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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7년 10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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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27.96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27만자, 약 6.3만 단어, A4 약 169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88932965222 |
2024년 03월 21일 ~ 2024년 08월 31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28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나는 흑인 여자들을 항상 피부색으로 묘사하는 게 지겨워요! 꿀색이 어떻고! 다크 초콜릿색이 어떻고! 내 친할머니는 모카색이 감도는 카페오레, 망할 그레이엄 크래커 갈색이었다고 하다니! 대체 백인 여자들을 음식이나 뜨거운 액체의 색으로 묘사하지 않는 이유는 뭐죠? 어째서 이 인종 차별적이고 결말도 없는 책에 요구르트색, 달걀 껍질색, 스트링 치즈 피부, 저지방 우윳빛 백인 주인공은 안 나오는 거죠? 그래서 흑인 문학이 후지다는 거예요! (p197)
주인공 Me은, 소설 속 두 등장인물들1로부터 'sellout'이라 불리웁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sellout'은, "헐값에 팔아버리는 것, 또는 배신자라는 뜻"(p135)이란 역자의 설명보다, 'someone who forgets their roots'라는 영어사전2의 설명이, 이 소설의 내용에 비추어 훨씬 더 명확하게 받아들여집니다. 무의식 중에 자신들을 스스로 피부색으로 특징지워버리는 흑인들에 대한 Me의 실망/비판이, 다른 흑인들의 눈엔 영 거슬렸던 거지요.
이웃의 누가 목을 매려고 하면 아버지는 절대 당황하지 않았 … 다. "내 장담하는데, 흑인들은 매듭을 제대로 묶지 못하거든"(p108)
이 작품 속의 이러한 사고를 전 '자기 비하'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3 "가난한 사람들이 운전을 잘하는 것은 자동차 보험을 들 돈이 없어서, 인생을 사는 것처럼 방어적으로 운전할 수밖게 없기 때문"(p121)이라는 일반론적인 (매우 슬픈) 인식이, 특정 케이스에까지 확장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요. 중요한 것은!
대체 왜! --- 이와 같은, 일종의 자기 비하, 또는 가해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의 피해 의식과 같은 것들이 대체 왜! 흑인들의 사고에 깊숙이 뿌리박혀있게 되었나하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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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들이 이 토지를 개척한 거야. 할아버지들은 인디언을 쫓아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고. 아버지는 여기서 태어났어. 아버지는 잡초나 독사들과 싸웠단 말이야. … 다음에 우리가 태어난 거야. … 애들도 여기서 태어나고. … 이런 우리 땅이야. 우리가 측량을 해 우리 손으로 부친 땅이야. 우리는 이 땅에서 태어나서 이 땅에서 죽어갔어. 쓸모없는 땅이라 하더라도 역시 우리들 것이요. 그게 정말 소유권이지, 숫자를 적은 종이 따위가 소유권이 아니란 말이요.
- 존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중, 홍신문화사, 2012.
1930년 대공황 시기를 그린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이라 불리우는 「분노의 포도」가 보여주고 있는, 미국 백인이 가지고 있는 인식의 실체입니다. --- "인디언을 쫓아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란 한 구절로, 백인들의 잔혹한 인디언 말살은 역시나 '자랑스런 서부개척'의 역사로 정의되고 있지요.4 미국이란 땅이 이처럼, 자신들의 소유라 생각하는 백인들은, 그 땅에 처음으로 건너왔던 영국 청교도인들, 그리고 그 후 뒤를 이었던 폴란드와 이탈리언들, 그리고 유태인들, 이 모든 백인들은 예의 그들만의 '용광로'속에서 한데 어울어져 살아 왔거늘, 피부색이 검은 흑인들만큼은 결코 자신들의 그 '용광로' 속에 받아들여주지 않았던 이유 역시 "인디언을 쫓아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와 동일하게, 앞뒤의 논리라고는 전혀 없는, 그저 피부색이 다르다라는, 일종의 폭력적 당위 뿐입니다. 그리하여,
"흑인은 … 교수, 의사, 변호사, 정치가 따위의 전문직은 물론이요, 공무원이나 사무직 노동자가 되는 것도 거의 불가능했다. 흑인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이라고는 육체노동, 청소부, 점원, 구두닦이, 호텔 종업원, 하인 따위의 하찮은 직업뿐이었다."
- 유시민, 「거꾸로 읽는 세계사」중 p312, 푸른나무, 1995.
