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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5년 11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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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44쪽 | 432g | 128*188*30mm |
ISBN13 | 9788981338053 |
ISBN10 | 89813380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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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읽은 후 미니 감상평 ♣
자살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만든 소설 <기발한 자살여행>. 나에게는 생소한 핀란드 작가 아르토 파실린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라고 한다. 이미 40여 편의 작품을 출판했을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로 위트와 철학이 깃들어 있는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작가의 특징 때문인지 해가 뜨지 않은 계절에는 특히 그의 작품을 기다리는 이가 많다고 한다. 그 시기가 되면 핀란드인들은 극도로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한다. 이 책도 그러한 핀란드인들의 문화적 특징을 살려 ‘자살’이라는 주제로 소설을 위트 있게 이끌어간 작품이다.
자살..... 자기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자살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까지 자살은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자살은 이미 세계적인 문제로 화두에 올라와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OECD 국가 중 자살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전쟁이다, 보릿고개다 해서 먹고 살기 바쁜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선진국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최첨단 시대에 부족함 없이 살고 있다. 오히려 살에 기름이 붙어 떼어 내기에 바쁘다. 먹을 것이 없어 살고 싶어도 죽음을 맞이했던 시대와 달리 지방을 제거 하려다 죽음까지 당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 자살률이 1위라니, 행복 지수는 바닥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참 아이러니하다. 어차피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구태여 목숨을 끊지 않아도 때가 되면 죽음은 알아서 수확을 거두어 간다. 하지만 아무리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생에 단 한번은 죽음이라는 달콤한 유혹이 손짓할 것이다. 인간은 절대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날 문득 삶이 허무하게 느껴진다거나, 만사가 귀찮아 차라리 죽고 싶다거나, 삶을 포기하고 싶은 수많은 이유를 가진 사람들에게 ‘죽음을 향한 무명인사들이 열린 협회’에(책속 자살후보자들의 모임) 가입할 것을 권장한다. 그리고 참고적으로 파울로 코엘료의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도 함께 읽어보기를 권장한다.
처음 <기발한 자살 여행>의 출발지는 파산 위기에 몰린 온니 렐로넨과 켐파이넨 대령의 만남에서부터 시작한다. 온니 렐로넨은 파산, 파산, 또 파산을 반복해서 맞다보니 삶의 의미마저 파산 위기에 처한 중년 남성이었다. 파산은 사업뿐만 아니라 가정도 파산 위기에 닥쳤고 인생 전체가 파산 위기에 몰렸다. 그래서 그는 성 요한절(핀란드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명절. 일 년 중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은 하지(6월 22일)에 핀란드에서는 밤에도 해가 지지 않아 이날 사람들은 밤새 모닥불을 피우고 흥겹게 논다.)을 계기로 자살을 결심하고 밖을 나선다. 그런데 그곳에서 다른 사람이 먼저 자살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자살을 하러 갔다 오히려 남의 목숨을 구하게 된 온니 렐노넨과 죽음을 맞본 컴파이넨 대령은 그 뒤로 절친한 친구가 된다. 죽음을 끊임없이 생각했던 두 사람이 죽음을 간접 체험한 뒤로 삶의 의욕이 샘솟았다. 이번 계기를 통해 살아 있다는 자체가 얼마나 큰 기쁨인지를 깨달은 두 사람은 삶을 보람 있게 만드는 뭔가를 시작하다고 제안했다. 어차피 남은 인생은 이를테면 공짜나 다름없고 덤으로 받은 선물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마음껏 그 선물을 활용해 보기로 결심한다. 죽음의 문턱을 밟아 보았던 사람만이 새로운 삶의 시작이 진정으로 무엇을 의미한지 깨닫는 법이니까. 삶의 의미를 되찾은 대령은 “세상이 엄청나게 달라 보이지 않아.”라고 외쳤다. 여기에서 사건이 일달락 됐다면 소설은 완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책 서두에서 밝혔듯이 핀란드 사람들의 가장 고약한 적은 우울증이다. 그들의 우울증은 천 년의 세월 동안 이 땅에서 계속 되어 왔으며 핀란드 민족은 우울증의 후예가 되고 말았다. 그 암울한 마음은 과거의 소련연방보다 더 심각한 적이라고 저자는 설명했다. 해마다 천오백 명이 자살을 하고 또 그 열 배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자살하려는 생각을 품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결국 자살 대기자들을 신문 광고를 통해 모집하기로 하고 ‘공동의 시도’라는 암호를 만들어 낸다. ‘당신은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가? 두려워하지 말라.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문구는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답장은 무려 600통이 넘게 날아왔다. 예상외의 결과에 당황한 대령과 온니 렐노넨은 편지 발송을 도와줄 여자를 찾다 토이얄라 시만대학 부학장으로 있는 헬레나 푸사리를 선택한다.
