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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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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 | 나무의철학 | 2021년 06월 03일 리뷰 총점9.6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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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1년 06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220쪽 | 334g | 140*210*15mm
ISBN13 9791158512163
ISBN10 1158512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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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1

저자 소개 (1명)

소설을 쓰는 일이 고독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명랑한 노동이라 믿고 싶은, 예술가라기보다 직업인에 가까운, 오전 5시에서 오전 11시 50분까지의 사람. 네 권의 장편소설, 두 권의 소설집, 다섯 권의 에세이를 써내는 동안 때때로 야근. 자주 길을 잃고, 지하철 출구를 대부분 찾지 못하며, 버스를 잘못 타고 종점까지 갔다 오는 일이 잦은, 외향적으로 보이는 내향성인, 아주 보통의 사람. 2006년 단편 「고양이... 소설을 쓰는 일이 고독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명랑한 노동이라 믿고 싶은, 예술가라기보다 직업인에 가까운, 오전 5시에서 오전 11시 50분까지의 사람. 네 권의 장편소설, 두 권의 소설집, 다섯 권의 에세이를 써내는 동안 때때로 야근. 자주 길을 잃고, 지하철 출구를 대부분 찾지 못하며, 버스를 잘못 타고 종점까지 갔다 오는 일이 잦은, 외향적으로 보이는 내향성인, 아주 보통의 사람.

2006년 단편 「고양이 샨티」로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 2008년 첫 장편소설 『스타일』로 제4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 『다이어트의 여왕』, 『애인의 애인에게』, 소설집 『아주 보통의 연애』를 출간했으며, 산문집으로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다른 남자』,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를 펴냈다.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는 작가 백영옥이 연간 500권이 넘는 방대한 독서를 통해 수집한 인생의 문장들 중 정수를 담은 에세이다. 매일매일 일상 곳곳에서 밑줄을 수집해, 아픔을 토로하는 사람에게 약 대신 처방할 수 있는 문장을 쓴다. 상처의 시간을 겪은 사람들에게 잠이 오지 않을 때 마시는 따뜻한 차 한잔과 같은 문장으로, 위로를 건네는 것이 작가의 오랜 기쁨이다.

조선일보 ‘그 작품 그 도시’, 경향신문 ‘백영옥이 만난 색다른 아저씨’, 중앙SUNDAY S매거진 ‘심야극장’, 매일경제 ‘백영옥의 패스포트’ 등의 칼럼을 연재했다. 한겨레21, 보그, 에스콰이어 등에도 책과 영화에 대한 폭넓은 글을 발표하고 있으며, 조선일보에 ‘말과 글’을 연재 중이다. 교보문고 ‘백영옥의 낭독’과 MBC 표준 FM ‘라디오 디톡스 백영옥입니다’, ‘라디오 북클럽 백영옥입니다’의 DJ로 활동했다. 현재 EBS ‘발견의 기쁨, 동네 책방’에서 골목을 여행하며 동네 책방을 소개하는 일에도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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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218

출판사 리뷰

“이제야 알 것 같다. 지금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
삶의 어느 때는 너무 커 보이기도 한다는 걸.”


5년 전,『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을 통해 35만 ‘어른이’들의 마음속에 빨강머리 앤과 나눈 어린 시절 추억을 되새기게 했던 백영옥 작가. 그가 2012년 출간한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를 10년에 다시 선보이며, 쳇바퀴 도는 일상에 지친 독자들의 하루를 위로한다.

이번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는 작가의 오랜 독자들이 꾸준히 바랐던 재출간 요청에 따른 화답의 결과이다. 백영옥 작가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한국판이라는 소설 『스타일』로 화려하게 등단한 이후 『다이어트의 여왕』, 『아주 보통의 연애』,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 등의 장편소설과 에세이를 꾸준히 선보이며,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다.
많은 사람들은 백영옥 작가를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심리를 세밀하게 그리는 작가, 사랑과 연애와 말랑한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 TV와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 연예인처럼 화려한 작가로 기억하지만 이 책을 통해 이십 대와 삼십 대 시절의 작가를 만난다면 그가 얼마나 많이 실패하고 절망했는지, 그 혼란스러운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고 오늘에 이르렀는지 알게 될 것이다. 뭔가를 포기하는 것이 가장 익숙하다는 지금의 청춘들이 백영옥 작가의 작품을 유독 사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자신보다 먼저 불안과 실패의 시간을 혹독하게 지나온 이의 진솔한 고백은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기 때문에.

