 필요한 물음을 반추한 소설”

7천만 원 고료,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허태연 장편소설 『플라멩코 추는 남자』


이 작품은 유일하게 심사위원 전원에게 고른 지지를 받은 작품이었다. 코로나19 시국에 대한 면밀한 반응과 가족에 대한 위로가 좋은 장점으로 읽혔다. 무엇보다 작품의 가독성이 좋았다. 드라마적 스피디한 전개는 작가의 필력이 훌륭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남을 이해하려는 다양한 시각이 여러 입장에서 기술되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적 풍경에서 가장 필요한 물음을 반추한 작품이었다. _은희경, 전성태, 이기호, 편혜영, 백가흠 심사평 中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플라멩코 추는 남자』가 출간되었다. 인간 정신의 불멸을 증거하는 故 최명희 선생의 대하소설 『혼불』을 세상에 다시 피워 올리고자 2011년 제정된 혼불문학상은 제1회 『난설헌』, 제2회 『프린세스 바리』, 제3회 『홍도』 등 굵직한 수상작들을 통해 한국소설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독자들로부터 꾸준한 관심과 깊은 신뢰를 받아왔다.

2021년 제11회를 맞이한 혼불문학상은 더 새롭고 의미 있는 문학상으로 거듭나기 위해 변화를 선언했다. 수상작에 대한 상금을 7,000만 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고, 은희경·전성태·이기호·편혜영·백가흠 등 지금 한국문학의 중심에 있는 소설가들을 본심위원으로 위촉했다. 이번 제11회 혼불문학상에는 총 374편의 장편소설이 응모되었다.

심사위원회는 “혼불문학상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더 젊은 문학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그에 합당한 작품을 찾기 위해 장고”를 거쳤고, 이 가운데 “우리가 희망을 안고 살아야 하는 이유”를 느끼게끔 해준 허태연의 장편소설 『플라멩코 추는 남자』를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회는 “소통을 위한 따뜻한 이야기의 전개”가 돋보인 이 작품이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작품”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스페인으로 ‘진짜 가족’을 찾아 나선
한 남자의 플라멩코 정복기


“그래, 어쩌다 이 일을 하게 됐어?”
남훈 씨가 묻자 늙다리 청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것은 인상적일 만큼 자그맣고 희미한 빛깔을 띠고 있었다.
“그냥 뭐. 기술이 필요해서죠.”
청년이 꼼꼼히 마스크를 추어올렸다.
“원래 꿈은 뭔가? 결혼은 했어?”
“그런 것까지 말해야 하나요?” _본문 7~8쪽

먼지가 소복이 쌓인 봄날의 작업장, 그곳에 주차돼 있는 거대한 굴착기 앞에서 주인공 허남훈이 한 청년을 만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26년 동안 굴착기를 운전해온 남훈 씨는 은퇴를 결심한 뒤 자신의 중고 굴착기를 거래하기 위해 그곳에서 청년을 만난 것이다. 권위적인 모습의 전형적 꼰대인 남훈 씨는 그 성격답게 거래를 하러 온 청년에게 자신의 굴착기 자랑만 잔뜩 늘어놓은 뒤 이것저것 캐물으며 청년을 괴롭힌다. 원만히 거래가 성사되기 만무하다. 청년과의 거래는 불발되고 이후 남훈 씨는 몇 명의 거래자를 더 만나지만 모두 불발될 수밖에 없다.