편지를 읽어보니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 자살 사연도 다양하다. 우울증, 신경증, 이혼과 사별 휴우증, 망각증세, 동성애자, 의상도착증, 피학대음란증, 노출증, 성애착증, 성폭행 피해자, 편집증, 정신이상자, 광신도, 일 중독자, 알코올 중독자, 마약중독자, 약품중독자, 전쟁피해자, 결혼 미만족자, 사업파산, 실업가, 무능력자, 매 맞는 아내, 억울한 누명 등.... 이유도 다양하더니 증세도 제 각각이다. 하나같이 막다른 골목에 부딪힌 인생들이고 무익한 삶에 종지부를 찍고 싶어 안달인 사람들이다. 이미 그들 중에는 답장이 미처 가기도 전에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이 광고를 보지 못해 자살을 선택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봤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편지를 보내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핀란드의 엄청난 사람이 자살 대기자라는 사실을 알고 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다양한 이유와 사연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사람의 공통점은 심한 외로움과 쓸쓸함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통해 그들은 마치 핀란드인들을 구하는 수호천사라도 되는 냥 자신들이 죽음을 생각했던 장본인이라는 사실도 잊어버린 채 죽음을 예방하기 위한 세미나를 개최한다. 하지만 세미나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 집단 자살 여행을 도모하게 된다. 총 사령관은 지위 경험이 많은 켐파이넨 대령이 맡고 보좌관으로 온니 렐로넨과 헬레나 푸사리가 맡게 된다. 이런 저런 이유로 모여든 회원은 어느새 33명의 자살 후보자들로 구성되었다. 여행의 목적지는 경관이 뛰어난 노르카프 낭떠러지였다. 그곳은 해안의 절벽이 높고 가파른 데다가 도로가 절벽 바로 끝까지 이어져 자살하기 딱 좋은 장소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아뿔싸! 막상 버스가 전속력을 향해 달려 나가자 수많은 사람들이 경적을 울리며 멈추길 주장했다. 때론 죽음의 경험이 삶의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이제 더 이상 죽고 싶지도 않았고 그 사이 삶은 긍정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생각해보라. 끝도 없는 낭떠러지 위에 전속력으로 달리는 차안에 내가 있다면 나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그래도 죽고 싶을까? 난 아직도 중학교 때 과학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잊을 수 없다. 그날 선생님은 반 학생이 학교에 오지 않아 집을 찾아갔는데 이미 그 학생은 자살하기 위해 농약을 마신 상태였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선생님이 도착할 때는 이미 농약을 마신 후라 말릴 시간도 없이 그렇게 한 생명이 꺼져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자살을 선택했던 그 학생의 입에서 선생님을 붙잡고 하는 말이 " 선생님~ 살고 싶어요. 제발~ 살려주세요."라며 울부짖었다고 한다. 스스로 자살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후회로 남게 되는 것이 여분의 삶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어차피 누구나 죽는다. 기껏 강건해야 70~80세인데 그렇게 다 살아도 가보지 못하고 해보지 못한 거 투성인데 앞당겨 죽을 필요가 뭐가 있단 말인가. 그리고 죽고 싶거든 하루만 병원에 가서 환자들을 살펴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들은 살고 싶어 온갖 방법과 돈을 다 동원에 생명을 부여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엄청난 축복을 받은 우리가 자살을 한다면 그건 일종에 죄에 속한다. 그리고 우리는 모태로부터 나왔지만 창조의 근원은 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처 다 살기도 전에 인생의 아름다움을 상실해 버렸다 할지라도 인생을 스스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죽음의 후보자들 역시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모든 민족이 같인 고민으로 신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대지의 아름다움에 상처를 치유 받는다. 고향 핀란드에서 엄청나 보였던 문제들이 좁은 생활 영역으로부터 벗어나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때론 떠나보면 알게 된다. 우리의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지를 말이다. 그리고 자살 후보자들처럼 새로운 삶과 사랑을 되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잠시 떠나보면 말이다.
이 책을 통해 낯설었던 핀란드 문화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좋은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자살을 유머스럽게(재미있게) 표현하다보니 약간의 박진감이나 긴장감은 덜했지만 저자의 말처럼 이 소설이 우울한 사람들에게 한줄기 빛으로 뻗어 나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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