내게도 잠깐의 노량진 시절이 있었다. 이미 사표를 던졌고, 통장 잔고는 0을 향하고 있었다. 마지막 꿈이었던 신춘문예를 준비하겠다고 고시원을 알아보러 다녔다.
꿈이 있었다. 매번 실패한 꿈이었지만. 절박했다. 2평짜리 좁은 방에 젖은 빨래처럼 나를 처박아둘 만큼. (중략)
참으로 애매한 인생. 아빠가 고향 집에서 부쳐주는 돈으로 고시원을 잡고 새벽부터 줄 서서 강의 듣는 삶. 엄마가 계를 타 몰래 찔러준 돈으로 학원 끊고 문제집 푸는 삶. 만성 변비환자처럼 얼굴이 달떠 내장 속에서 썩고 있는 단어를 밀어내려던 그때, 그런 안간힘으로 ‘힘내자, 될 거다, 꿈, 이루어진다’ 같은 문장들은 많이도 튀어나왔다.
37~38p

나는 서른세 살이 되고 나서야 한 문예지에서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습작 시절 “수줍게 낸 첫 작품이라 미흡하고 부족한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같은 당선 소감에 더할 수 없는 상처를 받았던 터라, 당선 소감란에 작정하듯 1993년부터 내가 떨어진 신문과 잡지들의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 나 같은 문학의 루저 역시 존재한다는 걸 기회가 생겼을 때 세상에 소리 높여 증언하고 싶었다. 결국 내가 그것을 다 적지 못한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지면 부족.
그러므로 내가 성공보다 실패에 더 깊게 감응하는 사람이라는 건 당연지사. 사람에게 빛과 그림자가 있다면, 그림자 쪽으로 기울어져버린 것도 그런 까닭이다.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을 아는 일이, 한 사람의 내면을 훨씬 더 깊게 들여다보는 일임을 나는 거의 확신한다. 57~58p


“내가 가장 예뻤던 시절은 이미 지나가버렸지만
가장 좋아하는 옷을 입고 있는 지금의 내가 괜찮다고 생각한다.”


청춘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힘겹다. 어떤 가게를 좋아하게 되면 어느새 폐업해 사라져버리고, 오랜 고민 끝에 고백한 사람에게는 보란 듯이 거절당한다. 면접은커녕 서류전형에서 매번 탈락하다 보면 이 넓은 세상은 왜 내 자리 하나를 허락하지 않는지 자꾸 억울해진다. 서로의 꿈과 목표를 응원하던 친구들과의 대화 주제가 어느새 먹고사는 고단함, 주식과 부동산, 노후 대비로 바뀐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밀려오는 씁쓸함에 익숙해지는 동안 우리는 행복보다 불행에, 성취보다 실패에, 나의 오늘보다 SNS 속 타인의 하루에 더 깊게 감응하는 사람이 되어간다.
그래서 우리는 지방의 작은 도시로 여행을 떠난다. 추억의 영화를 보고 옛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책 속의 한 문장에 깊이 공감한다. 소박하고 따뜻한 음식 한 그릇을 먹으며 지친 하루를 위로받는다. 그 지난한 시절을 건너 어느 날 문득 세상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나의 자리를 발견하고 안도한다면, 바로 그때,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풍경들 속에서도
낡아가는 시간의 주름들을 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눈에 보일 리 없는 것들이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릴 리 없는 것들이 들리기 시작하면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는 것을