“어떤 언어형식을 배운다는 건 새로운 관계를 준비하는 것과 같지요. 이 언어는 미래의 언어입니다. 멋진 기회와 새로운 만남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어요. 기억하세요. 새로운 언어형식이 새로운 관계를 만듭니다.” _본문 56쪽

고리타분한 자신의 성격을 남훈 씨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반평생을 굴착기 기사로 살아온 그는 은퇴를 결심한 뒤 스스로를 변화시키기 위한 과제들을 마련한다. 스스로의 과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것, 어쩌면 이것이 남은 생애 동안 남훈 씨가 이루어야 할 최종 목표일지 모른다. 일종의 버킷 리스트이기도 한 남훈 씨의 과제는 대부분 ‘청결하고 근사한 노인 되기’ 같은 소박한 것들이지만 ‘스페인어 배우기’나 ‘플라멩코 배우기’같이 67세 노인에게는 제법 험난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남훈 씨가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해외여행’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스페인어 학원에 들어선 남훈 씨는 젊은이들로 가득 찬 교실 분위기에 몸 둘 바를 몰라 하지만, 이내 스페인어에 매료된다. ‘새로운 언어형식이 새로운 관계를 만든다’는 스페인어 강사 카를로스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또한 ‘체력 기르기’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찾아간 플라멩코 강습소에서 첫 시간 목격한 단 한 번의 강사의 춤사위에 뜨거운 열정을 체감한다. 고집불통의 성격답게 남훈 씨는 악착같이 그것들을 배워나가지만 예상치 못한 우여곡절을 맞닥뜨린다. 그것은 가족에 관한 문제였다.

개개인의 삶을 고단하게 만드는 코로나 팬데믹
조금 멀어졌던 ‘가족’이라는 단어를 재발견하는 기회


가볍게 저녁을 먹고 공항 가는 길. 어둑한 하늘에서 싸라기눈이 조금 날렸다. 운전대를 잡은 아내가 비행시간에 늦으면 어쩌느냐고 조바심을 냈다.
“세 시간이나 미리 출발했잖아요. 걱정 마세요, 엄마. 그나저나 지금 스페인은 어떤 풍경일까? 말라가 공항에 내리자마자 낙엽 냄새가 풍겨올까요?”
두 손으로 제 어깨를 안고 선아는 바르르 몸을 떨었다.
“그럼, 닷새 뒤에 만나요.”
공항 앞에서 아내가 말했다. 추우니 얼른 닫으라는데도 선아는 창밖으로 한동안 손을 흔들었다. _본문 227~28쪽

스페인어와 플라멩코를 배워나가는 한 꼰대 영감의 성장기. 스페인어 강사 카를로스와 플라멩코 강사, 그리고 결국 굴착기를 임대해 간 청년과의 만남 속에서 남훈 씨는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깨닫는다. 남훈 씨는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마지막 과제를 마련한다. 그것은 ‘진짜 가족’을 찾기 위한 과제이자, 은퇴 전에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 여겼던 과제다.

67세 남훈 씨는 과연 자신의 과제를 모두 수행할 수 있을까? 가족이 모르고 있던 또 다른 가족에 대한 문제를 남훈 씨는 결국 해결할 수 있을까? 지금도 여전한 팬데믹은 개개인의 삶을 고단하게 만들고 있지만, 한편으론 조금은 멀어졌던 ‘가족’이라는 단어를 재발견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플라멩코 추는 남자』의 주인공 남훈 씨는 지금 우리 모두가 함께 뚫고 지나가고 있는 코로나19라는 기나긴 터널의 한가운데에서 같이 걷고 있다. 이 소설을 통해 기나긴 터널 반대편에서 기다리고 있는 ‘진짜 가족’을 발견하길 바란다.

올해의 책 추천평 (12개)

매년 진행되는 올해의 책 선정 행사에서 고객님들이 직접 작성해주신 추천평입니다.
2021
갑자기 아빠 보고싶어지는 소설
vor***** | 2021.11.02
2021
첫 작품치고 내공이 상당합니다. 얼른 스페인으로 가족여행 가고 싶어요
qkr***** | 2021.11.02
2021
오랜만에 금방 읽히는 가족 서사를 만났다. 내 주변의 이야기, 아니 어쩌면 바로 나의 이야기 같아서 뭉클했다.
lks***** | 2021.11.02
2021
읽다가 아빠 생각에 가슴이 울컥 ㅠ K드라마가 이런 거지 싶어요ㅠ
lov***** | 2021.11.02
2021
아빠와 오래토록 행복했으면 좋겠다.
yho***** | 2021.10.29
2021
재미 있고 따뜻한 이야기가 어려운 시기에 위로가 됩니다.
boo***** | 2021.10.29
2021
쉽게 읽혀 더욱 울림있는 책
asg***** | 2021.10.28
2021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가정. 현실적인 울림
hwa***** | 2021.10.27