소설은, 흑인으로 태어났다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무 껍질의 총알구멍을 만져 보면서, 열 개째 나이테 부근에 파묻힌 달팽이처럼 나는 이곳을 떠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p61)와 같은 체념이 또한, 그가 흑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당연시 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흑인 학교에서 시행되는 직업 설명회, <진로의 날>에 그들 앞에 펼쳐지는 선택지들이란 게,
광부, 골프공 주워오는 사람, 바구니 제작자, 도랑 파기 기술가, 제책가 (p212) …… 쓰레기 수거인, 가석방 담당관, 디제이, 백업 래퍼5(p214)
물론, 이러한 직업을 가진다라는 것 자체를 차별이라 말하는 건 아닙니다. 허나! 이러한 보잘것 없는 직업들로만 선택지가 구성되어 있다라는 건6, 명백히 부인할 수 없는 차별이지요. 그냥 흑인들은 'destined to do'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라는 사회적 강요는, 뭐라 변명을 하더라도 '폭력'임을 벗어날 수 없는 겁니다. 그리고 또한,
"모든 백인은 흑인이 백인보다 '열등한' 인종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 문화생활의 혜택을 누릴 어떠한 기회도 가져 보지 못한 흑인노예들은 모든 면에서 '확실히' 백인보다 열등했다. 따라서 흑인 자신들도 스스로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게끔 세뇌되었다.
- 유시민, 위의 책 p310
백인들 또한, 그처럼 세뇌되어있는 흑인들까지도 증오하는 건 아니다라는, 일종의 친절7을 베풀기도 합니다. 우리 백인들은 흑인을 '평등'하게 생각한다, 이것 봐라, 드라마 속에서 드디어 백인 남자가 흑인 여자와 데이트도 하지 않냐,라 말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 백인들이 흑인들에게 허용한 소위 '평등'이란 건 그저,
백인 남성이 흑인 여성과 데이트를 할 때면 늘 출연진 중 가장 못생긴 백인 남자가 우리 자매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 (p376)
의 수준일 뿐이고, 이 소설은 --- 이와 같은, "우리가 미국인으로서 평등을 바라보는 시각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p363)란 한 마디를 말하기 위해 짧지 않은, 게다가 저에겐 심히 낯설기만 한 과정을 밟아오지요.8
"당신이 까맣든, 하얗든, 갈색이든, 노란색이든, 붉은색이든, 초록색이든, 자주색이든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말하죠. 그리고 그것을 우리의 편견 없는 태도의 증거로 삼습니다. 하지만 우리 중 누군가를 자주색이나 초록색으로 칠한다면, 엄청 화를 낼 겁니다. 그리고 그것이 피고가 하고 있는 일입니다. 피고는 모두의 색을 다시 칠하고, 이 지역 사회를 자주색과 초록색으로 칠하며 누가 평등의 존재를 아직도 믿는지 확인했습니다. (p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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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평등은 이루어졌습니까? 흑인 대통령이 취임한 사실을 과연, "미국이 마침내 빚을 청산한 것 같다"(p395)라 생각해도 되는 걸까요? --- 'sellout'이라 불리우는, 그러나 결코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고 있는, 주인공 Me의 생각은 그러하지 않습니다.