급변하는 세상을 살아내느라, 우리는 매일 좌불안석과 전전긍긍을 오간다. 정신없이 살다가 문득 모든 게 허무하다고 느껴지는 날,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 속 작은 여행이 그리워지는 날이 있다면 이 책에서 혜화동 벚꽃 길을, 고픈 배를 채워주던 포장마차 주먹밥을, 혼자 걷던 제주의 올레 길과 한적한 바닷가를, 그 시절에 즐겨 보던 드라마와 영화를 만나보자.
마음이 답답할 때, 하루가 고단할 때, 지금은 멀어져버린 누군가의 소식이 궁금할 때, 견디기 힘든 외로움이 밀려올 때 백영옥 작가의 따뜻하고 다정한 문장들에 위로받다 보면, 어느새 어른으로 살아가는 지금도 제법 괜찮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청춘은 이제 내게 돌이키고 싶은 과거가 아니다. 노안 때문에 책 읽기가 다소 불편해지고, 오래 앉아 있으면 좌골 신경통에 어김없이 다리가 저릿한 지금의 내가, 나는 감히 더 좋다. 안경을 벗으면 글자가 더 잘 보이는 당혹스러움이, 허리가 아파서오래 작업할 수 없어 더 자주 걷게 된 지금이 싫지 않다. 10년 후의 지금을 늙었다기보다 낡았다 부르며 가죽이나 와인, 남편처럼 낡아가며 애틋하게 아름다워지는 것들의 이름을 호명하게 된다.
그러니 10년 전 이 책을 읽고 내게 위안받았노라 말하던 그 수줍은 청춘의 눈빛들이 지금을 그리 슬퍼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이테 같은 그 묵묵한 시간들이 보이지 않던 것을 보고, 들리지 않던 많은 것을 듣게 한 것이다. 꽃피는 4월도 아름답지만 낡아가는 나무가 떨군 10월의 단풍과 낙엽도 좋다. 그것이 내가 청춘을 그리워하나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이유다. _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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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달**러 | 2021-06-14

<, 어른의 시간시작된다>

백영옥 저/ 나무의철학

2021년 6월 3일

"어른이 되어가는 시간을 통해 나를 인정하고 나를 사랑하게 되는 공감 에세이!"


 


 

1. 들어가며

 

눈에 보일 리 없는 것들이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릴 리 없는 것들이 들리기 시작하면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는 것을

 

흔히들 '아프니깐 청춘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라는 말들을 하며  '청춘예찬'을 한다. 청춘이니깐, 젊으니깐 아파도 되고 고생해도 되나. 그 당시에는 정말 그 말을 진리라고 믿으며, 사랑과 이별의 아픔에 힘들어해도, IMF 로 인해 먹고살기 힘들어도, 취직이 어려워도 '그래 난, 젊으니깐,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하잖아.' 그러니 이렇게 고생하고 아파오면 나중에 나이가 들면 좋은 날이 올거야. 라고 믿으며 살아왔었다.

항상 우리 부모님이 하시던 말씀, "넌 행복한 줄 알아. 우리는 공부하고 싶어도, 마음껏 배불이 먹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어. 그러니 열심히 공부만 해라." 특히 엄마는 딸인 나에게 '너는 하고싶은 공부,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면서 살아라. 엄마는 그렇게 하고 싶어도 그렇게 살지 못했지만." 그때 당시 어린 나는 몰랐었다. 왜 부모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를, 하지만, 청춘을 지나고 40대에 접어든, 어느정도 어른이 되어서야 부모님이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를 비로소 알게 된다. 나의 청춘은 어땠나, 나는 어떤 20대를 보내고 30대를 보내고 지금 40대가 되었나 생각하며 나의 청춘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렇게 이 책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의 백영옥 작가도 자신의 청춘을 돌아보며 여러가지 생각에 잠기며 이 글을 썼다고 한다. 그녀와 나의 나이대가 비슷해서인지, 저자가 책 속에서 말한 내용들 상당 부분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그녀의 과거 추억과 함께 나의 과거 추억도 불러와본다. 이 책을 읽으며 '아, 맞아, 나도 그랬는데, 그때는 그렇게 살았었는데'하며 맞장구치며 공감하고, '이럴 때 그녀는 외롭고 힘들었구나.' 그녀가 작가가 되려고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도전했구나 하면서 작가 백영옥이 아닌 '인간 백영옥'에 대해 알게 되었다. 마치 나와 같은 나이대의 저자가 친구처럼 느껴지면서 그녀의 청춘, 삶, 인생에 대해 보다 더 잘 알게 된 느낌이다.

