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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06년 03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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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00쪽 | 574g | 139*197*30mm |
ISBN13 | 9788937831232 |
ISBN10 | 89378312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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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82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생각해보면 '이야기'라는 것을 나도 참 좋아하긴 한가 보다. 책을 고를 때에도 소설을 먼저 집어들게 되고 살아가면서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보며 색다른 이야기를 즐기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어쩌면 모두 허상일 테고, 순간의 재미이기에 결국 영양가 없는 것들로 취급되기도 하지만 확실히 살아가면서 이야기를 듣고 보는 것은 하나의 쏠쏠한 재미이다.
작가가 이야기를 싫어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이 사람 정말 이야기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을 정도인데?'라고 생각할 만한 작가가 바로 온다 리쿠이다. 온다 리쿠의 <황혼녘 백합의 뼈>를 처음으로 이 책은 두 번째로 읽게 되었는데, <황혼녘 백합의 뼈>가 이 책의 이야기를 이어 가는 구성으로 되어 있어서 뒤늦게나마 읽게 되었다. 총 네 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책이 각각의 스토리에 등장하는 연작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각각의 이야기에서 이 책의 등장만이 공통점일 뿐 무척이나 다른 성격의 장르를 불문하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심지어 마지막 단편 '회전목마'에서는 온다 리쿠가 직접 마치 의식의 흐름을 쫓거나 에세이를 가감없이 풀어쓰는 것 처럼 뒤죽박죽의 이야기로 짜여져 있어서 다소 당혹스럽다.
이야기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이 이야기로 행복을 느낄 수 있음을, 또 행복을 전하고픈 작가 온다 리쿠의 그 욕심이 헉겁할 정도로 한국에서도 수많은 책을 쏟아져 나오고 있고, 또 그 이야기들이 무척이나 재미있고 기발하고 톡톡 튀는 것이기에 이 작가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독자라면, 그리고 이런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쓰고 구성하던지 모든 것을 그저 '재주부리는 곰'보듯 할 수 있을 것이다.
미스터리, SF, 연애 등등 이런 갖가지의 장르를 뭉뚱그려 놓은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는 독자라면 바로 온다 리쿠의 이야기들에 금세 이끌릴 것이다. 나는 책 속의 이야기 그 자체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책'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다. 첫 단편에서의 활자 중독증 건축가에 대한 이야기가 아직도 인상적인 것은 나 역시 어설픈 아마추어 활자중독자이기 때문일까?
이야기가 그리울 때는 온다 리쿠의 이야기를 야금 야금 씹어보는 재미를 느껴보아야겠다. 아직 씹을 이야기가 충분하니 이 또한 소소한 행복이 아닐까.
이미지,이미지,이미지...불안하기 짝이 없는 너의 image.
뜻을 알기 어려운 책 제목과 일본 이름치고는 약간 특이한 작가의 이름이 나를 붙잡았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며 목적어 부문에서 툭 끊겨 버린 제목. 뭐야, March가 red hole을 먹었다는 건가? 메꿨다는 건가? 아니면 삼월이란 사람이름인가? 구렁은 구렁이를 줄인 말? 하여튼 읽어 봐야 했다. 두툼한 부피였지만 펼쳐 봐야 했고 읽으면서 속으로 외쳤다. 너, 제목만 그럴싸하면 죽인다!
1장에서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란 책 제목임이 밝혀진다. (그러니까 사람이름이나, 구렁이가 아님은 일단 확실해 진것이다.) 그런데 이걸로 속이 확 풀리는 게 아니라 되레 더 감질나게 만들어 버린다. 1장의 주인공 고이치에게 내려진 특명은 책을 찾아라! <삼월>책이 집 안 어디에 있으니 찾아내라, 힌트는 석류 열매. 그러면서 집에 미리 있던 4명의 노인네들이 <삼월>을 칭송하기 시작한다. 잘 된 작품은 아니지만 잊을 수가 없다느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또 읽고 싶다느니, 어느 장면이 가장 재미있었다느니 해가면서 고이치와 책을 읽고 있는 나의 마음을 아주 뒤흔들어 놓는다.
2장 에서 <삼월>의 작가가 밝혀 진다. 세상이 알아주는 기성작가의 습작이 아닐까, 아니면 신인 작가가 내놓은 작품이 아닐까, 심지어 작가는 여자일까, 남자일까를 놓고 토론을 벌이다가 툭 던져 던지는 말. "나, 이 작가 알아 냈어요." (뭐야~~ 그럼 진작 말하지~~.) 하지만 반전은 다음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설명. 어느 자매 이야기다.
