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다 너머의 전쟁<br/>2. 파병<br/>3. 불타는 바그다드<br/>4. 열사의 땅으로<br/>5. mercenary Rok<br/>6. 내란의 서곡

하이텔 군사동호회와 창작 연재란의 화제작이었던 <내란>이 <북진>이라는 제목으로 다리미디어에서 나왔다. 하이텔에 연재될 당시, 총 100만의 조회수를 기록한 대작으로 <드래곤라자>의 작가 이영도를 비롯한 수많은 독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 작품의 중심에는 미국으로부터의 정치, 군사적 독립이라는 한국 군사 소설 특유의 문제 의식과 함께 <북진 통일>이라는 이승만 대통령 이래 거의 폐기되었던 주장이 담겨 있다. 1945년 해방과 함께 미국과 소련에 의해 민족이 남북으로 갈려 새로운 남북 전쟁이 시작된 이래, 초기 10년을 제외하곤 남한의 대북 전략은 언제나 평화 통일, 방어적 군사 행동으로 요약할 수 있다. <평화 통일>이란, <햇볕 정책>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북한에 대한 경제적 우위를 바탕으로 북한의 호의를 끌어내고, 전쟁을 최대한 억지하여 북한 내부의 붕괴를 유도한 후 협상과 선거 등을 통한 평화적 통일을 꿈꾼다는 것이다. 또한 <방어적 군사 행동>이란, 북한에 대한 선제 군사 공격을 배제한 채, 북한의 선제 남침 공격에 대한 효율적인 방어를 중심으로 군사력을 기르는 것을 말한다.

<북진>의 젊은 작가 박철은 정부의 이러한 통일 전략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북진>에 담겨 있는 저자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에 대한 군사적 종속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주 국방력을 키운다. 월남전 파병과 제1차 걸프 전쟁에서의 평화 유지군 참전에서 볼 수 있듯이, 언제든지 미국은 남한의 젊은이들을 헐값에 사서 자국의 이익을 위한 전쟁에 끌어들일 태세가 되어 있다. 현재 남한의 군사적 상황은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우리의 젊은이들은 언제든지 미국의 용병으로서 전세계의 위험 지대에 팔려갈 수밖에 없다. <북진>의 발단이 되는 제3차 미-이라크 전쟁과 그에 대한 한국 지상군의 파병, 수많은 희생은 하시라도 남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그때 우리는 또다시 헐값에 우리의 국토를 지키기 위해 나선 젊은은 병사들을 우리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적지에 보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남한은 군사적으로 독자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전력을 확보해야 하며, 군사적 동맹 관계를 미국-일본 중심에서 러시아-중국 등으로 다변화해야 할 것이다. 소설에서 미국의 2차 파병 요구를 거절하고, 수호이 29기를 수입하면서 러시아와 새로운 군사 동맹을 맺는 것은 그 한 예라고 볼 수 있다.

둘째, <평화 통일>이라는 통일 전략 외에도 선제공격에 의한 북진 통일이라는 개념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의 동포들은 수없이 굶어죽어 가고 있으며, 폐쇄된 사회인데도 불구하고 북한 내부에서는 끊임없이 폭동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히트한 영화 <쉬리>나 <간첩 리철진> 등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북한 내부의 강경파들은 실제로 테러 작전 등을 포함, 남한에 대한 선제 공격을 시도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선제 공격을 당하게 되면, 통일 이후 한국 사회를 지탱할 수 있는 유일한 경제적 기반인 남한 경제의 피해가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올해 초에 나와서 큰 반향을 일으킨 소설 <남북>에서도 볼 수 있듯이 북한의 선제 공격은 한국의 경제력이 집중되어 있는 수도 서울을 중심의 수도권 지역 대부분을 초토화시킬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설사 통일을 달성하더라도 자력으로는 남북한 사회를 복구할 수 없으며, 경제를 다시 외세의 힘에 의존해 일으켜야 한다.

군사적, 경제적 원조를 통한 북한 내부 불만 세력의 조직화와 폭동 유도, 남한의 선제 공격에 이은 대대적인 지상군 투입으로 단기간 내에 서부 전선을 개성 이북으로 끌어올릴 수만 있다면, 북한의 주력인 야포의 사거리로부터 수도권 지역을 방어할 수 있으며, 이는 통일 이후 사회의 안정을 위한 강력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또한 이는 하루에도 수백 명씩 굶어죽어 가고 있는 북한 동포들의 고통을 줄이는 길이 될 것이며, 진정한 동포애의 발현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작가는 큰 평화를 위해 작은 명분쯤은 버리는 대승적 결단을 한국 지도부에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의 진짜 재미는 이러한 특이한 주장에 달려 있지 않다. 이러한 추상적인 주장을 장면 속에 녹여낸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묘사력과 궁극의 평화를 향한 작가의 뜨거운 휴머니즘이 이 소설을 추상적인 군사 소설 이상의 것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