이미 우리에게 [빨간 머리 앤이 하는 말]로 잘 알려진 백영옥 작가가 2012년에 출간한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책을 10년 만에 재출간했다고 한다. 2012년 당시 20대였던 작가가 어느 덧 30대를 거쳐 40대를 바라보게 되었다. 10년 전 했던 말들과 생각, 10년 후의 변화된 모습과 생각들을 예전 책과 이번 개정판을 통해 본다면 비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도 나이를 먹어가듯, 책도 이렇게 나이를 먹어가는 것 같다.하지만 우리는 과거에 머물 수는 없다. 저자에게 그 청춘이 돌이키고 싶은 과거가 아니듯이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청춘 속의 과거 기억의 습작을 통해, 지금의 나의 모습을 인정하고, 더욱더 사랑할 수는 있을 것이다.

 


 

2. 책 속으로

 

이제 잃어버린 것은 잃어버린 채로 기억한다.

떠나간 것은 떠나간 대로 추억한다.

내가 가장 예뻤던 시절은 이미 지나가버렸지만

가장 좋아하는 옷을 입고 있는 지금의 내가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p.10~11-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물어간다. 나의 40대의 하루가 저물어간다. 한 때 나도 20대였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왜 그렇게 하루가 길게만 느껴졌을까. 왜 그렇게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을까.그때는 왜 그렇게 걱정하고 고민만 하며 지냈을까. 그땐 왜 그렇게 모든 것이 불안하기만 했을까. 너무나 불투명했던 나의 미래, 잃어버린 나의 청춘, 이제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이런 마음에 대해 저자는 잃어버린 것은 잃어버린 대로, 떠나간 것은 떠나간 대로 남겨두라고 한다. 억지로 무엇인가를 끄집어 기억하지 않고, 왜 내가 그땐 그했던가 하며 지난 날을 반서하고 후회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흘려보내라고 한다. 

나도 그럴 수 있을까. 나의 청춘을...그렇게 덧없이 흘러간 내 젊음을..그대로 보내버릴 수 있을까. 나에겐 아직도 나의 젊음에 대해, 나의 청춘에 대해 미련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그 청춘을 훌훌 떠나보내지 못하고 아직도 잡고 있나보다. 그래서 지금 나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나보다.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어떤 청춘의 모습을 만들고 싶을까. 다시 돌아간다면 더 멋지게 후회없이 살 수 있을까.

언젠가 쓸 것을 대비해 여기저기 쟁여두던 마음이 실은 내 안의 두려움이란 것 역시 알아간다. 한번 가진 것에 대한 유난한 애착이 청춘의 나를 얼마나 얽매게 했는지 조금씩 배운다. 그러므로 이제 가장 좋아하는 향수와 모자를 트렁크에 넣고, 먼 길을 떠나기 전 새로 산 운동화의 끈을 단단히 묶는다.

-p.10-

 

이제 나도 새로 산 나의 운동화를 신고 여행을 떠나야할 때이다. 더이상 미련을 두려워하지 않고,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고, 저자처럼 내가 좋아하는, 내가 가장 예뻐보이는 옷을 입고, 화장을 곱게 하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새로운 경험과 추억을 트렁크에 담으며 여행을 떠나야겠다.

 

누구에게나 청춘의 시간은 아름답고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청춘은 꿈을 꾸는 시기인 동시에,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이며, 가장 많은 실패를 경험하는 되는 때인 것 같다. 