자매,자매,자매...... 이때부터 3장, 4장 모두 아이갸의 핵심은 불행한 자매다. 어휴.... 한창 예민한 시기일 중,고등학교 시절의 자매. 서로의 잘못이 아닌 불행한 가정사에 상처 받고 그를 이쩌지 못한 약한 마음엔 희한한 이미지들만 잔뜩 새겨진 자매. 그런데 나, 이런 거 어디서 본 거 같거든?
3장 에서 새로운 인물들이 나왔을 땐 당황했다. 어라? 이건 <삼월>과는 전혀 상관없는 단편인가? 그럼 <삼월>은 1장,2장으로만 구성된 중편인가? 하면서 읽다가 뭐가 뭔지 이거야 원, 슬슬 짜증이 나려고 할 무렵, 3장도 <삼월>의 한 부분임을 눈치챘다. 어이구, 니들은 너무 똑똑해서 탈 인거니? 참 뭐랄까, 아주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이 찜찜함은 어쩔 수가 없구나. 칼날같이 예민한 감성을 가진 소녀들의 자살....호기심을 땅기는 얘기이긴 하지만 읽는 끝은 꼭 찜찜함, 그 자체야.
4장에서 등장하는 온다 리쿠. 온갖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노스탤지어에 관한 이야기, 공감이다. 가만 생각해 보면, 나도 한 때는 이상한 그림들, 희한한 이미지들, 평상시 느낄 수 없던 감정들을 콕콕 찔러대는 일러스트레이션 등에 매혹당할 때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이미지들을 말로 풀어내 놓은 작가. 작품의 주제는 잘 모르겠다. 그저 작가의 느낌이나 소설에 대한 생각등을 미스테리기법을 사용해서 썼다고 할까? 이런 작품이 코드에 맞는 사람한테는 놓칠 수 없는 작품일지 모르나 나한테는 먹구름 속에 갇혀 귀신 넋두리 듣는 느낌이랄까? 아~ 손발도, 마음도 찬 물에 담가진 기분이야.
차가워, 추워.
<다음은 인상깊은 구절들>
-- 비디오 게임은 획일적이고 본인의 사고가 들어갈 여지가 없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으니까 안심할 수 있어요.
하지만 책을 읽는 사람은 남들과 다른 일을 생각하는 사람, 혼자서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간주 됩니다.
--그러니까 보수파에 속하는 평균적인 일본인은 다양한 쪽 세계의 사람이 뭘 하든 상관하지 않지만, 자기하고 같은 보수파에 속하는 사람이 책을 읽는 것은 미워합니다. 혼자서 다른 걸 하지 마, 혼자서 다른 걸 생각하지 마,하고 말이죠. 일본 사람은 인간관계를 귀찮아하면서도 또 고독에는 굉장히 약하지 않습니까.그걸 해결하는 방법이 다 함께 똑같은 일을 하는 데 있는 셈이에요. 저 사람도 나하고 같은 일을 하고 있어, 그러니까 난 고독하지 않아, 그런 거죠.
--반경 50미터 정도의 새계에 안주하는 감각. 그런 점을 보면 역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안돼, 이야기는 이야기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거야. 이야기는 제 발로 걸어가면서 차례차례 새로운 전설의 베일을 둘러가는 거야. 이래선 안 돼, 너무 흔해빠졌어. 이런 시시한 이야기, 난 용납할 수 없어. 좀더 강력한, 좀더 독탕적인 스토리를 찾아야겠어. 난 언젠가 꼭 '소설이 열리는 나무'를 찾아내고 말 거야.
--그녀에게 중요한, 지극히 개인적인 테마는 바로 '노스탤지어'다. 온갖 의미에서의 그리움. 그것은 기분 좋게 애달픈 감정이면서, 또한 그만큼 꺼림칙하기도 하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세계라는 것에 막연한 향수를 품고 있었다. 향수라는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면, 세계라는 것이 빙글빙글 커다란 원을 그리면서 시간적으로, 또 공간적으로 순환한다는 감촉이라고 해도 좋다. 기시감과는 또 조금 다른데, 그런 감각이 유년기의 그녀를 많은 부분지배하고 있었다. 지금은 일상생활에서 그런 감각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지기는 했어도, 가끔 그런 감각이 왈칵 밀려들면 갈팡질팡한다.
--'잘 된 이야기'에 대한 감동은 이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그 감동은 모든 것이 제자리에 들어맞았다는 쾌감이다.
--나는 일인칭 소설이 질색이다. 쓸 때 마음이 아주 불편하다. 철저하게 주인공의 성격이 되어 주인공의 시점으로만 움직인다는 것이 견딜 수 없이 괴롭다. 독백에서는 완전히 등장인물이 될 수 있어도, 이야기의 틀이 되는 등장인물이 되는 것은 고통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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