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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발행일 | 2018년 05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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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92쪽 | 668g | 160*220*20mm |
ISBN13 | 9791186560716 |
ISBN10 | 1186560711 |
2024년 02월 27일 ~ 2024년 05월 10일
2024년 03월 20일 ~ 2024년 04월 30일
2024년 03월 18일 ~ 2024년 04월 30일
2024년 04월 12일 ~ 2024년 04월 30일
4월의 굿즈 :책가도 독서대/스마트폰 거치대/우양산/북 토퍼/우드 센서 무드등
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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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천상의 컬렉션>이란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었다. 안내상, 김수로, 서경석등 잘 알려진 연예인들이 나와서 우리 문화재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고 있었는데,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라 귀를 기울였다. 아, 저 문화재에는 저런 이야기가 숨어 있었구나 ! 박물관에 가서 쓱 눈도장만 찍고 나왔던 유물들이었는데, 그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들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참 유익한 프로그램이다 생각했었는데, 책으로 나왔다. 화려함과 이야기를 동시에 갖춘 작품이면서 시대별로도 치우치지 않고, 회화, 공예,도자등 분야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민하고 선택했다는 우리 문화재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천상의 컬렉션>을 계기로 우리 보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져서 그동안 멀게 느껴졌던 보물들의 가치가 현대적으로 재조명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문화재가 단지 역사의 부산물이 아니라 현재에도 뜨거운 가치를 지닌 예술임을 되새기며, 앞으로 우리 삶 속으로 더욱 가깝게 다가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p 9
박물관을 많이 다녀봤지만 우리의 것에 크게 관심이 간 것은 아니었다.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들의 이야기를 알지 못했고, 그들이 가지는 가치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몇 년 전에 이 책의 감수를 맡고 있는 탁현규의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작품들에 대한 책 <그림소담 >, <고화정담>을 읽게 되었고, 간송 미술관 작품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때, 비로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예술작품들이 절대 다른 나라의 작품들에 뒤지지 않는구나, 왜 많이 알려고 하지 않았을까? 그 이후로는 우리 작품을 헛으로 보지 않게 되었다. '천상의 컬렉션' 속으로 들어가보자. 회화, 공예,도자, 조각, 전적 총 5개 분야에 25개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었는데, 그 중 내 맘을 흔들었던 몇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이인문( 1745~ 1824) 의 <강산무진도>란 그림은 '거친 자연 위에 펼쳐지는 조선의 블록버스터'라는 설명에 부합되는 43.9×856 cm의 대단한 사이즈의 그림이었다. 안견,정선, 김홍도등의 작품은 본 적이라도 있지만, 그의 작품은 기억나는 것이 없다. 여기서 처음으로 만난 <강산무진도>라는 그림은 그러한 유명화가들의 작품보다 더 강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절친이었던 김홍도가 "산수화에서만큼은 이인문을 따를 수가 없다"라고 얘기했었고, 2013년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20개의 보물에도 꼽혔다고 한다.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만 360명이 넘습니다. 적당히 안개로 처리할 수 있는 부분에도 기와집과 사람을 그려 넣었습니다. 게다가 어느 한 사람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짐을 옮기고, 노 젓고, 물건을 사고팔고, 험한 산길을 오르내리며 저마다 분주하게 살아 움직입니다. 으리으리한 기와집과 2층 이상의 건물, 도르래, 물레방아, 수레, 선박까지 신식 기술이 대거 등장하고, 그 묘사가 정밀합니다. - p 59
부록으로 수록된 화보에서 세부적인 장면들을 보노라면 그의 섬세함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등장인물들은 활기차고, 화면은 평화로움으로 가득하고, 기와집들은 풍족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정조가 죽은 뒤 그려진 이 그림은 백성에게 문명의 혜택을 주고자 했던 왕의 바람을 그림에 담았다고 하는데, 이 그림을 본 사람들은 부강해진 나라에서 풍요롭게 살 수 있다는 의지를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또한, 오래된 그림 한 폭에 담겨있는 우리 선조들의 마음이 후세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내가 발딛고 살고 있는 내 나라에 대한 자부심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강산무진도 중에서 >