내게도 잠깐의 노량진 시절이 있었다. 이미 사표를 던졌고, 통장 잔고는 0을 향하고 있었다. 마지막 꿈이었던 신춘문예를 준비하겠다고 고시원을 알아보러 다녔다.
꿈이 있었다. 매번 실패한 꿈이었지만. 절박했다. 2평짜리 좁은 방에 젖은 빨래처럼 나를 처박아둘 만큼. (중략)
참으로 애매한 인생. 아빠가 고향 집에서 부쳐주는 돈으로 고시원을 잡고 새벽부터 줄 서서 강의 듣는 삶. 엄마가 계를 타 몰래 찔러준 돈으로 학원 끊고 문제집 푸는 삶. 만성 변비환자처럼 얼굴이 달떠 내장 속에서 썩고 있는 단어를 밀어내려던 그때, 그런 안간힘으로 ‘힘내자, 될 거다, 꿈, 이루어진다’ 같은 문장들은 많이도 튀어나왔다.

<이미 사표를 던졌고, 통장 잔고는 0을 향하고 있었다> p. 37~38

 

2002년 월드컵 시작과 함께 한때 대한민국은 '꿈은 이루어진다' 열풍에 휩싸였다. 정말 그때는 우리가 월드컵 4강에 진출한 것이 꿈만 같은 일이었고, 그 꿈같은 일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우라 청춘에게도 '꿈은 이루어진다'가 하나의 진리인 양 유행하곤 했다. 나 또한 그 당시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량진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저자가 작가의 꿈을 안고 노량진 고시원의 2평짜리 좁은 방에서 그녀의 꿈을 향해 자신의 청춘을 불태운 것처럼 말이다. 그 당시 우리 청춘들은 참으로 가난했던 것 같다. 그런 가난하고 꿈을 이루려는 학생들에게 노량진 고시원은 그들의 꿈을 이루어줄 수 있는 '동굴' 같은 곳일지 모른다. 사람이 되고자 했던 곰과 호랑이에 얽힌 단군신화에서처럼,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고 인고의 시간을 견디어내고 마침내 사람이 된 웅녀 이야기처럼 말이다. 그 2평짜리 방, 침대에 몸을 누이면 천장에 머리가 닿고, 다리를 뻗으면 책상에 맛닿는 그 좁은 공간이 나에겐 인고의 시간이 공존하는 동굴이자 나의 꿈을 이루어줄 수 있는 꿈의 공간이기도 했다. 그 고시원에서 인간 극한을 경험하며, 자기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을 계속하며 그렇게 나 또한 나의 청춘을 그곳에 쏟아부어야만 했다. 아마 그 당시 우리들의 모습이 다 그러했으리라. 지금 자신의 꿈을 위해, 자신이 원하는 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끝도 보이지 않는 길을 가고 있는 취준생의 모습에서 그때 그 당시 나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그래서 저자의 노량진 시절 이야기에 울컥 했다. 마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그렇게 힘들고 비참하고, 희망도 보이지 않았던 그 당시 내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서 말이다. 

 

"그저 어느 날은 무턱대고 꼭 끌어안으며 '괜찮아질거야! 라고 위로하고 싶은 내 어린 날의 얼굴, 청춘들, 고단함에 버스 안에 앉아 꾸벅꾸벅 좋고 있을 외로운 섬, 노량진을 바라보며 나즈막이 말하고 싶다. 잠깐 쉬어도 돼요. 고개를 들고 잠시 하늘을 올려다봐요. 노량진 박, 이, 김, 심, 진, 허, 한, 정, 최...씨들아~"

-<이미 사표를 던졌고, 통장 잔고는 0을 향하고 있었다> p.41-

 


 

"봄에는 혜화동을 걸어야겠다"

혜화역 3번 출구, 서울대학교병원을 지나 소방서를 지나치면 붉은색 벽돌 건물이 나타나고 그건물을 끼고 골목으로 깊숙이 들다 보면 나오는 넓은 길 오른쪽에 자리잡은 오래된 건물, 엘리베이터도 없는 그 건물 4층이 저자가 일하게 될 장소였다. 'LIBRO'라고 적힌 초록색 푯말, 책을 의미하는 라틴어 단어 '리브로' 나 또한 그 단어의 뜻을 몰랐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단어인데 라고 생각했을 뿐.