회원리뷰 (12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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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주간우수작 삶을 완성시키는 가족이라는 완전한 조각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잭**드 | 2021-11-14

 


 

 

인간의 삶은 평범한 사건들이 빚어낸 기적이고 역사다.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삶의 순간 순간들이 누적되어 이루어진 인생은 누구에게나 값지고 귀한 것이다. 그런 순간 순간들이 모여서 시간과 역사를 이루고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개별적 세계가 빚어지기 때문이다. 지나온 삶의 경험과 기억들은 현재의 우리를 구성한다. 즐거웠던 추억과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아픔들, 간절히 돌아가고 싶은 시절과 떠올리는 것조차 두렵고 고통스러운 시절들을 거쳐 오늘의 우리가 있다.

 

“자신이 똑바로 설 작은 공간을 만드는 것. 바로 거기서부터 모든 게 시작된다.“ (p. 105)

 

인생이란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위치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은 이를 대표하는 상징적 공간이다. 지나온 삶의 이력을 살면서 거쳐 온 집을 빼놓고 얘기할 수 있을까? 우리가 꿈꾸는 삶에서 기반을 이루고 있는 것은 집이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와 같은 노래 가사처럼 저마다 그리는 이상향에는 저마다의 취향과 가치관이 투영된 ‘집‘이 있다. 우리가 집에 가진 고집들은 단순한 취미나 기호에 머물지 않는다. 개인의 가치관과 숨겨진 욕구가 드러난다. 또한, 그것은 미래지향적이라기보다 과거에 뿌리내리고 있다. 과거의 지나온 삶이 귓가에 조용히 속삭이는 것이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곁에 있어야 아버지죠. 궂은 날도 좋은 날도." (p. 124)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우리의 지나온 삶을 대변하는 건 집이라는 공간이라기 보다는 그 공간을 매개로 기억 한켠에 놓여 있는 시절(시절)들일 것이다. 현재까지 삶에서 우리가 경험했던 행복했던 기억, 아픈 추억, 낯설고도 친밀한 기억들은 대부분 집이라는 공간과 얽혀있다. 다정한 존재와 함께 한 행복했던 기억, 불현 듯 찾아온 믿기 어려울 만큼 고통스러운 순간들도 지나고 나면 삶의 한 시절이 된다. 한 시절을 구성하는 건 궂은 날도 좋은날도 변함없이 내 곁에서 기쁨을 나누고 고통을 인내하며 그 순간을 온전히 함께 하였던 삶의 동반자들 즉, 가족이라는 존재다.

 

