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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7년 04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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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처음엔 그저 어린 아이였다. 아버지를 살린답시고 칼 앞에 나설 만큼 대범하고 당돌한 아이였다. 그런데 3년 만에 만난 그 아이는 더이상 어린 아이가 아니었다. 자꾸 여인으로 느껴진다. 이런 게 사랑인 것일까. 그 아이가 누구의 딸이든 상관없다. 그저 아껴줄 것이다. 사랑해줄 것이다. 절대 다치게 하지 않을 것이다.
이소. 처음 본 순간 반했다. 아버지를 살리기위해 칼 앞에 선 본인을 구해주던 그 순간부터. 하지만 신분이 벽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너무 높았다. 그 분의 옆에 있는 아가씨를 볼 때마다 스스로가 점점 작아졌다. 언감생심, 나 같은 것이 어찌 감히 그 분을 넘보겠는가. 헌데, 그분이 나를 사랑한다고 하신다. 절대 그 분을 놓치고 싶지 않다.
지기의 모함으로 역모의 누명을 쓰고 처형당한 이소의 아버지, 이소를 살리기 위해 도망치던 중 적에게 몰려 절벽에서 이소와 함께 뛰어내린 어머니.
끝까지 어머니와 자신을 지켜주던 무사 덕분에 의원의 딸로 입양되어 어린 시절의 모든 기억을 잃은 채 살던 이소는
도박판에서 손목이 잘리게 생긴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이황자의 친모, 현귀비의 사가인 현가장으로 가게된다.
그곳에서 현귀비의 의원으로 지낸 지 3년 만에 윤을 다시 만나게 되고, 이소를 본 윤은 이소를 여인으로 인식하면서 이소를 곁에 두고자 한다.
황제의 명으로 십 이년 전 발생한 류이겸 대장군의 누명을 조사하던 윤은 이소가 그 사건에 얽혀있다는 사실과 그 배후를 알게되면서
모든 진실을 밝히고 이소의 신분을 되찾아주고 당당하게 사랑하고자 한다.
이 소설의 가장 큰 키워드를 꼽자면 역시 '복수'가 아닐까 생각된다.
모함으로 인한 가문의 몰락, 살아남은 아이, 운명적 만남, 그리고 성공적인 복수.
'복수'를 주제로 하는 사극로맨스소설에서 흔하디 흔하게 볼 수 있는 클리셰이다.
그런 면에서 은월의 남자도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이런 뻔한 클리셰에도 불구하고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필력 덕분이 아니었나 싶다.
'복수'라는 키워드만 봐도 이 소설의 스토리가 가볍지만은 않을 것이라 쉽게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무겁게 진행하고자 한다면 한없이 무거워질 수도 있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은월의 남자'는 마냥 가볍지도, 그렇다고 해서 마냥 무겁지도 않은 소설이었다.
윤과 이소의 사랑이 주를 이루면서도 '복수'라는 중요한 요소를 잊지 않음으로써 독자들에게 긴장을 줄 수 있는 인물 혹은 장치를 배치하여
로맨스와 복수라는 두 가지 주제가 적절히 어우러져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다.
자신의 마음을 깨닫자마자 부정하는 것없이 이소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윤도 좋았고,
신분이라는 벽에 막혀 잠시 망설이긴 했으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윤의 고백에 망설임없이 윤의 여자가 되기로 결심한 이소도 좋았다.
특히 어느 상황에서든 어느 위치에서든, 뒤로 숨고 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감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이소의 성격이 이소를 더욱 빛나게 해주지 않았나 싶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전체적으로 적당했지만 큰 긴장감이 없었다는 것.
악역들이 나오고 그로 인해 주인공들이 위험에 빠지면서 긴장감을 느끼게 되는데
'은월의 남자'는 이소가 위험에 빠질만 하면 어디선가 윤이 나타나 바로 구해주고,
악역들이 악행을 저지르기 전에 윤이 먼저 방어함으로써 악역들이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인물들간의 갈등과 그로 인한 극적인 긴장감을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조금 아쉬운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반적으로 잔잔하고 무난한 작품이었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분위기에 적당한 수준의 갈등을 원한다면 '은월의 남자'를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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