'혜화동' 하니깐 옛 추억이 떠오른다. 친구들과 대학로에 만나서 공연도 보고, 소극장 연극도 보고, 맛있는 거 먹으며, 맥주 한 잔 시원하게 들이킬 수 있었던 그 낭만과 자유가 있었던 그 시절 말이다. 이제야 그 시간들이 소중했음을 안다. 나에겐 그런 시간들이 언제든 원하면 무한정으로 주어질 줄 알았는데, 어느덧 그런 자유의 시간은 사라진 지 오래다.  유난히 뮤지컬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 시간들이 너무나 그립다. 나만의 힐링이었는데, 이제는 책 속에서 나만의 힐링을 찾지만, 그렇게 친구들과 즐겁게 수다떨고 아무 걱정없이 술 한잔 할 수 있었던 그런 여유, 자유, 낭만, 젊음 이 부럽다. 

"오늘은 잊고 지내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네. 내일이면 멀리 떠나간다고. 어릴 적 함께 뛰놀던 골목길에서 만나자 하네. 내일이면 아주 멀리 간다고. 덜컹거리는 전철을 차고 찾아가는 그 길.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같은 가사를 듣고 나면 스물아홉의 봄날을 보냈던 혜화동의 마로니에 공원과, 조금이라도 싼 티켓을 사겠다고 줄을 서던 '사랑티켓' 박스의 긴 줄과, 바람에 흔들리며 햇빛을 뿌려대던 마로니에 나무가 떠오른다.

 

바람이 분다.

봄에는 혜화동을 걸어야겠다.

--<봄에는 혜화동을 걸어야겠다> p.50-

 

"창피할 것도 없다.

나는 신춘문예를 비롯한 문학 공모전에 참 많이 떨어졌다."

-<빛과 그림자가 있다면 그림자 쪽> p.57-

저자는 서른 세 살이 되고 나서야 한 문예지에서 신인문학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 상을 받고 작가로 등단하기까지 10년 이상을 더 떨어졌다고 한다. 말이 10년이지,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듯이 10년은 상당히 긴 시간이다. 그 10년 동안 실패를 겪으면서 참 많이 좌절하고 실망하고 자괴감도 느꼈을텐데 그래서 포기도 했을 법한데, 그녀는 10년 동안 수없이 많이 떨어지고도 절대 눕지 않는 오똑이처럼 다시 일어나서 도전하고 노력했던 것이리라. 그렇게 변치않는 믿음, 꿈에 대한 오랜 열망과  도전이 그녀의 꿈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그런 그녀의 실패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러므로 내가 성공보다 실패에 더 깊게 감응하는 사람이라는 건 당연지사. 사람에게 빛과 그림자가 있다면, 그림자 쪽으로 기울어져버린 것도 그런 까달깅다.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을 아는 일이, 한 사람의 내면을 훨씬 더 깊게 들여다보는 일임을 나는 거의 확신한다. 거짓말을 할 때 그 사람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것처럼 말이다.

-<빛과 그림자가 있다면 그림자 쪽> p.58-

 

아무리 일해도 더 가난해지고, 아무리 꿈꿔도 점점 멀어지는 꿈,

'아파서 청춘'이라는 말은 어른들이 스스로를 변명하디 위한 말처럼 들린다.