우리는 누군가의 아들 또는 딸로 세상에 태어난다. 또 가족의 보살핌 아래 성장하고 마침내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 또 하나의 가정을 이룬다. 가정은 정형화할 수 없는 것이기에 형태와 구성은 제각각이지만 하나의 가정은 저마다의 사연과 추억으로 독자적인 세계를 이룬다. 살아가다보면 일이란 생기게 마련이고 각각의 가족들은 가족이라는 공동체로서 그러한 경험을 함께 하며 더 단단해진다. 거기서 오는 안정감이야말로 가족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가족의 형태가 어떠하든 간에 말이다. 가족이라는 공동체는 서로 기대어, 또 종종 두 배로 기뻐하며 삶의 굴곡을 함께 헤쳐간다. 가족은 더 이상 전통적인 의미의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루어지는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구성원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다. <플라멩코를 추는 남자>를 읽으며 나는 전통적 의미의 가족의 개념을 사라지고, 원자화된 개인이 새로운 형태의 분자 가족을 형성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반평생을 굴착기 기사로 살아온 67세의 남훈씨는 은퇴를 결심한 뒤 그동안 가장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뒷전에 미뤄두었던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과제들을 실행한다. 이는 과거를 반추하며 더 나은 노년의 삶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남훈씨만의 버킷 리스트다. 리스트에는 ‘청결하고 근사한 노인 되기’ 같은 소박한 것부터 ‘스페인어 학습‘, ‘플라멩코 배우기’처럼 긴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과제도 있다. 어느덧 60대 후반의 노인이 되어 버린 남훈씨에게 흐릿한 기억력으로 낯선 외국어를 학습하고, 좋지 못한 무릎과 체력으로 플라멩코를 배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제들 중에서도 남훈씨에게 남겨진 가장 어려운 과제는 그동안 애써 외면해왔던 자신의 또 다른 과거의 삶을 되돌아보고 진짜 가족을 되찾는 것이었다.

 

"부끄럽지 않으려고요." 청년이 말했다. "부끄럽지 않고 싶어서 그러신 것 같아요. 뭐에든, 누구에게든."

갑자기 몸이 굳어 남훈 씨는 돌처럼 서 있었다. 무슨 일을 하려다 말고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솟으려는 걸 남훈 씨는 꾹 참았다. (p. 86)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기 위한 여정에서 남훈씨는 과거 자신의 삶이 잘못된 것만은 아니었다는 걸 확인시켜주고, 또 앞으로의 삶을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다양한 이들을 만난다. 남훈씨의 굴착기를 빌려간 과거의 자신과 닮은 늙다리 청년은 남훈씨가 아버지로서 딸에게 빚이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스페인어 강사 카를로스는 그 빚을 청구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 또한 청구하더라도 그 시기와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온전히 딸에게 달려 있음을 인지시켜주었다. 마지막으로 플라멩코를 가르쳐 준 선생은 남훈씨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삶을 지탱할 든든한 체력을 갖게 해주었다.

 

“플라멩코를 출 때 말이죠. 가장 중요한 건 사랑입니다. 그건 이성 간의 사랑만 뜻하는게 아녜요. 인간에 대한 사랑을 뜻하는 거죠.“ (p. 254)

 

플라멩코는 혼자서는 절대 출 수 없는 춤이다. 그리고 두 사람이 선율에 맞추어 추는 춤은 아름다운 장면만 담기지 않는다. 때론 춤을 추는 과정에서 상대의 발을 밟기도 하고, 때로는 박자를 놓쳐서 상대가 손을 떨게 만들기도 한다. 이는 마치 혼자서는 절대 살아갈 수 없고, 살면서 직간접적으로 타인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 인간의 삶과 같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다양한 형태의 인간관계를 경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타인과 삶의 온도를 맞춰가는 것이다. 나와 다른 환경에서 다른 형태의 삶을 살아 온 타인을 이해한다는 건 인내와 노력을 동반하는 상대적 성숙의 시간을 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플라멩코를 추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는 대목을 읽으며 인디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춤>의 가사가 떠올랐다.

 

"우린 긴 춤을 추고 있어. 자꾸 내가 발을 밟아. 고운 너의 그 두 발이 멍이 들잖아. 난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해. 이 춤을 멈추고 싶지 않아. 그럴수록 맘이 바빠. 급한 나의 발걸음은 자꾸 박자를 놓치는 걸. 자꾸만 떨리는 너의 두 손."