장승업 (1843~ 1897) 의 <붉은 매화와 흰 매화 열 폭 병풍>을 통하여 사군자중 매화에 대한 이야기를 만났다. 조선 문인화는 김정희의 '문자향서권기'라는 말에서 처럼 문자의 향기와 서책의 기운, 즉 그림에서도 문자의 향기가 느껴져야하기에 채색도 거의 하지 않았고, 눈에 보이는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것도 문인화의 정신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한 주류 정신에 도전장을 내민 그림이라고 하는 이 그림을 책장을 넘기는 순간 딱 만났을 때, '우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림으로만 만나도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데 90×433.5 cm크기의 이 그림을 실제로 만난다면 어떤 기분일까? 선비들의 사군자로 만났던 고고한 매화와는 너무도 달랐지만, 붉고 흰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그림은 특별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고종의 총애를 받았고, 우리나라 근대회화를 연 화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는 했지만 그에 대해서는 이름 석자 외에는 그다지 아는 바가 없었다. 하지만, 미천한 신분이 오히려 자유로움과 대범함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가지게 했고, 그로 인해 만날 수 있었던 매화덕분에 장승업이란 우리의 예술가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경천사지 십층 석탑> ( 고려, 1348년, 대리석 )은 1907년 3월 200여명의 일본군에 의해 해체되어 일본으로 반출되었다가 국제사회의 빗발치는 비난에 부딪혀 1918년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40년간 방치되어 있다가 1962년 경복궁에 세워졌지만, 정밀한 보존처리를 위해 1995년 다시 해체하여 10여년 간의 정교한 복원작업을 거친 후에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일본 특사인 다나카 미스야키의 '고종 황제가 나에게 탐을 하사했다'는 거짓말과 반출을 막는 행렬들을 총칼로 위협하고 반출한 석탑은 100여년 만에 제 모습을 찾은거였다.
<경천사지 십층 석탑>은 고려시대에 건립되었다는 사실 외에는 아는 바가 없었다. 책에서 설명하는대로 곳곳을 살펴보니 정교함과 아름다움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학창시절 역사시간에 건립된 연대순으로 바르게 나열되어 있는 것은? 이라는 시험 문제에 원각사지 십층석탑과 함께 단골손님으로 등장했었다. 만약 탑에 조각되어 있는 작품들의 이야기라든지, 이 석탑의 힘들었던 여정 등,이 책에서 알게된 내용들 위주로 수업을 들었다면 어떠했을까? 한 사람의 일생을 알고나면 그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듯이 경천사지 십층 석탑의 삶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런 이야기를 알게된다면, 그 문화재가 가지는 의미와 우리 문화재의 소중함을 더 깊이있게 알게 되지 않았을까?
<대한제국 고종 황제 어새>편을 읽으면서는 마음이 숙연해졌다. 책에서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내가 알고 있는 고종의 이미지는 나약하기만 하고, 제대로 나라를 지켜내지 못한 황제다. 왜 나라가 그 지경이 될때까지 보고만 있었을까? 하지만, 이 어새에 대한 이야기를 통하여 고종이 비빌결사조직을 운영하면서 세계 각국에 일본의 부당함에 대해서 토로했고, 필사적인 노력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의 숨겨진 역사에 대해서도 밝혀낼 수 있고, 당당해질 수 있는 것도 문화재가 가지는 커다란 의미일거라고 생각한다.
<천상열차분야지도>라는 천문도는 1395년에 제작되었고, 1247년경 중국의 남송 시대에 만들어진 '순우천문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석각천문도다. 1467개의 별과 300여개의 별자리로 구성되어 있고, 원의 둘레는 1년의 길이를 상징하는데 총 365개의 눈금으로 나뉘어 있을 정도로 정교하다. 이런 천문도가 있었다는 것은 때를 살피고, 천문을 관측하여 백성이 농사짓는데 도움을 주고자 했던 왕들의 깊은 뜻이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보물을 통해,우리 학문의 우수성,백성을 사랑하는 통치자의 마음등을 알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 나라의 문화재라는 것은 그 나라와 운명을 같이 하는 거라는 것. 우리의 우수한 도자문화를 임진왜란때 빼앗기고, 일본의 문화로서 더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때면 화가 난다. 우리의 문화재를 방치하고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우리의 정신을 빼앗기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애정도 가질 수 있을 것이기에 이러한 생각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게 하는데 <천상의 컬렉션>이 큰 역할을 하지 않을까싶다. 문화재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큼직한 도판들에 한껏 마음을 빼앗겼던 시간이었다. 다음에 국립중앙박물관에 간다면 내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을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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