-<너가 말하면 꼭 반대로 되더라> p.64-

 

'아파서 청춘' 이라고 하기에는 청춘의 시간은 너무나 두렵고 아프다. 아무리 일해도 돈은 벌리지 않고, 어떤 가게를 좋아하게 되면 어느 새 망해서 사라져버리고, 오랜 고민 끝에 용기를 내어 고백했는데 보기좋게 거절당한다. 면접은 커녕 서류전형에서 매번 탈락해버린다. 왜 나에게만 세상이 이렇게 가혹한 것인지, 왜 나만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인지, 하늘만 원망해본다. 그렇게 청춘 시기때는 청춘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누릴 시간도 없이, 우리의 불안한 미래를 향해 그렇게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게 된다. 왜 그런 행복이, 성공이 나만 비껴가는 지, 왜 그것들이 나와는 상관없는 것인지 너무나 억울하고 답답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그렇게 앞만 보고 살아왔다. 학창 시절에는 대학을 가기 위해,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취직을 위해, 취직을 하고 나서는 결혼을 하기 위해 그렇게 우리는 쉴 틈도 없이 정신없이 달려가야만 했다. 그 모든 시기를 모두 거친 나는 이제 무슨 목적을 위해 살아야 할까. 이제는 우리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올바른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그렇게 살아야 하나보다. 따지고 보면 너무나 정신없고 숨막히는 삶일지 모른다. 부모가 되고 나니 느끼게 된다. 아이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그 순간부터 '엄마'라는 족쇄가 나를 옭아매며 평생을 따라다닌다는 것을..평생 부모로써 아이들을 키우고 챙겨야한다는 것을 말이다. 어느 나이대가 좀 편하다라고 느끼게 될까. 아마도 그 시기가 되면 또다른 걱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엄마란 어쩌면 딸이 어질러놓은 것들을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치워야 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나는 세상의 딸들이 엄마를 친정 엄마라고 불러야 하는, 결코 익숙해지지 않은 순간들에 대해 생각했다. "

--<너가 말하면  꼭 반대로 되더라> p.67-

 


 

<이 책 135쪽 그림을 가지고 문구를 넣어 글그램으로 구성하였습니다.>

 

그러니 10년 전 이 책을 읽고 내게 위안받았노라 말하던 그 수줍은 청춘의 눈빛들이 지금을 그리 슬퍼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이테 같은 그 묵묵한 시간들이 보이지 않던 것을 보고, 들리지 않던 많은 것을 듣게 한 것이다. 꽃피는 4월도 아름답지만 낡아가는 나무가 떨군 10월의 단풍과 낙엽도 좋다. 그것이 내가 청춘을 그리워하나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이유다.

_작가의 말-

 

새로 완벽하게 고친다고 해서 결코 아름답지는 않다. 청춘도 마찬가지이다. 청춘을 내 마음대로 뜯어 고쳐야만 완벽해지는 것은 아니다. 있는 그대로 흘려보내야 오히려 완벽해지는 것이다. 나의 청춘도 그때 그 당시였기에 완전해질 수 있다. 더이상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지 말자. 더이상 흘러가버린, 사라져버린 나의 청춘들에 대해 미련을 버리자. 

지난 날 나의 청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해주자. "그것이 내가 청춘을 그리워하나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이유다." 라고 말하는 작가의 말처럼 지금 이순간, 나의 모습이, 나의 존재가 너무나 소중한 까닭이다. 

 


 

3. 나가며

'삶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

 

실연, 불합격, 결별, 해고, 파산, 폐업 등 인생의 실패 앞에서 우리는 찰리 채플린이 말한 것처럼 그저 웃을 수만 있을까. 이런 인생의 실패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저 멀리 떨어져 보면 정말 희극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첫 사랑의 아픔을 나중에는 한 잔 술의 안주로 삼아서 말하듯이 말이다. 

우리의 청춘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청춘의 아픔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 모습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니 너무 우리 청춘에 집착하지 말자.' 이젠 훌훌 털어버리고 지금의 우리의 시간을, 우리의 인생을 살자.' 라고 저자는 우리에게 말한다. 

 

40대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이제 버지니아 울프가 말했던 '자신만의 방'을 찾아가야 할 때이다. 

내 방은 어디에 있을까.

언젠가 더 이상 떠돌지 않고 나만의 방을 찾아 정착할 수 있을까.

 

난 빨래를 하면서 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려요.

잘 다려진 내일을 걸치고

오늘을 살아요.

-뮤지컬 <빨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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