 

소설을 읽으며 서로에게 또, 상대방의 삶에 가닿기 위한 방법에 대해 생각했다. 한 사람에게 다가가기 위한 첫번째 단계는 그의 행적과 삶의 궤적을 따라서 걸어보는 것일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예상치 못한 삶의 단면들과 불편한 진실들을 만나게 된다. 이는 상대방을 이해해가는 과정인 동시에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진실한 삶에 눈을 뜨는 과정이기도 하다. 상대의 마음에 가닿기 위한 방법은 상대의 삶을 이해하려는 노력의 기반 위에서 간결하게 진심을 다해 건네는 한 마디 말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 마치 그동안 애써 외면하고, 회피하며 에둘러 살아온 남훈씨가 더 이상 변명으로 가득찬 삶을 살지 않기 위해 '주어 - 목적어 - 동사‘ 로 구성되는 한국어 어순 대신 '주어 - 동사 - 목적어'로 이루어지는 스페인어 어순으로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그동안 이러저러한 사정이 있어 오늘에야 너를 찾았네. 미안하다.' 이라고 에둘러 말하는 대신 '내가 미안하다. 오늘에야 너를 찾아서.' 라고 마음을 담아 건네는 남훈씨의 진심은 딸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렇게 마음과 마음은 통하게 되고, 딸도 아빠의 삶과 아빠의 언어를 이해하려 시도하게 된다.

 

“배우기 시작했어. 아빠의 언어“ (p. 267)

 

남훈 씨는 여정의 끝에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깨닫는다.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은 후 그의 삶에 대한 태도는 가족이 살아온 삶과 가치관에 따라 변하게 되고, 가족 구성원들도 남훈씨에게 영향을 받게 된다. 가족의 소중함, 관계의 각별함을 일깨워주는 남훈씨의 놀라운 여정은 우리가 충분히 사랑하고 있는지, 우리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 동안 얼마나 더 사랑해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우리에게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세상의 흐름에 떠밀리지 말고 저마다의 속도와 방향으로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 비록 속도를 조금이라도 올리는 순간 차체가 덜덜 떨리고, 때론 브레이크도 말을 잘 듣지 않는 오래된 굴착기라 할지라도 그 방향만 정확하다면 말이다.

 

<플라멩코를 추는 남자>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소설이다. 가족이라는 존재는 때로는 벗어날 수 없는 족쇄가 되어 삶을 구속하고, 절망에 빠지게 만들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응원하며 힘든 현실의 일렁임을 극복할 때 한층 더 성숙한 삶, 사랑이 충만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걸 우리는 남훈씨의 여정을 지켜보며 깨닫는다. 굴곡진 삶을 견뎌내야 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묵묵히 지켜봐 주고 지지해 줄 가족의 따뜻한 관심과 조언 아닐까? 세월의 일렁임을 힘겹게 견뎌내야 할 때 내가 살아 있고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 묵묵히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즉, 가족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것...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이것 이상의 응원이 있을까? 각자가 가진 삶의 조각들이 가족의 사랑 안에서 하나의 완전한 조각으로 완성되는 것...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행복 아닐까?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 마음을 터놓고 의지할 존재가 있다는 것은 살아가는 데 큰 힘으로 작용한다.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동반자와 나누는 몇 마디 대화로 울적함이나 불안은 어느 순간 털어버릴 수 있고, 사랑스런 아이의 미소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부정적 감정을 떨쳐낼 수 있다. 집 안 어디엔가 누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니, 꼭 집 안에 있을 필요도 없고, 누군가 집으로 항상 돌아온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큰 위안을 얻는다. 이상적인 가족의 형태는 존재하는 것일까? 이상적인 가족상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가족의 형태가 정형화되어 있지 않듯이 이상적인 가족은 획일화된 답지가 아닌 개개인의 입장과 상황에 따라 다른 형태로 존재할 것이다. 우리 각각은 불완전한 존재들이고, 우리 각각이 이루는 가족이라는 공동체도 완전하지 않지만 가족과 함께 만들어 가는 우리의 삶은 우리를 "좋은 사람"으로 "더 나아진 삶"으로 이끈다.

 


 

 

#플라멩코추는남자, #허태연, #혼불문학상,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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