나의 상대적 행복이 여러 세대가 고통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만큼 이기적이지는 않다. 노예선을 타고 온 어느 조상님이 강간을 당하고 구타당하는 사이, 자기 똥물에 다리를 무릎까지 담그고 잠시 쉬는 사이, 언젠가 손자의 손자의 손자의 손자가 와이파이를 쓸 수 있을 테니 숱한 세대를 걸쳐 살인과 견딜 수 없는 고통과 정신적 괴로움과 극심한 질병을 겪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 같지는 않다. 더군다가 그 와이파이가 속도도 늦고, 신호도 불안정하다면. (pp297~298)
주인공이 표현하고 있는 '늦은 속도와 불안정한 신호의 와이파이'란 것이 의미하는 바는 결국, --- "백인처럼 옷을 입고, 백인처럼 말하며, 백인처럼 생각하고 백인 중산층 문화의 가치를 표현"9해가며 이루어 낸 약간의 성공이며, 하지만 그 약간의 성공이란 것 마저 기실 "자신이 흑인에게 '양보할' 뭔가가 있는 듯한, 또는 흑인이 그들의 흑인 특성을 '극복하도록' 도와줘야 할 것 같은"10 백인들이 가지고 있는 일종의 의무감스런 동정으로부터 결과된 것이란 거죠. 그리하여 결국 이 책은,
"백인은 다른 사람의 증오를 비난할 도덕적 자격이 없다. 우리의 선조들이 못된 뱀에게 물렸고, 나 자신도 사악한 뱀에게 물려서 내 아이들에게 뱀을 피하라고 주의를 주는데, 바로 그 뱀이란 놈이 나더러 증오를 가르치는 자라고 비난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 말콤 X
- 유시민, 위의 책 p308
소설 속에 등장하는, 흑인 전용 코미디 클럽의 무대에 선 흑인 코미디언의, 백인 관객을 향한 "어서 꺼져! 이건 우리 거라고!"(p392)란 호통이 상징하고 있는 바, 그러니까 --- 흑과 백의 '통합'11이 아닌, 각자의 '분리'12를 주장합니다.13 그리고,
오래 전 유시민의 책으로부터 배웠던 바, 「블랙 라이크 미」가 보여주었던 백인들의 뿌리깊은 편견, 얼마 전 읽었던 「빌러비드」, 그리고 이 소설 「배반」, 이들 책으로부터 저 또한, --- 상처의 치유가 없는 반성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상처의 치유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결국엔 '분리'가 옳은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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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노예 폭동이 수요일에 일어난 건 전통적으로 목요일이 채찍질하는 날이기 때문 … 이 나라에 첫 발을 디딘 후로 계속 그랬어요. 누가 잘하든 잘못하든, 누군가는 채찍질을 당하거나 심문을 당하거나 무기가 있는지 검문을 당했어요. 그러니 목요일에 어차피 맞을 거면 수요일에 얼간이 짓을 하는 게 낫겠지요. (p111)
이 소설에서 가장 마음 아팠던 부분입니다. --- "나는 노예예요. 그게 나예요. 그게 내가 타고난 역할이에요. 어쩌다 배우가 된 노예. 하지만 흑인으로 사는 건 메소드 연기가 아니예요"(p112)라 말하는, 늙은 흑인 호미니를 바라보며 주인공 Me가 하게 되는 다음의 생각은, (흑인이 아닌, 흑인의 피가 섞여 있는) 혼혈 대통령을 선출해 '준' 것으로는 치유될 수 없는, 참으로 오래되어, 어찌 지워낼 수 있을까 싶은, 「빌러비드」의 주인공, 세서의 등에 각인되어 있는 한 그루의 오래된 나무와 같은 상처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지요.
내가 살아 있는 한, … 잊을 수 없을 것이다. … 수 세기 동안 억압된 분노, 수십 년 동안 드러내지 못한 비굴함에 종지부를 찍으며, 내 무릎을 끌어안으면서도 더 세게 때려 달라고 사정하던 것을. 그의 검은 몸이 환희의 신음과 함께 내 채찍의 무게와 소리를 반기던 것을. 호미니가 거리에서 피를 흘리며, 역사 속의 모든 노예들이 그랬듯이 나를 기소하지 않겠다고 버티던 것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pp11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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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 가는 곳마다 온통 '민권운동의 진전'이란 말을 떠들고 있다. … 4백 년 동안이나 백인은 우리의 등에 긴 칼을 꽂아 두었다가 이제 그 칼을 반쯤 뽑기 위해 흔들어 대고 있다. 우리더러 감지덕지하라고? 어림없는 말이다! 만약 그 칼을 다 뽑아 낸다 해도 상처가 남을 판이 아닌가!" - 말콤 X
- 유시민, 위의 책 p323
호미니에게 뿌리내리고 있는, 그때 그시절에 대한 일종의 향수는 분명 --- 역사가 남겨놓은, 어지간해서는 지워지지 않으며, 지워낼 수도 없을, 너무도 아픈 상처인 것이죠. 역사가 무엇일까요? 오로지 '미국의 흑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닐, 뭔가, 이 시대의 일본 정치인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은, 이 책이 말해주고 있는 '역사의 정의', 이 하나만으로도,
읽어내기에 참으로 난해한 이 소설은, 이 소설을 읽어낸 것에 대해 적어도,
후회는 하지 않게 해주네요.
우리는 역사를 책이라고 생각한다. 페이지를 넘겨 버리면 과거를 잊을 수 있다고. 하지만 역사는 그것이 적힌 종이가 아니다. 역사는 기억이며, 기억은 시간과 감정이자 노래다. 역사는 우리와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p159)
...금연 214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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