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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7년 02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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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1쪽 | 476g | 220*270*15mm |
ISBN13 | 9788959371273 |
ISBN10 | 8959371270 |
얼리리더를 위한 5월의 책 : 디즈니 캐릭터 PVC 마그넷 증정
2024년 05월 01일 ~ 2024년 05월 31일
상시
28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유명작가가 글을 쓰고, 그것을 그림책화 할 때 독자의 기대치는 자못 높아집니다. 그러나 기대 이하의 스토리텔링이나 작화로 인해, 수준이하의 책으로 판명될 때의 실망감은 몇 배가 되어 다가옵니다. 그래서 도종환 시인의 <나무야, 안녕>이 출간되었을 때 기대만큼, 우려되는 바도 컸습니다. 시인의 네임밸류에 기댄 평작이 또 하나 나오겠구나...하는 이른 결론에 사로잡혀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책장을 넘기기 전, 강렬하지만 거슬리지는 않는 생명력이 충만한 자줏빛 표지가 인상적입니다. 둥글둥글한 자줏빛 기운이, 왠지 모를 생명의 에너지가 나무를 에워싼 채 땅과 대기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을 보니, 이 나무가 바로 자두나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허리가 뚝 꺾여버린 어린 자두나무는 봄여름가을 내내 자신의 흉물스러움에 주위의 정성어린 위로도 아랑곳없이 실의에 빠져 말을 잃어갑니다. 겨우살이를 위해 주인아저씨가 막대기를 대고, 끈으로 묶어주지 않았다면 정말로 죽었겠지요.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움츠러든 들판에, 여전히 생기 넘치며 낮보다 더 찬란한 빛을 뿌리는 별들이 가득한 밤에 자두나무는 누군가의 다정한 목소리를 듣습니다. 별의 정령은 살고자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북돋으며 하지 않는 자두나무 곁에서 세상에 나온 존재이유를 일깨워 줍니다. 봄이 오고, 여름이 가고, 가을에 이르러 별빛이 잦아들었을 때 부러진 가지 가까이에 맺힌 자두 한 개.
도종환 시인의 뒷마당에 허리 꺾인 자두나무가 열매를 맺는 것을 보고, 쓰셨다는 작가후기가 소박하지만 진정성 있는 메시지가 되어 들려옵니다. 화려한 치장 없이 소박한 진정성으로 주변을 이야기하는 시인의 문학성이 과장 없이 전해져옵니다. 부모의 살뜰한 보살핌에 익숙한 아이들은, 들판의 어린 자두나무와는 비할 수가 없을 만큼, 여리고 무너지기 쉬운 존재들일 테지요. 허리가 꺾여 소리 없이 자신을 죽여 가는 침울함에 빠진 자두나무의 모습은, 한 번의 실패에도 세상을 다 잃은 듯 좌절감에, 주위의 어떤 도움의 손길에도 마음을 열어 주려하지 않는 우리의 품 안의 아이와 꼭 닮았습니다. 별빛이 스며들어 한 알의 자두 열매를 맺기까지, 우리 아이가 부모와 선생님과 주변의 마땅한 도움으로 꿈을 이루기 위한 일보를 내딛기까지, 세상의 모든 존재들은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보다 앞 선 출발선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을 과연 알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기꺼이 도움을 베푸는 따뜻한 그 손길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지치고 보잘 것 없다고 여겨 팽개쳐둔 자신을 믿어주고, 스스로 일으켜야만 한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되새기게 되었을까요?
이상의 <황소와 도깨비>는 한병호의, 채만석의 <왕치와 소새와 개미>는 최민호의, 백석의 <개구리 한솥밥>은 유애로의, 권정생의 <강아지똥>은 정승각의 삽화로 빛을 발하는 스테디셀러로 남은 것처럼 도종환 시인의 <나무야, 안녕>은 황종욱 씨의 삽화와 잘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들판의 사계를 은은하고 다채롭게, 그곳에 담긴 생의 에너지들이 충만해 있기 때문에 화려하게 불타오를 듯하게, 온 맘과 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무수하게 박혀 온 대지를 뒤덮어 주는 듯하게 표현된 별빛이 책을 덮은 지금도 아른거리는 것만 같습니다. 자두나무에게, 우리 아이들에게 고루 하나씩 스며든다 해도, 멀찌감치 서서 동심을 부러워만 하는 어른들에게도 하나씩 나눠줄 수 있을 만큼 가득했던, 지친 영혼들에게 기꺼이 삶의 용기를 전해주는 모자람 없는 그 진실한 별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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